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1
제 461화
459.
이내 미개척지 달빛 초원과 가장 가까운 마을 ‘하롭’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게이트에서 나왔다.
미개척지와 가깝기 때문일까?
딱 보아도 고급스러운 장비들로 치장한 유저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수혁은 유저들을 지나쳐 마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유령마를 소환해 달빛 초원으로 향했다.
풍의 비행을 통해 이동하면 훨씬 빠를 것이다.
그러나 달빛 초원은 마을 ‘하롭’과 매우 가까웠다.
하롭에는 유저들이 많았다.
즉, 풍에게 시선이 끌려 유저들이 몰려 귀찮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귀찮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수혁은 풍을 소환할 수 없었다.
[달빛 초원에 입장하셨습니다.]
풍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것이지 유령마의 이동 속도도 느린 것은 아니었다.
수혁은 이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유령마를 역소환하며 생각했다.
‘독룡 소환은 안 되겠지.’
독룡 소환.
수혁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 가장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마법.
독룡 소환을 시전한다면 금방 300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독룡 소환을 사용할 수 없었다.
달빛 초원에 있을 유저들 때문이었다.
독룡 소환을 시전할 경우 웨어 울프도 죽겠지만 유저들도 죽을 것이었다.
수혁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인간이군!
-진짜 인간이었어.
-망할 인간 녀석들! 여기가 어디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웨어 울프 무리와 마주칠 수 있었다.
“불놀이.”
수혁은 바로 불놀이를 시전했다.
불놀이는 순식간에 웨어 울프 무리를 죽음으로 인도했다.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5분 뒤 수혁은 웨어 울프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인간이군!
-진짜 인간이었어.
-망할 인간 녀석들! 여기가 어디라고!
웨어 울프들의 대사는 변함이 없었다.
“불놀이.”
[불놀이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의 마법 역시 똑같았다.
이번 웨어 울프 무리 역시 전과 마찬가지로 불놀이에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웨어 울프 무리를 쓰러트린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대로 가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처음에 다섯, 이번에 다섯.
총 10마리를 잡았다.
‘부락 같은 곳 없나…….’
잡아야 할 수는 300마리.
지금처럼 돌아다니면서 잡을 경우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릴 것이었다.
‘없겠지…….’
수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미개척지 ‘달빛 초원’은 구석구석 개척이 된 곳이었다.
부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수혁은 알고 있었다.
수혁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웨어 울프 무리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 * *
“으음...”
파르빌 상단의 상단주 레이든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얼마 뒤 레이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반대편에 앉아 있는 암당의 당주 아소멜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3개월 뒤부터 상행에 아주 큰 문제가 생긴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요.”
가시가 가득 돋친 목소리에 아소멜은 어색함과 난감함이 섞인 표정으로 답했다.
“해결 방법은 나왔습니까? 저를 보자 하신 이유는 방법이 나왔기 때문인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린 레이든이 아소멜을 응시했다.
“보시죠.”
아소멜은 레이든의 말에 준비한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
레이든은 서류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서류를 다 읽고 내려놓은 레이든은 아소멜에게 물었다.
“흑월에서도 불가능한 일을? 혼자서?”
흑월에서도 심해의 괴물을 막는 것에 그쳤다.
그런데 고작 한 사람이 심해의 괴물을 막는 게 가능할까?
레이든의 말에 아소멜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능성은 높습니다.”
수혁이 무슨 일을 했는지 레이든은 알지 못한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만약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거기다 애초에 성공만을 바라보고 하는 의뢰는 아니었다.
실패했을 때에도 얻는 것이 있었다.
즉,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흑월에게는 이득이 된다.
“으음…….”
레이든은 침음을 내뱉으며 다시 한번 서류를 읽었다.
혹시나 놓친 것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내 서류를 다시 한번 정독한 레이든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의뢰 내용은 여기에 나와 있는 그대로 하면 될 것 같고.”
그리고 아소멜에게 말했다.
“날짜는 어찌 됩니까?”
의뢰 내용은 쓰여 있었으나 날짜는 쓰여 있지 않았다.
“일주일 뒤에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아소멜의 답에 레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류를 옆으로 치우고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내려놓았다.
“……?”
아소멜은 상자를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레이든을 보았다.
“그때 말씀하셨던 그 물건입니다.”
“아, 로얄 상단의…….”
“예, 근데 이게 왜 필요한 겁니까? 설마 로얄 상단과도 연을 맺으신 건…….”
말끝을 흐린 레이든은 의심의 눈초리로 아소멜을 보았다.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아소멜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로얄 상단과는 연을 맺고 싶어도 맺을 수 없었다.
바로 에리멘 때문이었다.
로얄 상단주의 장남이며 차기 상단주였던 에리멘.
에리멘은 로얄 상단을 증오하고 있었다.
흑월의 2인자인 에리멘이 증오를 하는데 어찌 연을 맺겠는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일주일 뒤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상자를 챙긴 뒤 아소멜이 말했다.
“연락 기다리지요.”
레이든은 아소멜의 말에 답하며 방에서 나갔다.
홀로 남은 아소멜은 레이든이 가져온 작은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손수건이 담겨 있었다.
‘나오시는 대로 전해드려야겠지.’
현재 에리멘은 폐관 수련 중이었다.
에리멘이 나오는 대로 전해주기로 결정을 한 아소멜은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밀려 있는 서류들을 결재하기 시작했다.
* * *
“불놀이.”
수혁은 불놀이를 시전했다.
이내 웨어 울프 무리가 죽음을 맞이했고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섬광>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은빛 웨어 울프 : 300 / 300]
[빛의 돌 : 300 / 200]
[달빛을 머금은 꽃 파레들 : 20 / 20]
퀘스트 보상 : 스킬 - 섬광
‘드디어 다 잡았네.’
예상대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독룡을 소환하고 싶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었다.
수혁은 완료 버튼을 눌렀다.
[스킬 퀘스트 ‘섬광’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섬광’을 습득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바로 스킬 창을 열어 스킬 ‘섬광’을 확인했다.
<섬광>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공격 성공 시 대상에게 ‘빛의 잔해’ 시전
마나 : 9000
쿨타임 : 6분
시전 시간 : 20초
지속 시간 : 20초
수혁은 스킬 ‘섬광’의 정보를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시전되려나.’
스킬 ‘섬광’은 지팡이에서 광선을 뿜어내는 스킬이었다.
그러나 현재 수혁이 착용한 무(無)는 무장 해제 상태였다.
그렇다면 시전이 불가능할까?
아니면 허공에서 광선이 나올까?
수혁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섬광.”
스아악
섬광이 시전되었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밝게 빛나는 오른손 그리고 이어 손에서 뻗어 나가는 새하얀 빛의 광선을.
수혁은 손을 움직였다.
움직임에 따라 광선 역시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나무와 숲을 지워버렸다.
이내 20초가 지났고 수혁의 손에서 빛이 사라졌다.
수혁은 초토화된 초원을 보며 생각했다.
‘엄청 쓸만한데?’
광역 마법이 필요한데 아군이 있어 광역 마법을 섣불리 사용할 수 없을 때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섬광’ 확인을 마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보았다.
‘이번에는…….’
그리고 다음에 완료할 퀘스트를 고르기 시작했다.
<빛의 구름>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타락한 천족 : 0 / 300]
[빛의 돌 : 100 / 100]
퀘스트 보상 : 스킬 - 빛의 구름
고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차피 다 완료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절벽이라고 했지.’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다음 목적지는 타락한 천족들이 서식하고 있는 미개척지 ‘죽음의 절벽’이었다.
* * *
“……?”
장경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러는 거지?”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난 이유, 그것은 바로 수혁 때문이었다.
달빛 초원에서 웨어 울프를 잡던 수혁이 죽음의 절벽에서 타락한 천족을 사냥하고 있었다.
“왜 갑자기 스킬 퀘스트를…….”
웨어 울프와 타락한 천족을 잡는 이유는 스킬 퀘스트 때문이었다.
스킬 퀘스트는 최근에 생성된 게 아니었다.
오래전에 생성됐었다.
퀘스트가 있음에도 책을 읽으러 다녔던 수혁이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이유로 스킬 퀘스트를 완료하고 다니는 것일까?
“스킬이 부족한 건 아닐 텐데.”
이미 사용할 스킬이 차고 넘치는 수혁이었다.
더구나 지혜 스텟이 강화되어 쿨타임 초기화 확률 역시 40%나 된다.
스킬이 부족해 완료하러 다니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귓가에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장경우는 바로 확인을 했다.
“아.”
또 무슨 일이 터졌을까 기대했던 장경우는 알림 소리가 울린 이유를 확인하고 기대감을 지웠다.
“해피…….”
알림이 울린 이유는 해피 때문이었다.
해피가 직업 퀘스트를 시작했다.
그게 알림이 울린 이유였다.
“응?”
흥미 잃은 표정으로 해피가 받은 퀘스트를 확인하던 장경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설마…….”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 캐슈가 맞잖아?”
그리고 이내 나타난 정보에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러면…….”
* * *
“드디어 시작이네.”
방에서 아소멜이 오기를 기다리던 해피는 활짝 웃으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현재 해피는 퀘스트 ‘두 번째 시험 학살’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제 곧 아소멜이 퀘스트를 주러 올 것이었다.
<두 번째 시험 학살>
아래 모든 시험을 통과하라!
[퀘스트 ‘마을 코빈’ : X]
[퀘스트 ‘마을 카랍스’ : X]
[퀘스트 ‘마을 캐슈’ : X]
[퀘스트 ‘마을 도르빈’ : X]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두 번째 시험 학살’의 완료 조건은 총 4개였다.
아직 퀘스트를 받지 못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퀘스트 명을 보면 마을에 있는 이들을 전부 죽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학살은 도시겠지?”
두 번째 시험 ‘학살’의 다음 퀘스트는 ‘대학살’이었다.
학살이 마을이니 대학살은 도시일 확률이 높았다.
“혼자서 깰 수 있을까? 도우미가 있으려나.”
솔직히 마을은 혼자서 괴멸시킬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도시는 아니었다.
일단 도시에는 NPC의 수가 매우 많다.
거기다 유저들도 있었다.
혼자서 괴멸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무래 강해진다고 해도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아소멜입니다.”
노크와 함께 아소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해피가 외쳤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아소멜이 들어왔다.
아소멜은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숙여 해피에게 인사했다.
“해피 님을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