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448화 (448/553)

# 448

제 448화

446.

끼이익

문이 열렸다.

“…….”

토닌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문을 보았다.

총집사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문이 왜 열린단 말인가?

그것도 노크도 없이?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토닌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안 들어오지?’

문이 열린 지 5초가 지났음에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토닌은 의아함과 불안함이 섞인 표정으로 문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마 뒤 문 앞에 도착한 토닌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문을 연 토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토닌은 집무실에서 나왔다.

그러나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텅텅 비어 있었다.

갑자기 불안함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흡!”

바로 그때 토닌은 인상을 찌푸리며 숨을 참았다.

고약한 냄새가 났다.

익숙한 냄새였다.

‘피?’

피비린내가 분명했다.

후각을 강타하는 피비린내에 무럭무럭 자라나던 불안함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커져갔다.

그 순간.

스윽

차디찬 뭔가가 목덜미에서 느껴졌고 토닌은 움찔했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목덜미를 힐끔 본 토닌은 날카로운 흑빛 단검을 볼 수 있었다.

“누, 누구냐.”

토닌은 불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토닌의 목덜미에 흑빛 단검을 가져다 댄 사내가 답했다.

“암당에서 왔습니다.”

사내의 정체는 바로 에리멘이었다.

“나, 나는 배반할 생각이 없소! 진짜요! 믿어 주시오!”

에리멘의 말에 토닌이 외쳤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미 토닌의 죽음은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물론 토닌에게서 얻을 게 있는 에리멘은 희망을 짓밟을 생각이 없었다.

“도킨, 어디에 있습니까?”

에리멘이 물었다.

“…….”

예상치 못한 물음이었을까?

토닌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토닌 바스폰 백작?”

에리멘은 아무런 답도 없는 토닌을 다시 한번 불렀다.

“그, 그건 어쩐 일로…….”

토닌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아아, 이번에 필요한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에리멘은 아주 느긋한 목소리로 물음에 답했다.

“그것만 주신다면…….”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에리멘은 말을 마쳤다.

그리고 토닌의 분위기를 살폈다.

토닌의 고뇌가 느껴졌다.

“도킨은 베이 마을의 로느스 여관 지하 창고에 보관해 두고 있습니다.”

이내 토닌이 입을 열었다.

“로느스 여관 지하 창고요?”

“예.”

에리멘은 다시 한번 물었고 토닌이 답했다.

그리고 답을 들은 에리멘은 그대로 단검을 움직였다.

스걱!

단검은 토닌의 목을 훑고 지나갔다.

“……!”

토닌은 양손으로 목을 잡으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의아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에리멘을 보았다.

에리멘은 죽어가는 토닌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식솔들이 먼저 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외롭지는 않을 겁니다.”

“……!”

그리고 에리멘의 말에 토닌의 두 눈동자가 확장됐다.

하지만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그저 분노가 가득한 눈동자로 에리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 이내 토닌의 눈동자가 감겼다.

에리멘은 토닌의 죽음을 확인하고 걸음을 옮겼다.

은밀히 저택에서 나온 에리멘은 토닌이 말했던 마을 ‘베이’로 가 로느스 여관으로 향했다.

이내 로느스 여관에 도착한 에리멘은 지하 창고로 잠입했다.

‘어디 있으려나.’

지하 창고에는 수많은 상자가 있었다.

에리멘은 상자들을 보며 도킨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다가 눈을 감았다.

‘저기군.’

이내 도킨 특유의 기운을 찾아낸 에리멘은 걸음을 옮겨 구석으로 향했다.

구석에는 검은색의 거대한 상자가 있었다.

상자는 아주 굵은 자물쇠로 봉인되어 있었다.

스윽

에리멘은 토닌과 백작가에 있던 이들에게 죽음을 안겨준 단검을 들었다.

그리고 자물쇠를 향해 휙 휘둘렀다.

그러자 자물쇠가 두부 갈라지듯 반 토막이 나며 땅에 떨어졌다.

팅…… 팅……

지하 창고에 작은 소음이 울려 퍼졌다.

에리멘은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상자 안에는 검은색 보석 도킨이 가득했다.

흑요석과 매우 비슷했다.

하지만 도킨은 단순히 흑요석과 비슷한 보석이 아니었다.

드래곤의 피와 다크 엘프의 심장 등 수많은 재료가 모여 만들어진 인공 보석이었다.

그리고 도킨이 가지고 있는 효과는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았다.

도킨을 바라보던 에리멘은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상자에 담겨 있던 도킨을 주머니에 담기 시작했다.

공간 마법이 걸려 있어 도킨은 끊임없이 들어갔다.

이내 모든 도킨이 주머니로 들어갔고 에리멘은 주머니를 잘 밀봉한 뒤 품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또 다른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상자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은 에리멘은 상자를 조작했다.

‘5분으로 해 놓고.’

조작을 마친 에리멘은 은밀하게 여관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여관을 주시했다.

쾅!

5분이 지났고 거대한 폭음과 함께 여관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에리멘은 흡족한 미소로 자리를 벗어났다.

* * *

페이드 제국의 정보 조직 페이드씬.

“으음…….”

페이드씬의 수장 베르벳은 침음을 내뱉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베르벳은 콜콤에게 물었다.

“암당에서 꼬리를 자른 것 아닐까요?”

현재 베르벳과 콜콤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주인공은 바로 방금 전 몰살이 확인된 바스폰 백작가였다.

식솔들은 물론 가문을 이끌던 토닌 바스폰 백작도 변사체로 발견됐다.

“입막음을 하기 위해서?”

베르벳이 반문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바스폰 백작가 역시 암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예, 입막음을 위해 그런 짓을 벌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백작가를 몰살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의 일이 무엇일까…….”

베르벳은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백작가의 몰살.

일개 조직에서 상위 귀족이라 할 수 있는 백작가를 몰살시켰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감추고 싶어 했던 일이 무엇일까?

도대체 토닌 바스폰 백작은 암당과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

갖가지 의문이 생성됐다.

그러나 의문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이미 토닌 바스폰 백작은 죽었다.

거기다 토닌 바스폰 백작이 자주 갔던 마을 ‘베이’의 로느스 여관 역시 폭발로 전소됐다.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일단 폐하를 뵙고 와야겠어.”

베르벳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바스폰 백작가의 몰살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페이드씬이 통제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바스폰 백작가의 몰살은 실상과 다르게 세상에 공표될 것이다.

백작가의 몰살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으니 말이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을 다 읽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직 한편에는 하얀빛을 뿜어내는 책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난 이유.

-사냥왕 : 수혁 님!

-사냥왕 : 마왕이 나타났습니다!

-사냥왕 : 일단 전 로그아웃하겠습니다!

사냥왕의 귓속말 때문이었다.

책을 반납한 수혁은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으로 이동 후 로그아웃을 했다.

사냥왕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서였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사냥왕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수혁은 3초도 지나지 않아 사냥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떤 마을인가요?”

-오레가니스란 마을입니다! 그곳 감옥 끝에서 로그아웃했습니다.

“그럼 가서 다시 전화 드릴게요.”

-예!

사냥왕과 통화를 마친 수혁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접속함과 동시에 수혁은 워프 마법진을 통해 9마계로 넘어갔다.

동굴에 도착한 수혁은 빠르게 걸음을 옮겨 동굴에서 나왔고 펫 창을 열었다.

그리고 풍을 소환해 일단 마을 ‘카페니아’로 향했다.

오레가니스의 위치를 듣기 위해서였다.

얼마 뒤 ‘카페니아’에 도착한 수혁은 카페니아의 수장 다칸을 만났다.

그리고 오레가니스의 위치를 파악한 후 풍과 함께 오레가니스로 향했다.

* * *

“끙…….”

다섯 번째 레이오느는 미간을 찌푸렸다.

미간을 찌푸린 이유.

그것은 바로 마을을 급습해 자신들의 인형 후보들을 탈출시킨 인간들 때문이었다.

인간들이 급습했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레이오느는 바로 출발했다.

전속력을 다해 마을에 도착했으나 이미 마을은 텅 빈 상태였다.

인간들은 전부 사라져 있었고 감옥에 가둬 놓은 인형 후보들 역시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정신을 제압하고 부리던 마족 병사들의 시체뿐이었다.

“미리 가서 대기하기는 귀찮고…….”

앞서 두 번의 급습을 보아 인간들은 계속해서 마을을 급습할 것이다.

미리 마을에 가 대기를 하고 있다면 인간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귀찮았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오레가니스에 인간이 다시 나타났다고 합니다.”

노크와 함께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오레가니스에?’

레이오느는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레가니스에 인간이 다시 나타나?”

“예, 아무래도 인형 후보들을 옮기고 있는 계획이…….”

보고를 하러 왔던 마족은 말끝을 흐렸다.

오레가니스는 텅 빈 상태였다.

그래서 다른 곳에 있던 인형 후보들을 오레가니스의 감옥으로 옮기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래도 계획이 유출되어 인간이 다시 습격한 게 아닐까 하고 마족은 짐작했다.

“으음, 다녀오지.”

레이오느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택에서 나와 오레가니스로 향했다.

오레가니스로 향하며 레이오느는 생각했다.

‘다시 한번 정신 조작을 해야겠어.’

마족의 보고가 사실이라면 정신 조작에서 벗어난 마족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계획이 유출될 이유가 없었다.

이내 마을에 도착한 레이오느는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 보였다.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고작 둘이었다.

‘잠깐, 저 인간은……!’

두 인간을 자세히 살피던 레이오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네 번째 레이오느를 죽였던 인간이 있었다.

‘형님께 바로 연락 드려야 하나?’

레이오느는 고민했다.

첫 번째 레이오느가 인간 마법사를 보면 바로 보고를 해달라 했다.

‘아니야, 그사이에 도망을 갈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보고를 하는 사이 도망을 갈 수 있다.

‘일단 제압하자.’

레이오느는 우선 인간 마법사를 제압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네 번째 레이오느가 죽은 것은 오만했기 때문이다.

레이오느는 인간의 마법에 맞아 줄 생각이 없었다.

생각을 마친 레이오느는 은밀하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인간 중 하나가 사라졌다.

“……?”

레이오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

인간 마법사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리고 인간 마법사의 머리 위로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

빛의 구체를 본 레이오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빛의 구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 * *

“…….”

첫 번째 레이오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섯째가…….’

4지역을 맡긴 다섯째가 죽었다.

다섯째가 죽은 이유는 넷째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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