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0
제 440화
438.
‘다섯 번째?’
서류에서 드래고니아라는 단어를 본 순간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이 완료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그러나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이 완료되며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물론 우연일 수 있다.
퀘스트가 완료된 순간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라스칼과의 대화>
드래곤들이 실종된 이유는 드래고니아라는 조직과 관련되어 있었다.
라스칼에게 보고서를 가져다주고 대화를 나눠라!
[드래고니아 보고서 : 1 / 1]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라스칼과의 대화’에 나온 ‘드래고니아’를 생각하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의 완료가 메인 에피소드 ‘드래고니아’의 시작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잠시만요.”
수혁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잠깐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행킹의 답을 들은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띠리리리리!
앉은 순간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중의 전화였다.
“여보세…….”
-수혁아!
수혁은 고막을 강타한 연중의 외침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핸드폰을 귀에서 살짝 뗐다.
그리고 스피커 모드로 통화를 돌린 뒤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답했다.
“어.”
-봤어?
연중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지금 들어가는 중이야.”
수혁은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대박 그 자체!
-드래곤들이 주인공이야!
연중의 흥분이 가득한 목소리를 들으며 수혁은 다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드래고니아’에 대한 공지사항을 확인했다.
“흐음…….”
스토리를 확인한 수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공지사항에 나온 드래고니아의 스토리는 생각보다 적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와 있는 것은 드래곤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드래곤들에게 문제가 생긴 이유가 드래고니아라는 조직 때문이라는 것.
2가지뿐이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암당 때처럼 힌트가 없는 것 같아서.”
-아, 그건 그렇지.
-근데 네가 받은 퀘스트랑 관련 있는 거 아닐까?
-완료하면 다음 챕터가 시작될 것 같은데?
수혁은 어째서 연중의 목소리에 흥분이 가득한지 알 수 있었다.
연중은 수혁이 라스칼에게 받은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당연히 드래고니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즉, 힌트가 없긴 했지만 수혁에 의해 시작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던 것이다.
-수집률은 어때? 올랐냐?
연중이 물었다.
아직 연중에게 퀘스트가 완료됐음을 말하지 않았다.
방금 막 완료가 됐기 때문이었다.
“그게 말이야.”
수혁은 연중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헐, 그럼 이번 에피소드도 네가 시작한 거네?
-대박 사건!
-다음 퀘스트 완료하면 다음 챕터 뜰 것 같은데 언제 완료할 거야?
모든 것을 들은 연중이 재차 물었다.
“일단 분석된 정보부터 다 읽고 차차.”
당장 완료할 생각이 없었다.
우선 수혁은 분석된 정보를 먼저 읽어 볼 생각이었다.
-그래, 완료할 때 알려주는 거 잊지 말구!
“그래.”
수혁은 연중과의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제목 : 이번엔 드래곤이냐?!
-제목 : 캬, 드래곤 대박 사건. 혹시 드래곤이 템도 주나요?
-제목 : 근데 드래곤들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거임?
-제목 : 혹시 드래곤과 관련된 장비들이 비싸질까요?
-제목 : 이거 운영진들 미친 거 아님? 메인 에피소드 2개를 동시에? 핵꿀! 핵잼!
-제목 : 드래곤 슬레이어 칭호가 있는데 혹시 이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죠……?
-제목 : 암당이랑 드래고니아도 연관되어 있는 거 아님?
드래고니아에 대한 관심이 대폭 증가해 있었다.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한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캡슐로 향했다.
이제 다시 분석된 정보를 읽을 차례였다.
접속함과 동시에 수혁은 클로저로 가 행킹을 만났다.
‘엄청난데…….’
다시 온다고 했기 때문일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상자들이 5개나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는 서류들이 가득했다.
수혁은 서류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서류에는 암당과 대립하고 있는 귀족과 세력들 그리고 암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귀족과 세력들에 대해 쓰여 있었다.
‘명확해졌네.’
수혁은 서류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적이 누구고 아군이 누구인지.
“수혁 님?”
한참 서류를 읽던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행킹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혹시 지금 전부 확인하실 생각이신지…….”
말끝을 흐린 행킹은 난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수혁은 행킹의 말에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자정이었다.
“아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수혁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이것들 가져가도 될까요?”
그리고 행킹에게 물었다.
굳이 클로저에서 서류를 읽을 필요는 없었다.
“물론입니다.”
행킹은 수혁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수혁이 가져갈 것이라 예상하고 사본을 더 만들어 둔 상황이었다.
서류를 가져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럼.”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서류가 담긴 상자들을 챙겼다.
상자를 다 챙긴 수혁은 행킹에게 인사를 하고는 클로저에서 나왔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정연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새로운 책이 입고되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
입고된 책의 목록을 본 수혁의 표정에 순간 고민이 가득 나타났다.
목록에 아주 큰 흥미를 끄는 책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
한동안 고민을 하던 수혁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쩔 수 없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입고된 책들을 읽으러 갈지 아니면 분석이 끝난 서류들을 읽을지.
그리고 고민 끝에 수혁이 선택한 것은 분석이 끝난 서류들이었다.
당연히 책을 읽는 것이 수혁에게 더욱 큰 안정감과 쾌감을 제공했다.
하지만 서류는 연중, 사냥왕 등 지인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정연에게 답을 보냈다.
며칠 뒤 찾아가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였다.
문자를 보낸 뒤 수혁은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유저들이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어떤 추측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게시판을 확인한 수혁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추리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아.”
판게아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유저들 중 추리력이 뛰어난 이들도 여럿 있었다.
모든 유저들의 추리가 맞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중 몇몇 개는 운영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예리했다.
유저들의 추리를 확인한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에 도착한 수혁은 책을 한 권 꺼내 책상 앞에 앉았다.
* * *
“가능할까요?”
다칸이 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몸을 빼앗긴 마족들>
마왕 레이오느에게 몸을 빼앗긴 마족들.
다칸은 레이오느의 마수에서 동족들을 구해 올 생각이다.
4지역의 마을 ‘모르게노스’로 가 마족들을 구출하라!
[영혼을 잃은 마족 : 0 / 50]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본 사냥왕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50이나?’
구출해야 할 수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둘도 아니고 무려 50이었다.
난이도가 상당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구출해 오겠습니다.”
물론 어렵다고 해서 거절할 수 없었다.
앞으로 9마계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할 퀘스트였다.
[퀘스트 ‘몸을 빼앗긴 마족들’을 수락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칸은 고마움이 뚝뚝 흘러내리는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사냥왕은 다칸의 집에서 나와 길드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였다.
-제이스 : 이사님.
제왕 길드의 마당을 관리하는 홍보 실장 김경춘에게서 귓속말이 도착했다.
-사냥왕 : 예.
사냥왕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며 귓속말에 답했다.
-제이스 : 이번 9마계와 관련해 마당에 글을 올리려 하는데 어느 선까지 올려야 할까요?
“으음…….”
김경춘의 물음에 사냥왕은 침음을 내뱉었다.
‘올릴 게 너무 적은데.’
9마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올릴 정보가 너무나 적었다.
하지만 독고 길드 역시 9마계에 온 상황.
독고 길드에서 먼저 정보를 올리기 전에 선수를 쳐야 했다.
-사냥왕 : 버려진 자들의 초원까지만 공개하죠.
공개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는 버려진 자들의 초원.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을 공개할 수는 없었다.
-제이스 : 카페니아는…….
-사냥왕 : 공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공개할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혁 덕분에 사냥왕은 9마계의 베이스 캠프.
저항하는 자들의 마을 ‘카페니아’를 찾아냈다.
하지만 카페니아를 공개할 수는 없었다.
독고 길드에서는 아직 카페니아를 찾지 못했다.
마당에 카페니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면?
독고 길드에서 따라붙을 것이었다.
-제이스 : 알겠습니다. 그럼 버려진 자들의 초원까지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김경춘이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제이스 : 드래고니아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몇 시간 전 시작된 다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드래고니아’.
드래고니아는 현재 유저들에게 무수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관련 글을 올린다면?
그렇지 않아도 구독자가 많은 제왕 길드였다.
인기 글을 독점할 수 있다.
그리고 인기 글의 독점은 제왕 그룹 홍보와 직결된다.
-사냥왕 : 그건 제가 추후에 다시 연락 드리죠.
-제이스 : 예, 알겠습니다.
사냥왕은 김경춘과의 대화를 끝내고 생각했다.
‘언제쯤 시작하시려나.’
수혁에게 메인 에피소드 ‘드래고니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챕터가 시작될 때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물론 드래고니아의 다음 챕터가 시작된다고 해도 사냥왕은 메인 에피소드에 집중할 생각이 없었다.
드래곤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흥미가 가긴 했지만 9마계 역시 큰 흥미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냥왕은 오로지 9마계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다들 오세요. 퀘스트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이내 길드원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 사냥왕은 생각을 끝내고 퀘스트 창을 열었다.
“이번에 저희가 해야 할 일은.”
그리고 다칸에게 받은 퀘스트를 공유하며 말했다.
“구출입니다.”
* * *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라…….”
아소멜이 중얼거렸다.
수혁이 비욘드에 나타났다.
그리고 클로저로 향했고 얼마 뒤 사라졌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수혁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아소멜도 더 이상 수혁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신출귀몰했기 때문이었다.
아소멜이 궁금한 것은 수혁이 클로저에서 무엇을 얻었냐였다.
“다 넘어간 거겠지?”
예상 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정보였다.
페이드 제국 지부에 가득했던 정보들이 클로저로 넘어갔다.
철저히 분석됐을 것이고 수혁은 그 정보들을 얻었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
아소멜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얼마 뒤 기로스에게 물었다.
“드래고니아에서 요청한 것들은 어떻게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