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76화 (376/553)

# 376

제 376화

374.

“안녕하십니까. 저는 연참이라고 합니다.”

다가온 도깨비의 이름은 ‘연참’.

“온새미로를 찾으십니까?”

연참이 물었다.

“네,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수혁의 답에 연참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경고!]

[이름을 빼앗긴 자들의 왕 온새미로가 나타났습니다.]

[경고!]

[도깨비 또바기가 나타났습니다.]

[경고!]

[이름을 빼앗긴 미르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고 연참이 어느 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곳입니다.”

걸음을 멈춘 연참이 수혁에게 말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아마도 이름을 되찾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인 것 같았다.

“아닙니다.”

수혁은 인사에 답했고 이내 연참이 사라졌다.

연참이 가고 수혁은 바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왔어?”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온새미로가 활짝 웃으며 수혁을 반겼다.

방에는 온새미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온새미로 말고도 도깨비가 두 마리 더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그중 하나는 또바기였다.

또바기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수혁은 또바기의 인사를 받아주고 처음 보는 도깨비를 보았다.

‘미르?’

메시지는 3개가 나타났었다.

아마도 처음 보는 도깨비의 정체는 ‘미르’일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미르라고 합니다.”

수혁의 예상대로 도깨비의 정체는 미르였다.

“온새미로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움을 주신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수혁은 미르의 인사에 답하며 온새미로를 보았다.

“바로 출발할까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부탁하려 했는데. 잘됐네.”

온새미로는 히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시야에 들어온 온새미로의 몸 상태에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반투명?’

온새미로의 하반신이 반투명해져 있었다.

“아아, 이거 신경 쓸 필요 없어. 어제 힘을 좀 썼더니. 하하.”

수혁의 놀란 눈빛에 온새미로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며 웃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또바기와 미르의 표정이 심각한 것을 보아 별거 아닌 게 아닌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어디부터 가볼…….”

자리에서 일어난 온새미로가 쓰러졌다.

쓰러진 온새미로의 하반신이 더욱더 투명해졌다.

“미르.”

또바기가 미르를 불렀고 미르는 온새미로를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오늘은 제가 안내를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온새미로와 미르가 나가고 또바기가 수혁에게 말했다.

“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수혁은 또바기의 눈빛에 담긴 간절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수혁에게 필요한 것은 포탈이었다.

그리고 포탈은 굳이 온새미로가 만들어 줄 필요가 없었다.

거기다 또바기는 이름을 되찾은 상태였다.

힘을 사용한다고 소멸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니들은 저희와 달리 다루는 속성에 따라 모여 살고 있습니다. 어둠, 피, 물, 땅, 불. 총 다섯 속성을 다루지요. 어딜 먼저 가시겠습니까?”

“어둠부터 가죠.”

또바기의 물음에 수혁은 한순간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

오니들이 어떤 속성을 다루건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빠르게 오니들을 잡아 서약을 찾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스윽

또바기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포탈이 나타났고 수혁은 바로 포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둠의 도깨비 동굴에 입장하셨습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 후 명령을 내렸다.

“죽여.”

어둠의 자식들은 명령을 받고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 여기에 있을까요?”

그리고 또바기가 기다렸다는 듯 수혁에게 물었다.

“네.”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바기가 있으면 광역 마법을 사용하는 데 제한이 된다.

오니 사냥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수혁은 또바기의 답을 듣고 어둠의 자식들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최대 다섯 곳이니까.’

또바기의 말에 따르면 남은 동굴은 이곳을 제외하고 네 곳이었다.

그리고 동굴 하나를 정리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본 동굴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내로 끝내자.’

* * *

“…….”

천몽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파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

“…….”

한동안 둘 사이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정적을 깬 것은 파사였다.

스윽

말없이 천몽을 바라보던 파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볼게.”

그리고 방망이를 휘둘러 포탈을 만들었다.

“최대한 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알려줘.”

파사는 천몽에게 말하며 포탈로 들어갔다.

천몽은 멍하니 파사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랑 형님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파사가 거짓말을 했을 리 없다.

무랑은 죽었다.

오랜 시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무랑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던 천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구석으로 다가가 벽에 손을 대었다.

철컹! 스르륵

그러자 벽 안쪽에서 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벽이 갈라지며 비밀 공간이 나타났다.

비밀 공간에는 천몽이 모은 귀석들 그리고 무랑에게 받은 서약이 있었다.

천몽은 서약을 보며 생각했다.

‘녀석들이 오겠지.’

이름을 되찾은 도깨비들은 더 이상 서약에 구애받지 않는다.

동족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분명 올 것이다.

‘복수해드리겠습니다. 형님.’

천몽은 이를 악물며 비밀 공간을 닫았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휘하 오니들을 모았다.

“무슨 일이에요?”

“설마 또 용을 찾으러 다녀야 하는 겁니까?”

“…….”

천몽은 오니들의 물음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뒤 입을 열었다.

“무랑 형님이 도깨비들에게 당했다.”

파사는 당분간 무랑의 죽음을 숨기자고 했다.

많은 혼란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숨겨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언젠가는 밝혀질 이야기고 오히려 거짓을 말한 것 때문에 부스럼이 생길 수 있다.

“……!”

“……!”

천몽의 말에 오니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무랑이 도깨비들에게 당했다는데 놀라지 않는 게 이상했다.

“일부 도깨비들이 이름을 되찾았고 다시 전쟁이 시작될 거다.”

바로 그때였다.

휙!

휘하 오니들에게 설명을 하던 천몽이 고개를 휙 돌렸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2개의 기운이 느껴졌다.

동족의 기운이 아니었다.

그리고 2개의 기운 중 하나는 아주 익숙했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기운이었다.

‘또바기?’

예전에 전쟁할 때 만났던 도깨비들의 3대장 중 하나인 ‘또바기’의 기운이 확실했다.

‘무슨 생각으로 둘이 온 거지?’

기운이 2개에서 늘어나지 않고 있었다.

즉, 둘이 왔다는 뜻이었다.

‘이름을 되찾았다고 자만하는 건가?’

어이가 없었다.

천몽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방망이에 기운을 불어넣으며 휘하 오니들에게 말했다.

“전투 준비. 도깨비 녀석들이 왔다.”

오니들은 천몽의 말에 재빨리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천몽은 어둡게 물든 방망이를 어깨에 걸친 채 앞장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그 자만 밟아주지.’

* * *

띠띠띠띠띠띠띠!

알람이 울려 퍼졌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푹 잠들어 있던 장경우는 움찔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장경우는 알람을 끄고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어떻게 됐으려나…….”

컴퓨터 앞에 도착한 장경우는 바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연중과 사냥왕이 12마계의 포탈을 열기 직전 잠이 들었다.

어떻게 됐을지 상당히 궁금했다.

이내 모니터에 연중과 사냥왕의 정보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정보를 본 장경우는 활짝 웃었다.

“역시.”

예상대로 연중과 사냥왕은 유적의 주인 칼피림과의 전투에서 승리했고 12마계 포탈을 찾아냈다.

장경우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에 12마계의 정보가 나타났다.

“……타이밍 봐라.”

장경우는 피식 웃었다.

“대지의 쿠룽이 지나갈 줄이야.”

연중과 사냥왕은 포탈을 찾는 데에서 끝내지 않고 진입을 했다.

문제는 연중과 사냥왕이 진입한 그 순간 포탈 근처를 대지의 쿠룽이 지나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대지의 쿠룽이 누구인가?

12마계 스토리의 최종 보스는 아니지만 최종 보스와 비슷한, 어떤 면에서는 더욱 강한 몬스터가 바로 대지의 쿠룽이었다.

“이거 단단히 겁먹었겠는데?”

연중과 사냥왕 그리고 리더 길드원들과 제왕 길드원들.

전부 랭커들이었다.

무지막지하게 강한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다섯이나 죽다니.”

하지만 그 강한 전력도 쿠룽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쿠룽은 그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유저들의 상태로는 쿠룽을 잡을 수 없다.

“수혁을 부르겠지?”

물론 예외가 있긴 하다.

바로 수혁이었다.

유저들 중 유일하게 수혁만이 쿠룽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연중과 사냥왕은 수혁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뭐 이미 늦었지만…….”

이미 대지의 쿠룽은 포탈을 떠났다.

수혁이 온다 하더라도 쿠룽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수혁이는 뭘 하려나.”

장경우는 수혁의 상황을 확인했다.

“흐음.”

그리고 상황을 확인한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서약이 있는 곳에 바로 가버렸네. 이러면 금방 깨겠는데?”

현재 수혁은 퀘스트 ‘분리된 서약’과 ‘침입자’ 2개를 진행 중이었다.

퀘스트 ‘침입자’의 경우 다섯 동굴을 전부 돌아다니며 오니들을 죽여야 하지만 퀘스트 ‘분리된 서약’은 아니다.

분리된 서약의 완료 조건은 서약을 파괴하는 것.

즉, 서약이 있는 어둠의 동굴과 불의 동굴만 클리어하면 된다.

“과연…….”

장경우는 걱정과 기대가 반반 섞인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했다.

퀘스트 ‘분리된 서약’의 보상 ‘도깨비 탈 조각1’은 신 등급 아이템 ‘도깨비 탈’의 재료였다.

다음 퀘스트 ‘검은 마음’의 보상 ‘도깨비 탈 조각2’가 인벤토리에 함께하는 순간 자동으로 완성이 된다.

“불의 동굴을 언제 가려나.”

퀘스트 ‘분리된 서약’을 완료했다고 바로 ‘검은 마음’을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함께 진행하고 있는 퀘스트 ‘침입자’를 완료해야 ‘검은 마음’을 진행할 수 있다.

수혁의 성격상 퀘스트 ‘분리된 서약’까지는 완료할 것이다.

하지만 사냥에 관심이 없는 수혁이기에 퀘스트 ‘침입자’는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마지막에 가면…….”

그러나 불의 동굴을 마지막에 가게 된다면?

퀘스트 ‘분리된 서약’과 ‘침입자’는 동시에 완료가 될 것이고 자연스레 퀘스트 ‘검은 마음’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탈 얻는 건 확정이라 봐야겠네.”

퀘스트 ‘검은 마음’은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 유저들의 기준으로 어렵다는 것이지 수혁에게는 하등 어려울 것이 없었다.

어렵기는커녕 매우 쉽다.

즉, 불의 동굴을 마지막에 가게 될 경우 ‘도깨비 탈’을 얻는 것은 확정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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