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5
제 485화
483.
덕분에 결계를 파괴하는 데 들어갈 힘을 아낄 수 있었다.
“고통 없이 보내줄게.”
밖에 있을 주술사들은 찢어 죽일 생각이었지만 도움을 준 인간 만큼은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죽여주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베르고스는 인간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인간의 마지막 유언 정도는 들어 줄 생각이었다.
도움을 준 특별한 인간이 아니던가?
인간의 입이 열렸다.
베르고스는 인간의 유언에 집중했다.
“파멸의 빛.”
“……?”
그러나 이어진 인간의 말에 베르고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네, 네 녀석 뭐야!”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베르고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몸에서 엄청난 마나가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머리 위로 하얀빛의 구체가 나타났다.
이어 빛의 구체에서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베르고스는 빛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에 재빨리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빛의 속도는 빨랐고 기운을 다 끌어 올리기도 전에 빛과 마주하게 됐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크아아악!”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그나마 끌어 올린 기운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베르고스는 깨달았다.
기운을 다 끌어올렸다고 하더라도 막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윤기가 돌던 피부가 다시 푸석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베르고스가 쓰러졌다.
베르고스가 쓰러지고 인간 아니, 수혁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키룬의 재앙 베르고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심해, 고대 도시 키룬’의 마지막 챕터 ‘주술사의 유산’이 시작됩니다.]
[퀘스트 ‘키룬의 재앙’이 삭제됩니다.]
[아이템 ‘봉인석’이 삭제됩니다.]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안도했다.
일기에는 베르고스가 미지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일시적 죽음을 많이 보아 혹시나 베르고스 역시 일시적 죽음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니었다.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심해의 정 5개
-심해의 정 제작서
-베르고스의 비늘
-베르고스의 정수
.
.
수많은 드랍 템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드랍템을 보며 수혁은 활짝 웃었다.
‘있네!’
심해의 정과 심해의 정 제작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바로 확인을 눌러 아이템들을 습득하고 정보를 확인했다.
<심해의 정[전설]>
해양 생물에게 사용 시 50% 확률로 생물의 힘을 크게 증가시킨다.
실패 시 해양 생물은 죽음을 맞이한다.
‘역시 소비 아이템이구나.’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심해의 정’이었다.
‘한번 써볼까.’
퀘스트 때문에 5개 중 1개는 써야 한다.
남은 것은 4개.
생물을 한번 키워보고 싶었다.
‘아니야, 나중에 또 필요할지 모르니까.’
하지만 이내 든 생각에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률이 50%였고 거기다 후에 또 다른 신 등급 아이템 옵션 개방 시 필요할 수 있다.
물론 심해의 정 제작서가 나오기는 했지만 파비앙에게 줄 생각이기에 수혁은 심해의 정을 아끼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후 수혁은 ‘심해의 정 제작서’의 정보를 확인했다.
<심해의 정 제작서[전설]>
심해의 정의 제작법이 쓰여 있다.
사용할 수 없다.
‘어차피 못했겠네.’
놀랍게도 정보에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쓰여 있었다.
즉, 제작서를 익힐 수 없다는 뜻이었다.
‘퀘스트 전용 아이템인 건가.’
수혁은 바로 다음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베르고스의 비늘이나 정수 같은 아이템들은 전부 전설 등급의 재료 아이템이었다.
아이템 확인을 마친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베르고스 덕분에 2개의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게 됐다.
<마나의 정령7>
마나의 정령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나의 정령’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심해의 정 : 5 / 1]
퀘스트 보상 : 마나의 정령 옵션 하나 개방
<키룬 조사대>
파비앙은 고대 주술사들이 남긴 최강, 최악의 유산 ‘심해의 정’을 암당보다 먼저 회수할 생각이다.
조사대는 독의 마탑과 환상의 마탑 두 마탑이 함께 하기로 했다.
파비앙을 도와 키룬에서 심해의 정 제작서를 회수하라!
[심해의 정 제작서 : 1 / 1]
퀘스트 보상 : ???
흐뭇한 표정으로 퀘스트를 보던 수혁은 바로 완료가 가능한 퀘스트 ‘마나의 정령7’을 완료했다.
[퀘스트 ‘마나의 정령7’을 완료하셨습니다.]
[마나의 정령 다섯 번째 옵션이 개방됩니다.]
완료를 하자마자 수혁은 장비 창을 열어 ‘마나의 정령’의 새로운 옵션을 확인했다.
<마나의 정령[신]>
제한 : 마법사, 체력 1000, 지혜 5000
마나 소모 시 30초간 최종 데미지 50% 증가 (쿨타임 30초)
스킬 시전 시 10% 확률로 1분간 마나의 정령 소환 (쿨타임 10분)
적을 처치할 때마다 마나의 정령 쿨타임 10초 감소
마법 공격 시 10% 확률로 해당 마법 재시전 (재시전으로 마법을 시전한 경우 효과가 발동되지 않습니다.)
마법 공격 시 50% 확률로 대상의 마나 30%를 불태운다.
‘오.’
옵션을 확인한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마나의 정령의 새로운 옵션은 마나번이었다.
로스탱의 수장이었던 하비의 마나번이 떠올랐다.
‘데미지가 얼마나 되려나.’
태운 마나만큼 데미지를 줄 수도 있고 그 이상을 줄 수도 있고 절반을 줄 수도 있다.
수혁은 후에 연중과 함께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스윽
모든 확인을 마친 수혁은 신전 내부를 둘러 보았다.
‘한번 확인해야겠지.’
베르고스가 봉인되어있던 신전이다.
특별한 뭔가가 있을 수 있다.
수혁은 걸음을 옮겨 신전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샅샅이 수색을 했음에도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신전은 텅텅 비어 있었다.
‘진짜 봉인을 위한 곳이었나 보네.’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신전에서 나왔다.
그리고 파비앙이 수색을 하고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비앙의 연락을 받고 온 독의 마탑 마법사들과 환상의 마탑 마법사들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 녀석들도 왔어?’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저 멀리 로쿤 왕국의 기사, 병사들이 보였다.
기사와 병사들은 마탑의 마법사들과 대치 중이었다.
수혁은 대치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혹시나 암당의 간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짓이오? 그대들의 논리대로라면 키룬은 우리가 먼저 발견한 곳이 아닌가!”
메시지 창을 확인하던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석이 박혀 있는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고 있었다.
로쿤 왕국에서 보낸 조사대의 대장인 것 같았다.
“마탑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것은 서신대로라 하시더군요.”
“……그건!”
조사대의 대장은 인상을 구겼다.
생각해보니 서신에서 각자 영역을 침범하지 말자고 한 것은 로쿤 왕국이었다.
그리고 이미 마탑에서 차지한 영역이었다.
로쿤 왕국의 조사대가 온다면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다.
바로 그때 수혁을 발견한 독의 마탑 마법사가 다가왔다.
“헛, 수혁 님.”
“무슨 일이에요?”
수혁은 마법사에게 물었다.
“로쿤 왕국의 모아쿠이 공작이 이곳을 수색하려 해서 막고 있습니다. 마탑장님께서 누구도 들이지 말라 하셨거든요. 이곳이 진짜라고.”
마법사의 답에 수혁은 인상을 구긴 조사대의 대장이 모아쿠이 공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탑장님은 어디에 계세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수혁의 물음에 마법사는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법사의 안내를 받아 수혁은 파비앙이 있는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전 이만…….”
안내를 마친 마법사는 수혁에게 인사를 한 뒤 돌아갔고 수혁은 파비앙을 찾아 움직였다.
파비앙은 열심히 내부를 돌아다니며 아티팩트를 찾고 있었다.
“마탑장님.”
수혁은 파비앙을 불렀다.
“어? 왔니?”
수색에 집중하고 있던 파비앙은 수혁을 발견하고 잠시 수색을 멈췄다.
“여기 심해의 정 제작서요.”
수혁은 파비앙에게 다가가며 인벤토리에서 심해의 정 제작서를 꺼내 파비앙에게 내밀었다.
“……응?”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반문하며 수혁이 내민 제작서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수혁에게 말했다.
“심해의 정…… 제작서?”
“네, 안쪽에 있는 신전에서 구했어요.”
“……!”
수혁의 답에 파비앙은 놀란 표정으로 재빨리 수혁에게서 제작서를 받아 펼쳤다.
[퀘스트 ‘키룬 조사대’를 완료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퀘스트가 완료됐다.
“…….”
제작서를 읽는 파비앙의 표정은 묘했다.
놀람과 당혹, 고민이 가득해 보였다.
그리고 이내 제작서 확인을 마친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이거 참…….”
말끝을 흐린 파비앙은 제작서를 허공에 던졌다.
그리고 허공에 던져진 제작서에 불꽃이 나타나더니 화르륵 타올라 사라졌다.
“……!”
수혁은 놀람과 의아함이 담긴 표정으로 파비앙을 보았다.
그러자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녀석이더라구.”
“그렇군요.”
수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그럼 앞으로 심해의 정은 못 구하는 건가?’
제작서가 사라졌다.
즉, 심해의 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수혁이 가지고 있는 심해의 정이 판게아에 남은 유일한 심해의 정들인 것일까?
‘9마계처럼 던전으로 나오려나?’
9마계의 던전 ‘마왕성’이 떠올랐다.
에피소드가 끝나고 키룬에도 던전이 생성될 수 있다.
“마저 수색하고 돌아가자. 슬슬 로쿤 왕국이나 암당에서 추가로 보낸 인원이 도착할 것 같으니.”
파비앙이 말했다.
“옙.”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답하고 건물에서 나왔다.
그리고 신전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신전이 자리 잡은 곳은 가장 안쪽이었다.
안쪽으로 갈수록 상위 등급의 아티팩트들이 잘 나왔기에 수혁은 안쪽부터 수색을 할 생각이었다.
안쪽으로 향하던 중 암운과 암화가 나타났다.
“전부 정리했어요.”
암화가 말했다.
“고생했어.”
수혁은 암화의 말에 답한 뒤 이어 물었다.
“혹시 수상한 녀석들은 없었어?”
“예, 경계할까요?”
“응, 부탁해.”
암운과 암화는 수혁의 말에 다시 자리를 떠났고 신전 앞에 도착한 수혁은 주변 건물로 들어가 아티팩트 수색을 시작했다.
* * *
“망할 마탑 새끼들!”
모아쿠이는 거칠게 욕을 내뱉으며 책상을 내려쳤다.
쿵!
잠겨 있던 곳이 떠올랐고 수색을 하려 했다.
그러나 마탑이 한발 빨랐고 마탑에서는 수색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보낸 서신이 있었기에 명분에서도 밀렸고 힘에서도 밀렸다.
그래서 결국 어쩔 수 없이 돌아온 상황이었다.
“지원은 언제 도착하지?”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왕국에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었다.
2개 마탑이 왔다는 것을 전했으니 분명 그에 걸맞은 지원이 올 것이다.
거기다 암당에도 지금 상황을 전했다.
암당 역시 지원을 보낼 것이다.
“10분 전 출발했다고 합니다. 4시간 안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4시간이라…….”
쿠레의 답에 모아쿠이는 말끝을 흐리며 이를 악물었다.
마탑의 콧대를 어서 꺾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