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470화 (470/553)

# 470

제 470화

468.

“……예!?”

아소멜은 심각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일단 출발하죠.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이도롬의 말에 아소멜은 바로 외쳤다.

“배 돌려!”

아소멜의 외침에 섬으로 향하던 배가 방향을 틀었다.

하이도롬이 이어 말했다.

“배에 있던 녀석들의 기억을 봤습니다. 수혁에게 고용된 녀석들이었는데…….”

말끝을 흐린 하이도롬은 인상을 구겼다.

“이미 바이루트의 본대와 전투를 치렀습니다. 결과는 바이루트의 전멸이구요. 정말…….”

하이도롬은 다시 한번 말끝을 흐리며 방금 전 엿보았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다.

‘마나가 무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데…….’

최상위 마법들이 쉬지 않고 펼쳐졌다.

마법에 담긴 마나들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부담을 느낄 정도의 마법들을 수혁은 아주 가볍게 시전하고 있었다.

‘계산도 너무 빨라.’

시전 속도 또한 말이 되지 않았다.

매직 미사일 같은 하위 마법도 아닌데 연달아 최상위 마법들이 터져 나왔다.

마치 드래곤의 용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 용언보다 더 빠르다.

용언이라 하더라도 수혁이 보였던 속도는 불가능하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처음에는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드래곤은 확실히 아니야.’

드래곤 킬 웜이 반응하지 않았다.

수혁이 드래곤일 가능성은 0%였다.

바로 그때였다.

하이도롬은 고개를 휙 돌려 섬을 보았다.

수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섬에 온 신경을 쏟아부었고 곧 수혁의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수혁이 해안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들이 왔다는 것을 눈치챈 게 분명했다.

‘하긴 내가 느꼈는데.’

수혁이 못 느꼈을 리 없다.

하이도롬은 아소멜에게 말했다.

“녀석이 눈치챈 것 같습니다.”

* * *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건물에서 나와 해안으로 향했다.

볼렉스 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배 하나가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아소멜과 하이도롬이 타고 있는 배가 분명했다.

‘엄청 빠르네.’

플라이로 쫓아갈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수혁은 펫 창을 열었다.

그리고 풍을 소환했다.

수혁은 풍과 함께 배를 추격했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고 곧 수혁은 배의 바로 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이스 필드.”

[아이스 필드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은 아이스 필드를 시전했다.

그러자 바다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배가 멈췄다.

“잠시 위에서 놀고 있어, 성스러운 보호막, 플라이.”

수혁은 풍에게 말한 뒤 플라이를 시전해 배를 향해 내려갔다.

팅! 팅!

내려가던 중 배에서 암기가 날아왔다.

그러나 이미 공격에 대비해 보호막을 시전한 수혁이었다.

암기들은 보호막에 작렬한 뒤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정도면 되겠지.’

이내 허공에서 수혁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섬광.”

스아악!

섬광이 시전되었고 수혁의 오른손에서 광선이 뿜어져 날아갔다.

광선의 목적지는 아소멜과 하이도롬이 타고 있는 배였다.

이내 광선이 작렬했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드래고니아의 제 4장로 하이도롬이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이도롬의 죽음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물론 이번에도 하이도롬은 완전한 죽음이 아닌 일시적 죽음을 맞이했다.

‘얘는 어떻게 죽여야 하냐…….’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손을 휘저었다.

이내 배를 완전히 지워버린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메시지가 하나 더 나타나야 했다.

바로 아소멜의 죽음 메시지였다.

그런데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즉, 아소멜은 아직 죽지 않았다.

“탐색.”

수혁은 탐색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숙련도가 낮아 탐색 범위가 너무나 좁았다.

“풍아.”

수혁은 하늘로 올라가 풍을 불렀다.

“혹시 아래쪽에 누가 있니?”

그리고 물었다.

-인간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없어요. 물고기들뿐이에요.

“……그렇구나.”

풍의 탐색 범위는 넓고 정확했다.

수혁은 풍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도망을 쳤어?’

메시지가 뜨지 않았으니 죽지 않은 것은 확실하고 풍이 없다고 하니 이곳에 없는 것도 확실했다.

이 두 가지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아소멜은 도망을 친 게 분명했다.

“섬으로 돌아가자.”

수혁은 풍에게 말했다.

아직 서류를 다 읽지 못했다.

‘오늘은 좀 무리해야겠어.’

나중에 접속했을 때 서류가 전부 사라져 있을 수 있다.

수혁은 서류를 다 읽고 난 뒤 로그아웃을 할 생각이었다.

풍은 수혁이 올라타자 빠르게 섬으로 돌아갔다.

“근처에서 놀고 있어.”

섬에 도착한 후 수혁은 풍에게 말했다.

-네, 아빠!

풍은 수혁의 말에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주변을 비행하기 시작했다.

비행하는 풍의 모습을 바라보던 수혁은 걸음을 옮겨 서류가 있던 건물로 향했다.

건물로 향하던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늦게까지 읽었던 적이 언제냐…….’

* * *

“…….”

아소멜이 눈을 떴다.

그리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여기는!”

주변을 살핀 아소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만들어둔 비처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떻게…….”

말끝을 흐린 아소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소멜의 마지막 기억은 선상 위였다.

광선이 날아왔고 기억이 끊겼다.

어떻게 이곳으로 온 것일까?

생각에 잠겨 있던 아소멜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비처에 있는 워프 마법진을 통해 암당의 본부로 워프했다.

“헛, 당주님!”

본부에 도착한 아소멜은 기로스의 방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방에는 기로스가 있었다.

“벌써 다녀오신 겁니까?”

기로스가 말했다.

‘벌써라고?’

아소멜은 기로스의 말에 시간이 별로 흐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출발한 지 얼마나 됐지?”

“……?”

기로스는 아소멜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답했다.

“어제저녁에 출발하셨으니 12시간 정도 지났네요.”

아소멜은 기로스의 답을 듣고 생각했다.

‘12시간밖에 안 됐어?’

예상보다 더 짧았다.

‘도대체…….’

머릿속에 혼란이 가득했다.

‘하이도롬 님에게 물어봐야 할까?’

직접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광선을 생각하면 모든 이들이 죽었을 것이다.

하이도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하이도롬은 다른 이들과 달리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부활을 하기 때문이었다.

하이도롬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있을 것이었다.

생각을 끝낸 아소멜은 기로스에게 말했다.

“바이루트가 전멸했어. 마스터를 뵙고 올 거야.”

당장 드래고니아에 가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드래고니아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거기다 지금 상황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바이루트가 전멸했다는 말에 기로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소멜은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흑월의 본부로 워프한 후 곧장 크라스의 궁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궁에 도착한 아소멜은 크라스를 만날 수 있었다.

“근데 넌 어떻게 돌아온 거지?”

모든 보고를 받은 크라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보고에 따르면 아소멜 역시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것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눈을 떠보니 비처에…….”

아소멜은 말끝을 흐렸다.

바로 그때였다.

크라스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아소멜의 몸으로 들어갔다.

“……!”

아소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몸속에서 이질적인 뭔가가 돌아다니는 것이 느껴졌다.

이내 아소멜의 몸으로 들어갔던 검은 기운이 다시 빠져나와 크라스에게 돌아갔다.

크라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흐음, 정신을 건든 것도 아닌데…….”

아소멜의 몸을 샅샅이 확인했다.

그러나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기억을 조작했다거나 제약을 걸지 않았다.

크라스는 수혁에 대해 고민했다.

‘바로 죽여야 할까?’

* * *

띠리리리!

알람이 울렸다.

평소와 다르게 수혁은 힘들게 눈을 떠 알람을 껐다.

알람을 끈 수혁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마음이 편한 게 최고야.’

바이루트의 본거지에서 모든 서류를 읽느라 늦게 잠이 들었다.

때문에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으로 피곤함을 조금 날린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준비하고 바로 접속해야겠다.’

이제 심해의 괴물을 처치하러 갈 시간이었다.

수혁은 빠르게 접속 준비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캡슐로 들어가기 전 핸드폰을 확인했다.

연중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진짜 만렙 홍보 안 할 거야?

바로 최고 레벨과 관련된 문자였다.

지금 수혁이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유저들에게 최고 레벨 달성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응, 안 할 거야.

하지만 수혁은 할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유저들에게 알릴 것이었다면 랭킹 등록을 했을 것이다.

수혁이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단 하나.

귀찮음 때문이었다.

지금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고 레벨 달성까지 알려진다면?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행동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상당했다.

문자를 보낸 뒤 핸드폰을 내려놓은 수혁은 캡슐로 향했다.

“성스러운 보호막, 슬로우 힐.”

판게아에 접속한 수혁은 치유 속성 마법을 시전하며 워프 마법진으로 향했다.

얼마 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됐다.’

드디어 치유 속성 마법을 1000번 달성했다.

‘이제 7속성 남았네.’

어둠, 불, 치유를 끝냈다.

남은 속성은 7가지.

‘오늘 내로 끝내자.’

수혁은 워프 마법진을 통해 도시 ‘카셉’으로 워프했다.

카셉에 도착한 수혁은 파르빌 상단의 지부로 향했다.

지부로 향하며 수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유저들이 엄청 많아졌는데?’

이내 이상함의 정체를 깨달은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제와 비교해 유저들의 수가 배 이상 늘어나 있었다.

“야, 여기서 진행할 수 있는 거 확실해?”

“응, 확실해. 여기가 바이루트의 본거지랑 제일 가깝다고 들었어.”

“그 정보 확실해?”

“확실하다니까. 그만 물어봐. 주위 보면 모르겠냐?”

귓가에 들려오는 유저들의 대화에 수혁은 어째서 유저들이 늘어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때문이 분명했다.

‘근데 왜 다음 챕터로 안 넘어갔을까?’

수혁은 의문이 들었다.

현재 여섯 번째의 두 번째 챕터는 ‘바이루트의 본거지’였다.

그리고 수혁은 본거지에 남아 있던 모든 잔당을 처리했고 모든 건물을 수색했다.

그럼에도 챕터는 넘어가지 않았다.

챕터에 대해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이내 지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아!”

그리고 귓가에 들려오는 파비앙의 목소리에 생각을 끝내고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시작된 곳을 보았다.

파비앙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수혁은 파비앙을 향해 다가가며 생각했다.

‘일단 닥치는 대로 진행하자.’

심해의 괴물 역시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와 관련 있다.

사방팔방 돌아다니다 보면 진행이 될 것이고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귀계의 입구를.

천마서고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