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
제 429화
427.
“앞으로가 기대된단 말이지.”
장경우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등을 기대며 머리 위의 모니터를 보았다.
모니터에는 수혁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수혁은 현재 클로저의 은신처에 있었다.
이제 곧 암당에서 보낸 이들이 도착할 것이고 전투가 일어날 것이다.
“당연히 이기겠고.”
물론 이미 승리는 정해져 있었다.
수혁이 이길 것이다.
지려야 질 수가 없다.
애초에 수혁이 없다고 하더라도 암당은 패배한다.
이번 암당의 공격은 패배를 위한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뒤.
“시작이다.”
암당이 도착했다.
* * *
“독의 사슬.”
[독의 사슬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으아악!”
“크억!”
독의 사슬이 시전되었고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비명의 주인공들은 암당의 당원들이었다.
수혁은 계속해서 마법을 시전했고 드랍 창은 쉴 새 없이 갱신되었다.
얼마 뒤.
‘다 잡았나?’
암당의 당원이 보이지 않았고 수혁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암당의 공격>
암당은 클로저를 없애려고 한다.
암당의 마수에서 클로저를 지켜라!
[암당의 당원 : 50 / 50]
퀘스트 보상 : ???
‘딱 50이구나.’
은신처로 공격하러 온 암당의 당원들은 정확히 50명이었다.
‘완료는 행킹한테 하는 거겠지?’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행킹을 찾아 움직였다.
“고생하셨습니다.”
[퀘스트 ‘암당의 공격’을 완료하셨습니다.]
예상대로 퀘스트 완료는 행킹에게서 할 수 있었다.
“지부를 공격할 차례인가요?”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행킹에게 물었다.
“예, 이제 저희 차례입니다.”
행킹이 답했고 이어 퀘스트가 나타났다.
<암당의 비욘드 지부>
암당이 공격을 했고 명분이 생겼다.
클로저와 힘을 합쳐 암당의 비욘드 지부를 섬멸하라!
퀘스트 보상 : ???
“그럼 바로 출발할게요.”
[퀘스트 ‘암당의 비욘드 지부’를 수락하셨습니다.]
이미 위치를 알고 있는 수혁이었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수락했고 은신처에서 나와 암당의 비욘드 지부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지부에 도착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 ‘암당의 비욘드 지부’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텅 빈 지부’가 생성되었습니다.]
도착함과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되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완료됨과 동시에 생성된 퀘스트 ‘텅 빈 지부’를 확인했다.
‘공격을 하자마자 도망을 가?’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퀘스트 ‘텅 빈 지부’에는 암당이 도망을 갔다는 것, 행킹과 대화를 나누라는 것밖에 쓰여 있지 않았다.
공격을 함과 동시에 도망을 쳤다니?
뭔가 짜인 각본 같아 찜찜함이 들었다.
수혁은 일단 지부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함정이나 남아 있는 인원이 있을 수 있다.
지부 내부를 돌아다니던 수혁은 곧 걸음을 멈췄다.
“…….”
걸음을 멈춘 수혁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있구나.’
수혁의 시야에 하얀빛으로 반짝이는 서류들이 가득 나타났다.
미소를 지은 채 수혁은 가까이 있던 서류를 하나 집어 읽기 시작했다.
서류에 쓰여 있는 것은 귀족에 대한 정보였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이내 서류를 다 읽자 빛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저 지부 내부를 확인했다.
‘없네.’
다행히도 함정과 남아 있는 인원은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정보들뿐이었다.
“수혁 님!”
이내 행킹과 클로저의 길드원들이 도착했다.
길드원들은 곧장 암당의 정보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정보 분석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확인이 끝난 서류들은 한곳에 모아주세요. 하나도 빠짐없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수혁은 서류들을 직접 읽을 생각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행킹의 답을 들으며 수혁은 비욘드 후작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클로저의 수배를 풀기 위해서였다.
후작가로 향하던 그때.
-연중 : 수혁아.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응.
-연중 : 이번 에피소드 암당이랑 관련된 에피소드 같은데?
그리고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혁은 걸음을 멈춘 채 연중과의 귓속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혁 : 암당?
-연중 : 어, 정확히 나온 건 아닌데 아무래도 암당이랑 관련된 에피소드 같아.
-연중 : 대륙의 정보를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걸 보면.
-연중 : 그리고 이전 에피소드랑 다르게 진행에 대한 설명이 없어.
-수혁 : 설명이 없다니? 그럼 달랑 스토리만 있는 거야?
-연중 : 응, 진짜 스토리만 있어.
앞서 진행되었던 메인 에피소드들은 스토리에 힌트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메인 에피소드는 스토리에 단 하나의 힌트도 존재하지 않았다.
-연중 : 지금 게시판 돌아다녀 봤는데 이번 에피소드의 목적이 대륙의 정보를 움직이는 조직. 그러니까 암당을 찾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들 하고 있더라구.
물론 힌트가 없다고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유저들은 많았고 수많은 추측이 올라왔다.
-연중 : 한번 직접 보는 게 좋을 거야.
-수혁 : 고맙다.
수혁은 연중과의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겨 비욘드 후작가로 향하며 생각했다.
‘암당이라…….’
직접 언급이 된 것은 아니지만 연중이 말한 것처럼 이번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암당이 맞을 것이다.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된 이상 드러나는 것은 기정사실.
여태까지 그랬듯 숨어 있지 못할 것이다.
얼마 뒤 후작가에 도착한 수혁은 비욘드 후작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까?”
“예.”
이미 전에 이야기를 나눴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수배 풀고 진행하겠습니다.”
이야기는 빠르게 끝이 났고 수혁은 후작가에서 나왔다.
그리고 사냥왕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사냥왕 님, 끝났습니다. 메인 에피소드 공지사항만 확인하고 일리인 공국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사냥왕 : 예!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그때처럼 준비해놓고 있겠습니다.
이내 사냥왕에게서 답이 도착했고 수혁은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으음…….”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간 수혁은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의 스토리를 읽으며 침음을 내뱉었다.
‘암당이네.’
스토리를 다 읽은 수혁은 확신했다.
혹시나 암당이 아닐까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깔끔히 정리가 됐다.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의 주인공은 암당이었다.
‘근데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 거지?’
수혁은 고민했다.
어떤 방식으로 에피소드를 진행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부들 습격하다 보면 되려나?’
암당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
그것이 이번 메인 에피소드의 목적으로 추측됐다.
그렇다면 암당의 지부를 습격하는 도중 다음 챕터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혁은 다른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게시판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제목 : 와, 요즘 판게아 할 게 너무 많은 거 아니냐?
-제목 : 이거 특수 직업 얻을 수 있는 기회 아니냐? 대륙의 음지를 지배하는 조직! 엮이면 뭔가 떨어질 거 같은데.
-제목 : [특수 직업] 대륙 정보 상인!
-제목 : 이거 어떻게 진행해요? 어디서 퀘 받으면 되죠?
-제목 : 개 불친절하네. 깨라고 만든 거냐? 이거 또 랭커들이 걍 쇽쇽하다 끝나는 거 아냐?
역시나 메인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길드 대회로 한창인 페이드 제국 게시판 역시 메인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한동안 유저들의 반응을 살피던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캡슐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일리인 공국으로 가 사냥왕을 도울 시간이었다.
* * *
“…….”
아소멜은 말없이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아소멜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쾅!
“이 새끼는 도대체!”
절로 욕이 나왔다.
욕의 대상은 바로 수혁이었다.
“왜 자꾸 돌아다니는 거야!”
클로저를 공격했다.
그리고 비욘드 지부가 공격당했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지부에 남겨두었던 가짜 정보.
가짜 정보를 보았을 테고 가짜 정보를 토대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수혁은 일리인 공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왕 길드의 영향력을 흡수하고 있던 조직을 박살 냈다.
당연하게도 조직을 지키고 있던 흑월대원들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
한둘도 아니고 여럿이, 그것도 한 사람에게 죽었다.
그로 인해 흑월대의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았다.
“가짜라는 걸 눈치챈 건가?”
혹시나 정보가 가짜라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그래서 외부로 돌아다니는 것일까?
“아니야, 벌써 눈치챘을 리가 없어.”
하지만 가짜 정보는 완벽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될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고 가짜라는 것을 알아냈을 리 없다.
“끙…….”
아소멜은 짜증이 가득한 신음을 내뱉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혁에 의해 모든 일이 어그러지고 말 것이었다.
물론 수혁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클로저를 공격하면 수혁은 비욘드로 돌아와 대기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지 공격이 멈췄다 싶으면 다시 움직였다.
즉, 수혁의 발을 묶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클로저를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클로저를 계속해서 공격하는 것도 문제다.
공격을 하다 보면 꼬리를 잡힐 수 있다.
꼬리를 잡히는 것만은 피해야 했다.
끼이익
바로 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기로스가 들어왔다.
기로스의 손에는 서류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류를 들고 다가오는 기로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떤 서류인지 아직 보지 않았음에도 짐작이 갔다.
“무슨 서류야?”
아소멜이 물었다.
“그게…….”
기로스는 아소멜의 물음에 난감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은 뒤 이어 말했다.
“제왕 길드가 라만 왕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수혁이 레샤 왕국에 나타났습니다.”
“……후.”
기로스의 답을 들은 아소멜은 한숨을 내뱉었다.
수혁이 레샤 왕국에 나타났으니 이제 곧 레샤 왕국에 있는 조직도 박살이 날 것이다.
한숨을 내뱉지 않으려고 해도 절로 나왔다.
“클로저.”
잠시 고민하던 아소멜이 입을 열었다.
“클로저를 공격해.”
피해를 입을 바에 미리 철수를 하는 게 낫다.
철수를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클로저를 공격해 벌면 된다.
“알겠습니다.”
기로스가 답했다.
“준비는 언제 되는 거야?”
아소멜이 재차 물었다.
수혁의 발을 묶기 위해 수혁의 주변을 끊임없이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수혁의 주변 인물들은 막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준비가 필요했다.
“3일이면 끝날 것 같습니다.”
“……알겠어. 가봐.”
기로스의 답에 아소멜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고 기로스가 방에서 나갔다.
아소멜은 서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