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67화 (367/553)

# 367

제 367화

365.

-예.

“내가 아는 그 수혁?”

아소멜의 답에 코단은 다시 한 번 반문했다.

-네.

“…….”

코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혁에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나?’

코단이 알기로 에리미는 수혁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다.

관심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태까지 보여 온 에리미의 행보를 보면 분명 사랑일 것이다.

사랑하는 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상황.

에리미가 어떤 행동을 보일까?

도무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날뛸 것 같지는 않은데.’

차분을 넘어 차갑던 에리미의 분위기.

분위기를 보아 계획을 그르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주 큰 변수가 생긴 것은 분명했다.

-일단 흑월대에 연락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기다리지.”

아소멜의 말에 생각에 잠겨 있던 코단은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수정구를 다시 비밀 공간에 가져다 놓고 자리로 돌아와 생각했다.

‘상황이 참…….’

생각을 하던 코단은 씨익 웃었다.

‘재미있겠는데?’

잘만 하면 일을 방해한 수혁에게 큰 한 방을 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누리와 다온은 저 멀리 사라지는 수혁과 풍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수혁이 할 수 있을까?

-글쎄, 대귀들은 차원이 다른 존재.

수혁과 풍이 대귀를 찾으려는 이유는 바로 대귀를 소멸시키기 위해서였다.

대귀들은 차원이 다른 존재.

수혁에게서 느껴지던 힘 역시 보통은 아니었지만 대귀를 소멸시킬 정도의 힘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수혁이 힘을 숨긴 상태일 수도 있잖아?

누리가 말했다.

-그건 솔라리 역시 마찬가지잖아?

그리고 다온이 답했다.

다섯 대귀 중 유일하게 겪어보았던 슬레이어 솔라리.

솔라리는 당시 모든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항할 수가 없었다.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던 힘.

수혁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 압도적인 힘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대귀들 역시 비슷하겠지. 어떤 대귀를 만나든…….

다온은 말끝을 흐렸다.

-근데 그건 왜 말해주지 않은 거야?

-뭘?

-도깨비들을 조심하라고.

-…….

누리의 말에 다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대귀를 찾고 있다고 하니까.

이내 생각을 마친 다온이 답했다.

어차피 수혁은 대귀를 찾고 있었다.

대귀 중 특정 누군가를 찾는 게 아니다.

아무 대귀나 상관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다니는 게 좋다.

대놓고 다닌다면 도깨비들에게 존재가 알려질 것이고 즉시 솔라리에게 보고가 갈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그것 때문이야?

누리가 다온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나만 나쁜 놈 만들지 말라고.

다온은 누리의 물음에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말하지 않은 건 너 역시 마찬가지잖아?

-…….

누리는 다온의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다온의 말대로 꼭 다온이 말해야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리 역시 말해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누리와 다온이 도깨비를 조심하라 하지 않았던 것.

그것은 바로 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솔라리의 시선이 잠깐이나마 수혁과 풍에게 쏠릴 것이다.

조여 오는 도깨비들의 감시망도 잠시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금이나마 더 오랜 시간을 생존해 있을 수 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말해줬다 하더라도 더 열심히 돌아다닐 분위기였으니까. 오히려 우리가 신경을 써준 거나 마찬가지라고.

다온이 말했다.

하지만 말을 하는 다온의 표정에는 불편함이 가득했다.

그것은 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

누리는 말없이 시야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수혁과 풍을 보았다.

* * *

‘대재앙…….’

삼신은 이승에서 넘어온 대재앙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이 어떻게…….’

구룡천마를 포함해 귀계의 다섯 대귀가 죽는 미래를 본 이후 삼신은 많은 미래와 과거를 보았다.

그리고 대재앙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대재앙의 정체는 바로 인간이었다.

‘하기야, 천마 님도 인간이셨으니.’

처음에는 대재앙의 강함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니 구룡천마도 인간이었고 솔라리 역시 인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

삼신의 눈이 뒤집혔다.

눈이 뒤집힌 삼신의 머릿속으로 과거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대재앙의 과거였다.

얼마 뒤 삼신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게 무슨…….’

과거를 통해 대재앙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보였다.

‘가능할까?’

그런데 그 방법이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귀계를 통일하게 될 수도…….’

피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잘만 하면 대재앙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될 수도 있다.

대귀들에게 소멸을 안겨 줄 정도로 강한 힘을 갖고 있는 대재앙.

대재앙과 좋은 인연을 맺는다?

구룡천마의 목표인 귀계 통일을 이룰 수도 있다.

삼신은 구룡천마의 거처로 순간이동했다.

“뭔가 나왔어?”

구룡천마는 삼신이 나타나자마자 물었다.

“예, 대재앙을 피할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뭐? 피할 방법을? 숨는 거 말고?”

의자에 앉아 있던 구룡천마는 삼신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연달아 물음표를 날렸다.

“예.”

“뭔데?”

“책입니다.”

삼신이 말했다.

“……?”

그리고 삼신의 말에 구룡천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의아한 눈빛으로 삼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삼신 역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구룡천마를 쳐다보았다.

“책?”

이내 구룡천마가 ‘그게 무슨 소리야?’라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예, 책이 필요합니다.”

“왜 필요한 건데? 자세히 설명해봐.”

* * *

“허.”

장경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무슨 이딴 일이…….”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장경우는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모니터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았다.

“귀계 도서관…….”

귀계 도서관에 대한 메시지였다.

원래 귀계에는 도서관이 없다.

업데이트를 통해 만든 것도 아니다.

NPC들에 의해 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유저 하나 때문에 도서관을…….”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바로 수혁 때문이었다.

“구룡천마가 이렇게 행동할 줄이야.”

자존심에 살고 자존심에 죽는 구룡천마였다.

구룡천마가 자존심을 접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삼신의 말 때문인가?”

삼신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구룡천마였다.

아마도 구룡천마가 자존심을 접은 이유는 삼신의 말 때문이 분명했다.

“참…….”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이없는 상황에 장경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 * *

초귀이자 체고 10m의 불도깨비 무랑.

무랑은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전방에 있는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 역시 무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무랑과 달리 사내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간이 됐다. 녀석들의 위치는?”

사내가 물었다.

“…….”

하지만 무랑은 사내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소, 솔라리 조금만 시간을 더 준다면!”

무랑이 다급히 외쳤다.

사내의 정체는 바로 솔라리였다.

“아아.”

솔라리는 탄성을 내뱉으며 검을 들었다.

“아쉽군.”

그리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검이 아주 가볍게 허공을 갈랐다.

무랑은 재빨리 몸을 숙였다.

쩌저적!

그리고 무랑의 목이 있던 공간이 순간 일그러졌다.

“조금만 시간을 준다면 찾을 수 있어! 조금만!”

만약 피하지 않았다면 소멸당했을 것이다.

무랑은 계속해서 외쳤다.

“정말 아쉬워.”

그러나 솔라리는 무랑의 애원에 답하지 않았다.

처음과 똑같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무랑 역시 초귀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힘을 갖고 있는 존재.

무랑은 솔라리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피할 뿐 반격할 수는 없었다.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괜히 발악을 했다가 생존 기회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솔라리의 공격이 이어졌고 무랑은 피했다.

하지만 점점 공간이 좁혀졌고 이내 피할 길이 사라졌다.

“제, 제발!”

무랑은 간절한 목소리로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쩌저적!

그리고 바로 근처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랑은 슬며시 눈을 떴다.

솔라리가 검을 내린 채 무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

무랑이 눈을 뜨자 솔라리가 말했다.

“아, 알겠어! 하루 안에 가져올게!”

솔라리의 말에 무랑은 재빨리 답했다.

스윽

답을 들은 솔라리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뒤쪽으로 가 검을 바닥에 꽂은 뒤 바위에 걸터앉았다.

무랑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세력이 있는 도깨비 동굴로 이동했다.

“어라? 어떻게 돌아오셨슈?”

동굴에 도착한 무랑은 자신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2인자 몽츄를 볼 수 있었다.

“시체를 가지러 갈 생각이었는데 녀석이 기회를 준 거요?”

“이 자식이!”

무랑은 몽츄의 말에 꿀밤을 날렸다.

그러나 몽츄는 바람의 도깨비.

“뭐랍디까?”

가볍게 무랑의 꿀밤을 피하며 물었다.

“하루! 하루 안에 찾아야 돼!”

“뭐요? 하루? 아니, 그 좀생이 녀석 하루밖에 안 줍디까? 진짜로?”

“그래! 뒷담화 할 시간 없으니까 어서 움직여!”

“알겠수다!”

무랑의 말에 몽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들아!!!”

그리고 이어 몽츄는 주변을 향해 외쳤다.

바람을 담아 멀리멀리 쭉쭉 퍼져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깨비들이 무수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 작은 새끼들이라도 괜찮으니까!”

몽츄의 외침을 들으며 무랑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 도착한 무랑은 방망이를 꺼내 휘둘렀다.

스아악!

그러자 허공에 포탈이 나타났다.

다른 도깨비 동굴과 연결되어 있는 포탈이었다.

포탈이 나타나자마자 무랑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라? 형님? 무사하셨던 거요?”

“그래, 하루를 약속받았다. 그 안에 무조건 찾아야 돼. 우리들의 생존이 걸린 일이니까 장난치지 말고 찾아내.”

“알았수.”

무랑은 답을 듣고 다시 방망이를 휘둘러 각 지역에 퍼져 있는 도깨비 동굴들을 순회하며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동굴에 명령을 내리고 방으로 돌아온 무랑은 초조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스악!

허공에 포탈이 나타났다.

“형님!”

그리고 이어 포탈에서 불의 도깨비 파사가 나오며 외쳤다.

파사는 활짝 웃고 있었다.

무랑은 파사의 웃음에서 좋은 일이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좋은 일은 단 하나.

“찾았냐?”

용을 찾은 것이었다.

“찾았수다!”

파사는 무랑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어디야?”

“황혼의 초원에 있었고 지금이면 아마 검은 호수에 도착했을 거요. 꼬리를 붙여놨으니 놓칠 걱정은 안 해도 되우.”

“다행이야…….”

무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근데 뭔가 이상합디다.”

파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상해?”

안도하던 무랑은 파사의 말에 흠칫하며 물었다.

“설마 용이 아니야?”

“아니, 용은 맞는데. 생명이 느껴졌수.”

“……생명이?”

무랑은 파사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귀계는 죽은 자들의 세상.

생명이 존재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생명이라니?

“잘못 느낀 거 아니야?”

“아니요. 분명 생명이 느껴졌수. 확실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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