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1
제 481화
479.
스아악
소환함과 동시에 어둠의 자식이 나타났다.
어둠의 자식을 본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둠의 자식은 완벽한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어릴 줄 알았는데.’
수혁은 어둠의 자식을 보며 생각했다.
여태껏 보아온 어둠의 자식의 체구를 생각하면 최상급이라 하더라도 작을 줄 알았다.
그러나 어둠의 자식은 컸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의 20대 사내로 보였다.
특징도 있었다.
바로 눈.
흰자가 없었다.
오로지 검은자만이 가득했다.
“아버지, 키워주셔 감사합니다.”
어둠의 자식이 말했다.
멍하니 어둠의 자식을 바라보고 있던 수혁은 어둠의 자식의 목소리에 움찔했다.
나이가 자신보다 많아 보이는 이에게 아버지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어, 그래, 그…….”
수혁은 말끝을 흐렸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름이…….”
일단 수혁은 호칭을 정하기로 결정했다.
“정해주시면 그 이름을 사용하겠습니다.”
“잠시만.”
수혁은 어둠의 자식의 말에 답했다.
“어둠의 자식.”
그리고 다시 한번 어둠의 자식을 소환했다.
스아악
‘소환되는구나.’
혹시나 리헴의 반지 효과가 무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아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시되지 않았다.
새로운 어둠의 자식이 소환됐다.
이번에 소환된 어둠의 자식은 앞서 소환된 어둠의 자식과 확실히 달랐다.
확신하는 이유는 생김새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20대 여인이었다.
“아버지, 키워주셔 감사합니다.”
목소리는 달랐지만 하는 말은 같았다.
그리고 검은자가 가득한 눈 때문일까?
둘의 성격이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 이름은…….”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두 번째 어둠의 자식에게 물었다.
“정해주시면 그 이름을 사용하겠습니다.”
첫 번째와 같았다.
두 번의 작명을 해야 한다는 것에 수혁은 잠시 고민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암운, 암화 어때?”
“좋습니다.”
“저도요.”
암운과 암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희 둘은 어떤 관계니?”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는 둘을 보며 물었다.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했다.
“제가 먼저 자아를 얻었으니…….”
암운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을 다 하기도 전 암화가 입을 열어 암운의 말을 잘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암화는 암운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수혁은 암운이 움찔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격이 같지는 않구나.’
말하는 것과 분위기가 비슷해 성격 역시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았다.
“쌍둥이 남매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암화가 말했다.
방금 전 암운에게 말할 때와 달리 매우 나긋나긋했다.
“더 궁금하신 건……?”
답을 마친 암화가 물었다.
“힘은 어느 정도야?”
상급 어둠의 자식들도 강했다.
최상급이 되고 자아를 얻게 된 지금은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했다.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말끝을 흐린 암화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어 말했다.
“힘 자체는 자아를 얻기 전과 비교해 3배 정도 강해졌습니다.”
“……!”
암화의 말에 수혁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상급 어둠의 자식보다 3배라니?
거기다 자아를 가지고 있으니 더 효율적으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투력은 3배가 아니라 그 이상 차이가 날 것이었다.
“주변에 있는 리자드맨들을 처리해줄래?”
수혁은 암화와 암운에게 말했다.
건물 사이사이에 리자드맨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암화와 암운이라면 충분히 리자드맨들을 박살 낼 수 있을 것이다.
“네, 아버지.”
“옙.”
암화와 암운은 수혁의 말에 답한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혁은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근처에 있는 건물을 보았다.
‘이쯤에서 한번 확인해볼까.’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지금 위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수혁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을 돌아다니며 수색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책상 위에 빛을 뿜어내는 종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종이를 확인했다.
종이에는 글이 적혀 있었다.
-드디어 대주술사 오리칸이 도시를 세웠다.
대주술사 오리칸의 명성 때문일까?
수많은 주술사가 도시로 몰려오고 있다.
물론 나 역시 오리칸의 명성을 보고 도시에 온 것이지만…….
글은 짤막했다.
고작 4줄이었다.
4줄의 글을 다 읽은 순간.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첫 번째 일기를 발견하셨습니다.]
2개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퀘스트 창을 열었다.
<키룬의 비밀>
고대 주술사들의 도시 ‘키룬’.
키룬에는 무서운 비밀이 있다.
비밀을 찾아내라!
[주술사의 비밀 일기 : 1 / 10]
퀘스트 보상 : ???
그리고 퀘스트 ‘키룬의 비밀’을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퀘스트 ‘키룬의 비밀’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싶었는데 진짜였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음 방에 도착한 수혁은 잠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기를 발견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수혁이 걸음을 멈춘 이유는 진열대에 있는 물건들 때문이었다.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겨 진열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진열대 위에 있는 수많은 물건 중 붉은빛을 뿜어내는 목걸이를 보았다.
‘찾았다.’
키룬에 오기 전 파비앙에게 퀘스트를 받았다.
아티팩트를 찾는 퀘스트였다.
그리고 퀘스트에는 아티팩트가 붉은빛을 뿜어낸다고 쓰여 있었다.
즉, 목걸이는 고대 주술사들이 남긴 아티팩트였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를 받을 때 함께 받은 자루를 꺼내 아티팩트를 넣었다.
[4등급 아티팩트 - 파르빌라의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아티팩트를 찾아서’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아티팩트를 넣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인벤토리에 자루를 넣고 다음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건물 안의 모든 방을 확인한 수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티팩트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혁은 금방 아쉬움을 떨쳐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쉬워하기에는 건물이 너무나 많았다.
수혁은 다음 건물로 향했다.
* * *
스윽
하이도롬은 손을 들었다.
손에서 검은빛이 반짝였다.
그러자 전방에 있던 세 마리의 리자드맨 중 하나의 눈빛이 변했다.
하이도롬에게 정신을 제압당한 것이다.
눈빛이 변한 리자드맨은 다른 두 리자드맨을 향해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동족에게 공격을 받게 된 두 리자드맨은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두 리자드맨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동족을 협공하기 시작했다.
이내 협공을 당한 리자드맨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 순간 하이도롬의 손에서 다시 한번 검은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살아남은 두 리자드맨 중에서 좀 더 상처가 적은 리자드맨의 눈빛이 변했다.
눈빛이 변한 리자드맨은 앞서 죽은 리자드맨과 마찬가지로 동족을 향해 삼지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미 한차례 전투로 인해 지쳤기 때문일까?
금방 승부가 났다.
승리한 리자드맨은 하이도롬에게 정신을 제압당한 리자드맨이었다.
물론 승리한 리자드맨도 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
마지막 리자드맨 역시 이내 죽음을 맞이했다.
“흐음.”
리자드맨들을 서로 상잔시킨 하이도롬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몸 안에 남아 있는 마나를 확인하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최대한 마나를 아끼고 있었다.
상대해야 할 리자드맨의 수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마나의 소모가 빨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바로 그때 암당의 당원이 다가왔다.
“마탑이 도착했습니다.”
“수혁은?”
당원의 보고에 하이도롬이 물었다.
이미 마탑에서 조사대를 보낼 것은 예상했다.
중요한 것은 조사대에 수혁이 있는가 없는가였다.
“함께였습니다.”
당원이 답했다.
하이도롬은 당원의 답을 듣고 인상을 살짝 구겼다.
“위치는?”
“일단 저희와 정 반대편에서 수색 중입니다만…….”
말끝을 흐린 암당의 당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안쪽에서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암당에서는 계속해서 안쪽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안쪽으로 갈수록 아티팩트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안쪽으로 향하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이동한다면 결국 마탑 조사대 아니, 수혁과 마주치게 될 것이었다.
“계속해서 주시해. 녀석들의 위치를 놓쳐서는 안 돼.”
“예.”
당원은 하이도롬의 말에 답하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당원이 사라지고 하이도롬은 생각했다.
‘갈 수도 없고.’
하이도롬은 복잡한 표정으로 안쪽을 바라보았다.
키룬은 완전히 떠오른 게 아니다.
아직 절반이 잠겨 있었다.
그리고 하이도롬은 잠겨진 곳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강력한 결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계는 앞서 해제했던 결계와는 차원이 달랐다.
전력을 다해도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밖에 있길 바라야 되는 건가.’
하이도롬은 부디 심해의 정이 결계 밖의 드러난 건물 어딘가에 있기를 바라며 걸음을 옮겼다.
* * *
-오리칸이 도시를 만든 이유를 듣게 되었다.
나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게 가능한 것일까?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세 번째 일기를 발견하셨습니다.]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 번째 일기에는 5줄이 쓰여 있었다.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시의 이름이 키룬으로 정해졌다는 것,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 일기에 쓰여 있는 것은 두 가지뿐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 일기는 더했다.
고작 3줄뿐이었고 나와 있는 것은 대주술사 오리칸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키룬을 세웠다는 것뿐이었다.
그 목적이 나와 있지 않았다.
‘어떤 비밀일까.’
남은 일기는 7개였다.
7개의 일기를 읽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키룬의 무서운 비밀이 무엇인지.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수색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네 번째 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혁은 이번에는 무슨 짤막한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며 네 번째 일기를 확인했다.
‘……응?’
그리고 일기를 확인한 수혁은 약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앞서 읽은 세 장의 일기와 달리 네 번째 일기는 길었다.
10줄이 넘었고 수혁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심해의 정…….’
대주술사 오리칸이 도시 ‘키룬’을 세운 이유는 바로 ‘심해의 정’ 때문이었다.
네 번째 일기에는 심해의 정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일기는 심해의 정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
‘근데 이게 네 번째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심해의 정이 키룬의 무서운 비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아직 일기는 여섯 장이나 남아 있었다.
도대체 남은 여섯 장의 일기에는 무엇이 쓰여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