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493화 (493/553)

# 493

제 493화

491.

위로 올라온 수혁은 암화를 볼 수 있었다.

암화의 손에는 사내가 잡혀 있었다.

두들겨 맞았는지 얼굴이 팅팅 부어 있었다.

수혁은 암화에게 듣지 않고도 사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경고!]

[드래고니아의 제 6장로 보드라가 나타났습니다.]

사내는 바로 드래고니아의 장로 보드라였다.

“좀 중요한 녀석인 것 같아 죽이지 않았어요.”

암화가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수혁은 암화의 물음에 보드라를 보며 생각했다.

‘일단 물어볼까?’

보드라는 장로였다.

드래고니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말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수혁은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보드라.”

“……!”

수혁의 말에 보드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저 이름만 불렀을 뿐이다.

수혁은 보드라의 반응에 암화를 보았다.

얼마나 험하게 다뤘기에 이름을 부르는데 놀라는 것일까?

수혁은 다시 고개를 돌려 보드라에게 물었다.

“드래고니아의 본부는 어디에 있지?”

“죽여라.”

보드라는 수혁의 물음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원하는 대로 해줘.”

수혁은 보드라의 답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암화에게 말했다.

어차피 본부의 위치는 퀘스트를 완료하면 알 수 있다.

암화는 수혁의 말에 바로 행동을 옮겼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드래고니아의 제 6장로 보드라가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녀석도?’

고민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보드라 역시 일시적 죽음이었다.

‘드래고니아의 장로는 다 이런가?’

하이도롬에 이어 보드라까지 벌써 두 명의 장로가 일시적 죽음이었다.

혹시 모든 이들이 일시적 죽음인 게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죽여야 하는 걸까.’

수혁은 고민을 하며 수색을 시작했다.

[네 번째 단서를 발견하셨습니다.]

.

.

이후 수혁은 꾸준히 단서를 발견했다.

그리고 일곱 번째 단서를 발견했을 때.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암화가 와서 말했다.

“여기 있던 녀석들과는 다른 기운을 가지고 있어요.”

수혁은 암화의 말에 수색을 멈추고 저택 밖으로 나가며 생각했다.

‘페이드씬인가?’

로일이 페이드씬을 보내주기로 했었다.

암화가 말한 이들이 페이드씬이 아닐까 싶었다.

저택 밖으로 나온 수혁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수혁 님을 뵙습니다.”

페이드씬의 수장 베르벳이 정중히 허리를 숙여 수혁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수혁은 인사에 답하고 이어 말했다.

“정리는 끝났습니다. 바로 시작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베르벳은 수혁의 말에 답하며 함께 온 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명령을 받은 페이드씬의 일원들은 대저택과 근처에 있는 건물들에 나누어 들어가 수색을 시작했다.

수혁 역시 다시 저택으로 들어가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마지막 단서를 발견하셨습니다.]

얼마 뒤 수혁은 모든 단서를 찾아냈다.

[퀘스트 ‘드래고니아의 지부’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드래고니아의 본부를 찾아서’가 생성되었습니다.]

[드래고니아 지형 지도를 획득합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바로 ‘드래고니아 지형 지도’를 꺼내 확인했다.

“……?”

지도를 펼친 순간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에는 지형만이 나와 있었다.

지명이 나와 있지 않았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드래고니아의 본부를 찾아서’를 확인했다.

무슨 힌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는 실망이 나타났다.

퀘스트에는 힌트가 없었다.

그저 지도를 보고 본부의 위치를 찾아내라는 내용만이 쓰여 있을 뿐이었다.

수혁은 다시 지도를 보았다.

‘이걸 보고 찾아야 한다고?’

착잡함이 가득 느껴졌다.

대륙이 작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지형만 보고 찾는단 말인가?

‘아니지.’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찌푸린 미간을 풀었다.

‘맡기면 되잖아?’

직접 찾아야 하는 게 아니다.

클로저도 있었고 페이드씬도 있었으며 라스칼도 있었다.

교환 불가 아이템도 아니니 지도를 건네주고 맡기면 된다.

‘라스칼 님한테 맡기자.’

아마도 지도에 나온 지형은 미개척지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클로저나 페이드씬보다 라스칼이 찾는 게 더 빠를 것이다.

거기다 애초에 라스칼이 부탁한 일이 아니던가?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혁은 베르벳에게 말했다.

“옙, 정보가 정리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베르벳의 말에 답하며 수혁은 대저택에서 나왔다.

그리고 암운과 암화를 역소환시킨 뒤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시간을 확인했다.

‘끙…….’

시간을 확인한 수혁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로그아웃을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워프 마법진을 통해 마탑으로 워프 한 수혁은 독의 마탑으로 가 라스칼을 만났다.

“그곳에서 얻은 지도입니다.”

그리고 바로 지도를 내밀었다.

“녀석들의 본부 근처 지형인 것 같아요.”

수혁의 말에 라스칼은 바로 지도를 받아 펼쳤다.

“으음…….”

지도를 본 라스칼은 수혁이 그랬던 것처럼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찾는 대로 연락을 줄게.”

라스칼이 다시 지도를 건넸다.

예상대로 라스칼 역시 지도에 나온 지형을 모르고 있었다.

“안…….”

수혁은 지도를 돌려주는 라스칼에게 안 가져가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문득 든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라스칼은 드래곤이었다.

이미 머릿속에 지도에 나온 지형이 입력되었을 것이다.

“옙,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라스칼과 파비앙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방에서 나왔다.

수혁은 곧장 워프 게이트로 가 페이델리아로 워프했다.

이제 황궁 도서관에 가서 로그아웃을 할 차례였다.

* * *

“……그게 무슨 소리지?”

폴리니아가 반문했다.

“카르고니아 지부가 발각됐습니다.”

5장로 도겐이 폴리니아의 반문에 답했다.

“…….”

폴리니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습격을 한 녀석이 수혁이라고 합니다.”

도겐이 이어 말했다.

“……또 그 녀석인가?”

폴리니아는 인상을 구겼다.

“…….”

도겐은 폴리니아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침묵하며 폴리니아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그러면 킬 웜들은…….”

폴리니아가 말끝을 흐리며 도겐을 응시했다.

카르고니아 지부는 드래고니아의 하나뿐인 지부이자 드래곤 킬 웜을 모아두는 창고였다.

“전부…….”

도겐 역시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답했다.

단어 하나였지만 답은 충분했다.

“……후.”

폴리니아는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드래곤들과 제국의 상잔은 물 건너갔군.’

페이드 제국의 수도인 페이델리아의 위성 도시 카르고니아에 지부를 만들고 매우 중요한 드래곤 킬 웜을 보관한 것은 후에 드래곤과 페이드 제국을 상잔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드래곤 킬 웜이 다 날아가 버렸고 제국에서도 눈치를 챘으니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네이도르문이 난리를 치겠어.’

1장로이자 드래곤 킬 웜을 만든 네이도르문.

네이도르문은 드래곤 킬 웜을 만드는 데 무수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만약 카르고니아의 드래곤 킬 웜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난리를 칠 것이다.

폴리니아는 제국과 드래곤들의 상잔이 물거품 된 것보다 네이도르문의 반응이 더 걱정됐다.

“가봐.”

폴리니아는 손을 휙휙 내저으며 말했다.

도겐은 폴리니아의 말에 인사를 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보드라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

폴리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향했다.

옆방에 도착한 폴리니아는 아공간에서 은잔을 꺼내 마법진 중앙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법진 밖으로 나와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스아악!

마법진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고 은잔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은잔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형체를 만들어 나갔다.

“이번에도 3일…….”

폴리니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부활에 걸리는 시간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폴리니아는 방에서 나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3일 뒤.

폴리니아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온 폴리니아는 완벽히 형체를 갖춘 보드라를 볼 수 있었다.

멍한 눈빛의 보드라.

폴리니아는 손을 휘저었고 마법진이 빛을 잃었다.

그리고 멍했던 보드라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부가 괴멸된 것까지 알고 있다. 어떻게 된 거냐?”

폴리니아는 보드라에게 물었다.

“……제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다.”

보드라는 폴리니아의 물음에 침을 꼴깍 삼키며 답했다.

“이름을?”

“예, 가명이 아니라 제 실명을 알고 있었습니다.”

“……뭐?”

폴리니아는 보드라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드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보드라의 실명을 아는 것은 크라스와 폴리니아, 그리고 드래고니아의 몇몇 장로들뿐이었다.

암당의 당주인 아소멜 역시 아오기스트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수혁이 보드라의 실명을 알고 있는 것일까?

이름에 큰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알리지 않은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진짜 배신자가 있는 건가?’

폴리니아는 카르고니아 지부가 발각된 것에 배신자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찾아봐야겠어.’

* * *

“준비는?”

헥솔이 물었다.

“완벽합니다.”

2차 본선 준비를 맡은 빛의 마탑 1등급 마법사 오린이 물음에 답했다.

오린의 답을 들은 헥솔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헥솔이 이어 말했다.

“일반 참가자들에게는 전부 전달했겠지?”

1차 본선과 달리 2차 본선은 매우 위험했다.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

특별 참가자들이야 이미 알고 있고 목숨을 잃을 수준이 아니지만 일반 참가자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예, 죽을 수도 있다고.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빠짐없이 전했습니다.”

오린이 답했다.

“포기자는?”

“30명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남았군.”

헥솔은 오린의 답에 중얼거리고는 이어 말했다.

“혹시 모르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을 부탁하지.”

“예.”

오린이 답을 하고 나갔다.

헥솔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다시 한번 빛의 길의 관문들을 떠올렸다.

첫 번째 관문인 열쇠 찾기.

두 번째 관문인 열쇠 찾기2.

세 번째 관문인 타락한 빛의 골렘들.

네 번째 관문인 빛의 미로.

다섯 번째 관문인 파멸의 빛.

여섯 번째 관문이자 마지막 관문인 빛의 길.

“어디까지 통과를 할까.”

관문을 떠올린 헥솔은 이어 수혁을 떠올렸다.

빛의 마탑장인 코단 또한 파멸의 빛에서 실패했다.

여태껏 다섯 번째 관문을 통과한 이는 없었다.

수혁이 과연 어디까지 통과를 할지 기대가 됐다.

“내일이면 알게 되겠지.”

내일 2차 본선이 시작된다.

수혁이 어디까지 통과할지는 내일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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