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1
제 421화
419.
세뇌를 끊을 정도라면 상당히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이를 세뇌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즉, 수혁은 세뇌를 당하지 않을 것이고 시간 역시 얼마 벌지 못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파일로브가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스아악!
그리고 빛과 함께 파일로브가 사라졌다.
파일로브가 안전하게 돌아간 것을 확인한 하이도롬은 수혁과 비욘드 후작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스크롤을 찢었다.
빛이 나타났고 이내 하이도롬은 암당 페이드 제국 1지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이도롬은 파일로브와 함께 바로 지부장 로페드의 방으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수혁이 왔습니다.”
로페드의 인사에 하이도롬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예?”
하이도롬의 말에 로페드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러면…….”
그리고 이어 말끝을 흐렸다.
“실패했습니다.”
“아…….”
“혹시 실패 시 계획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세뇌는 실패했고 도울 일도 없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 네.”
같은 암당 소속도 아니고 잡아 둘 이유도 없었기에 로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하이도롬은 파일로브에게 인사를 했다.
“꼭 연락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파일로브의 인사를 받으며 품에서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드래고니아의 본부 좌표가 각인되어 있는 스크롤이었다.
스아악!
본부에 도착한 하이도롬은 드래고니아의 수장이자 대장로 ‘폴리니아’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홍홍홍, 4장로님! 일찍 돌아오셨군요. 홍홍홍.”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콧소리에 하이도롬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섰다.
“1장로님을 뵙습니다.”
콧소리의 주인공은 1장로 ‘네이도르문’이었다.
“홍홍홍, 가셨던 일은 잘됐나요?”
“……실패했습니다.”
네이도르문의 물음에 하이도롬이 답했다.
“……?”
하이도롬의 답에 네이도르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혁이란 녀석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공들인 세뇌를 그냥 끊어버리더군요.”
“4장로님의 세뇌를요?”
“예, 적어도 고룡급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주군께서 점찍은 인간답군요. 홍홍. 인간 주제에 드래곤과 비교될 정도의 정신력이라니.”
“근데 어딜 가시는 길입니까?”
“홍홍, 대장로에게 보고를 할 게 있어서요.”
네이도르문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혹시 킬 웜에 문제라도 생긴 건…….”
“홍홍홍, 전혀요! 아주 순조로워요! 두 달이면 완성될 거예요. 홍홍홍!”
* * *
‘1 응접실에 있는 것 같은데.’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비욘드 후작은 분명 ‘옆 응접실’이라 말했다.
메시지에 나온 하이도롬은 1 응접실에 있을 것이었다.
‘갈 수도 없고.’
수혁은 비욘드 후작을 보았다.
비욘드 후작은 머리를 부여잡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대로 비욘드 후작을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이 직접 갈 필요는 없었다.
“옆 응접실로 가서 사람 아니, 생명체가 있으면 제압해. 아무것도 없으면 돌아오고.”
명령을 받은 어둠의 자식들은 곧장 응접실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의 자식들이 돌아왔다.
‘……없다고?’
수혁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설마 그사이에 도망을?’
메시지가 나타난 지 얼마나 됐다고 사라졌단 말인가?
바로 그때였다.
스윽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비욘드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인상을 구긴 채 머리를 부여잡으며 부들거리던 비욘드 후작의 표정이 너무나 평온했다.
“괜찮으십니까?”
혹시나 회광반조일까 수혁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예, 아주 상쾌해졌습니다.”
방금 전까지 미칠 듯이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두통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오히려 너무나 상쾌했다.
“그런데…….”
말끝을 흐린 비욘드 후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예?”
이어진 비욘드 후작의 말에 수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파일로브 후작 말고 누군가 또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뭔가를 말해드리려 했는데…….”
수혁에게 말하려 했던 것.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머릿속은 너무나 상쾌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나 답답했다.
수혁은 비욘드 후작의 말에 생각했다.
‘파일로브가 있었구나.’
옆 응접실에는 하이도롬만 있던 게 아니었다.
‘드래고니아도 암당과 관련된 조직인가?’
파일로브는 암당과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파일로브와 함께 있던 하이도롬은 드래고니아라는 조직의 장로였다.
즉, 드래고니아 역시 암당과 관련이 있는 조직이 분명했다.
‘메인 에피소드와 관련된 조직일까?’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었던 로스탱, 배그는 전부 암당과 관련이 있었다.
드래고니아 역시 메인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그럼 마탑에 연락해 인원을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욘드 후작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수혁은 저택에서 나왔다.
그리고 클로저의 은신처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실종된 드래곤들>
드래곤들이 실종되고 있다.
라스칼은 로스탱이 동족들의 실종과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실종된 드래곤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라!
[수집률 : 10%]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들을 확인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이게 왜 오른 걸까.’
라스칼에게 받은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의 수집률이 10%가 되어 있었다.
0%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왜 10%가 오른 것일까?
수혁은 곰곰이 생각했다.
‘설마 드래고니아 때문인가?’
그리고 드래고니아를 떠올렸다.
드래고니아 말고는 수집률이 오를 만한 일이 없었다.
‘한번 알아봐야겠어.’
막막했는데 길이 보였다.
‘근데 지부를 세우려나.’
암당에서는 3일 뒤 비욘드에 지부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인해 지부를 만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다.
* * *
아소멜은 보고서를 구겼다.
“실패라…….”
보고서에는 비욘드 후작의 세뇌 작업이 실패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타이밍 한번 좋지 않군.”
실패한 이유는 수혁 때문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려나?”
확신은 하지 못하겠지만 예상은 하고 있을 것이다.
비욘드 후작의 세뇌 작업이 암당에서 벌인 일이라는 것을.
지금 상황에서 지부를 세운다면?
수혁의 입장에서 함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똑똑
“기로스입니다.”
노크와 함께 기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아소멜의 외침에 기로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기로스의 손에는 서류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무슨 서류야?”
아소멜은 책상 위에 서류를 내려놓는 기로스에게 물었다.
“바이루트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
기로스의 답에 아소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흑월의 하위 조직이자 해군 잡는 해적, 바다의 지배자라 불리는 바이루트.
암당에서는 바이루트를 통해 찾고 있는 것이 있었다.
“심해를 찾았다고?”
바로 심해였다.
단순히 깊은 바다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해양 괴수들이 살고 있으며 고대 도시 ‘키룬’이 잠든 곳이 바로 바이루트가 찾던 심해였다.
“예.”
기로스가 답했다.
그리고 아소멜은 바로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확실하군.”
이내 모든 서류를 확인한 아소멜은 씨익 웃었다.
이번에 바이루트가 찾은 곳은 흑월에서 찾던 심해가 맞았다.
“우선 길을 만들어야겠어.”
아소멜은 기로스에게 말했다.
고대 도시 키룬이 잠든 곳은 대륙에서 정말 멀었다.
바이루트가 아니었다면 결코 도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계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기로스가 물었다.
바이루트가 키룬을 찾아낸 것은 맞다.
그러나 키룬 내부로 진입은 하지 못했다.
깊은 바다에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바이루트에게 바다의 깊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입을 하지 못한 것은 도시를 둘러싼 결계 때문이었다.
“일단 길을 만들고 없애야겠지.”
아소멜은 기로스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드래고니아에 부탁해야 하나?’
고대 도시 키룬은 주술사들의 도시였다.
그리고 키룬의 주술사들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즉, 결계 역시 강력했다.
결계를 풀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이들이 필요했고 드래고니아가 제격이었다.
‘끙…….’
하지만 드래고니아에 부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고니아는 현재 일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번 세뇌 작업도 겨우 부탁을 한 것이었다.
‘그래, 길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아소멜은 고민을 끝냈다.
어차피 키룬이 있는 곳까지 길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차근차근하자.’
그리고 길이 다 만들어졌을 때에는 드래고니아에서도 여유가 생길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이어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아소멜과 기로스는 동시에 문을 보았고 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해피 님!”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의 정체는 바로 해피였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예, 덕분에 아주 재미난 여행이었습니다.”
해피는 아소멜의 물음에 활짝 웃으며 답했다.
“이제 마스터를 뵈러 갈 차례인가요?”
그리고 이어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바로 가시겠습니까?”
아소멜이 물었다.
상당히 늦은 시간이었지만 해피가 원한다면 바로 갈 생각이었다.
크라스 역시 해피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가볼까.’
3일이 지났고 이제 암당의 지부를 찾아갈 때가 됐다.
수혁은 책을 반납하고 바로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통해 비욘드로 이동했다.
비욘드에 도착한 수혁은 비욘드 후작가로 향했다.
비욘드 후작 역시 초대를 받았고 수혁은 비욘드 후작과 함께 지부에 가기로 했다.
이내 저택에 도착한 수혁은 응접실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응접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비욘드 후작은 아니었다.
“치유의 마탑 소속 1등급 마법사 로건이라고 합니다.”
응접실에 들어온 이는 바로 마탑에서 비욘드 후작의 호위를 위해 파견한 마법사 로건이었다.
“수혁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로건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고 얼마 뒤 비욘드 후작이 도착했다.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수혁이 비욘드 후작에게 물었다.
“예, 근데 혹시 오늘 일을…….”
“아, 그건 아닙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당장 지부를 박살 낼 생각은 없었다.
일단 어떤 곳인지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