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424화 (424/553)

# 424

제 424화

422.

“…….”

카츄의 말에 파비앙은 침묵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치유의 마탑을?’

차라리 환상의 마탑이라든가 바람의 마탑에 요청을 취소했다면 이해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치유의 마탑이라니?

‘뭔가…….’

불길했다.

한번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치유의 마탑에서 나온 파비앙은 바로 환상의 마탑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지?”

환상의 마탑장 오렉은 갑작스레 찾아온 파비앙에게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제국에서 요청 취소했어?”

파비앙은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일까?

오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아니, 요청을 취소하기는커녕 더욱 큰 요청을 받았지.”

얼마 전 페이드 제국에서 연락이 왔다.

설치된 환상 마법을 강화해달라는 것과 추가 설치를 해달라는 연락이었다.

처음에는 위험해서 거절을 할까 생각했지만 제국이 알아서 할 것이고 엄청난 사례에 결국 오렉은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내렸었다.

그리고 지금 한창 작업 중이었다.

“왜?”

오렉은 파비앙에게 물었다.

“설마 무슨 마법을 설치했는지 알려달라는 건 아니겠지?”

파비앙이 물음에 답하기도 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치유의 마탑에서 손을 뗐어.”

오렉의 물음에 파비앙이 답했다.

“……무슨 소리야?”

그리고 그 답을 들은 오렉은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반문했다.

“치유의 마탑에서 손을 떼?”

설치된 마법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당연히 치유의 마탑에서 설치한 마법 역시 강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야 다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파비앙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반문에 답을 해줬다.

이후 환상의 마탑에서 나와 바람의 마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람의 마탑장 하디락과 대화를 나눈 뒤 파비앙의 불길함은 더욱더 커졌다.

‘무슨 생각인 거지?’

바람의 마탑 역시 환상의 마탑과 마찬가지로 추가 요청을 받았다.

관문에 설치된 마법이 강해졌으면 더더욱 치유의 마탑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인데 제국에서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니, 궁금한 것도 궁금한 것이지만 불안했다.

바로 수혁 때문이었다.

이번 길드 대회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수혁이 참가하지 못하게 막아야 할 것 같았다.

파비앙은 독의 마탑으로 걸음을 옮기며 다짐했다.

‘말려야 돼.’

수혁을 꼭 설득하기로.

* * *

“아직도 안 쳤다고?”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렸다.

금방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비욘드 지부.

그러나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비욘드 지부는 여전히 공격을 받지 않았다.

“무슨 생각이지?”

수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설마 눈치챈 건가?”

혹시나 함정인 것을 알아낸 것일까?

그래서 공격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그럴 리 없다.

가짜 정보의 존재를 아는 것은 아소멜, 기로스를 포함해 열 명도 되지 않는다.

눈치를 챘을 리 없다.

“수혁의 위치는?”

아소멜이 기로스에게 물었다.

“…….”

기로스는 아소멜의 물음에 그저 난감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전과 마찬가지로 수혁은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후.”

아소멜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리고는 이어 서류를 들며 말했다.

“아, 그게…….”

말끝을 흐린 기로스는 살짝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이어 말했다.

“로페드가 이번 제국 길드 대회에 손을 썼습니다.”

“……제국 길드 대회에?”

아소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보고하지 않은 것을 보아…….”

로페드에게서 보고가 올라온 게 아니다.

제국 길드 대회에 로페드가 손을 썼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 보내온 정보였다.

“독단적으로 일을 벌이려는 게 아닐까요?”

사소한 것도 보고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이 큰일을 보고하지 않았다?

그 말은 따로 일을 벌이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니, 그럴 리 없어.”

아소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겠지.’

로페드는 권력에 대한 갈망이 컸다.

위를 향해 끝없이 올라오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더욱 충성했고 말을 잘 들었다.

이미 명령을 내렸다.

수혁을 건들지 말라고.

그러니 괜한 짓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 * *

“알겠습니다.”

파라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

파라거스가 나가고 홀로 방에 남게 된 로페드는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드디어…….’

수혁을 제거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내일이면 대회가 시작될 것이고 수혁은 관문을 통과하다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었다.

로페드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서류를 보았다.

서류에는 이번 제국 길드 대회 관문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스윽

로페드는 서류를 향해 손을 뻗어 첫 번째 관문부터 마지막 열 번째 관문까지 하나하나 확인을 시작했다.

‘첫 번째 관문은 가볍게 통과하겠고.’

첫 번째 관문은 간단했다.

특정 지역 안에서 몬스터를 잡아 오는 것이었다.

몬스터를 잡는 것이기에 별다른 수를 쓸 수 없었다.

그저 리더 길드가 잡아야 할 몬스터를 다른 곳보다 더욱 강한 몬스터로 배정했을 뿐이다.

흑월대도 죽인 수혁이다.

더 강한 몬스터를 배정했지만 별 탈 없이 몬스터를 처리할 것이다.

‘두 번째부터 시작이지.’

첫 번째 관문은 쉽게 통과하겠지만 두 번째 관문부터는 다르다.

두 번째 관문은 미궁이었다.

당연히 많은 수를 쓸 수 있었다.

현재 두 번째 관문이 진행될 미궁은 처음에 계획되었던 것보다 더 많은 함정이 설치되었으며 파괴력 역시 계획보다 몇 배는 강했다.

물론 두 번째 관문에서 수혁이 죽을 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수혁은 너무나 강했고 함께 할 길드원들 역시 강했다.

두 번째 관문의 목표는 함께 대회에 참가한 길드원들의 부상 그리고 수혁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었다.

‘바람의 절벽에서는 최소 절반은 이탈하겠지.’

세 번째 관문 ‘바람의 절벽’.

바람의 절벽에는 무시무시한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바람의 마탑에서 직접 설치했으며 파괴력은 두말할 것 없이 강력한 함정들이었다.

로페드는 이어 네 번째 관문 ‘마스탕의 유적지’를 시작으로 다섯 번째 관문 ‘환상의 평야’ 등 차근차근 함정들을 확인했다.

‘마지막 관문까지는 안 왔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마지막 10관문 ‘천공의 탑’의 정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천공의 탑은 하늘 위로 높게 솟은 탑이었다.

그리고 탑의 꼭대기에는 암당의 비전 기술 대폭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대폭발 마법진은 말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진으로 대폭발의 위력은 범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말끔히 소멸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즉, 수혁의 죽음은 확정이었다.

하지만 대폭발 마법진이 발동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로페드는 바라고 있었다.

그전에 수혁이 죽기를 바랐다.

그도 그럴 것이 대폭발 마법진이 발동될 경우 잃는 것 역시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첫 번째로 일을 도와준 파일로브와의 관계가 끝장날 수 있다.

아니, 파일로브뿐만이 아니다.

이번 일을 벌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도움을 준 이들이 선을 그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윗선.

윗선에서 문제를 삼을 것이다.

대폭발 마법진은 수혁을 죽임으로 얻을 공이 거의 상쇄될 정도로 큰일이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혁이 천공의 탑에 도착하기 전에 죽어야 했다.

스윽

로페드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의자에 등을 기대며 생각했다.

‘잘되겠지.’

준비는 완벽했다.

기다리다 보면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책을 덮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그리고 책들을 반납한 뒤 곧장 아공간으로 이동했다.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비욘드 지부라도 정리할 걸 그랬나.’

수없이 고민을 했지만 결국 1지부도 비욘드 지부도 공격하지 못했다.

1지부를 공격하자니 황궁 바로 앞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비욘드 지부를 공격하자니 찜찜함과 1지부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 대회 끝나는 대로…….’

하지만 이렇게 계속 내버려 둘 수는 없다.

1지부가 되었든 비욘드 지부가 되었든 대회가 끝나는 대로 최소 한 곳을 정리하기로 수혁은 다짐했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비욘드로 워프했다.

그리고 길드 하우스로 걸음을 옮기며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비욘드 도착했어, 지금 길집 가는 중이야.

-연중 : 알았다.

-연중 : 근데 그때 했던 그 말 진짜야? 이후에 뭐 또 다른 말 들은 거 없어?

연중에게서 답이 도착했다.

-수혁 : 그 말?

수혁은 연중에게 답을 보내며 곰곰이 생각했다.

‘아.’

그리고 이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떠올린 수혁은 재차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아, 어. 그때 이후로 또 연락 온 건 없어.

얼마 전 파비앙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수혁은 독의 마탑으로 가 파비앙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주제는 제국 길드 대회였다.

-연중 :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니야?

-연중 : 치유의 마탑이 빠진 거면 죽는 사람들 많이 나올 텐데.

파비앙의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참가자들의 생명을 보호할 치유의 마탑이 빠졌다.

그렇다고 시련이 약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람의 마탑과 환상의 마탑에서는 더욱 위협적인 마법들을 설치했다.

-수혁 : 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연중의 걱정스러운 말에 수혁이 답했다.

지금 상황은 확실히 이상했다.

그러나 제국에서도 이번 길드 대회는 중요했다.

다 생각이 있을 것이다.

치유의 마탑 대신 참가자들의 생명을 지켜 줄 무언가를 준비했을 것이라 수혁은 생각하고 있었다.

-수혁 : 위험하다 싶으면 나 혼자 진행할게. 어차피 난 안 죽으니까.

준비를 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괜찮다.

죽음의 위험이 찾아온다고 해도 수혁은 살 자신이 있었다.

바로 스킬 ‘아공간으로’와 칭호 ‘반신의 길’ 때문이었다.

큰 위험이 찾아온다면 ‘아공간으로’를 통해 도망가면 된다.

만약 ‘아공간으로’를 시전할 시간도 없이 생명력이 훅 사라진다?

그러면 반신의 길이 발동될 것이고 무적 상태에 돌입할 것이다.

즉, 죽음을 걱정할 필요 없다.

거기다 길드 대회는 혼자서도 진행이 가능했다.

즉, 위험하다 싶으면 수혁 홀로 대회를 진행해도 된다.

“오셨습니까!”

“오셨어요!”

“안녕하십니까! 도라맨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새로 가입한 무승이라고 합니다!”

연중과 대화를 나누며 수혁은 길드 하우스에 도착했고 함께 대회에 참가할 길드원들과 응원을 위해 모인 길드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수혁은 길드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길드 마스터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연중을 만날 수 있었다.

“어?”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방에는 연중만 있는 게 아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