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7
제 377화
375.
장경우는 수혁이 퀘스트를 완료할 경우 알림이 뜨도록 설정을 한 뒤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슬슬 시작이군.”
모니터에는 빛의 마탑장 코단과 아크리치 코레몬드의 만남이 나와 있었다.
두 번째 메인 에피소드 ‘마탑의 배반자’의 시작이 가까워진 것이다.
* * *
“언제까지 준비해 줄 수 있지?”
코레몬드가 물었다.
“음,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주도록 하지.”
코단은 코레몬드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그런 코단의 답에 코레몬드는 생각했다.
‘뭔가…….’
불길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코단의 분위기에서 미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 코단이 거절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단이 조율할 것이라 예상하고 일부러 과하게 요구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코단은 너무나 쉽게 승낙했다.
코레몬드가 알고 있는 깐깐한 코단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인지한 건가?’
확실히 지금 상황은 코단에게 불리했다.
관계가 알려진다 해도 코레몬드는 잃을 것이 없지만 코단은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이었다.
“난 이만 준비를 하러 가봐야겠어.”
코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지내라고.”
그리고 히죽 웃으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코단의 발밑에 마법진이 나타났고 이내 빛과 함께 코단이 사라졌다.
“…….”
코레몬드는 한동안 코단이 있었던 자리를 말없이 응시했다.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위화감이 마음에 걸렸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코레몬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뒤통수를 치려는 건 아니겠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과 너무나 다른 코단의 행동을 생각하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쾅!
폭음이 귓가를 강타했다.
끼이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켈롭이 문을 열고 들어와 외쳤다.
“침입자입니다!”
켈롭의 외침에 코레몬드는 이를 악물었다.
‘이 개 같은 새끼가!’
이곳의 위치를 아는 것은 코단뿐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코단이 흘린 게 분명했다.
“상황은?”
코레몬드가 물었다.
“그, 그게…….”
켈롭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재빨리 이어 말했다.
“벌써 30%가 당했습니다.”
“……뭐?”
켈롭의 말에 코레몬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같이 코단과 비슷한 강자들입니다.”
“…….”
코레몬드는 너무나 당황스러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준비를 해도 아주 단단히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일단 가서 막고 있어.”
“옙.”
켈롭은 코레몬드의 말에 답하고 방에서 나갔다.
‘코단!’
코레몬드는 이를 악물었다.
‘네 녀석이 이렇게 나왔다 이거지?’
뒤통수가 너무나 얼얼했다.
배반이라는 선택을 한 코단.
코레몬드는 코단에게 선택의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마탑장의 자리를 지킬 수 있나 보자고.’
코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탑장의 자리였다.
코레몬드는 빛의 마탑장이란 자리를 날려버리기로 결심했다.
‘살아야겠지.’
결심을 한 코레몬드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코단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아야 했고 살기 위해서는 일단 이 자리를 피해야 했다.
힘을 합쳐 침입자들을 같이 막는다?
애초에 막을 수 있을 정도였다면 코단이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코레몬드가 온 힘을 다한다 해도 결국 패배할 것이다.
책장에 도착한 코레몬드는 책 몇 개를 반쯤 꺼냈다.
그러자 책장이 옆으로 움직이며 비밀 통로가 나타났다.
혹시 몰라 만들어둔 비밀 통로.
비밀 통로를 쓰게 될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코레몬드는 비밀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어둠 도깨비 왕 천몽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레벨 업!]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도 도깨비로 나오네.’
메시지에는 여전히 오니들을 도깨비로 칭하고 있었다.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
.
-도깨비 서약3
드랍 창을 확인한 수혁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2개가 아니었네.’
다행히도 서약이 드랍됐다.
그런데 숫자가 3이었다.
수혁은 확인을 눌러 아이템들을 습득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서약3을 꺼냈다.
서약1과 마찬가지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이따 읽기로 하고.’
수혁은 흐뭇한 미소로 빛나는 서약3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이어 퀘스트 창을 열었다.
<무(無)6>
무(無)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무(無)’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초귀 : 5 / 5]
[대귀 : 1 / 1]
퀘스트 보상 : 무(無) 옵션 하나 개방
다행히도 이곳 어둠의 도깨비 동굴에는 천몽 말고도 초귀가 하나 더 있었다.
덕분에 조건을 충족했고 이제 ‘무(無)’의 옵션을 하나 더 개방할 때가 된 것이다.
‘뭐가 나오려나.’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했다.
[퀘스트 ‘무(無)6’을 완료하셨습니다.]
[무(無)의 네 번째 옵션이 개방됩니다.]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수혁은 장비 창을 열었다.
그리고 무(無)의 새로운 옵션을 확인했다.
<무(無)[신]>
제한 : 마법사, 지혜 5000
물리 공격력 증폭 : 5
마법 공격력 증폭 : 15
무장 해제 상태에서도 장비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 (무(無) 착용 시, 다른 무기의 효과는 받을 수 없습니다.)
지혜 +2000
마법 공격 추가 데미지 2배 증가 (배수 증가는 중복되지 않습니다.)
마법 공격 성공 시 대상에게 70% 확률로 ‘마력의 저주’ 시전
마법 공격 시 20% 확률로 대상에게 ‘무장 해제’ 시전
“오.”
옵션을 확인한 수혁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무장 해제가 나올 줄이야.’
방어구 혹은 무기의 옵션을 무효화시키는 ‘무장 해제’.
애매했던 마나의 정령과 달리 무(無)의 새로운 옵션은 분명 좋았다.
‘몇 초 지속이려나?’
물론 좋은 옵션임에는 분명하지만 지속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을 수 있었다.
‘동화 확인할 때 실험해야겠다.’
조만간 연중과 실험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 수혁은 장비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의자를 꺼내 자리에 앉아 서약을 펼쳤다.
모든 오니를 처치했다.
이제 서약을 읽고 파괴하면 이곳에서의 일은 끝이었다.
* * *
.
.
[5분간 모든 방어력이 20% 증가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모든 버프를 받은 연중은 사냥왕과 길드원들에게 말하며 포탈로 걸음을 옮겼다.
[12마계에 입장하셨습니다.]
12마계에 진입한 연중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없는 건가?’
입장 메시지만 나타났을 뿐 경고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즉, 쿠룽이 근처에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메시지를 보던 연중은 주변을 확인했다.
지렁이들에 의해 뒤집혔던 땅이 다시 원래대로 복구가 되어 있었고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연중은 걸음을 옮기며 본격적으로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서식지가 아닌 것 같은데.’
포탈에서 꽤나 멀리 떨어졌음에도 경고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나?’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다행히도 쿠룽의 서식지는 포탈 근처가 아닌 것 같았다.
-연중 : 사냥왕 님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연중은 일단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사냥왕에게 연락을 했다.
-사냥왕 : 옙!
사냥왕에게서 답이 왔고 연중은 포탈로 걸음을 옮기며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수혁아, 안 와도 되겠다. 그 녀석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나 봐.
-수혁 : 그래?
-연중 : 응, 어디야? 귀계?
-수혁 : 어, 지금 오니들 잡고 있어.
-연중 : 그래, 수고해라! 도서관 찾으면 연락 줄게!
-수혁 : 응.
수혁과 귓속말을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중은 포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냥 안전지대 같아요.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어요.”
이미 포탈을 통해 사냥왕을 포함해 모든 이들이 넘어와 있었고 연중은 바로 주변 탐색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우왕 님!”
연중은 우왕을 불렀다.
쿠룽은 없지만 혹시나 지렁이들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뒤쪽에 있던 우왕은 연중의 부름에 재빨리 다가왔고 연중이 이어 말했다.
“혹시 땅에 탐색 스킬 한 번 시전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우왕은 연중의 말에 탐색 스킬을 시전했다.
그리고 땅속을 확인했다.
“없어요. 깔끔한데요?”
땅속을 확인한 우왕이 말했다.
어제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다행이군요. 그럼 바로 지도부터 작업할까요?”
우왕의 말에 사냥왕이 물었다.
“그렇게 하죠.”
연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쿠룽이 있었다면 같이 다니며 조심조심 지도를 제작했겠지만 쿠룽뿐만 아니라 몬스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굳이 같이 다니며 지도를 제작할 필요가 없다.
“이쪽 방향을 기준으로 저희가 왼쪽을 맡겠습니다.”
“예, 특이사항 발견하면 연락드릴게요.”
“그럼.”
사냥왕은 연중의 말에 답하며 제왕 길드원들을 데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중 역시 리더 길드원들을 데리고 주변을 탐색하며 지도 제작에 들어갔다.
그렇게 지도 제작을 시작하고 1시간이 지난 그때.
“어?”
선두에서 움직이던 우왕이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저기! 저기!”
우왕의 놀란 목소리에 연중은 고개를 돌려 우왕이 바라보고 있는 곳을 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라고는 모래바람뿐이었다.
“뭐 있어요?”
연중이 우왕에게 물었다.
“성벽이요!”
우왕이 놀란 목소리를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전방에 성벽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성벽이요?”
“네! 도시 같은데요?”
성벽만 덩그러니 있을 리 없다.
안쪽에는 분명 도시 혹은 마을이 있을 것이었다.
우왕의 말에 연중은 속도를 높여 우왕이 알려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뒤 연중 역시 거대한 성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시다!’
성벽의 크기로 보아 결코 마을은 아니다.
연중과 길드원들은 더욱더 빠르게 이동했고 곧 성벽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문은 어째서인지 처참하게 박살이 나 있었다.
연중과 길드원들은 파괴된 성문을 지나 안으로 진입했다.
[마코드르에 입장하셨습니다.]
“도시네요.”
“진짜 고급스러운데요?”
진입함과 동시에 연중과 길드원들은 메시지 그리고 수많은 건물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있을까?’
연중은 건물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있을 것 같은데.’
건물 양식이 아주 고급스러웠다.
이 정도 도시 수준이라면 도서관 역시 있을 것 같았다.
“수색 한번 하죠.”
연중은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신호탄 쏴주시고!”
도시는 정말 컸다.
이런 큰 도시라면 서류라든지 책이라든지 시간의 돌 ‘루브스’에 대한 단서가 있을 것이다.
아니, 이곳에 시간의 돌 ‘루브스’가 있을 수도 있다.
“옙!”
“전 이쪽으로 가 보겠습니다!”
연중의 말에 길드원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고 연중 역시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저벅!
연중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전방에 자리 잡은 거대한 3층 크기의 건물을 보았다.
건물 입구에는 책 모양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