# 361
제 361화
359.
‘창고인가 보네.’
계단을 통해 지하에 도착한 수혁은 수많은 술통과 자루들을 볼 수 있었다.
“……?”
창고 내부를 둘러보던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뭐야 저건?’
벽에 문이 하나 있었다.
빨갛고 기괴한 문양의 문이었다.
‘설마 저건가?’
???가 있는 지도.
혹시 ???가 저 문을 가리키는 게 아닐까?
저곳에 키메라 소환 마법진이라든가 배후에 관련된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무럭무럭 떠올랐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안에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안에 누가 있으면 문 앞으로 가.”
하지만 어둠의 자식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안쪽에는 아무도 없는 게 분명했다.
수혁은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수혁은 짙은 암흑을 볼 수 있었다.
“라이트.”
수혁은 라이트를 시전해 어둠을 몰아냈다.
‘조각상, 랜턴, 책, 탁자.’
어둠을 몰아내자 수혁의 시야에 4개의 물건이 나타났다.
빛을 잃은 랜턴 그리고 소녀, 소년이 손을 잡고 있는 조각상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탁자와 그 위에 있는 반짝이는 책.
‘다른 건 없는 것 같은데.’
그 외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수혁은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쪽에 발을 들인 그 순간.
[귀계의 입구를 발견하셨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계?’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입구가 없는데?’
있는 것은 처음 보았던 4가지가 끝이었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없었다.
‘어디에 있는 거지?’
하지만 시야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 입구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메시지가 바로 그 증거였다.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건가?’
방 내부를 둘러보던 수혁은 탁자 위에 있는 책을 보았다.
괜히 책이 있는 게 아닐 것이다.
더구나 반짝이는 것을 보아 귀계와 관련된 책이 분명했다.
수혁은 탁자로 다가가 책의 제목을 확인했다.
‘귀계!’
책의 제목은 바로 ‘귀계’였다.
예상대로 귀계와 관련된 책이 분명했다.
‘방법이 나와 있으려나.’
수혁은 책을 펼쳤다.
그리고 목차를 확인한 수혁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나와 있네.’
역시나 목차에는 귀계의 입구를 여는 방법이 쓰여 있었다.
‘호오, 몬스터 종류 설명이 다 돼 있나?’
목차만을 확인했을 뿐이지만 지역, 귀신들의 등급 등 귀계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쓰여 있는 것 같았다.
‘하긴, 그러니 이렇게 두껍겠지.’
목차를 다 읽은 수혁은 페이지를 넘겨 가장 첫 번째 챕터 ‘귀계의 입구를 여는 방법’을 확인했다.
“……음?”
확인을 한 순간 수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이 책을 펼친 순간 귀계의 입구가 열린다.
귀계의 입구를 여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책을 펴는 것이었다.
수혁은 잠시 독서를 중단하고 주변을 확인했다.
책을 펼쳤으니 귀계의 입구가 열렸을 것이다.
“……?”
주변을 확인한 수혁의 시선이 조각상으로 향했다.
‘웃어?’
표정에 두려움이 가득했던 소녀, 소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끼이익! 쿵!
그리고 문이 닫혔다.
수혁은 문을 힐끔 보고는 다시 조각상을 주시했다.
소녀와 소년이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옆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은 움직이는 소녀와 소년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이에 입구가 나타나는 건가?’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아악!
수혁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와 소년 사이에 회색 포탈이 나타났다.
‘귀계라 그런가?’
입구가 나타나는 방식이 상당히 기괴했다.
공포를 유발하기 위해서라면 연출이 살짝 아쉬웠다.
‘소리라도 스산하게 깔리든가.’
바로 그때였다.
포탈을 통해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어둠의 자식들은 포탈 앞으로 이동해 희끄무레한 것들이 나오는 족족 공격했다.
수혁은 나오는 족족 공격당해 사라지는 희끄무레한 것들을 보며 생각했다.
‘귀신인 것 같은데.’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귀신이 분명했다.
수혁은 다시 책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희끄무레한 것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책에는 희끄무레한 것들의 정체가 나와 있었다.
‘현혹귀라는 녀석이구나.’
희끄무레한 것들의 정체는 바로 현혹귀였다.
생명체들에 빙의되어 죽음으로 인도하는 귀신.
‘농도를 봐서는 하귀네.’
현혹귀는 아무리 강해 봤자 중귀가 한계인 귀신이었다.
거기다 농도가 옅은 걸 보면 중귀가 아닌 하귀가 확실했다.
수혁은 현혹귀가 나오는 귀계의 입구를 보다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했다.
현재 수혁에게는 귀계와 관련된 퀘스트가 3개 있었다.
<마나의 정령6>
마나의 정령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나의 정령’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상귀 : 0 / 30]
[초귀 : 0 / 3]
퀘스트 보상 : 마나의 정령 옵션 하나 개방
첫 번째는 마나의 정령 옵션 개방 퀘스트였고.
<무(無)6>
무(無)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무(無)’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초귀 : 0 / 5]
[대귀 : 0 / 1]
퀘스트 보상 : 무(無) 옵션 하나 개방
두 번째는 무(無))의 옵션 개방 퀘스트였으며.
<특수 퀘스트 – 새로운 세계>
새로운 세계로 가 모험하라!
[새로운 세계 : 0 / 2]
퀘스트 보상 : 스텟 – 모험
중간계는 제외됩니다.
세 번째는 보상으로 스텟 ‘모험’을 주는 특수 퀘스트 ‘새로운 세계’였다.
‘어떻게 하지…….’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고민했다.
‘도서관 가려고 했는데.’
원래 이곳에 온 것은 지도에서 가리키는 ‘???’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가 귀계의 입구를 가리키는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내가 잡아야 하는 수가…….’
수혁은 잡아야 할 귀신의 수를 확인했다.
‘상귀 30, 초귀 8, 대귀 1.’
어떤 귀신이든 종류는 상관없다.
등급만 상귀, 초귀, 대귀면 된다.
‘읽어보고 결정해야겠어.’
책에는 귀신들의 종류와 등급이 나와 있었다.
수혁은 상귀, 초귀, 대귀까지 성장하는 귀신들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을 한 뒤 결정을 내릴 생각이었다.
만약 수가 너무 없어 오래 걸릴 것 같다면?
귀계에 들러 ‘새로운 세계’ 조건만 충족하고 도서관으로 가면 된다.
반대로 수가 많아 금방 깰 수 있을 것 같다면?
가서 옵션 개방 퀘스트를 진행하면 된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에게 현혹귀를 맡기고 책에 집중했다.
‘흐음, 상귀는 걱정할 필요 없겠고.’
상귀까지 성장하는 귀신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초귀가 많이 적네. 대귀도 그렇고.’
문제는 초귀와 대귀였다.
‘그나마 한계를 뛰어넘는 애들이 있다는 게 다행인가?’
책에는 한계를 뛰어넘어 상위 존재로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고 쓰여 있었다.
예를 들어 현혹귀의 한계는 중귀지만 상귀가 될 수도 초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생각보다 훨씬 빨리 조건을 충족하게 될 수 있다.
‘이 정도면…….’
퀘스트를 진행해도 될 것 같았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이내 책 ‘귀계’를 다 읽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자정이 살짝 넘어 있었다.
‘들어가서 로그아웃하자.’
로그아웃을 할 시간이었다.
수혁은 포탈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다 나온 건가?’
더 이상 포탈에서 현혹귀들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들어가서 안쪽을 정리할 필요 없이 바로 로그아웃해도 될 것 같았다.
[책 ‘귀계’가 사라졌습니다.]
[귀계에 입장하셨습니다.]
[퀘스트 ‘현혹귀왕’이 생성되었습니다.]
포탈을 통해 귀계에 들어 온 수혁에게 메시지가 나타났다.
‘책을 가져올 수 없구나? 하긴.’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현혹귀왕>
현혹귀들의 서식지인 몽환의 동굴에 침입한 당신.
당신의 존재를 현혹귀왕이 알아차렸다.
현혹귀왕은 당신을 사로잡아 생명력을 갈취할 생각이다.
현혹귀왕에게서 살아남아라!
퀘스트 보상 : 중간계 포탈 활성화
현혹귀들의 왕이자 이곳 ‘몽환의 동굴’의 보스를 잡는 퀘스트였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들어왔던 포탈을 확인했다.
‘없네.’
보상이 포탈 활성화라 혹시나 했는데 포탈이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아침부터 차분히 시작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로그아웃을 했다.
* * *
장경우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수혁의 위치가 나와 있었다.
“드디어 갔군.”
현재 수혁은 마을 ‘캐슈’의 여관 ‘나그네의 쉼터’에 가 있었다.
그리고 나그네의 쉼터에는 귀계의 입구가 존재했다.
“귀계에서 깰 수 있는 퀘스트들이…….”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수혁의 퀘스트들이 주르륵 나타났다.
“옵션 개방 2개에 모험 스텟이라.”
퀘스트를 확인한 장경우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기며 중얼거렸다.
“귀계에서는 어떻게 하려나.”
궁금했다.
수혁이 귀계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낼지.
“책이 없으니 그냥 퀘스트만 깨고 끝내려나?”
아쉽게도 귀계에는 책이 없다.
여태까지 수혁이 보인 행동을 감안하면 퀘스트만 깨고 끝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초귀부터는 찾기가 상당히 힘들 텐데.”
수혁이 잡아야 할 귀신은 상귀, 초귀, 대귀였다.
상귀의 경우 개체 수가 은근히 있다.
수백 마리를 잡아야 하는 것도 아니니 금방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귀와 대귀는 아니다.
아니, 백번 양보해서 초귀까지는 충족이 가능할 것이다.
“대귀가 다섯 마리니까.”
그러나 대귀의 경우 현재 귀계에 총 다섯뿐이었다.
귀계의 크기를 생각하면 대귀를 찾는 데에는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세력을 이루고 있는 이 녀석인가.”
장경우는 모니터에 나타난 대귀 ‘구룡천마’의 정보를 보았다.
수혁이 다섯 대귀 중 마주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귀 ‘구룡천마’.
“붙으면 누가 이기려나?”
구룡천마의 정보를 보며 장경우는 상상했다.
만약 수혁과 구룡천마가 붙으면 어떻게 될까?
구룡천마는 여태껏 수혁이 마주했던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하다.
블랙 드래곤 라스칼도 구룡천마에게는 이길 수 없다.
귀계에서는 당연하고 구룡천마의 힘이 약해지는 중간계에서조차 구룡천마가 라스칼을 이긴다.
괜히 대귀 등급이 아니다.
구룡천마는 넓디넓은 귀계에서 다섯밖에 없는 대귀였다.
거기다 구룡천마는 혼자가 아니다.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수혁과 구룡천마가 붙는다면?
“그래, 쉽지 않겠지.”
흑월대 때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과 달리 수혁의 아주 가볍고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흑월대의 경우 순서라는 공략이 있었지만 구룡천마는 그런 게 없다.
“만났으면 좋겠다.”
물론 이 모든 게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너무 넓게 만들었나…….”
그나마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구룡천마를 만날 확률 자체도 매우 낮았다.
“뭐, 퀘스트를 깨려고 하면 만나겠지.”
장경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