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8
제 498화
496.
아소멜의 말에 기로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수혁을 죽이는 것에 반대했던 크라스였다.
그런데 크라스가 수혁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다니?
놀라지 않는 게 이상했다.
“바로 진행하는 겁니까?”
기로스가 놀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아니.”
아소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음에 답했다.
“시기는 에리멘 님이 폐관 수련을 끝내고 나오시는 날.”
“그럼 두 달 뒤군요…….”
얼마 전 흑월대에서 서신이 왔다.
에리멘이 두 달 뒤 폐관을 끝내고 나온다는 서신이.
“그래, 팀을 만들 거야.”
“합공으로 죽이는 겁니까?”
“응, 녀석을 홀로 죽일 수 있는 존재는 크라스 님뿐이니까.”
폐관을 끝내고 나온 에리멘은 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강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크라스는 팀을 만들어 수혁을 확실히 죽이라 했다.
에리멘이 홀로 수혁을 잡으려고 해도 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명단을 뽑아 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크라누스를 움직일 거야.”
“크라누스까지요?”
아소멜의 말에 기로스는 반문했다.
“지금 크라누스를 움직이기에는 상황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라만 왕국과 유스 왕국에서 벌인 일 때문에 크라누스는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내가 이건 직접 연락할 테니 신경 안 써도 돼. 알고만 있어.”
“예, 알겠습니다.”
기로스의 답을 들은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도착한 아소멜은 곧장 크라누스와 연결된 수정구를 집었다.
-여~
이내 수정구에서 크라누스의 수장 크라누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이다!
“그래, 잘 지내고 있냐?”
-근질근질해 미칠 것 같다!
-토벌대들 그냥 싹 다 쓸어버리면 안 되는 거야?
크라누스가 말했다.
아소멜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쓸어버려.”
-뭐? 진짜? 쓸어도 돼?
크라누스가 반문했다.
목소리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하기야 여태껏 토벌대를 피하라고만 했던 아소멜이 쓸어버리란 말을 했으니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응.”
아소멜은 크라누스의 반문에 답하며 이어 말했다.
“그리고 페이드 제국이랑 마탑 쪽도.”
중요한 것은 토벌대가 아니다.
페이드 제국과 마탑을 건드려 수혁의 시간을 뺏어야 한다.
-거기까지?
“마스터의 명령이야.”
-호오, 마스터의 명령이라면 당연히 들어야겠지!
“최대한 도움 줄 테니까. 일단 토벌대부터 싹 다 쓸어버리고 연락 줘.”
-오케이!
크라누스의 답을 끝으로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아소멜은 바로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는 서류가 가득 들어 있었다.
아소멜은 서류를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
서류에는 마탑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정말 많이도 성장했군.’
독의 마탑의 영향력을 확인한 아소멜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향력이 늘어난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전과 비교해 늘어도 너무 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시간 벌기도 쉽겠어.’
마탑을 건든다고 했지만 모든 마탑을 건들 생각은 없었다.
주목표는 수혁의 스승인 파비앙의 독의 마탑.
그리고 수혁의 마탑이 될 빛의 마탑.
두 마탑이었다.
정보를 확인하며 아소멜은 어떤 곳을 건드려야 수혁이 나설지, 독의 마탑과 빛의 마탑에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빛의 마탑에 남아 있는 이들을 이용해야겠군.’
아소멜은 씨익 웃었다.
흑월과 깊은 관계에 있는 빛의 마탑 마법사는 코단뿐만이 아니다.
그 외 몇몇 마법사들이 더 있었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었다.
원래는 브리니스가 빛의 마탑장이 되었을 때 써먹으려 했었지만 상황이 바뀌어 언제 써먹나 고민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 적기인 것 같았다.
아소멜은 계속해서 계획을 짜내려 가기 시작했다.
* * *
“드디어 일곱 번째인가.”
장경우가 중얼거렸다.
며칠 내로 일곱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혼란, 크라누스’가 시작된다.
“빠르다. 빨라.”
메인 에피소드 간의 텀이 짧아도 너무 짧았다.
“이번에는 챕터가 어떻게 되려나.”
장경우는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혼란, 크라누스’의 챕터들을 확인했다.
“응?”
챕터를 확인한 장경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많아?”
무려 11개였다.
장경우는 챕터를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내 모든 챕터를 확인한 장경우는 난감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러면 쉬어 가는 에피소드가 아니게 되는데…….”
메인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크라누스의 경우 쉬어 가는,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성 메인 에피소드였다.
크라누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범죄자를 잡아 들여 공적도를 쌓아 좋은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는!
그런데 수혁과 관련이 되며 메인 에피소드의 성질이 변했다.
“그래도 유저들은 좋아하겠어.”
물론 성질이 변했다고 해서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공적도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근데 또 바뀌겠지?”
장경우는 수혁을 떠올렸다.
여태껏 수혁에 의해 챕터들은 변화했다. 이번에도 수혁이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챕터가 변할 것이라 장경우는 확신했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이어 해피의 정보가 나타났다.
이제 시작될 에피소드는 해피와도 아주 큰 관련이 있었다.
“드디어 전직을 하는구나.”
이번 에피소드에서 해피는 검은 달의 지배자가 된다.
검은 달의 지배자가 되는 순간 해피는 수혁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직업 퀘스트 때문이었다.
‘한 번은 무조건 붙을 것 같은데.’
해피는 아직 수혁의 진정한 힘을 맛보지 못했다.
장경우는 적어도 해피가 한 번은 수혁에게 덤빌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해피는 수혁을 죽일 수 없다.
수혁이 대응을 하지 않고 가만히 맞아 준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혁의 방어력은 어마무시하게 높아졌다.
현재 해피의 공격력으로는 수혁의 생명 회복, 방어력을 뚫을 수 없다.
해피가 과연 그것을 알게 된 이후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
포기를 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도전을 할지.
장경우는 다시 한번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수혁의 정보가 나타났다.
“점점 높아지네.”
수혁은 계속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지혜가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빛의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읽겠지.”
이제 곧 빛의 대회의 마지막인 3차 본선이 시작된다.
수혁을 이길 참가자가 없으니 수혁은 빛의 마탑장이 될 것이다.
빛의 마탑장이 되고 나서도 수혁은 계속해서 책을 읽을 것이라 장경우는 확신했다.
“몇 명이나 포기했으려나.”
장경우는 3차 본선 참가자를 확인했다.
2차 본선에서 떨어진 이들도 많았으나 통과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통과한 이들이 전부 본선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
괜히 대결에서 패해 명성이 깎일까 봐 기권을 한 이들이 있었다.
“엥?”
이내 모니터에 3차 본선 참가자 수가 나타났고 장경우는 당황했다.
“왜 이리 적어?”
참가자 수가 적어도 너무나 적었다.
“통과자가 30명이 넘는데…….”
2차 본선 통과자는 정확히 36명이었다.
“10명이라니…….”
그런데 3차 본선 참가자는 고작 10명이었다.
26명이 기권을 한 것이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읽은 책들을 반납한 뒤 귓속말을 확인했다.
-연중 : 길드 하우스 도착!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와 있었다.
-수혁 : 곧 갈게.
수혁은 귓속말에 답을 보낸 뒤 도서관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비욘드로 워프해 길드 하우스에 도착한 수혁은 활짝 미소를 짓고 있는 연중을 만날 수 있었다.
“좋은 소식이 뭐야?”
수혁은 자리에 앉으며 연중에게 물었다.
“잠시만.”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답하며 손가락을 허공에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뒤 퀘스트가 나타났다.
<타락한 영물들>
고귀했던 영물들이 타락했다.
타락한 영물들은 현재 천계의 기운을 흐리고 있다.
영물들을 타락에서 구원하라!
[유니콘 보르게네 : 0 / 1]
[페가수스 파이보스트 : 0 / 1]
[빛의 야수 게르이게니토 : 0 / 1]
.
.
퀘스트 보상 : ???
“……!”
퀘스트를 본 수혁은 연중이 말한 좋은 소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벌써 8천계 찾았어?”
이제 막 8마계 퀘스트를 끝냈다.
8천계의 입구를 찾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응!”
연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 깨다가 찾았어. 이번에도 금방 깰 수 있을 것 같아.”
8천계 퀘스트는 9천계 퀘스트와 같았다.
잡아야 할 영물들도 이름만 다를 뿐이지 종이 같았다.
강함이 다르긴 하겠지만 이미 패턴을 알고 있으니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거기다 7마계 입구도 찾았어.”
“7마계 입구까지?”
“천왕이 알고 있더라.”
베니고르는 오시림과 마찬가지로 7마계의 입구를 알고 있었다.
9천계와 마찬가지로 영물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7마계 입구를 찾았다는 말에 수혁은 활짝 웃었다.
‘이런 속도면…….’
생각보다 빠르게 차원 도서관 개방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회 준비는 어때?”
“딱히. 그냥 책만 읽고 있어. 어차피 일대일 대결이니까.”
“오올, 역시 자신감이 넘치는구만!”
* * *
헥솔은 멍하니 서류를 보았다.
이내 정신을 차린 헥솔은 고개를 들어 서류를 가져온 마법사 ‘베바’에게 말했다.
“26명이 기권을 했다고?”
3차 참가자 36명 중 26명이 기권을 했다.
“아무래도 득이 없다는 판단에 기권을 한 것 같습니다.”
베바는 헥솔의 물음에 답했다.
“이러면…….”
헥솔은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3차 본선은 앞서 치러진 본선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했다.
빛의 마탑장이 결정되는 결승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고작 10명이라니?
이렇게 되면 흥행에 문제가 생긴다.
‘아니지.’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헥솔은 생각을 고쳤다.
‘흥행이 중요한 게 아니야.’
흥행도 중요하긴 했지만 더욱 중요한 게 있었다.
‘오히려 이걸 잘 이용하면 명성을 더 높일 수 있어.’
바로 마탑장이 될 참가자의 명성이었다.
기권자들이 왜 기권을 했겠는가?
이길 수 없는 존재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명성을 얻었다.
괜히 패배를 해 명성이 깎이는 것보다 기권을 해 피하는 것이 나았다.
‘브리니스 님까지 기권을 했으니.’
더구나 기권자 중에는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도 있었다.
‘수혁 님의 명성이 대폭 오를 수 있다!’
이미 헥솔은 수혁이 우승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환상의 마탑장인 오렉이 기권을 하지 않고 참가하긴 했지만 수혁은 빛의 길을 통과했다.
다섯 번째 관문에서 실패한 오렉이 수혁을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대진표는 어떻게 할까요?”
베바가 물었다.
이미 대진표를 전부 짜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기권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됐다.
생각에 잠겨 있던 헥솔이 답했다.
“당일 추첨으로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