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
제 430화
428.
3일 뒤면 수혁의 발을 묶을 수 있다.
과연 3일 동안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까?
‘지금은 아닌데…….’
문제는 수혁에게 입을 피해뿐만이 아니다.
지금 암당은 철저히 숨어 있다.
암당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매우 적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암당의 존재가 대륙에 알려지고 말 것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계속해서 수면 아래에 숨어 있을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는 양지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는 아니었다.
수많은 고민이 아소멜의 머릿속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 *
[퀘스트 ‘클로저’가 생성되었습니다.]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요즘 따라 자주 뜨네.’
퀘스트 ‘클로저’.
최근 들어 생성되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이거 사람을 고용해야 하나.’
굳이 꼭 수혁이 가서 막아야 하는 건 아니다.
흑월대가 온다면 모를까 흑월대가 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을 고용해서 막아도 된다.
‘일단 사냥왕 님한테 부탁드려볼까.’
길드 대회 중이 아니었다면 연중에게 부탁해서 알아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연중은 길드 대회로 바쁜 상황이었다.
“사냥왕 님.”
수혁은 사냥왕에게 부탁을 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앞장서 걸음을 옮기고 있던 사냥왕을 불렀다.
“예, 수혁 님.”
사냥왕은 수혁의 부름에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섰다.
“잠시 비욘드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퀘스트가 떠서요.”
“아, 알겠습니다! 미리 준비해놓고 있겠습니다!”
수혁의 말에 사냥왕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부탁이요?”
사냥왕은 조금 놀람과 호기심이 섞인 표정으로 반문했다.
평소에 부탁을 하지 않는 수혁이었다.
어떤 부탁인지 궁금했다.
“예, 혹시 호위 관련해서 괜찮은 길드나 NPC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어진 수혁의 말에 사냥왕은 어떤 부탁인지 알 수 있었다.
“클로저 때문인가요?”
“네네, 너무 시간을 뺏기는 것 같아서요.”
“물론 있습니다!”
사냥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제왕 길드는 수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호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길드나 NPC들이 많이 있었다.
더구나 이번 일로 호위 길드, NPC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 사냥왕이었다.
“알아봐 드릴까요?”
사냥왕이 물었다.
“부탁드립니다.”
“최고들로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수혁은 사냥왕과의 대화를 끝내고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그리고 바로 비욘드로 워프해 클로저로 향했다.
“수혁 님?”
얼마 뒤 클로저에 도착한 수혁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행킹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긴 어쩐 일로…….”
행킹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분석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궁금해서요.”
수혁은 행킹의 물음에 답했다.
암당에서 공격을 하려 한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궁금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수혁은 행킹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행킹이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수혁은 행킹이 자리를 비운 사이 퀘스트 창을 열었다.
행킹과 대화를 하며 퀘스트가 완료되었고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됐다.
이번에는 몇 명이나 올지 궁금했다.
“……?”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암당의 공격>
암당에서 클로저를 향해 자객을 보냈다.
자객을 막아라!
[자객 : 0 / 1]
퀘스트 보상 : ???
‘하나?’
암당에서 보낸 이는 고작 하나였다.
‘한 명 때문에…….’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흑월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십 명이 오는 것도 아니고 고작 자객 한 명이었다.
‘감당 못 할 정도로 강한 자객인가?’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 도착할 자객이 클로저에서 감당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서 퀘스트가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암당에서 공격을 할 때마다 그냥 뜨는 건가?’
혹은 암당에서 공격을 하면 클로저가 막을 수 있든 없든 퀘스트가 생성되는 것인지.
수혁이 퀘스트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끼이익
분석된 정보를 가지러 갔던 행킹이 돌아왔다.
행킹의 손에는 서류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그리고 하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빛을 본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퀘스트 창을 닫았다.
“여기 있습니다.”
행킹이 수혁 앞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바로 그때였다.
[퀘스트 ‘암당의 공격’을 완료하셨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
서류를 향해 손을 뻗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퀘스트가 완료되었단 말인가?
‘누가 자객을 잡았어?’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것은 자객이 죽었거나 잡혔음을 의미했다.
“왜 그러십니까?”
수혁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행킹이 물었다.
“아, 아닙니다.”
행킹의 물음에 수혁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서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똑똑
서류를 읽던 중 노크 소리와 함께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라펠입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클로저의 간부 라펠이었다.
“잠시…….”
행킹이 수혁에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상한데.’
서류를 읽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본 정보는…….’
수혁은 하프 블러드를 무너트렸을 때 보았던 정보를 떠올렸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중 특별히 기억나는 정보들이 있었다.
바로 지금 읽고 있는 서류에 등장한 ‘마일로브 공작가’와 관련된 정보였다.
하프 블러드에서 본 정보와 지금 읽고 있는 서류에 나와 있는 정보는 모순되는 부분이 있었다.
분석된 정보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하프 블러드의 정보가 잘못된 것일까?
수혁이 모순된 부분에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대화를 마치고 행킹이 돌아왔다.
“자객이 왔었다고 합니다.”
행킹이 말했다.
“……자객이요?”
자객이라는 말에 수혁은 잠시 서류에 관심을 끄고 행킹을 보며 반문했다.
“예, 혹시 몰라 하드락에서 호위 용병들을 구했는데 역시나 암당에서는 포기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암당에서 또다시 공격을 할 것이라고 행킹은 확신하고 있었다.
“이 정보들 때문인 것 같은데…….”
정보를 전부 놓고 갔기 때문이었다.
“음…….”
수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암당이 공격하는 이유가 진짜 정보 때문일까?
정보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찜찜했다.
‘가능성은 하프 블러드이긴 한데…….’
솔직히 말해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하프 블러드의 정보이긴 하다.
하프 블러드는 암살자들이었고 암당은 정보 길드였기 때문이다.
‘함정이라면…….’
그러나 모든 것이 암당에서 설계한 것이라면?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으십니까?”
수혁의 눈빛에서 이상함을 느낀 행킹이 물었다.
“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랑 조금 모순된 부분이 있어서요.”
“모순이요?”
“예.”
행킹의 반문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프 블러드에서 얻었던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
수혁의 말이 끝났고 행킹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서류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수혁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분석은 헛된 짓이었다.
그리고 수혁의 말이 사실일 확률은 높았다.
“저도 혹시나 암당에서 정보전을 건 게 아닌가 했는데…….”
행킹 또한 암당에서 가짜 정보를 흘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전부 가짜라는 건가요?”
“아니요. 전부 가짜는 아닐 겁니다.”
수혁의 말에 행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요한 부분 아니면 판단을 흩뜨릴 수 있는 부분만 가짜일 겁니다.”
“가려낼 방법이 있나요?”
행킹의 답에 수혁이 재차 물었다.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암당의 정보가.”
가짜를 가려내는 방법은 간단했다.
더 많은 정보를 구하는 것.
“음…….”
수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암당의 페이드 제국 1지부를 떠올렸다.
황궁 근처에 있어 습격을 하는 것이 꺼려졌던 암당의 페이드 제국 1지부.
1지부에는 가짜 정보를 가려낼 수 있을 만큼 많은 정보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1지부를 공격할 수는 없다.
주변 이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기 때문이다.
1지부를 습격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높은 위치에 있는 권력자와.
그것도 보통 높아야 되는 게 아니다.
황궁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귀족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공작들의 도움이 있어도 불가능하다.
‘황제를 만나는 수밖에 없는데.’
페이드 제국을 다스리고 있는 황제 로일 페이드.
로일 페이드의 수락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로일 페이드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만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회 우승은 너무 멀어.’
길드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황제와의 만찬이 있다.
그때 로일 페이드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단둘이 보는 것도 아니고 길드 대회가 끝나려면 멀었다.
‘비욘드 후작님을 통해서?’
수혁은 비욘드 후작을 떠올렸다.
비욘드 후작은 제국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귀족이다.
황제와의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니야.’
하지만 이내 든 생각에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리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다가 정보가 새어나갈 가능성이 높았다.
‘마탑장님한테 부탁해볼까.’
이어 수혁은 파비앙을 떠올렸다.
파비앙은 제국의 황궁 마법단장인 페른과 인연이 있었다.
그리고 페른은 로일 페이드의 스승이었다.
즉, 파비앙을 통해 페른에게 자리를 만들어 달라 한다면?
거기다 정보가 새어나갈 가능성도 극히 적었다.
‘그래.’
수혁은 고민을 끝냈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행킹에게 말했다.
“일단 분석은 계속해서 해주세요. 정보 한번 구해볼게요.”
“알겠습니다.”
행킹의 답을 들으며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클로저에서 나온 수혁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 마탑으로 향했다.
* * *
“……예?”
로일 페이드는 반문했다.
“스승님,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
“예, 폐하.”
페른은 로일 페이드의 반문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이 저를 만나고 싶어 한다구요?”
“그렇습니다.”
“…….”
로일 페이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페른을 바라볼 뿐이었다.
“자리를 마련할까요?”
페른이 물었다.
“예.”
정신을 차린 로일 페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쯤…….”
“언제든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자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페른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로일 페이드는 페른이 나가자마자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생각했다.
‘드디어 대륙 최고, 최강의 마법사가 될 사내를 만나게 되는 건가.’
직접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수혁.
수혁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에, 그것도 단둘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에 설레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무슨 일일까.’
만남의 목적을 전부 들은 것은 아니지만 간략하게나마 들었다.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운명과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라고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