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0
제 380화
378.
또바기가 가고 수혁은 다시 퀘스트 ‘검은 마음’을 보며 생각했다.
‘온새미로를 죽여야 하는데 온새미로가 죽으면 퀘스트 실패.’
완료 조건과 특수 조건이 모순이었다.
‘설마 온새미로가 둘인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완료 조건과 특수 조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 맞는 것 같은데…….’
완료 조건에는 ‘오염된’이란 단어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특수 조건에는 아무런 단어가 붙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혹시 온새미로와 오염된 온새미로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쾅! 쾅!
퀘스트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수혁의 귓가에 폭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폭음의 근원지는 또바기가 향한 방향이었다.
또바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까 했던 수혁은 생각을 바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쾅! 쾅! 쾅!
근원지에 가까워질수록 굉음은 점점 커져 갔다.
그리고 이내.
[경고!]
[도깨비 왕 온새미로가 나타났습니다.]
.
.
[경고!]
[오염된 도깨비 왕 온새미로가 나타났습니다.]
우수수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온새미로와 오염된 온새미로는 다른 개체였다.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스악!
바로 앞에 포탈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내 포탈에서 또바기가 나왔다.
또바기는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큰일 났습니다.”
* * *
“……드디어?”
온새미로를 주시하던 미르는 활짝 웃었다.
투명해져 가던 온새미로의 상체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보이지 않았던 하체 역시 선명해지고 있었다.
힘이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고 그 말은 서약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했다.
바로 그때.
“어?”
미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스아악!
온새미로의 몸이 검게 물들었다.
검은 기운이 잠식한 것이다.
잠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미르가 놀란 것은 여태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검은 기운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우려했던 저주의 폭주가 분명했다.
“크으윽!”
그뿐만이 아니다.
온새미로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미르는 재빨리 손에 기운을 모았다.
그리고 온새미로의 몸에 기운을 주입해 검은 기운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과 달리 폭주했기 때문일까?
검은 기운은 쉽사리 밀려나지 않았다.
-미르!
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새미로?”
바로 온새미로의 목소리였다.
-그래! 나야!
“어떻게 된 거야?”
미르는 온새미로에게 물었다.
-새로운 자아가 나타났어. 내 어두운 부분을 먹고 자란.
온새미로가 물음에 답했다.
-이대로 가다간 녀석에게 몸의 통제권을 빼앗길 거야.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해.
“어떻게 하면 되는데?”
-방금 전처럼 기운을 주입해줘. 단숨에 녀석을 밀어낼 거야.
“그러면 끝나는 거야?”
-아니, 녀석은 새로운 몸을 만들어 낼 거야.
“……그게 가능해?”
미르가 반문했다.
-우리가 육체가 필요한 존재는 아니니까.
“그럼 그 전에 녀석을 죽이면?”
-아, 녀석을 소멸시킬 수는 없을 거야.
-예전의 나보다 훨씬 강하니까.
“뭐? 예전의 너보다?”
-어.
“그럼 어떻게 해?”
-이제 곧 또바기가 돌아올 거야. 수혁과 같이 오겠지.
-수혁이라면 녀석을 잡을 수 있어.
솔라리를 잡은 수혁이라면 충분히 사념체를 잡을 수 있다.
온새미로는 사념체의 처리를 수혁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다.
“……알겠어!”
미르는 기운을 다시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내 온새미로의 몸을 잠식했던 검은 기운이 발끝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발을 통해 검은 기운이 밖으로 흘러나와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크읍.”
사념체를 밀어내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은 온새미로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르의 뒤쪽으로 움직여 철퍽 주저앉았다.
“녀석을…… 막아야 돼.”
온새미로는 육체를 거의 완성한 사념체를 보며 미르에게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네 녀석보다 약하긴 하지만 쉽게 지지 않을 정도는 됐잖아?”
미르가 히죽 웃으며 온새미로에게 말했다.
그리고 방망이를 휘둘러 일단 거대한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무슨 일입니까?”
“뭔 일이에요?”
“이 사악한 기운! 오니 녀석들이 쳐들어온 겁니까?”
사악한 기운을 느낀 도깨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잉? 저 녀석은 뭡니까?”
“저건 뭐여? 온새미로 님과 많이 닮았는데? 온새미로 님 쌍둥이였어?”
사념체를 본 도깨비들이 놀란 표정으로 온새미로와 사념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다들 놀 준비해!”
미르는 도깨비들에게 외쳤다.
“아주 큰 판이 벌어질 것 같으니까.”
도깨비들은 미르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제각기 방망이를 들었다.
이름을 되찾기 전에는 소멸 때문에 힘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
이내 육체를 완성한 사념체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도깨비들을 보았다.
너무나 눈빛이 차가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압도적인 기운 때문일까?
도깨비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스윽
이내 사념체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사념체의 손에 검은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스아악!
이내 검은 기운이 도깨비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 * *
“그렇군요.”
또바기의 설명이 끝나고 수혁이 말했다.
오염된 온새미로의 정체는 바로 온새미로의 사념체였다.
“어디에 있죠?”
이어 수혁은 또바기에게 물었다.
“지금 온새미로의 방에 있습니다.”
“바로 가죠.”
온새미로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이미 알고 있는 수혁은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피해 있을까요?”
또바기 역시 뒤따라 걸음을 옮기며 수혁에게 물었다.
“피할 수가 있나요?”
수혁은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또바기의 말에 따르면 현재 사념체와 도깨비들은 치열한 전투 중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사념체의 일방적인 공격 그리고 도깨비들의 방어였다.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방어만 하고 있는 상황에 도깨비들이 피할 수가 있을까?
‘없지.’
피하려다 되려 크게 당할 것이다.
“…….”
또바기는 수혁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쾅! 쾅!
가까워질수록 굉음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온새미로의 방 앞에 도착한 수혁은 수많은 도깨비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젠 방이 아닌데?’
사념체의 공격 때문일까?
아니면 거대한 도깨비들의 방어막 때문일까?
온새미로의 방은 무너져 내려 더 이상 방이라 할 수 없었다.
‘엄청 강한가 보네.’
방어막에 기운을 주입하는 도깨비들의 표정에는 힘겨움이 가득했다.
“수혁 님이다!”
수혁을 발견한 도깨비가 외쳤다.
“수혁 님?”
“오오, 우리들의 구원자!”
“이제 됐다고!”
그러자 힘겨움이 가득했던 도깨비들의 표정에 활기가 나타났다.
하기야 수혁은 도깨비들에게 있어 솔라리도 죽여주고 이름도 되찾아준 구원자나 마찬가지였다.
활기를 갖는 게 당연했다.
수혁은 도깨비들을 지나쳐 앞으로 다가갔다.
선두에는 미르와 온새미로가 있었다.
“오셨…… 습니까.”
“왔어?”
미르와 온새미로가 수혁을 반겼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방을 보았다.
시야에 검은 피부의 온새미로와 쉴 새 없이 보호막을 두들기는 검은 덩어리들이 들어왔다.
‘안 움직이네?’
사념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 딱 멈춰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쓰기 딱 좋은 마법이 있지.’
주위에 도깨비들이 많아 마법 사용에 제한이 된다.
파멸의 빛은 당연히 사용 불가능했다.
그러나 수혁에게는 파멸의 빛만 있는 게 아니다.
파멸의 빛보다 더 강력한 마법도 존재했다.
“헬 파이어.”
바로 헬 파이어였다.
스아악!
사념체가 있던 곳에 헬 파이어가 등장했다.
가만히 공격에만 집중하던 사념체는 헬 파이어를 피하지 못했고 사념체가 뿜어내려던 어둠을 시작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스라락…….
사념체가 사라졌다.
“…….”
“…….”
상황을 주시하던 도깨비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르는 물론이고 온새미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온새미로의 표정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정말 엄청나군.’
사념체는 이름을 빼앗기기 전의 온새미로보다 더욱 강했다.
조금이나마 버틸 줄 알았는데 너무나 쉽게 소멸당했다.
“……끝난 겁니까?”
“진짜 이게 끝이에요?”
정신을 차린 도깨비들이 하나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래, 끝났다.”
온새미로가 말했다.
수혁은 온새미로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염된 온새미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검은 마음’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도깨비 탈 조각2를 획득합니다.]
[모든 조각을 모으셨습니다.]
[도깨비 탈이 완성됩니다.]
[도깨비 탈 조각1이 소멸합니다.]
[도깨비 탈 조각2가 소멸합니다.]
[도깨비 탈을 획득합니다.]
온새미로의 사념체가 소멸했다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진짜 많네.’
퀘스트 완료 메시지와 기대하고 있던 도깨비 탈에 대한 메시지까지 정말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바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도깨비 탈 조각1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아이템 ‘도깨비 탈’이 나타나 있었다.
수혁은 도깨비 탈의 정보를 확인했다.
<도깨비 탈[신]>
제한 : 레벨 700
스킬 ‘도깨비 축제’
스킬 ‘도깨비 길’
공격 시 1% 확률로 대상에게 도깨비 저주 시전
공격 시 10% 확률로 생명력과 마나 10% 회복 (쿨타임 2분)
다행히도 도깨비 탈은 신 등급 아이템이었다.
그것도 장비 아이템이었다.
‘근데…….’
정보를 보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리 옵션이 많아?’
아직 아무런 개방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깨비 탈의 옵션은 무려 네 개나 되었다.
‘어서 아공간 가야겠네.’
지금 당장 착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름부터가 도깨비 탈이었다.
도깨비들 앞에서 썼다가 질문을 받을 것 같아 착용하는 게 꺼려졌다.
수혁은 온새미로를 보았다.
온새미로는 멍하니 수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끝난 거지?”
수혁은 멍한 온새미로에게 물었다.
물음에 정신을 차린 온새미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응, 정말 고마워.”
“그럼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다음에 또 보자고.”
“어? 잠…….”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도깨비 탈을 착용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
메시지를 확인한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가 없어?’
아무런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말은 개방 퀘스트가 없다는 뜻이고 이미 모든 옵션이 개방된 상태라는 뜻이었다.
‘호오.’
그렇지 않아도 퀘스트를 깨야 한다는 것에 귀찮음을 느끼고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수혁은 스킬 창을 열어 도깨비 탈에 내장된 스킬 ‘도깨비 축제’와 ‘도깨비 길’을 확인했다.
<도깨비 축제>
숙련도 : -
특수 효과 : -
쿨타임 : 10시간
지속 시간 : 30분
<도깨비 길>
숙련도 : -
특수 효과 : -
마나 : 5000
쿨타임 : 10분
시전 시간 : 10초
지속 시간 : 30초
그러나 스킬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직접 써봐야 하나.’
어떤 스킬인지 알기 위해서는 스킬을 직접 써봐야 할 것 같았다.
“도깨비 축제.”
일단 수혁은 쿨타임이 무려 10시간이나 되는 스킬 ‘도깨비 축제’를 시전했다.
스아악!
시전함과 동시에 수혁의 앞으로 포탈이 나타났다.
포탈을 본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스킬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이어진 상황에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