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6
제 386화
384.
<지혜의 샘[패시브]>
숙련도 : -
특수 효과 : 1. 지혜 2배
2. 마나 회복력 200%
수혁이 멍한 상태에 빠졌던 이유.
그것은 바로 지혜의 샘이 스킬 ‘트롤의 피가 흐른다’와 마찬가지로 스텟 2배를 뻥튀기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2배야?’
2배 뻥튀기를 생각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생각이었을 뿐이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702
경험치 : 21%
생명력 : 163700
마나 : 1439120
포만감 : 65%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71956 [35978 (+2550)]
맷집 : 10
모험 : 1
보너스 스텟 : 1000
“…….”
그리고 캐릭터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다시 말을 잃었다.
지혜가 7만을 돌파했고 마나는 140만을 돌파했다.
압도적인 수치에 스킬 ‘지혜의 샘’을 확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멍하니 캐릭터 정보를 보던 수혁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생각했다.
‘40%네.’
지혜의 샘을 습득하기 전 스킬 쿨타임 초기화 확률은 35%였다.
그러나 지금은 지혜의 샘 덕분에 7만이 넘어 확률이 최대치인 40%가 되었다.
‘얼마나 잘 터지려나.’
수혁은 쿨타임 초기화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독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곧장 파비앙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마탑장님.”
수혁은 노크 후 외쳤다.
저벅…… 저벅…….
외침 이후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그리고 문이 열리며 파비앙이 나왔다.
“왔구나!”
파비앙은 활짝 웃으며 수혁을 반겼다.
“앉아서 이야기할까?”
“네.”
수혁은 파비앙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상황은 알고 있니?”
“예, 들었습니다. 배반자가 나타났다고.”
“그럼 이야기가 쉽겠구나.”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씁쓸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코단이 배신을 했다.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한동안 파비앙의 설명이 이어졌다.
“녀석에게 배후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지금 그 배후 세력을 쫓는 중이고.”
이내 파비앙의 설명이 끝났다.
그리고 수혁은 기다렸다는 듯 파비앙에게 물었다.
“근데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도망을 친 건가요?”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스토리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쓰여 있지 않았다.
코단이 말도 안 되는 잘못을 저질렀고 빛의 마탑을 폭발시킨 뒤 도망을 쳤다는 것 그리고 배후 세력이 있다는 것 정도였다.
수혁은 마탑장 자리를 버리고 도망을 칠 정도의 잘못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음…….”
파비앙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알고 있는 게 맞겠지?’
코단이 한 짓은 현재 마탑장들끼리 합의하에 비밀에 부쳤다.
아무리 코단이 도망을 쳤다고 하지만 마탑장과 리치들의 연대가 알려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 수혁이라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파비앙은 이내 고민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이거 마탑장들이랑 부마탑장들만 알고 있는 기밀이라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 며칠 전 코레몬드라는 리치가 편지를 보내왔어.”
“……!”
그리고 파비앙이 답을 시작하자마자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코레몬드?’
아는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스산한 어둠의 숲 리치잖아!’
수혁은 놀람을 가라앉히고 파비앙의 말에 집중했다.
‘그럼 풍이한테 빛 속성이 있던 이유가…….’
스산한 어둠의 숲에서 얻게 된 펫 ‘풍’은 본 속성 말고도 빛, 어둠, 죽음, 독 4가지 속성을 더 가지고 있었다.
빛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이해가 됐다.
코단이 빛을 주입한 것이다.
“그랬군요.”
파비앙의 설명이 끝나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절 부르신 이유는…….”
끄덕임을 멈춘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파비앙을 보았다.
“부탁할 게 있다.”
“부탁이요?”
“그래.”
파비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은…….”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책상으로 가 그 위에 있던 지도와 서류를 가지고 돌아왔다.
“꼬리를 잡은 것 같아. 확실한 건 아니지만.”
파비앙은 가지고 온 지도와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
“네가 확인을 해줬으면 해.”
<꼬리>
코단과 코단의 배후 세력에 대한 꼬리를 잡았다.
하지만 확실한 게 아니다.
잘못된 정보일 수 있다.
파비앙은 확실히 하기 위해 당신이 그곳에 가 조사를 하길 바라고 있다.
지도에 나온 장소로 가 정보를 수집하라!
[수집률 : 0%]
퀘스트 보상 : 2등급 마나석 5개, 중앙 마탑 기여도 8000, 독의 마탑 기여도 5000
파비앙의 말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조사라…….’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시간 좀 걸리겠네.’
완료 조건은 수집률을 100% 달성하는 것이었다.
수집률을 100%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수혁은 우선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 ‘꼬리’를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한 그 순간.
똑똑!
“마탑장님, 케일입니다.”
노크와 함께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의 마탑장이 왔습니다.”
파비앙은 케일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벌써?’
수혁이 오면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아직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눌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랑의 힘인가.’
생각을 마친 파비앙이 외쳤다.
“들어와!”
파비앙의 외침에 문이 열리고 브리니스가 들어왔다.
멈칫!
방으로 들어오던 브리니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이어 비틀거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브리니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왜 그래?”
파비앙은 갑작스러운 브리니스의 변화에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아, 아니에요. 요즘 신경을 많이 썼더니…….”
브리니스는 어색한 미소로 물음에 답했다.
파비앙은 브리니스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어떤 녀석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나긴 싸움이 될 테니.”
“……예, 죄송해요. 쉬러 가야겠어요.”
“어?”
브리니스의 답에 파비앙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수혁이가 있는데?’
수혁이를 보고 싶다고 했던 브리니스였다.
그런데 쉬러 간다는 브리니스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 푹 쉬어.”
그러나 쉬겠다는데 같이 이야기나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에 봬요.”
브리니스는 인사를 하고 다시 방에서 나갔다.
“…….”
“…….”
인사만 하고 순식간에 사라진 브리니스 때문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수혁은 브리니스가 있던 자리를 보며 생각했다.
‘뭔가 이상한데.’
방금 전 브리니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 브리니스의 눈이 흔들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살가웠던 브리니스였는데 지금은 피하고 싶어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수혁은 브리니스에 대한 생각을 끝냈다.
그리고 파비앙에게 말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럴래?”
“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무슨 문제가 생긴다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근처에 있는 지부로 연락하구!”
“다녀오겠습니다.”
파비앙의 말에 답한 수혁은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1층으로 걸음을 옮기며 파비앙에게서 받은 지도를 확인했다.
저벅!
지도를 확인한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헤르딘?’
그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지도에 나온 곳은 바로 라만 왕국의 관광 도시 헤르딘이었다.
‘고독 길드가 대표 길드로 있는 곳이잖아?’
헤르딘의 대표 길드는 고독 길드였다.
수혁은 고독 길드와 인연이 아주 깊었다.
물론 선연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수혁은 회상에 잠겼다.
오래전 헤르딘으로 가족 여행을 갔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악마 길드원들에게 죽임을 당했었다.
수혁은 악마 길드를 미친 듯이 괴롭혔고 배후에 고독 길드가 있음을 알게 됐다.
고독 길드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 상황이 좋지 않아 복수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피해도 안 입었네.’
지금은 아니지만 전에는 독고 길드와 고독 길드의 연이 아주 깊었다.
하위 길드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독고 길드를 박살 냄으로써 복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고독 길드는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독고 길드에서 쫓겨나듯 나온 인원들이 고독 길드로 들어가 더욱 강해졌다.
‘그래, 조사도 하고 겸사겸사…….’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고독 길드로 들어간 독고 길드의 인원들은 수혁을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수혁만 아니었다면 여전히 독고 길드에서 떵떵거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근데 시비를 걸려나.’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생각을 해보니 곱게 보지 않는다고 해서 시비를 걸 것 같지 않았다.
제국 최강의 길드로 발돋움한 리더 길드 소속이기도 하고 수혁 역시 어느 정도 유저들에게 알려진 상태였다.
물론 유저들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적은 부분이지만 그 적은 부분만으로도 충분했다.
‘먼저 시비를 걸 수도 없고…….’
고독 길드가 아니더라도 수혁은 먼저 시비를 걸 수 없다.
길드와 마탑 때문이었다.
만약 수혁이 시비를 건다면?
길드 혹은 마탑이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독의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며 책 『물 마법이란』을 읽기 위해 우선 마탑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서 상황을 보자.’
이내 마탑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생각을 끝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많아졌어?’
도서관에 사람이 많아도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빈자리를 찾는 데 시간을 써야 할 정도였다.
수혁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물 마법이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
브리니스는 아무런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혁을 만났고 알게 되었다.
클레인을 죽인 것이 수혁이라는 것을.
‘어떻게…….’
머릿속이 복잡했다.
수혁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복수를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묻어야 할까?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책상 위에 있던 여러 개의 수정구 중 하나가 빛나기 시작했다.
파괴의 신 홀페리오 신전의 대사제 ‘헬라피’와 연결된 수정구였다.
브리니스는 고민을 잠시 접고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했다.
이내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브리니스 님!
“예, 오랜만이에요.”
-아, 그냥 잘 지내시는지 안부 차 연락드렸습니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헬라피 대사제님은 잘 지내셨나요?”
-물론입니다! 저야 항상 잘 지내고 있지요!
브리니스는 헬라피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럼 나중에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예.”
이내 잡담이 끝났고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브리니스는 빛이 사라지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윽
그리고 문에 락 마법을 걸고 왼쪽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말을 하려고.’
헬라피 역시 흑월에 속한 인물이었고 헬라피의 연락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암당에서 연락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