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6
제 506화
504.
[보상 상자를 선택해주십시오.]
[획득 가능한 상자 : 1]
보상의 방에 도착하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전방에 있는 3개의 상자를 보았다.
‘응?’
상자를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달라?’
빛의 길 때와 보상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상자 크기는 같았다.
그러나 상자 앞 단어들이 달랐다.
공격, 방어, 지속이라는 단어가 있었던 빛의 길 때와 달리 이번 독의 길 상자 앞에는 범위, 내성, 속도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범위는 말 그대로 범위를 늘려주는 거겠고.’
수혁은 새로운 단어들을 보며 생각했다.
‘내성은 독 내성 늘려주는 걸 테고. 속도는…….’
범위와 내성은 어떤 것인지 바로 느낌이 왔다.
‘중독 속도? 퍼지는 속도?’
그러나 속도는 어떤 것을 강화해 주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물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단어를 본 순간 선택지를 정한 수혁이었다.
저벅저벅
수혁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범위’ 상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범위 상자를 획득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확인을 눌렀다.
[독의 수정 - 범위를 획득합니다.]
수혁은 획득함과 동시에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독의 수정 - 범위[전설]> [교환불가]
사용 시 독 속성 스킬의 범위를 증가시킨다.
예상대로였다.
‘얼마나 증가하려나.’
수혁은 바로 독의 수정을 사용했다.
[독의 수정 - 범위를 사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독 속성 스킬 범위가 5% 증가합니다.]
독의 수정으로 증가하는 범위는 5%.
5%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수혁에게는 독룡 소환 같은 엄청난 범위를 가지고 있는 스킬들이 있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수치인 것이다.
수혁은 이어 독의 증표를 확인했다.
<독의 증표[전설]> [교환불가]
중앙 마탑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증표 중 하나.
‘이제 2개.’
빛의 증표에 이어 독의 증표까지.
남은 것은 8개였다.
‘금방 다 모을 수 있겠어.’
독의 길을 끝내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도전할 환상의 길, 불의 길 등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향했다.
이제 드래고니아에 갈 차례였다.
* * *
“그럼 저희도 따로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수혁이 떠나고 방으로 돌아온 라스칼과 파비앙은 진지함이 가득 담긴 표정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맙다. 그런데 얼마나 걸릴까?”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라스칼이 파비앙에게 물었다.
수혁이 언제쯤 돌아올지 궁금했다.
“글쎄요. 빛의 길을 돌파한 속도를 생각하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독의 길은 빛의 길과 완전히 달라서…….”
파비앙은 말끝을 흐렸다.
확답을 줄 수가 없었다.
수혁은 엄청난 속도로, 말이 안 되는 속도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빛의 길을 돌파했다.
그러나 독의 길은 빛의 길과 다르다.
엄청난 독들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
수혁의 힘을 알고 있음에도 살짝 걱정이 될 정도로 극악한 독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마탑장님?”
노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파비앙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수혁이 목소리?’
분명 수혁의 목소리였다.
파비앙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문을 연 파비앙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수, 수혁아?”
진짜 수혁이었다.
“저 왔습니다.”
수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벌써 다 끝내고 온 거니?”
파비앙은 여전히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독의 길에 들어간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수혁이었다.
중도 포기를 한 것일까?
그러나 수혁의 미소를 보니 중도 포기는 아닌 것 같았다.
“네.”
수혁은 물음에 답하며 손을 들었다.
파비앙은 수혁의 손을 보았고 독의 증표를 볼 수 있었다.
독의 증표를 본 파비앙은 놀랐다.
‘그 지독한 독들을 벌써?’
파비앙은 수혁의 독에 대한 내성이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재능의 힘인가.’
처음 독에 대한 내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던 수혁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장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파비앙은 뒤쪽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라스칼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파비앙은 라스칼의 시선에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수혁이 오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 말했던 파비앙이었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혁이 나타났다.
“하하…….”
파비앙은 난감한 표정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라스칼은 파비앙의 웃음에 따라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혁이 왔으니 이제 출발을 할 때였다.
“다녀오지.”
“옙, 조심히 다녀오십쇼. 조심히 다녀와.”
파비앙은 라스칼의 말에 답한 뒤 수혁에게 말했다.
“네, 금방 다녀올게요. 그리고 환상의 길에 도전하려고 하는데…….”
“내가 전해 놓을게.”
“감사해요.”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라스칼과 함께 떠났다.
파비앙은 수혁과 라스칼이 떠나자마자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펜을 들어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어서 알려야지.’
수혁이 독의 길을 통과했다.
빛의 길에 이어 두 번째!
단순히 도전만 한 게 아니다.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를 해 증표를 얻어냈다.
마탑 역사상 최초인 것이다.
어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환상의 길에 도전한다고 했지.’
그뿐만이 아니다.
수혁은 환상의 길에 도전한다고 했다.
미리 준비를 하라 전해야 했다.
* * *
“…….”
오렉은 말없이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았다.
책상 위에는 2개의 서류가 있었다.
중앙 마탑에서 온 서류 하나 그리고 독의 마탑에서 온 서류 하나.
오렉은 중앙 마탑에서 온 서류를 보았다.
‘독의 길까지…….’
중앙 마탑에서 온 서류에는 수혁이 독의 길을 통과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이어 오렉은 독의 마탑에서 온 서류를 보았다.
서류에는 환상의 길에 도전할 테니 준비를 해달라는 파비앙의 말이 쓰여 있었다.
물론 파비앙이 도전할 것은 아닐 것이다.
독의 길도 정복하지 못한 파비앙이 환상의 길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환상의 길에 도전하는 것은 수혁일 확률이 높았다.
아니, 100%였다.
‘직접 하지 않고…….’
오렉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혁 역시 환상의 길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직접 하지 않고 파비앙을 통해 준비를 요청하다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괘씸했다.
그렇다고 준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마탑장의 권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오렉 역시 마탑장.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제 살 깎아 먹기였다.
“카진.”
오렉은 카진을 불렀다.
“예.”
서류를 전한 뒤 대기하고 있던 부마탑장 카진이 답했다.
“그때 내가 말한 조사는 어떻게 됐지?”
“그것이…….”
카진은 오렉의 물음에 말끝을 흐렸다.
얼마 전 오렉이 수혁에 대해 조사를 하라고 말했다.
암당과 관련이 있는지, 혹은 다른 세력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닌지.
“암당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카진은 수혁의 뒷조사를 했다.
“페이드 제국의 황제, 용병 도시 하드락의 두 마스터 알렉스, 이안과 인연이 있기는 하지만 말씀하신 뒷배경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흐음.”
카진의 보고에 오렉이 침음을 내뱉었다.
‘분명 누군가 있는데.’
수혁의 뒤에 누군가 있음을 확신하고 있는 오렉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혁의 성장과 상황이 말이 되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오렉은 카진에게 말했다.
“당분간 조사를 멈춰.”
더 조사를 한다고 해서 밝힐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금은 시간 낭비다.
“알겠습니다.”
카진이 답했고 오렉이 이어 말했다.
“그리고 환상의 길을 준비해야겠어. 며칠이나 걸릴 것 같아?”
“4일이면 준비를 끝낼 수 있습니다.”
“4일이라…….”
말끝을 흐린 오렉은 펜을 들어 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내 서류 작성을 마친 오렉은 카진에게 서류를 건넸다.
“파비앙에게 보내.”
* * *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아닙니다. 데려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감사를 표했다.
이내 라스칼이 워프를 통해 사라졌다.
수혁은 라스칼이 사라지고 메시지를 보았다.
[마이코나 산맥에 입장하셨습니다.]
[퀘스트 ‘드래고니아의 본부를 찾아서’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드래고니아의 본부’가 생성되었습니다.]
목적지 마이코나 산맥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되었고 퀘스트가 새롭게 생성됐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드래고니아의 본부>
드래고니아의 본부가 위치한 마이코나 산맥에 도착한 당신.
지도를 보고 본부로 진입하라!
퀘스트 보상 : ???
“……?”
퀘스트를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퀘스트 생성 시 지도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도를 보고 본부로 진입하라니?
‘설마 그 지도에?’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퀘스트 ‘드래고니아의 본부를 찾아서’는 완료됐지만 드래고니아 지형 지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진짜네.’
지도를 본 수혁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전에 없던 빨간 점과 파란 점이 나타나 있었다.
파란 점은 수혁의 현재 위치를, 빨간 점은 드래고니아의 본부를 나타냄이 분명했다.
‘어차피 필요 없지만.’
수혁은 지도를 넣었다.
솔직히 수혁은 지도를 보지 않아도 이미 드래고니아의 본부를 알고 있었다.
바로 세계 지도 창 때문이었다.
세계 지도 창에는 드래고니아의 본부가 선명하게 나와 있었다.
수혁은 유령마를 소환했다.
풍을 소환할까도 했지만 드래곤 킬 웜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풍은 드래곤이 아닌 용으로 종이 다르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유령마를 탄 수혁은 세계 지도 창을 보며 드래고니아의 본부로 향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경고!]
[타락한 블루 드래곤 오베시스가 나타났습니다.]
[경고!]
[타락한 레드 드래곤 아이벨리니안이 나타났습니다.]
메시지를 보고 이동을 멈춘 수혁은 암운과 암화를 소환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오베시스와 아이벨리니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부르셨…….”
암화는 수혁에게 인사를 하던 중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보호막이 나타나 수혁과 암운, 암화를 보호했다.
갑자기 왜 보호막을 만들었을까 의아해하던 수혁은 이어진 상황에 바로 이해했다.
불이 나타났다.
‘브레스.’
레드 드래곤 아이벨리니안의 브레스가 분명했다.
“저기 있는 거니?”
수혁이 브레스가 날아온 방향을 가리키며 물었다.
“예, 저기에 하나 위쪽에 하나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어요.”
암화의 답을 들은 수혁은 위쪽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던 하늘에 드래곤 하나가 보였다.
블루 드래곤 오베시스가 확실했다.
드래곤들의 위치를 확인한 수혁은 암화와 암운에게 말했다.
“위에 있는 녀석 상대할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예!”
암화와 암운이 차례대로 답했다.
“부탁해.”
둘의 답을 듣고 수혁이 말했다.
그리고 이어 수혁은 브레스가 날아오고 있는 방향으로 오른손을 들었다.
“섬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