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1
제 441화
439.
“50% 정도 준비됐습니다.”
“50%라…….”
말끝을 흐린 아소멜은 생각했다.
‘도대체 왜 그것들이 필요한 거지?’
처음에는 의문을 갖지 않았다.
마냥 어딘가에 필요하겠지 하고 생각하며 구해다 주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기로스가 물었다.
평소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물었던 기로스였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물어도 되는지 묻는 것을 보면 보통 질문이 아닌 듯했다.
아소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로스가 입을 열었다.
“저희의 목적이 바뀐 겁니까?”
“…….”
기로스의 말에 아소멜은 바로 답을 할 수 없었다.
“으음…….”
아소멜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목적이라…….’
기로스가 말한 것은 흑월의 목적이 분명했다.
흑월이 세워진 목적은 완벽한 지배였다.
그 어떤 국가도 존재하지 않는, 흑월만이 유일한 대륙의 지배자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흑월의 목표였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목적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목표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
이내 아소멜이 답했다.
기로스가 의문을 갖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소멜 역시 똑같은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수혁이 나타나고 모든 게 다 이상해졌어.’
크라스의 생각이 바뀐 것도.
계획이 어그러진 것도.
흑월 휘하 조직들에 문제가 생긴 것도.
전부 수혁이 관련되어 있었다.
“한번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올게.”
아소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라스와 한번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았다.
“옙.”
기로스가 방에서 나갔다.
아소멜은 워프 스크롤을 꺼내 흑월의 본부로 워프했다.
그리고 바로 크라스의 궁으로 향했다.
똑똑
“마스터, 아소멜입니다.”
궁에 도착한 아소멜은 노크와 함께 외쳤다.
“들어와.”
크라스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고 아소멜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아소멜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크라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전보다 더 날카로운 듯한, 두려움을 야기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 * *
장경우는 피로에 찌든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확인할 게 너무 많군.”
그리고 스트레칭을 하며 굳은 부분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이내 스트레칭을 마친 장경우는 피로가 살짝 가신 표정으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모니터를 보았다.
“언제 시작하려는 걸까.”
모니터에는 수혁이 나와 있었다.
현재 수혁은 다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드래고니아’의 두 번째 챕터 ‘라스칼의 분노’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혁은 라스칼을 만나지 않았다.
현재 수혁은 천마서고에 가 있었다.
“암당을 치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클로저에서 분석된 정보를 얻었다.
처음에는 얻은 정보를 토대로 암당과 전쟁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혁은 서류를 읽고도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일만 벌이고 마무리도 안 짓고…… 으음.”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도대체 수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다시 한번 만나 봐야 하나.”
문득 수혁과의 만남이 떠올랐다.
수혁을 한 번 더 만나 봐야 하는 것일까?
스윽
장경우는 고개를 돌려 캡슐을 보았다.
지금 수혁은 천마서고에 있다.
천마서고에는 단 한 명의 유저도 없다.
만나기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띠링!
바로 그때 알림이 울렸다.
캡슐을 바라보던 장경우는 알림을 확인했다.
“첫 번째 봉인이?”
알림이 뜬 이유는 판게아 메인 스토리의 최종 보스 ‘토피앙 크라스’의 첫 번째 봉인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누가 봉인을 푼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호오.”
봉인을 푼 자를 확인한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수혁일 줄 알았는데.”
당연히 수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수혁이 아니었다.
하기야 천마서고에 있는 수혁이 어떻게 봉인을 풀겠는가?
장경우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크라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내 모니터에 크라스의 정보가 나타났다.
“수혁이 푼 줄 알고 있구나.”
크라스의 생각을 읽던 장경우는 피식 웃었다.
장경우와 마찬가지로 크라스 역시 수혁이 봉인을 파괴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크라스의 봉인 마법진은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대마도사만이 파괴할 수 있는 중간계 봉인 마법진.
두 번째는 유저들도 파괴할 수 있는 마계 봉인 마법진.
이번에 파괴된 마법진은 마계 봉인 마법진이었고 파괴한 이는 바로 사냥왕이었다.
“사냥왕도 적잖이 당황했겠군.”
사냥왕이 봉인 마법진을 파괴한 것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봉인 마법진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 * *
[영혼 봉인 마법진이 파괴되었습니다.]
[봉인되어 있던 영혼들이 풀려났습니다.]
[??? 첫 번째 봉인 마법진이 파괴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메시지를 본 사냥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족들의 영혼을 붙잡아두고 있는 마법진을 파괴했다.
그런데 왜 파괴 메시지가 2개나 뜬 것일까?
‘물음표는 뭐지?’
어떤 마법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엇을 봉인하고 있던 마법진인 것일까?
“사냥왕 님, 가시죠.”
바로 그때 길드원 ‘미아숍’이 다가와 말했다.
미아숍의 말에 사냥왕은 뒤로 돌아섰다.
이제 곧 레이오느의 병사들이 올 것이었다.
레이오느의 병사들은 지금 상태로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레벨이 무려 1000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한둘이라면 감당이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수십이 올 것이었다.
그들이 오기 전 자리를 떠야 했다.
사냥왕은 미아숍 그리고 길드원들과 함께 동쪽 성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동쪽 성문에 도착한 그 순간.
[경고!]
[배덕의 마왕 레이오느가 나타났습니다.]
메시지를 본 사냥왕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레이오느가 왜…….’
도시도 아니고 마을이었다.
고작 마을을 공격했을 뿐인데 마왕이 나타나다니?
“로그아웃하세요들!”
사냥왕이 외쳤다.
병사들도 감당 못 하는 상황에 레이오느를 상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일단 자리를 피해야 했다.
사냥왕의 말에 제왕 길드원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냥왕은 모든 길드원이 안전하게 로그아웃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스아악
그리고 로그아웃되기 직전 사냥왕은 볼 수 있었다.
허공에서 날아오는 한 마족을.
레이오느가 분명했다.
* * *
흑월의 주인이자 1마계의 마왕이며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토피앙 크라스.
‘말도 안 돼.’
크라스는 지금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놀람과 흥분 등등 수많은 감정이 섞여 있는 눈빛으로 팔을 보았다.
수많은 마법진들이 각인되어 있던 팔.
팔에 각인되어 있던 마법진 중 하나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진이 옅어짐과 동시에 봉인되었던 힘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벌써 파괴를 시작했다고?’
봉인 마법진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라피드의 후예 수혁이 움직였음을 의미했다.
이렇게 빠르게 마법진을 파괴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크라스였다.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빠르군. 봉인 마법진을 파괴할 정도면 이미 라피드를 훌쩍 넘어 섰다는 건데…….’
크라스는 생각했다.
봉인 마법진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라피드를 넘어서야 한다.
그것도 그냥 넘어서는 게 아니라 훨씬 넘어서야 했다.
그동안 들어온 수혁의 정보에 크라스는 몇 달 안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수혁이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이 아니었다.
수혁의 성장 속도는 크라스의 예상을 벗어났다.
“으음…….”
크라스는 침음을 내뱉었다.
수혁이 봉인을 다 파괴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수혁의 성장 속도를 보니 기다리다가는 더 큰 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폴리니아와 대화를 해봐야 하나?’
혼자서 결정을 내리기에는 뭔가 찝찝했다.
아무래도 폴리니아와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마스터, 아소멜입니다.”
“들어와.”
크라스는 수혁에 대한 생각을 끝냈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아소멜이 들어왔다.
아소멜은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무슨 일이지?”
크라스가 물었다.
아직 보고받을 때가 아니었다.
무슨 급한 일이 생긴 것일까?
‘설마 수혁?’
수혁과 관련된 정보가 들어온 것일까?
“마스터의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내 생각?”
하지만 이어진 아소멜의 말에 크라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예, 수혁을 내버려 두는 것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으음.”
크라스는 침음을 내뱉었다.
이미 반발을 예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소멜의 선에서 처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소멜이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보면 아소멜의 선에서 처리가 안 될 정도로 반발이 커진 것 같았다.
하기야 수혁이 흑월에 입힌 피해를 생각하면 반발이 큰 게 당연했다.
‘생각을 바꿔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수혁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 수혁을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성장 속도를 보아 봉인이 다 파괴될 때에는 라피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이 되어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강해져도 인간은 인간이다.
라피드에게 당한 것은 라피드의 꾀 때문이지 힘 때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꾀가 많은 라피드가 수혁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을 리 없다.
라피드보다 강한 수혁, 그리고 라피드가 남겼을 무언가.
이 2가지가 걱정이 될 뿐이었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읽은 책들을 반납했다.
그리고 책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라스칼과의 대화>
드래곤들이 실종된 이유는 드래고니아라는 조직과 관련되어 있었다.
라스칼에게 보고서를 가져다주고 대화를 나눠라!
[드래고니아 보고서 : 1 / 1]
퀘스트 보상 : ???
수혁은 퀘스트 ‘라스칼과의 대화’를 보며 생각했다.
‘언제 완료할까.’
현재 퀘스트 ‘라스칼과의 대화’는 언제든 완료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혁은 당장 완료할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연중의 길드 대회.
사냥왕의 9마계.
그리고 암당.
그렇지 않아도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드래고니아까지 진행할 수는 없었다.
책장 앞에 도착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연중 : 수혁아.
그리고 책을 향해 손을 뻗던 순간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응.
수혁은 답을 보낸 뒤 책들을 꺼내 책상으로 향했다.
-연중 : 너 홈페이지 아직 확인 안 했지?
-수혁 : 홈페이지?
그리고 책상에 도착한 수혁은 연중의 말에 반문하며 자리에 앉아 독서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연중 : 어서 확인해 봐. 지금 빛의 마탑장 뽑는 대회 열린다고 마탑에서 공표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