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2
제 372화
370.
레시피가 들어 있는 상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번에는 완제품이니…….”
이미 완성이 되어 있는 완제품이었다.
제작할 필요 없이 바로 사용이 가능했다.
“흐음.”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설마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겠지?”
걱정이 됐다.
만에 하나 수혁이 완제품 신 등급 아이템을 보고 귀계를 이 잡듯 돌아다닌다면?
수많은 퀘스트들이 수혁에 의해 완료될 것이고 수혁은 수많은 보상을 독식할 것이었다.
“신 등급 아이템이…….”
장경우는 귀계에 있는 신 등급 아이템의 수를 확인했다.
“다섯 개.”
귀계에는 총 다섯 개의 신 등급 아이템이 있었다.
모두가 완제품인 것은 아니었다.
다섯 개 중 3개는 신 등급 레시피가 들어 있는 상자였고 2개가 완제품이었다.
만약 수혁이 전부 독식을 한다면?
“7개…….”
신 등급 아이템을 무려 7개나 가지게 된다.
독식 가능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현재 귀계에 들어 올 수 있는 유저는 수혁뿐이었다.
“1개, 많아야 2개가 한계라 생각했는데.”
신 등급 아이템은 이렇게 한 유저에게 우르르 몰려갈 아이템들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신 등급 아이템의 수가 너무 적었다.
처음 기획할 때와 너무나도 달라진 상황에 장경우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미리 걱정하지 말자.”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포탈을 찾으면 12마계로 가겠지.”
이제 12마계로 이어지는 포탈이 발견된다.
연중과 사냥왕은 즉시 수혁에게 알릴 테고 수혁은 12마계로 갈 것이다.
장경우는 수혁에 대한 검색을 멈추고 바로 11마계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포탈을 찾는 데 걸릴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오오!”
그리고 검색과 동시에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늦어도 2시간이면 찾겠네.”
연중과 사냥왕은 현재 포탈이 있는 곳에 도착해 있었다.
아무리 늦게 찾아도 2시간이면 12마계로 이어지는 포탈을 찾아낼 것이다.
장경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10시니까 포탈 찾으면 자정.”
현재 시각은 10시였다.
“이름 찾기만 하고 가겠네.”
장경우는 활짝 웃었다.
이름 찾기만 완료하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 * *
현재 사냥왕은 연중 그리고 몇몇 길드원들과 함께 11마계 칼로디안 산맥에 자리 잡은 ‘미궁의 유적’에 들어와 있었다.
유적에 온 이유는 바로 12마계와 연결된 포탈을 찾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있는 건 확실한데.’
사냥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적 어딘가에 포탈이 있는 건 확실했다.
그런데 미궁이다 보니 길을 찾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탐색 스킬이 없었으면…….’
물론 현재 영웅 등급의 탐색 스킬로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만약 탐색 스킬이 없었다면?
미궁에서 어마어마한 시간을 빼앗겼을 것이었다.
“도착했어요!”
얼마 뒤 탐색 스킬을 시전한 채 앞장서 걸음을 옮기던 리더 길드의 유저 ‘우왕’이 말했다.
“저기서 꺾으면 탈출입니다.”
바로 뒤에서 따라가고 있던 연중과 사냥왕은 우왕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
“혹시 모르니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연중은 방패를 들었다.
미궁에는 수많은 함정이 존재했다.
출구에도 함정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방어 능력이 뛰어난 연중이 앞장서는 게 나았다.
연중을 제외한 나머지 이들은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얼마 뒤 연중이 모퉁이에 도착했고 미간을 찌푸리며 방패를 들었다.
쾅!
방패로 거대한 통나무가 작렬했다.
폭음이 날 정도로 강력한 충돌이었다.
쿵!
방패와 부딪혀 폭음을 만들어낸 통나무는 땅으로 떨어졌다.
나무가 떨어지고 연중은 전방을 보았다.
더 이상 날아오는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함정 대신 문이 보였다.
‘세 개?’
문제는 문이 하나가 아닌 세 개라는 점이었다.
“오셔도 됩니다.”
연중은 일단 답을 기다리고 있는 사냥왕과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내 사냥왕과 길드원들 역시 세 개의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가볼까요?”
연중이 물었다.
“가서 살펴보죠.”
그리고 사냥왕의 답에 연중은 다시 방패를 들고 앞장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미궁의 영역을 벗어나 문 앞에 도착한 순간.
[경고!]
[유적의 주인 칼피림이 나타났습니다.]
[칼피림의 수하들이 깨어납니다.]
[퀘스트 ‘무적의 칼피림’이 생성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연중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무적의 칼피림>
유적의 주인 칼피림이 깨어났다.
현재 칼피림은 죽지 않는 불사 상태.
칼피림의 불사 상태를 무마하기 위해서는 아크 리치 패로스가 가지고 있는 죽음의 가루와 오우거 킹 로베로가 지키고 있는 죽음의 향로가 필요하다.
패로스와 로베로에게서 죽음의 가루와 죽음의 향로를 구하라!
[죽음의 가루 : 0 / 1]
[죽음의 향로 : 0 / 1]
퀘스트 보상 : ???
“보셨어요?”
사냥왕의 물음에 연중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예, 어떻게 할까요? 나눠서 잡을까요?”
상대해야 할 이들은 아크 리치 패로스 그리고 오우거 킹 로베로였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편하세요?”
한쪽은 마법의 극이었고 한쪽은 물리의 극으로 둘의 성향은 극과 극이었다.
“저희야 아무래도 로베로 쪽이 편합니다.”
연중이 답했다.
아크 리치를 상대하기에는 길드원들의 구성이 좋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저희는 패로스가 더 편해서.”
사냥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연중, 리더 길드와 달리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들은 마법을 사용하는 아크 리치 패로스가 더욱 편했다.
“이쪽이 로베로겠죠?”
연중이 세 개의 문 중 오른쪽 문을 보며 말했다.
오른쪽 문에는 오우거의 얼굴이 각인되어 있었다.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사냥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왼쪽 문을 보았다.
왼쪽 문에는 지팡이를 든 해골이 각인되어 있었다.
“귓 드리겠습니다.”
“예, 이따 뵙지요.”
연중과 사냥왕은 각자 문을 열었다.
* * *
“알겠어. 도와줄게.”
[퀘스트 ‘이름 찾기’를 수락하셨습니다.]
수혁은 퀘스트를 수락했다.
솔라리를 잡아 개방 조건 중 하나인 ‘대귀’는 충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초귀와 상귀뿐이었다.
그리고 오니들을 잡다 보면 초귀와 상귀 역시 충족할 수 있을 것이었다.
“고마워! 진짜!”
수혁의 답에 온새미로의 표정이 활짝 피었다.
“어떻게 하면 이름을 되찾을 수 있는 건데?”
“아, 이름을 찾는 방법은 간단해! 오니들의 왕인 무랑! 녀석이 서약을 가지고 있어. 그걸 없애면 끝이야.”
“서약을 없애면 된다고?”
“응! 위치도 알고 있어!”
“……?”
온새미로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앞에 있음에도 풍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온새미로는 신출귀몰했다.
서약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직접 가서 없애면 되는데 왜 없애지 않은 것일까?
“아, 난 서약에 손을 댈 수가 없어.”
수혁의 의아함을 눈치챈 온새미로가 재빨리 이어 말했다.
“손을 댄 순간 소멸이 되거든.”
설명을 마친 온새미로의 표정에 씁쓸함이 나타났다.
“어떻게 생긴 거야?”
수혁은 온새미로에게 물었다.
서약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했다.
“책이야.”
“책?”
그리고 이어진 온새미로의 답에 수혁의 눈빛이 번뜩였다.
“어, 오니들과 한 약속 그리고 우리들의 이름이 쓰여 있어.”
“아, 그것뿐이야?”
“응.”
온새미로가 고개를 끄덕였고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가는 데 얼마나 걸려?”
그리고 온새미로에게 물었다.
“지금 바로?”
“어.”
수혁의 답에 온새미로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마친 온새미로가 답했다.
“너만 괜찮다면 바로 갈 수 있어!”
“그래?”
“응.”
“그럼 바로 가자.”
“어?”
수혁의 말에 온새미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 힘들어?”
온새미로가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전 솔라리와 전투를 벌였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솔라리는 귀계의 정점 중 하나.
상대하는 데 어마어마한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쉬지 않고 바로 오니들을 처리하러 간다?
“솔라리만큼은 아니지만 오니들 역시 강해! 특히 우리들의 이름의 힘까지 흡수하고 있어서 더욱!”
“아아, 괜찮아.”
수혁은 온새미로의 말에 답했다.
이미 생명력과 마나는 100%였다.
거기다 수혁에게 중요한 것은 생명력과 마나가 아닌 시간이었다.
자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오니들을 잡으러 가는 게 중요했다.
“……응.”
온새미로는 수혁의 단호한 목소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포탈이 나타났다.
포탈이 나타나고 온새미로는 기다렸다는 듯 포탈로 걸어갔다.
수혁 역시 뒤따라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도깨비 동굴 : 비밀 공간에 입장하셨습니다.]
‘비밀 공간?’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메시지에 도깨비 동굴이라 나오긴 했지만 이곳은 오니들의 동굴이었다.
오니들의 동굴의 비밀 공간을 어찌 알고 있는 것일까?
“원래 이곳이 우리 터전이었거든.”
수혁의 의문을 눈치챈 것인지 온새미로가 답했다.
답을 하는 온새미로의 표정에 다시 씁쓸함이 나타났다.
빼앗긴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터전 역시 빼앗겼다.
“어디로 나가면 돼?”
수혁이 물었다.
“아, 여기로!”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온새미로는 수혁의 말에 다시 미소를 지은 채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벽에 손을 가져다 대자 벽이 갈라지며 통로가 나타났다.
* * *
“하암.”
무랑은 하품을 내뱉었다.
“지금이면 만났으려나?”
솔라리가 떠난 지 꽤나 시간이 흘렀다.
무랑이 알고 있는 솔라리의 속도라면 지금쯤 용을 만났을 것이다.
“근데 이 녀석들은 왜 보고를 안 하는 거야?”
보고가 왔어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보고가 오지 않고 있었다.
“설마 놓친 건 아니겠지?”
만약 용을 놓친 것이라면?
“아니야, 흔적이라도 남아 있으면 솔라리가 알아서 찾을 텐데.”
전에도 용을 놓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흔적이 남아 있었고 솔라리는 흔적을 따라 용을 찾아내 죽였다.
그 이후 놓칠 것 같으면 무조건 흔적을 남기라 명령을 내렸다.
솔라리가 찾아올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무랑은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 책이 하나 나타났다.
기묘한 문양이 각인되어 있는 책이었다.
“흐.”
무랑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집었다.
“어서 녀석들이 소멸해야 할 텐데.”
서약에는 수많은 이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선명했던 처음과 달리 이름은 매우 희미해져 있었다.
“얼마나 걸리려나.”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이름이 사라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무랑 역시 한계를 넘어서 솔라리와 대등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래야 나도 한계를…… 응?”
무랑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생명?”
느껴져서는 안 될 생명이 느껴졌다.
“설마 솔라리가?”
혹시나 솔라리가 용에게 당한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무랑은 그 누구보다 솔라리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용에게 당할 솔라리가 아니었다.
특히나 용을 보면 눈이 뒤집혀 더욱 강해지는 솔라리였다.
“용은 아니야.”
거기다 생명의 크기가 달랐다.
용에게서 느꼈던 크기와 비교해 매우 작았다.
“용 말고 또 다른 존재가 넘어온 건가?”
이미 용이 넘어왔다.
다른 존재가 넘어왔을 가능성도 있다.
쾅!
바로 그때 무랑의 귓가에 폭음이 들려왔다.
“끙.”
무랑은 서약을 집어넣고 방망이를 잡았다.
그리고 폭음이 들려온 곳.
침입자가 행패를 부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