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0
제 480화
478.
하지만 거짓이 아니다.
이미 일어난 현실이었다.
“임시 1 지부로 퇴각 준비하게.”
생각에 잠겨 있던 모아쿠이는 생각을 끝내고 쿠레에게 말했다.
현재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리자드맨들을 밀어내며 만든 임시 2지부였다.
해안과 가까운 곳에 임시 1지부가 있었다.
“예.”
쿠레는 모아쿠이의 말에 답하고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모아쿠이는 기사에게 말했다.
“아이곤 단장에게 적당히 싸우다 1지부로 퇴각하라 전하게.”
“예, 공작님.”
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방에서 나갔다.
“후…….”
방에 홀로 남게 된 모아쿠이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본국에 지원을 요청해야겠어.’
비밀을 요하는 일이었기에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인원으로는 제대로 된 수색조차 할 수 없다.
‘문제는 마탑인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마탑이었다.
본국에서 인원이 오기 전 마탑의 배가 도착할 것이다.
마탑의 마법사들과 싸울 생각은 없다.
지금 인원으로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리자드맨들과 상잔시킬 수 있을까?’
모아쿠이는 리자드맨들을 떠올렸다.
마탑의 마법사들이라면 리자드맨들을 전부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리자드맨들은 약하지 않다.
마법사들 역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모아쿠이는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선 모아쿠이의 머릿속에는 마탑과 리자드맨들을 어떻게 상잔시킬까 하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 * *
똑똑
“수혁 님, 마탑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노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수혁은 목소리에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선실에서 나와 갑판으로 향했다.
갑판 위에 올라온 수혁은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저건……!’
저 멀리 섬이 보였다.
전에 왔을 때는 없던 섬이었다.
‘키룬!’
고대 도시 키룬이 분명했다.
수혁은 파비앙에게 다가갔다.
파비앙 역시 키룬으로 추정되는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니?”
“예, 근데 저기…….”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답하며 손을 들어 섬을 가리켰다.
“그래, 먼저 손을 쓴 것 같아.”
파비앙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살짝 깃들어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기가 키룬인가?”
연락을 받고 갑판 위로 올라온 오렉이 말했다.
“그래, 저기가 키룬인 것 같다.”
파비앙은 고개를 끄덕이며 항해사에게 말했다.
“속도를 더 올릴 수는 없습니까?”
“올려보겠습니다.”
항해사는 파비앙의 말에 답한 뒤 선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선원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러자 배가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이미 와 있네.’
섬과 가까워지며 수혁은 정박해 있는 배와 수많은 건물을 볼 수 있었다.
배에는 로쿤 왕국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로쿤 왕국만 와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암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로쿤 왕국이다.
분명 함께 있을 것이었다.
“이미 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수혁은 파비앙에게 물었다.
“건들기는 힘들어.”
파비앙이 답했다.
솔직히 전부 쓸어버리고 싶었다.
앞서 로쿤 왕국의 영해에서 당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
생각은 생각으로 끝내야 한다.
영해가 아니더라도 그들이 로쿤 왕국의 병력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공격을 해오지 않는 이상 공격을 할 수는 없다.
“이쯤에서 멈추고 날아가는 게 어때?”
오렉이 말했다.
“그래, 그러는게 좋겠다.”
파비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괜히 다가갔다가 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파비앙은 휘하 마법사들에게 외쳤다.
“다들 섬으로 진입!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하고. 3조는 배를 지킨다.”
명령을 내린 뒤 파비앙은 플라이를 시전해 섬을 향해 날아갔다.
“플라이”
수혁 역시 플라이를 시전한 후 파비앙의 뒤를 따랐다.
섬으로 날아가며 수혁은 정박해 있는 배들을 보았다.
배에는 병사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갑판 위에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수혁은 병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병사들로 위장해 있는 건가?’
암당에서 온 이들이 만약 병사들로 위장해 있다면?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었다.
‘메시지 뜨겠지.’
물론 간부들은 경고 메시지가 뜰 테니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내 섬에 도착했고.
[고대 도시 키룬에 입장하셨습니다.]
[퀘스트 ‘키룬의 비밀’이 생성되었습니다.]
섬에 도착함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키룬의 비밀?’
수혁은 땅으로 내려온 뒤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키룬의 비밀>
고대 주술사들의 도시 ‘키룬’.
키룬에는 무서운 비밀이 있다.
비밀을 찾아내라!
[주술사의 비밀 일기 : 0 / 10]
퀘스트 보상 : ???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비밀이라…….’
그리고 파비앙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건물에 있겠지?’
어떤 비밀인지는 비밀 일기를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었다.
“어디로 갈 거냐?”
뒤이어 도착한 오렉이 파비앙에게 물었다.
“따로 수색할 생각이야?”
오렉의 물음에 파비앙이 반문했다.
“굳이 한 지역에 몰려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건 그렇지.”
환상의 마탑의 힘 역시 결코 약하지 않다.
굳이 두 마탑이 함께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따로따로 움직이는 게 더 많은 유산을 확보할 수 있다.
바로 그때였다.
전방에서 로쿤 왕국의 기사와 병사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파비앙과 오렉은 대화를 멈추고 그들을 주시했다.
수혁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혹시나 암당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아무런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암당의 일반 당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암당의 간부급은 없는 게 분명했다.
이내 로쿤 왕국의 기사와 병사들이 도착했다.
그리고 기사가 말했다.
“신분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기사의 말에 오렉이 답했다.
오렉의 목소리에는 가시가 가득했다.
“……모아쿠이 공작님께서 이 서신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기사는 오렉의 말에 한 방 먹은 표정으로 서신을 건넸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다시 돌아갔다.
서신을 받은 파비앙은 바로 서신을 펼쳤다.
오렉 역시 옆에 서서 서신을 함께 보았다.
서신을 보는 파비앙과 오렉의 표정이 굳어졌다.
“약은 놈들이군.”
오렉이 말했다.
서신에는 서로 신경전 하지 말고 각자 지역을 나누어 수색을 하자는 말과 리자드맨들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미 키룬에 먼저 온 로쿤 왕국은 자리를 선점했다.
그리고 그곳은 리자드맨이 잘 출몰하지 않는 곳이 분명했다.
즉, 서신은 언뜻 화친을 말하는 듯 보이지만 위험 요소인 리자드맨들을 너희가 맡으라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할 거냐?”
“어차피 외곽 지역은 별거 없을 것 같은데?”
중요한 아티팩트가 외곽 지역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파비앙은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리자드맨이야 마탑에는 그리 큰 위험이 되지 않는 몬스터였다.
마법에 약한 몬스터의 대명사가 바로 리자드맨이 아니던가?
“나도 같은 생각.”
“그럼 위급한 상황에 연락 주라고.”
“흥, 연락 기다리지.”
오렉은 파비앙의 말에 코웃음을 내뱉으며 환상의 마탑 마법사들을 데리고 떠났다.
“가자.”
파비앙 역시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과 독의 마탑 마법사들은 파비앙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리자드맨이 나타날 수 있으니 전부 2인 1조로 같이 다니고. 아티팩트로 추정되는 것들은 전부 챙겨!”
곧 건물 근처에 도착한 파비앙이 외쳤다.
“예!”
“네!”
그리고 독의 마탑 마법사들은 정해진 대로 조를 짜 주변 건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겠니?”
마법사들이 들어가고 파비앙이 수혁에게 물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찾아볼게요.”
수혁은 물음에 답했다.
이미 안쪽으로 들어왔지만 수혁이 보기에는 여전히 외곽 지역이었다.
가장 중요한 심해의 정이 이곳에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리자드맨은…….”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입을 열었다가 입을 다물었다.
드래곤도, 키룬을 지키고 있던 괴물도 가볍게 잡아낸 수혁이었다.
리자드맨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드래곤이나 심해의 괴물만큼 강할 리 없으니 수혁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니다. 찾으면 연락 주렴.”
“예, 조심하세요. 암당 녀석들도 와 있을 테니.”
“그래.”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답하고 근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했다.
어둠의 자식들은 소환됨과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나 보네.’
움직이는 것을 보면 리자드맨이 있는 게 분명했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리자드맨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뭐 이리 커?’
수혁은 리자드맨의 크기를 보고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자드맨들은 족히 3m가 넘는 큰 키와 키에 걸맞은 체구, 그리고 날카로운 삼지창, 혹은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인간 녀석이다!
-녀석을 잡아!
-이상한 정령도 같이 있다!
리자드맨들은 수혁과 어둠의 자식들을 발견하고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혁은 리자드맨들을 향해 마법을 시전하지 않았다.
어둠의 자식들이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스아악
리자드맨들에게 다가가던 어둠의 자식들이 사라졌다.
“……!?”
수혁의 표정에 놀람과 의아함이 나타났다.
“불놀이.”
일단 수혁은 리자드맨들에게 불놀이를 시전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둠의 자식이 소멸했습니다.]
.
.
[어둠의 자식이 소멸했습니다.]
어둠의 자식들이 소멸했다는 메시지만이 떠 있었다.
‘드디어…….’
수혁은 어째서 갑자기 어둠의 자식들이 사라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상급이었던 어둠의 자식들의 숙련도가 ‘최상급’으로 올라간 것이다.
-크아악!
-크윽!
-뜨, 뜨거워!
이내 불놀이에 리자드맨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리자드맨들의 죽음을 확인한 수혁은 스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어둠의 자식의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어둠의 자식>
숙련도 : 최상급(-)
특수 효과 : -
마나 : 10000
시전 시간 : 5초
더 이상 올라갈 단계가 없기 때문인지 숙련도에서 ‘%’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특수 효과 역시 사라져 있었고 지속 시간 또한 사라졌다.
수혁은 스킬 정보를 보며 생각했다.
‘어떤 성격일까.’
지속 시간이 없어진 이유, 두 마리 소환이라는 특수 효과가 사라진 이유.
수혁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나랑 맞는 성격이면 좋겠는데.’
어둠의 자식은 최상급이 되는 순간 ‘자아’를 갖게 된다.
어떤 성격을 갖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두 마리를 소환하면 쌍둥이처럼 행동하려나?’
궁금한 것은 한 가지뿐만이 아니었다.
수혁은 아이템 ‘리헴의 반지’로 한 마리를 더 소환할 수 있다.
자아를 갖는 어둠의 자식을 한 번 더 소환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둠의 자식.”
수혁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어둠의 자식을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