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4
제 434화
432.
방으로 돌아온 폴리니아는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흑월의 본부로 워프할 수 있는 스크롤을 꺼냈다.
크라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스크롤을 통해 흑월의 본부에 도착한 폴리니아는 바로 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크라스를 만날 수 있었다.
“저 왔습니다.”
폴리니아는 활짝 웃으며 크라스에게 인사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그리고 이어 크라스에게 물었다.
크라스는 폴리니아의 물음에 팔을 들었다.
소매가 내려갔고 마법진이 나타났다.
대마도사 라피드에 의해 각인된 봉인 마법진.
“적응이 된 건지 아프지는 않아.”
처음에는 무지막지하게 고통스러웠다.
죽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봉인 마법진이 각인된 상황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대로 존재 자체가 소멸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를 갈며 참고 참았다.
그리고 지금은 고통에 익숙해져 버틸만했다.
“다행입니다.”
“다행은…….”
말끝을 흐린 크라스는 피식 웃었다.
“근데 무슨 일이야? 설마 벌써 작업이 끝났나?”
“아, 그건 아닙니다.”
폴리니아는 크라스의 물음에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3주 정도 걸릴 것 같고 제가 온 건 수혁에 대해 이야기해 드릴 게 있어서요.”
“수혁?”
크라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반문했다.
현재 크라스의 최대 관심사는 수혁이었다.
봉인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예, 하이도롬이 수혁에게 죽었습니다.”
폴리니아는 반문에 답했다.
“자세한 건 들어봐야 알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봉인이 깨지기 전에 대계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흑월의 목적은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로 라피드가 몸에 각인한 봉인을 파괴하는 것.
두 번째로 생명력을 모으는 것.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두 번째 목적은 어그러질 확률이 높았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으음…….”
크라스는 침음을 내뱉었다.
수혁의 행보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이미 아소멜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를 받았다.
수혁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암당이 어떤 피해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폴리니아의 말대로 이대로 간다면 대계는 어그러지고 말 것이었다.
스윽
크라스는 팔에 각인되어 있는 마법진을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상충할 줄이야.’
첫 번째 목적을 생각하면 지금 수혁의 행보는 아주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수혁은 봉인석들을 파괴해줄 것이고 크라스는 힘을 되찾는 것은 물론 소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계는…….”
이내 생각을 마친 크라스가 입을 열었다.
“내 봉인이 풀리고 다시 준비해도 늦지 않아.”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목적보다 첫 번째 목적.
생명력을 모으는 것보다 힘을 되찾는 것이 중요했다.
애초에 생명력을 모으려는 것도 힘을 위해서였다.
힘을 되찾고 다시 준비해도 된다.
“인간들과 달리 우리에겐 시간이 많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런 생각이시라면야.”
폴리니아는 크라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불놀이, 파이어 월,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불놀이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파이어 월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1지부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전투를 시작했다.
말이 전투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수혁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거침없이 학살하며 1지부를 돌아다니던 수혁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아직 안 오르네.’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의 수집률이 오르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보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가며 암당의 당원들과 전투를 벌였다.
얼마 뒤.
‘끝인가?’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보며 다시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1지부에 도착함과 동시에 생성됐던 퀘스트 ‘암당의 페이드 제국 1지부’를 확인했다.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남아 있는 적이 없는 것이다.
[퀘스트 ‘암당의 페이드 제국 1지부’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로페드의 비밀 열쇠를 획득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했고 수혁은 보상으로 ‘로페드의 비밀 열쇠’를 획득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로페드의 비밀 열쇠[영웅]>
암당의 페이드 제국 1지부장 로페드의 비밀 창고를 열 수 있는 열쇠다.
수혁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혹시나 숨겨진 곳이 있을까 지부 내부를 꼼꼼히 돌아다녔다.
그러나 숨겨진 공간은 발견되지 않았다.
‘설마 지부 밖에 있는 건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흠칫했다.
비밀 창고가 지부에 있다는 말은 없었다.
‘시간 걸리겠는데.’
아무래도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적이 온 것일까?
아니면 유저들이 몰려온 것일까?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행킹을 볼 수 있었다.
지부로 가며 연락을 했는데 연락을 받자마자 온 것 같았다.
“수혁 님! 괜찮으십니까?”
행킹은 걱정과 흥분이 섞인 표정과 목소리로 주변을 경계하며 수혁에게 물었다.
“예, 정리 끝났어요.”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음에 답했다.
“버, 벌써 말입니까?”
행킹은 수혁의 답에 화들짝 놀랐다.
1지부를 공격한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왔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정리가 끝났다니?
‘역시 수혁 님은…….’
행킹은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네, 2층에 있는 방 전부 서류들이에요. 지하 1층도요.”
수혁은 행킹에게 말했다.
“일단 정보들을 옮기는 것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이곳에서 정보들을 확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암당에서 정보를 넘기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행킹은 수혁의 말에 같이 온 길드원들에게 수신호를 보냈고 클로저의 길드원들은 건물로 진입했다.
수혁은 건물로 진입하는 행킹과 길드원들을 보며 생각했다.
‘여기서 기다려줘야 하나.’
정보를 다 옮길 때까지 이곳에서 보호를 해야 할지 아니면 할 일을 하러 갈지 고민이 됐다.
‘그래, 기다리자.’
고민은 빠르게 끝났다.
분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옮기는 것이었다.
기다리기로 결정을 내린 수혁은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있으면 좋겠는데.’
마냥 기다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수혁은 비밀 창고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로페드의 방에 도착한 수혁은 방 이곳저곳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랍을 연 순간.
드르륵
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책장이 옆으로 밀려나며 견고해 보이는 철문이 나타났다.
철문에는 열쇠 구멍이 있었다.
수혁은 열쇠를 꺼내 구멍에 넣었다.
딸칵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소리에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수혁은 철문을 밀었다.
그러자 쇠 긁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수혁은 3개의 진열대를 볼 수 있었다.
[로페드의 비밀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전부 가져갈 수 있는 건가?’
보통 창고에는 가져갈 수 있는 아이템의 수가 나타난다.
그러나 별다른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모든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수혁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우선 왼쪽 진열대에는 각종 장비 아이템들이 있었다.
아쉽게도 영웅 등급의 장비들이었다.
‘보석들이고.’
그리고 가운데 진열대에는 보석과 골드가 들어 있는 자루들이 있었다.
스윽
자루들을 전부 챙긴 수혁은 마지막으로 오른쪽 진열대를 보았다.
오른쪽 진열대에는 스크롤들이 가득했다.
앞서 두 진열대에서 얻은 것들과 달리 기대가 됐다.
수혁은 진열대로 다가가 스크롤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모든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담은 수혁은 창고에서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 님.”
행킹이 방으로 들어왔다.
행킹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행킹을 보았고 이어진 행킹의 말에 수혁 역시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밖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지금 저택으로 들어오려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생각해보니 암당이 오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지부는 황궁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많은 NPC와 유저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로일과 이야기한 게 있기에 NPC는 걱정할 필요 없지만 유저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정보는 다 옮겼습니다만…….”
“아, 그래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수혁은 행킹의 말에 고민을 끝냈다.
중요한 것은 정보들이었다.
정보를 다 옮겼다면 유저들이 들어와 무엇을 하든 상관없었다.
“그럼 이제 돌아가죠.”
* * *
“이야…….”
양주혁은 감탄을 내뱉었다.
“이렇게 확 달라질 줄이야.”
현재 양주혁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유저들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다.
“유저들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저들의 반응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너무나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챕터로 넘어가며 유저들의 반응은 크게 변했다.
-제목 : 뭐냐? 황제의 분노!
-제목 : 와, 미친 개쩐다. 암당 들어가는 법 아는 사람?
-제목 : 암당 관련 정보 팝니다.
-제목 : 진짜 운영 쫄깃쫄깃하게 잘하네. 너무 행복해서 행복사 할 것 같다.
-제목 : 스토리 뽑는 거 봐. 유저들이 뭘 원하는지 아네! 로망을 알아!
더 이상 부정적인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앞서 그랬던 것처럼 유저들은 메인 에피소드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음?”
게시판을 돌아다니던 양주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시선을 끄는 글이 있었다.
-제목 : 페이드 제국 암당 지부 찾았어요! 수혁 님도 봄!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려 있는 글이었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일까 확인하기 위해 양주혁은 글을 열어봤다.
제목 : 페이드 제국 암당 지부 찾았어요! 수혁 님도 봄!
안녕하세요.
240 도적을 키우고 있는 쿠라쿠라리입니다!
지금 제가 퀘스트 때문에 황궁에 가고 있었는데 근처 대저택에서 막 비명이 들려오더라구요.
궁금해서 가봤는데 퀘스트가 뜨는 거임!
그런데 암당의 페이드 제국 1지부라는 퀘스트였어요!
제 레벨로 들어가면 끔살 당할 것 같아서 그냥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뒤에 NPC들이 우르르 오더라구요.
그 뒤에 저택에서 한 사람이 나왔는데 수혁 님이었어요!
아무래도 이번 챕터 넘어가게 한 사람이 수혁 님인 것 같아요!
-도롤롤 : 수혁인지 아닌지 어케 알아요?
-쿠라쿠라리 : 제국 대회 나오셨던 그 모습 그대로였어요!
-도롤롤 : 헐, 그러면 지금 가도 볼 수 있는 건가요?
-쿠라쿠라리 : 지금은 모르겠어요. 이 글 쓰려고 로그아웃했거든요. 아마 지금도 막 뭐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로재리링 : 퀘스트는 어케 됐어요? 지금 가도 받을 수 있어요?
-쿠라쿠라리 : 아뇨. 퀘스트 완료됐어요. 이후에 별다른 퀘스트는 안 떴구요.
* * *
“…….”
아소멜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
허공을 바라보는 아소멜의 두 눈에는 그저 공허만이 가득했다.
스윽
아소멜은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책상 위의 서류를 보았다.
서류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쓰여 있었다.
-페이드 제국 1지부 괴멸
-파일로브 후작 사형
-페이드 제국 비밀 조직 페이드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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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말도 안 되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