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6
제 436화
434.
브리니스는 불의 마탑장으로 판게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에리미가 브리니스라는 것이 진짜로 확인된다면?
수혁이 어떤 선택을 할지 날씨는 너무나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혁의 선택에 따라 메인 에피소드에 준하는 아니, 넘어설지도 모르는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들을 반납한 뒤 새로운 책들을 가지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수혁은 책의 제목을 보고 흠칫했다.
수혁을 흠칫하게 만든 책의 제목은 『불의 마르티나』.
흠칫한 이유는 ‘불’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불이란 단어를 보고 브리니스가 떠올랐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얼마 전 날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정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에리미가 브리니스라는 믿기 힘든 연락이.
현재 수혁은 클레인을 죽여 피의 저주를 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클레인을 죽인 뒤 브리니스를 만난 적이 있다.
즉, 브리니스는 수혁이 클레인을 죽였음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움직이면 생각하자.’
수혁은 생각을 끝냈다.
생각을 한다고 해서 방법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브리니스가 뭔가를 하기 전에는 수혁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생각을 끝낸 수혁은 책을 펼쳤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얼마 뒤 『불의 마르티나』를 읽은 수혁은 다음 책을 향해 손을 뻗으며 귓속말을 확인했다.
-연중 : 수혁아.
-연중 : 귓 보면 연락 좀.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와 있었다.
-수혁 : 왜?
수혁은 답을 보냈고 기다렸다는 듯 연중에게서 답이 도착했다.
-연중 : 9마계 때문에.
연중이 귓속말을 보낸 이유는 바로 9마계 때문이었다.
-연중 : 혹시 가서 확인해줄 수 있어?
-수혁 : 나 혼자? 지금?
얼마 전 9마계로 가는 입구를 찾았다.
그러나 바로 9마계로 넘어갈 수 없었다.
바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 몬스터 ‘파크라무스’ 때문이었다.
파크라무스는 무지막지하게 강력했다.
입구를 발견했던 제왕 길드원 둘과 리더 길드원 하나가 2분도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물론 준비를 해서 간다면 처치할 수 있기에 제국 길드 대회가 끝나는 대로 함께 9마계로 넘어가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계획이 변경된 것일까?
-연중 : 아니, 혼자는 아니고 사냥왕 님이랑 같이!
-연중 : 12마계에 독고 길드원들이 늘고 있어.
-연중 : 아무래도 넘어가려는 것 같아. 그래서 그 전에 시작하기로 했거든.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어째서 연중의 생각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길드 대회는 여섯 번째 관문이 막 끝난 상황이었다.
그리고 리더 길드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우승이 물 건너갔기 때문일까?
아니면 때마침 9마계 입구를 찾았기 때문일까?
루팅 파티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고 길드원들이 마계에 나타나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은 리더 길드에게 빼앗겼지만 독고 길드는 한때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던 길드였다.
파크라무스가 강하다고는 하나 독고 길드의 철저한 준비 앞에서는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었다.
-수혁 : 알았어.
9마계의 입구는 12마계의 마을 ‘할루세이’의 지하에 있는 미궁에 존재했다.
어차피 퀘스트 ‘끝이 없는 미궁’ 때문에 가야 하는 수혁이었다.
-수혁 : 사냥왕 님한테 귓 보내면 돼?
-연중 : 응!
연중과 귓속말을 마친 수혁은 바로 사냥왕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사냥왕 님?
-사냥왕 : 예! 수혁 님! 언제 출발할까요?
이미 연중에게 전해 들은 것인지 사냥왕이 물었다.
수혁은 사냥왕의 물음에 시간을 확인했다.
-수혁 : 지금 바로 가도 될 것 같은데 시간 괜찮으세요?
-사냥왕 : 물론입니다! 바로 오십니까?
-수혁 : 할루세이신가요?
-사냥왕 : 예, 할루세이입니다.
-수혁 : 바로 갈게요. 워프 게이트에서 봬요.
사냥왕과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그리고 책들을 반납한 뒤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 * *
띠링!
알림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러나 알림에도 장경우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와 멀찍이 떨어진 소파에 누워 곤히 잠을 자고 있을 뿐이었다.
띠링! 띠링!
이후 여러 번의 알림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계속되는 알림 소리 때문일까?
“으음…….”
침음과 함께 장경우가 슬며시 눈을 떴다.
“으, 또 무슨 일이…….”
소파에서 일어난 장경우는 기지개를 켜며 잠을 날렸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알림이 뜬 이유를 확인했다.
“호오?”
첫 번째 알림을 확인한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드디어 9마계로?”
입구를 찾았음에도 가지 않아 의아해했었는데 드디어 수혁이 입구로 향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계로 진입을 하는 것이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알림이 뜬 지 시간이 꽤나 흘렀다.
현재 상황이 어떤지 궁금했다.
“둘이서 갔네?”
미궁에 진입한 것은 수혁과 사냥왕 단둘뿐이었다.
“길을 알려주는 역할인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파크라무스.
파크라무스가 강하긴 강하다.
그러나 강한 것은 상대적인 것.
랭커들에게나 강하지 수혁에게는 결코 강하지 못했다.
수혁이라면 홀로 파크라무스를 잡을 수 있다.
그것도 아주 가뿐하게 잡아낼 것이다.
즉, 사냥왕이 함께 간 것은 파크라무스가 있는 곳까지 길을 안내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이제 곧 잡겠고. 두 번째는…….”
장경우는 이어 두 번째 알림을 확인했다.
“일정이 잡혔구나.”
두 번째 알림은 빛의 대회와 관련된 알림이었다.
방금 전 마탑장 회의를 통해 빛의 대회의 일정이 잡혔다.
드디어 빛의 마탑장을 뽑는 대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에피소드랑 좀 겹치는 게 아쉽네.”
장경우의 표정에 아쉬움이 살짝 나타났다.
현재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빛의 대회는 엄청난 관심을 모을 것이었다.
메인 에피소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개발자 입장에서 상당히 아쉬웠다.
이내 아쉬움을 떨쳐낸 장경우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기며 차근차근 알림들을 확인했다.
“……호오.”
그리고 마지막 알림을 확인한 장경우는 깊게 탄성을 내뱉었다.
“이게 이렇게?”
장경우가 탄성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다음 메인 에피소드가 변경됐기 때문이었다.
* * *
“그럼 공표는 언제 합니까?”
오렉이 물었다.
“한 달이니 내일 당장 공표해야겠지.”
카츄는 오렉의 물음에 답했다.
오늘을 기준으로 정확히 한 달 뒤 빛의 대회가 시작된다.
빛의 대회는 보통 대회가 아니었다.
마탑의 정점 중 하나를 뽑는 대회가 바로 빛의 대회였다.
솔직히 말해 한 달도 짧다고 생각하는 카츄였다.
“그럼 이제 회의는 끝난 건가요?”
어둠의 마탑장 케피르가 물었다.
“그래, 일정도 잡았으니.”
카츄는 케피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일어날게요.”
케피르는 카츄의 답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른 마탑장들 역시 하나, 둘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잠시만!”
그 순간 카츄가 외쳤다.
자리에서 일어난 케피르는 물론 따라 일어나던 마탑장들, 그리고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마탑장들의 시선이 카츄에게로 향했다.
“궁금해서 그런데 혹시 대회에 참가할 사람 있나?”
카츄의 물음에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마탑장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미 탑을 이끌고 있다고 해서 빛의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탑장들도 빛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환상의 마탑장 오렉이 손을 들었다.
“역시 자네는 참가할 생각이군.”
이미 오렉이 참가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던 카츄였다.
“예, 제 목표는 중앙 마탑장이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오렉은 전부터 중앙 마탑장이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회에 우승해 빛의 마탑장이 되어 두 개의 마탑을 이끈다고 해서 중앙 마탑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참가할 생각 없어요.”
“저도요.”
“마찬가지.”
오렉을 시작으로 마탑장들이 차례대로 답하기 시작했다.
“전 참가할 생각이에요.”
모두가 참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브리니스? 네가?”
오렉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네, 열심히 연습 중이에요.”
브리니스가 미소를 지으며 반문에 답했다.
이후 순간적으로 침묵이 찾아왔고 분위기가 싸해지기 시작했다.
“파비앙 자네는?”
카츄는 싸해지는 분위기에 재빨리 파비앙에게 물었다.
파비앙 역시 오렉과 마찬가지로 중앙 마탑장이 꿈이었던 이였다.
지금도 그 꿈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빛의 대회에 참가할 것이었다.
“전 참가할 생각 없습니다.”
파비앙이 답했다.
“설마 수혁을 참가시킬 생각이냐?”
오렉이 물었다.
파비앙은 고개를 돌려 오렉을 보았다.
그리고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수혁이 나타나기 전에는 대회가 열릴 경우 무조건 참가할 생각이었다.
비록 중앙 마탑장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근접해보고 싶었기에.
하지만 수혁이 나타난 이후, 수혁의 성장 속도를 보며 파비앙은 생각을 바꿨다.
‘수혁이라면…….’
수혁이라면 근접하는 수준이 아니라 중앙 마탑장이 될 수 있다.
파비앙이 본 수혁이라면 분명 가능했다.
* * *
[파크라무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9마계 워프 게이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워프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파크라무스가 죽음을 맞이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냥왕이 말했다.
“바로 넘어가실 거죠?”
“예, 어떤 곳인지 한번 확인해봐야 하니까요.”
수혁의 물음에 사냥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갈까요?”
“예!”
사냥왕의 답을 들은 수혁은 앞장서 포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9마계로 워프하시겠습니까?]
포탈 위에 올라가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확인을 눌렀고 이내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새로운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9마계에 입장하셨습니다.]
[모험 스텟이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배덕의 정’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배덕의 마왕 레이오느’가 생성되었습니다.]
도착함과 동시에 주르륵 메시지가 나타났다.
‘직업 퀘스트?’
메시지를 본 수혁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가 생성될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업 퀘스트는 예상치 못했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갑자기 왜 직업 퀘스트가 생성된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직업 퀘스트 - 배덕의 정>
배덕의 정을 구하라!
[배덕의 정 : 0 / 1]
퀘스트 보상 : ???
“……?”
하지만 직업 퀘스트를 확인했음에도 수혁의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마왕이랑 관련된 아이템 같은데.’
직업 퀘스트와 함께 생성된 퀘스트 ‘배덕의 마왕 레이오느’.
배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배덕의 정은 마왕 레이오느와 관련된 아이템으로 추정됐다.
수혁은 이어 퀘스트 ‘배덕의 마왕 레이오느’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