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2
제 472화
470.
광선은 물줄기를 갈랐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줄기는 거대했고 광선에 의해 한 줄기가 두 줄기로 나뉘었다.
수혁은 날아오는 두 개의 물줄기를 보며 생각했다.
‘괜히 나눴나?’
소멸할 줄 알았는데 헛된 생각이었다.
‘광선이 더 빠를 것 같긴 한데.’
물줄기의 속도도 빠르긴 했지만 광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소멸했으면 좋겠다.’
광선의 파괴력이라면 파이브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파이브를 죽인다고 해서 물줄기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수혁은 만약을 바라며 광선을 주시했다.
이내 광선이 파이브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심해의 괴물이자 키룬의 수호자 파이브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주술사들의 도시 키룬’이 생성되었습니다.]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심해, 고대 도시 키룬’의 세 번째 챕터 ‘떠오르는 고대 도시 키룬’이 시작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수혁은 메시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파이브가 죽었음에도 물줄기는 그대로 날아오고 있었다.
피하기에는 물줄기의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이내 물줄기가 작렬했다.
수혁은 바람과 물, 두 장막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두 장막은 물줄기를 온전히 버텨주고 있었다.
이내 물줄기가 힘을 잃고 사라졌다.
수혁은 헤엄을 쳐 수면 위로 올라갔다.
“플라이.”
그리고 바다에서 빠져나온 수혁은 바로 플라이를 시전했다.
하늘로 떠오른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며 배를 찾았다.
다행히도 근처에 있었다.
수혁은 갑판 위로 날아가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주술사들의 도시 키룬’을 확인했다.
<주술사들의 도시 키룬>
고대 도시 키룬은 고대의 주술사들이 만든 도시다.
도시에는 주술사들의 유산이 남아 있다.
도시에 진입하라!
그리고…….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확인한 순간 수혁은 멈칫했다.
설명이 중간에 끊겨 있었다.
‘도시에 들어가야 하는 건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도시에 들어갈 경우 퀘스트가 완료되거나 나오지 않은 뒷부분이 나올 것 같았다.
‘근처에 있을 테고.’
파이브는 키룬의 수호자였다.
수호자가 자신이 수호해야 할 도시에서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갑판 위에 도착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수혁아!”
그리고 수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오는 파비앙을 볼 수 있었다.
“다친 곳은? 이상 있는 곳은?”
파비앙은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수혁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장막 때문에 생명력이 아예 깎이지 않은 수혁이었다.
“녀석은 처리했어요.”
“……!”
수혁의 말에 파비앙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 카토리앙의 말을 떠올리고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끝을 흐린 수혁은 조용히 이어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 * *
“……그게 진짜야?”
파비앙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예.”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루트를 전멸시킨 것.
그리고 바이루트의 본거지에서 나온 정보들.
고대 도시 키룬.
파비앙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수혁의 끄덕임에 파비앙은 인상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그러면 파르빌 상단도…….”
무언가 찜찜함이 들던 의뢰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파르빌 상단 역시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수혁은 파비앙에게 물었다.
“음…….”
파비앙은 침음을 내뱉었다.
물음에 바로 답해 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사안이 아니었다.
바이루트, 로쿤 왕국, 암당, 파르빌 상단.
따로 보아도 엄청난 세력들이 전부 묶여 있었다.
‘그나마 수혁이가 바이루트를 전멸시켜서 다행이네.’
물론 바이루트는 수혁에 의해 전멸했다.
바이루트로 인해 귀찮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루트가 빠져도 로쿤 왕국, 암당, 파르빌 상단이 남아 있었다.
‘키룬…….’
암당을 포함해 적 세력이 노리는 것은 키룬이 분명했다.
그리고 파비앙은 키룬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오렉 녀석이 말했던 곳인데.’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환상의 마탑장 오렉이 ‘키룬’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 있었다.
‘돌아가서 물어봐야겠다.’
괴물들을 전부 잡았다.
즉, 의뢰는 끝났다.
파비앙은 마탑으로 돌아가 바로 오렉을 만나기로 결정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이걸 몇 명이나 알고 있니?”
“저희 둘이 끝이에요.”
“그럼 당분간은 우리 둘만 아는 거로 하자.”
파비앙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내가 따로 조사를 해볼게.”
* * *
“으음…….”
레이든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서류를 내려놓았다.
‘도착한 지 하루 만에?’
서류에는 마탑에서 의뢰를 해결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암당에서 잘못 파악한 건가?’
흑월에서 괴물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소멜이 한 말이었다.
물론 수혁이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하긴 했다.
그런데 며칠도 아니고 이틀 만에 괴물이 처리됐다.
흑월에서 잡는 것이 불가능한 괴물을 이틀 만에 처리했다?
암당에서 괴물을 과대평가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면…….’
레이든은 수혁을 떠올렸다.
어떠한 적이라 해도 자신감이 넘치는 암당에서 유일하게 자신감을 보이지 못한 존재가 바로 수혁이었다.
혹시나 수혁이 흑월의 그 어떤 이보다 강한 것일까?
강하기에 괴물을 빠르게 잡아낸 것일까?
‘잘못 선택한 건…….’
레이든은 흑월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흑월의 압도적인 힘을 보았고 레이든은 흑월과 함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정에 후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 생각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그럴 리 없어.’
레이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리 수혁이 강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강함이다.
개인의 강함엔 한계가 있다.
레이든은 금고에서 수정구를 꺼내며 말했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그러자 레이든의 그림자에서 일렁임이 일어났다.
자리로 돌아온 레이든은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했다.
얼마 뒤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레이든 님.
* * *
“……알겠습니다.”
아소멜의 말을 끝으로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빛을 잃은 수정구를 보며 아소멜은 생각했다.
‘역시.’
수혁은 예상대로 마지막 괴물을 처치했다.
‘바로 시작해볼까.’
아소멜은 파르빌 상단과 연결된 수정구를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고 그 옆에 있던 수정구를 가지고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나를 주입했다.
-아소멜?
얼마 뒤 수정구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폐하. 안녕하셨습니까.”
중후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로쿤 왕국의 왕 페스타 로쿤이었다.
-나야 항상 안녕하지, 무슨 일이야?
“일전에 말씀드렸던 일을 다시 진행할까 합니다.”
-아아, 키룬? 해결됐나 보네?
“……예.”
아소멜은 페스타의 말에 난감한 목소리로 답했다.
페스타에게 결국 괴물의 존재를 알렸다.
물론 괴물의 존재만을 알렸다가는 관계가 악화할 수 있기에 키룬의 존재도 알렸다.
-그러면 바로 조사대를 꾸려야 되겠군.
-인원은 얼마나 보낼 생각이야?
“다섯을 보낼 예정입니다.”
-바로 보낼 거야?
“내일이면 도착할 겁니다.”
-또 다른 용무나 알려 줄 정보는?
페스타가 물었다.
“……아마도 마탑에서 조사대를 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탑에서?
“예.”
바이루트의 본거지에 수혁이 있었다.
키룬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을 것이고 마탑에도 정보가 들어갈 것이다.
고대 도시 키룬은 주술사들의 도시.
마탑에서도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는 도시였다.
분명 조사대를 보낼 것이다.
“자세한 건 추후 정리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래, 기다리지.
페스타의 말을 끝으로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바로 그때.
똑똑
“기로스입니다.”
노크와 함께 기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끼이익
아소멜의 말에 문이 열렸고 기로스가 들어왔다.
기로스의 손에는 서류가 들려 있었다.
“페이드씬에서 드디어 먹이를 물었습니다.”
“……그래?”
아소멜은 기로스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후, 드디어 조용해지겠군.”
* * *
“여기 있습니다.”
콜콤은 서류를 정리해 베르벳에게 건넸다.
서류를 건네받은 베르벳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오지.”
베르벳은 방을 나섰다.
그리고 로일을 만나기 위해 궁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무실에 도착한 베르벳은 로일을 만날 수 있었다.
“정리가 끝났습니다.”
베르벳은 서류를 로일에게 건넸다.
서류에는 암당의 지부, 그리고 암당에 협력한 세력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로일은 서류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서류를 읽던 로일의 표정은 수시로 변화를 맞이했다.
일그러지기도 했고 놀람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분노가 등장하기도 했다.
“후.”
이내 서류를 다 읽은 로일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베르벳에게 물었다.
“이게 전부인가?”
“……전부는 아닐 겁니다.”
베르벳이 답했다.
서류에는 정말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페이드 제국에서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깔끔하게 정리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암당의 지부는 많았고, 많은 이들이 연관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베르벳은 서류에 나온 것들이 암당의 전부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정보가 너무나도 깔끔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쉽게 얻은 정보들은 아니지만 암당이 해온 일들을 보면 어긋나는 정보들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긋남이 존재하지를 않았다.
마치 암당에서 이것으로 만족하라며 던져 준 느낌이 가득했다.
“흐음.”
베르벳의 답에 로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서류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수혁 님께 연락드려야겠어.”
* * *
“파멸의 빛, 라이트, 섬광.”
[파멸의 빛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은 빛 속성 마법을 시전하며 생각했다.
‘얼마나 걸리려나.’
의뢰 완료 후 곧장 마탑으로 복귀했다.
파비앙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연락을 주기로 했고 수혁은 그사이에 대마도사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현재 미개척지 ‘파이분의 평야’에 와 있었다.
“라이트 애로우.”
이내 라이트 애로우를 끝으로 빛 속성 마법 1000번 시전이 끝났다.
‘이제 하나!’
남은 속성은 독 속성뿐이었다.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자정까지 충분히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자정을 넘긴다고 해도 수혁은 퀘스트 ‘대마도사’를 꼭 완료할 생각이었다.
“포이즌 포그, 독의 늪.”
수혁은 독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의 마지막 챕터 ‘암당’이 완료되었습니다.]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해주세요.]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드디어 끝났구나.’
말 그대로 잠시였다.
“독의 가시, 포이즌 스피어.”
수혁은 다시 독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수혁은 독 마법 시전을 멈췄다.
그리고 활성화된 퀘스트 ‘대마도사’의 완료 버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