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85화 (385/553)

# 385

제 385화

383.

‘이건 반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사서도 없고 반납할 반납대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두고 책을 가져와 읽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그래, 위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잠시 고민을 하던 수혁은 직접 반납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가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차근차근 읽어볼까.’

더 이상 색깔 책은 없다.

남은 것은 하얀빛으로 반짝이는 책뿐이다.

이제 띄엄띄엄 책을 꺼내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수혁은 첫 번째 책장으로 이동했다.

‘이건 다섯 권이나 있네…….’

한 책이 다섯 권이나 있었다.

한 권 만 읽어도 뭉텅뭉텅 빛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미 예상했잖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수혁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책들을 꺼냈다.

그리고 한 품에 가득 책을 든 수혁은 1층으로 내려왔다.

-연중 : 수혁아!

책상에 앉아 책을 펴려던 그때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응.

수혁은 잠시 책 펴는 것을 멈추고 귓속말에 집중했다.

-연중 : 지금 독의 마탑에서 널 찾는데?

-수혁 : 날?

-연중 : 어, 마탑에 한번 들르라고 연락이 왔어.

-연중 : 이번 에피소드 때문인 것 같아.

-연중 : 갈 거야? 아니면 좀 늦는다고 전해줄까?

수혁은 연중의 귓속말에 책을 보았다.

‘음…….’

그리고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했다.

‘어떻게 하지?’

마탑에서 들르라 한 이유는 아마도 연중이 말한 대로 메인 에피소드 ‘마탑의 배반자’.

즉, 코단의 배신 때문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어차피 조사하는 걸 텐데.’

이번 에피소드 ‘마탑의 배반자’는 배반자 코단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배후세력을 조사하는 에피소드였다.

즉,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었다.

‘그래!’

고민 끝에 수혁은 결정을 내렸다.

-수혁 : 내일부터 5일! 가는 데 5일 정도 걸릴 거라고 전해줘.

수혁의 선택은 도서관이었다.

5일 아니, 오늘을 포함하여 6일이면 충분히 도서관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중 : 알았어. 그럼 그렇게 전할게.

-연중 : 아, 그리고 이제 도시 떠날 생각인데 계속 여기에 있을 거야?

-수혁 : 어, 계속 도서관에 있을 거야.

-연중 : 알겠어. 혹시 또 도서관 찾게 되면 연락할게.

-수혁 : 그래, 고맙다!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다시 책을 펼쳤다.

* * *

<오르벨트 평야의 오크들>

빛의 마탑장 코단이 자주 갔었던 오르벨트 평야.

마탑에서는 오르벨트 평야에 코단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까 싶어 조사단을 파견하려 한다.

그러나 현재 오르벨트 평야는 오크들이 가득하다.

조사단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평야를 가득 채운 오크들을 섬멸하라!

[아칸 평야의 오크 : 15 / 20]

퀘스트 보상 : 5등급 마나석 5개, 4등급 마나석 1개, 중앙 마탑 기여도 500, 불의 마탑 기여도 1000

‘5마리니까…….’

퀘스트 창을 닫은 반리오스는 전방을 주시했다.

전방에는 오크 다섯 마리가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오크의 수 역시 다섯이었다.

즉, 조건을 충족할 절호의 기회였다.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하려나.’

반리오스는 오크들과의 거리를 확인하며 움직였다.

‘이 정도면…….’

그리고 이내 걸음을 멈춘 반리오스는 오크와의 거리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파이어 스톰.”

시전과 동시에 캐스팅 바가 나타났다.

-취익?

-뭔가 이상하다! 취익!

-저기 인간! 취익! 인간이다!

-마법사 인간이다 취익!

그와 동시에 마나의 파동을 느낀 오크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곧 반리오스를 발견했다.

반리오스를 발견한 오크들은 콧소리를 씩씩 뿜어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오크들이 거리를 절반 정도 좁혔을 때.

캐스팅 바가 사라졌다.

스아악!

그리고 파이어 스톰이 등장했다.

파이어 스톰은 오크들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취익!

-아프다. 취익!

반리오스는 오크들의 비명을 들으며 파이어 스톰을 주시했다.

오크들이 뛰쳐나올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오크들이 뛰쳐나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섯 번 연달아 드랍 창이 갱신됐고 반리오스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불의 지팡이를 사길 잘했어.’

원래 파이어 스톰의 시전 시간은 15초로 상당히 길었다.

그러나 얼마 전 구매한 무기 ‘불의 지팡이’ 덕분에 불 마법 시전 시간이 5초 감소했고 파이어 스톰의 시전 시간은 10초로 대폭 짧아졌다.

만약 지팡이를 사기 전인 15초였다면?

아마 파이어 스톰을 시전하고 있는 동안 오크들이 도착했을 것이고 오크들의 공격에 죽었을 것이다.

반리오스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스크롤을 사용해 마탑으로 귀환했다.

‘언제쯤 다음 챕터로 진행이 되려나.’

퀘스트 완료를 위해 중앙 마탑으로 걸음을 옮기며 반리오스는 생각했다.

벌써 에피소드 ‘마탑의 배반자’가 시작된 지 4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피소드는 진행된 게 없었다.

여전히 첫날과 마찬가지로 특정 지역에 가 몬스터를 잡는 것 혹은 아이템을 구해오는 퀘스트만을 주고 있었다.

얼마나 더 퀘스트를 깨야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상위 마법사들이 퀘스트를 깨야 진행되는 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반리오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유저들이 몬스터를 잡거나 아이템을 구해오는 퀘스트를 받는 것은 아니다.

3등급 이상으로 올라간 마법사 유저들은 조사 퀘스트 같이 에피소드와 더욱 긴밀한 관련이 있는 퀘스트를 받아 진행하고 있었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기여도 열심히 쌓아서 올라가는 건데…….’

기여도를 쌓는 게 귀찮기도 하고 상위 등급으로 올라간다고 해서 엄청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에피소드에서 퀘스트 차이를 주는 것을 알았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등급을 올렸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근데 수혁 님은 어떤 퀘스트를 받았으려나?’

상위 등급 마법사들의 퀘스트에 대해 생각하던 반리오스는 수혁을 떠올렸다.

수혁은 독의 마탑장 파비앙의 제자로 마탑에 속한 유저들 중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유저였다.

‘열심히 퀘스트를 진행하고 계시겠지?’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마코드르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으셨습니다.]

[칭호 : 마코드르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쉰한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50을 획득합니다.]

‘끝났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읽은 책들을 들고 1층 가장 안쪽에 있는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에 도착한 수혁은 들고 있던 책들을 하나하나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도서관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 정도 크기면 얼마나 주려나.’

마코드르 도서관은 3층으로 상당히 컸다.

과연 얼마나 지혜를 줬을지 궁금해진 수혁은 확인을 위해 칭호 창을 열었다.

-마코드르 도서관 정복자 (지혜 +100)

‘……큰 차이가 안 나네.’

그리고 지혜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살짝 아쉬움이 나타났다.

도서관의 크기가 커 200 정도 오르지 않을까 했는데 그 절반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혁은 아쉬움을 떨쳐냈다.

‘아니지, 마탑이 100인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게 준거니까.’

마코드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마탑 도서관이 100을 주었다.

오히려 마코드르는 과하게 지혜를 올려 준 것이라 생각하며 수혁은 칭호 창을 닫았다.

도서관에서 나온 수혁은 도시 중앙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이 바로 아공간을 이용해 마탑에 가지 않고 중앙에 가는 이유, 그 이유는 바로 도시 ‘마코드르’의 워프 게이트가 도시 중앙에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용도 안 되는 워프 게이트를 수혁이 가려는 이유.

‘등록은 되겠지?’

바로 워프 마법진 등록을 위해서였다.

등록만 된다면 아공간의 워프 마법진을 통해 바로 12마계에 올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워프 게이트가 등록되지 않는다면?

처음 올 때와 마찬가지로 10마계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즉,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다.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워프 게이트 위로 올라갔다.

역시나 아무런 창이 뜨지 않았다.

‘제발 등록됐으면…….’

수혁은 등록이 됐길 바라며 입을 열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워프 목록을 확인했다.

“휴.”

워프 목록에 12마계 ‘마코드르’의 워프 게이트가 있는 것을 확인한 수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마탑으로 워프했다.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우선 독의 마탑으로 가기 전 중앙 마탑으로 향했다.

퀘스트 ‘끝없이 샘솟는 지혜’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마나석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200레벨 불마법사가 사용할 좋은 망토 팝니다!”

“각종 아이템 싸게 삽니다! 영웅 등급 환영!”

“물법사님들! 좋은 아이템이 있어요!”

“사냥 퀘스트 좀 도와주실 300레벨 이상 도우미 구합니다! 사례 드려요!”

이내 중앙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나석이 가득 진열되어 있는 상점 중 하나로 다가갔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상점을 지키고 있던 마법사 NPC가 물었다.

“1등급 25개, 3등급 100개, 4등급 300개, 5등급 600개요.”

수혁은 NPC의 물음에 바로 답했다.

“……다, 다시 한 번 말해주시겠습니까?”

압도적인 개수 때문에 당황한 것일까?

아니면 잘못 들었다고 생각을 한 것일까?

NPC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1등급 25개, 3등급 100개, 4등급 300개, 5등급 600개요.”

“……잠시.”

수혁이 재차 답했고 NPC는 뒤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자루 4개를 들고 돌아왔다.

수혁은 마나석 값을 NPC에게 넘기고 인벤토리에 자루를 넣었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와 중앙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독의 마탑으로 향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특수 퀘스트 ‘끝없이 샘솟는 지혜’의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수혁은 기대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완료 버튼을 눌렀다.

[특수 퀘스트 ‘끝없이 샘솟는 지혜’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지혜의 샘’을 습득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한 수혁은 바로 스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지혜의 샘’을 확인했다.

저벅!

지혜의 샘 효과를 확인한 순간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지혜의 샘의 스킬 정보를 볼 뿐이었다.

“…….”

수혁의 멍함은 꽤나 오랜 시간 지속됐다.

얼마 뒤 정신을 차린 수혁은 짧게 중얼거렸다.

“……대박.”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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