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7
제 407화
405.
아소멜은 고개를 들어 기로스를 보았다.
기로스 역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
아소멜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하비가 아니라면?
아소멜은 기로스에게 말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계속해서 수정구를 주시했다.
-이상하다…….
-연결은 된 것 같은데.
이내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소멜은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수정구를 활성화한 것은 하비가 아니었다.
“……수혁이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아소멜이 물었다.
-오? 말했네.
-날 알고 있는 거 보니 암당이 확실하구만.
이내 수정구에서 답이 나왔다.
“…….”
답을 들은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상대로 목소리의 주인공은 수혁이었다.
-너희 정체가 뭐냐?
수혁이 물었다.
“…….”
그러나 아소멜은 수혁의 말에 여전히 침묵했다.
답을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곧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소멜은 수정구로 주입하던 마나를 끊었다.
파직!
그리고 바로 수정구를 파괴했다.
“로스탱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기로스가 물었다.
이번에 괴멸된 것은 로스탱의 본부였다.
아직 대륙 곳곳에 지부가 남아 있었다.
“음…….”
아소멜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포기한다.”
이내 아소멜이 입을 열었다.
“흡수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
로스탱은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흡수를 하려면 각각 접촉을 해야 하는데 수가 너무나 많았다.
“지도랑 장부도 넘어갔을 테고.”
거기다 하비가 가지고 있던 지부 지도와 장부.
그 2개가 마탑으로 넘어갔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만약 넘어갔다면 로스탱을 흡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꼬리가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라만 왕국의 지부를 정리하는 것으로 겨우 상황을 정리했는데 다시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근데 이미 수혁이 저희를…….”
기로스가 말끝을 흐렸다.
이미 수혁은 암당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수혁이 그저 그런 마법사라면 상관없겠지만 그저 그런 마법사가 아니었다.
독의 마탑장 파비앙의 제자이며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었다.
그리고 현재 마탑에서 매우 파워가 강한 상황이었다.
암당의 존재를 알리고 파고든다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아,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아소멜은 기로스의 말에 답했다.
“존재야 알려지겠지만…….”
말끝을 흐린 아소멜은 씨익 웃으며 이어 말했다.
“그뿐이니까.”
존재가 알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꼬리는 잡히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니까.
거기다 파헤치려 해도 쉽게 파헤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마탑에도 흑월의 세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가 있었다.
흑월의 주인 토피앙 크라스의 다섯 번째 제자인 브리니스.
브리니스가 있는 한 쉽게 파헤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파헤친다고 해도 미리 정보를 받아 쉽게 피해 갈 수 있다.
“마스터 좀 뵙고 와야겠어.”
“아, 알겠습니다.”
아소멜의 말에 기로스는 방에서 나갔다.
기로스가 나가자 아소멜은 서랍에서 워프 스크롤을 꺼내 흑월의 본부로 워프했다.
“요즘 자주 오시는군요.”
워프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푸랑이 말했다.
“…….”
아소멜은 푸랑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푸랑에게 인사를 하고 워프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아소멜은 일단 흑월대의 숙소로 향했다.
에리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두 번의 지원을 해주었는데 두 번 다 실패를 했다.
그것도 보통 실패가 아니라 대실패였다.
여덟을 지원받았는데 살아남은 것은 하나뿐.
거기다 최상위 서열인 우괴가 죽었다.
흑월대에 크나큰 피해가 생긴 것이다.
‘어?’
숙소에 도착한 아소멜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뭘 하는 거지?’
연무장 쪽에서 수많은 기운이 느껴졌다.
왜 모여 있는 것일까?
아소멜은 연무장으로 향했다.
‘이게 무슨…….’
이내 연무장에 도착한 아소멜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죽여!”
“이야, 소크람 녀석 수련을 열심히 했는데?”
“그러게 말이야, 이번에 서열 좀 상승하겠어.”
흑월대원들이 서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소멜은 전투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
‘서열전을 한다고?’
수련이 아니다.
서열전이 분명했다.
‘설마 상위 서열이 비어서?’
아직 서열전을 할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서열전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괴 등 상위 서열에 있던 이들이 죽었기 때문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아소멜 님?”
아소멜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포른 님.”
목소리의 주인공은 흑월대의 서열 1위 포른이었다.
“대장을 만나러 오신 겁니까?”
“예, 그런데…….”
포른의 물음에 아소멜은 말끝을 흐리며 연무장을 보았다.
“죽은 녀석들이 많아서 그냥 앞당겨 하기로 했습니다.”
아소멜의 말에 포른은 힐끔 연무장을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대장은 지금 방에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포른과 대화를 마친 아소멜은 에리멘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아소멜은 에리멘을 만날 수 있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에리멘이 말했다.
“……예?”
아소멜은 에리멘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다니?
오히려 죄송을 표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라 생각한 아소멜이었다.
“우괴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끝을 흐린 에리멘은 미간을 찌푸렸다.
우괴는 약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괴 정도면 충분히 수혁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닙니다!”
아소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혁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그것은 정보를 담당하는 암당의 책임이었다.
이후 아소멜은 에리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대화를 마친 뒤 최종 목적지 크라스의 궁으로 향했다.
궁에 도착한 아소멜은 곧장 크라스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스터, 아소멜입니다.”
“들어와라.”
크라스의 말에 아소멜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온 아소멜은 바로 무릎을 꿇어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보고를 시작했다.
“이번 후예는 앞서 나타났던 후예들과 차원이 다릅니다.”
아소멜이 온 것은 수혁 때문이었다.
“말씀하셨던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 같습니다.”
수혁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라피드의 후예는 나타났었다.
하지만 크라스가 말한 수준을 넘어선 이는 수혁뿐이었다.
그전에 나타난 후예들은 전부 수준을 넘기 전 죽음을 맞이했다.
“호오.”
크라스는 아소멜의 말에 탄성을 내뱉었다.
“그 수준을 넘어섰다고?”
“예, 흑월대 서열 3위였던 우괴가 10초를 버티지 못했다고 합니다.”
“큭큭큭, 그 아이가 10초를 버티지 못했다니.”
크라스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이제 수혁을 건들지 마. 더 이상 성장시킬 필요가 없어 보이니.”
“……알겠습니다.”
아소멜은 크라스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성장?’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성장을 시키실 생각이었단 말인가? 왜?’
크라스는 수혁의 성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대마도사 라피드는 흑월 역사상 최악의 적이었다.
그런 라피드의 후예인 수혁을 왜 성장시킨단 말인가?
휙. 휙.
크라스가 팔을 휘저었다.
아소멜은 예를 갖춰 인사를 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크라스는 아소멜이 나가자 팔을 들었다.
그러자 펑퍼짐한 소매가 스르륵 내려가며 크라스의 팔이 드러났다.
“드디어…….”
크라스는 자신의 팔에 그려져 있는 마법진을 보았다.
“이 빌어먹을 봉인을 파괴할 녀석이 나타났군.”
라피드에게 속아 당했던 봉인.
이 봉인을 파괴할 존재가 나타났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크라스는 활짝 웃었다.
* * *
독의 마탑으로 돌아온 수혁은 바로 파비앙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마탑장님, 들어가겠습니다.”
방 앞에 도착한 수혁은 노크를 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구나.”
파비앙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수혁을 반겼다.
“다친 곳은 없고?”
“예, 괜찮으세요?”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답하며 물었다.
“그래,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하긴 하지만 간단한 마나 운용 정도는 가능해졌다.”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손을 들어 포이즌 볼을 만들었다.
“일단 앉자.”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자리에 앉았다.
“근데 암당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이미 수정구를 통해 간단히 보고를 받은 파비앙이었다.
그리고 수혁에게서 암당이란 새로운 단체를 들었다.
“아까 말씀드렸던 그 세 인간이 암당이란 곳에 속한 녀석들 같습니다. 로스탱도 그렇고 배그도 그렇고 전부 암당이란 단체와 연결이 되어 있어요.”
“……!”
수혁의 말에 파비앙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제가 따로 알아보고 뭔가 찾아내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그래.”
파비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임에서 힘겨움이 느껴졌다.
“쉬셔요. 힘들어 보이세요. 다음에 올게요.”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독의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아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통해 길드 하우스가 있는 도시 ‘비욘드’로 워프했다.
비욘드에 가는 이유는 2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암당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비욘드에는 제국 제일의 정보 길드로 발돋움한 ‘클로저’의 본부가 있었다.
물론 비욘드에 온 것은 의뢰 때문만은 아니었다.
‘뭐 때문일까? 간단한 식사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비욘드 후작이 식사를 원했다.
연중까지 함께였다.
식사를 꼭 하고 싶다는 것을 봐서는 아무런 목적이 없는 식사 자리는 아닌 것 같았다.
“……!”
이내 정보 길드 클로저의 본부에 도착한 수혁은 자신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사내는 후다닥 수혁에게 다가왔다.
“마스터의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내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길드 마스터의 방으로 수혁을 안내했다.
‘역시 정보 길드.’
수혁은 자신을 알아보고 안내를 하는 사내를 보며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제국 최고의 정보 길드다웠다.
“이곳입니다.”
얼마 뒤 수혁은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끼이익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렸고 수혁은 안으로 들어갔다.
“수혁 님을 뵙습니다. 클로저의 마스터 행킹이라고 합니다.”
행킹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수혁에게 인사를 했다.
수혁 역시 정중히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의뢰할 게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행킹은 침을 꼴깍 삼켰다.
현재 대륙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 바로 수혁이었다.
그런 수혁의 의뢰가 어떤 것인지 상당히 궁금했다.
“암당이란 단체가 있습니다. 그 단체에 대해 조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암당이요?”
행킹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
수혁은 행킹의 반응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암당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