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511화 (511/553)

# 511

제 511화

509.

푹!

단검의 목적지는 마법사의 목이었다.

마법사는 반응하지 못했고 단검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

의아함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으로 크라누스를 바라보던 마법사의 동공이 확장됐다.

크라누스는 단검을 회수했고 마법사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뒤로 쓰러진 마법사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스윽

크라누스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마법사를 보며 손을 들어 앞으로 까딱였다.

부하들은 크라누스의 신호를 받고 안으로 진입했다.

“으아악!”

“라, 라이트 스…… 크악!”

이내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라누스는 귓가에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더욱더 크게 웃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라누스의 눈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비명, 너무 좋아.’

고통이 가득 찬 비명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아니, 좋음을 넘어 황홀했다.

미칠 것만 같았다.

바로 앞에서 직접 비명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가득 들었다.

그러나 크라누스는 참았다.

그동안 손맛을 보지 못한 부하들에게 손맛을 느낄 기회를 줘야 했다.

거기다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야 했다.

“설치 끝났습니다.”

얼마 뒤 마법진 설치를 끝내고 1조가 들어왔다.

“같이 있을래? 들어갈래?”

크라누스는 1조에게 물었다.

“들어가겠습니다.”

“저도요!”

“아직 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히히.”

그러자 1조 조원 셋이 차례대로 답했다.

크라누스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1조 조원들은 크라누스의 끄덕임에 빠르게 안으로 달려갔다.

바로 그때였다.

입구 밖에서 거대한 마나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빠르게 마나가 다가왔다.

‘라이트 스피어라…….’

마나의 정체를 확인한 크라누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단검을 휘둘러 라이트 스피어를 후려쳤다.

펑!

라이트 스피어가 그대로 폭발해 사라졌고 크라누스는 입구를 보았다.

이내 입구로 빛의 마탑 로브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크라누스는 중년 사내의 얼굴을 보고 활짝 웃었다.

“오오, 지부장! 드디어 나타났구나!”

중년 사내의 정체는 바로 로그나 지부장 로게스트리였다.

“네 녀석들 누구냐!”

로게스트리는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외쳤다.

크라누스는 로게스트리와 달리 나긋나긋한 표정으로 왼쪽 팔목을 보여 주었다.

왼쪽 팔목에는 검은 나비가 그려져 있었다.

로게스트리는 검은 나비를 보고 인상을 구겼다.

‘크라누스!’

검은 나비는 살인을 즐기는 미친놈들의 모임 크라누스의 상징이었다.

‘갑자기 녀석들이 왜…….’

살인에 미치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마탑을 건들지 않았던 크라누스가 어째서 지부를 습격한 것일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생각이야?”

크라누스가 말했다.

로게스트리는 크라누스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주변에 수많은 빛의 창들이 나타났다.

“너희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로게스트리의 말이 끝난 순간 빛의 창이 크라누스를 향해 날아갔다.

크라누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빛의 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짜릿함, 전신에 짜릿함이 맴돌았다.

크라누스는 단검에 마나를 주입했다.

단검의 검신에 푸른빛이 나타났고 크라누스는 빛의 창을 쳐내기 시작했다.

펑! 펑! 펑! 펑!

빛의 창의 속도는 엄청났지만 크라누스는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

당연히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로게스트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 강한 마법이 필요해!’

아무리 많은 라이트 스피어를 날려도 끝장을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강력한 마법을 시전하자니 안쪽에 있는 이들이 신경 쓰였다.

여기서 너무 강력한 마법을 시전하면 마나가 부족해 당할 수 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

크라누스가 사라졌고 어떤 마법을 시전해야 하나 고민하던 로게스트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빛의 창이 크라누스가 있던 자리에 작렬하며 폭음을 만들어냈다.

로게스트리는 재빨리 보호막을 시전한 뒤 크라누스가 어디로 숨었는지 찾아내기 위해 주변에 마나를 퍼트렸다.

그리고 로게스트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뒤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로게스트리는 재빨리 뒤로 돌아서며 거리를 벌렸다.

블링크로 거리를 벌릴까 했지만 현재 주변에는 좌표 교란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이동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뒤로 돈 순간 크라누스가 보였다.

크라누스는 보호막을 향해 단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쩡!

단검이 작렬했고 보호막에 금이 갔다.

“……!”

로게스트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보호막에 많은 마나를 쏟아부었다.

그런데 단검 한 번에 금이 가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크라누스는 단검을 멈추지 않았다.

빛의 창을 파괴했을 때처럼 엄청난 속도로 단검을 휘둘렀고 보호막은 순식간에 파괴됐다.

그리고 이어 단검은 로게스트리에게 날아왔다.

로게스트리는 단검을 피하려 했지만 피하기에 단검의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푹! 푹! 푹!

크라누스의 단검이 순식간에 로게스트리의 여러 급소를 방문했다.

로게스트리는 눈을 부릅뜬 채 크라누스를 노려보며 쓰러졌다.

“하아.”

크라누스는 로게스트리의 시체를 보며 황홀한 표정으로 숨을 내뱉었다.

기사들과의 전투도 즐거웠지만 마법사와의 전투가 더욱더 즐거웠다.

일단 공격을 받아 주며 희망을 주고 한순간에 희망을 짓밟아버리는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쾌감.

크라누스는 쾌감을 가라앉히며 입구를 지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쉽다고 해야 할까 지부 내 모든 이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들어오는 이는 없었다.

“다들 나가서 워프해.”

크라누스의 말에 부하들은 지부 밖으로 나갔다.

모든 부하가 나가고 크라누스는 품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에는 검은색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다.

크라누스는 뚜껑을 따고 벽을 향해 검은색 액체를 뿌렸다.

그리고 이내 벽에 거대한 검은 나비가 나타났다.

검은 나비를 본 크라누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품에서 워프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스아악

발밑에 마법진이 나타났고 이내 빛과 함께 크라누스는 두 번째 목적지 아이포렉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출발하실 겁니까?”

먼저 출발해 기다리고 있던 게라본이 물었다.

“그래야지, 지체했다가는 녀석들에게 소식이 들어갈 테니까.”

크라누스는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독의 마탑 아이포렉 지부였다.

* * *

“……후.”

헥솔은 마지막 서류의 결재를 마치고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헥솔은 스트레칭을 하며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밖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바닥까지 추락했던 빛의 마탑의 명성.

수혁이 빛의 마탑장이 된 이후 무지막지한 속도로 명성이 오르기 시작했고 얼마 전 독의 길을 통과한 순간 전성기 때의 명성을 능가했다.

‘4일 뒤면…….’

수혁은 물의 길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물의 증표를 얻으시겠지.’

물 속성 마법만을 사용해야 하는 물의 길이기에 방심할 수 없다.

그러나 독의 길, 빛의 길을 통과한 수혁이다.

헥솔은 수혁이 물의 길을 통과할 것이란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믿음대로 수혁이 물의 길을 통과한다면?

빛의 마탑은 전성기 때를 능가한 지금보다 더 높은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런 빛의 마탑의 2인자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에 헥솔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다바렛을 볼 수 있었다.

다바렛의 표정에는 다급함이 가득했다.

“큰일입니다!”

이미 표정에서 뭔가 일이 생겼음을 예상했던 헥솔은 책상으로 돌아가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라이곤 왕국 로그나 지부가 습격을 받았습니다!”

“……!”

이어진 다바렛의 외침에 책상에 앉으려던 헥솔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뭐라고? 로그나 지부가?”

그리고 굳은 표정으로 반문했다.

“예, 습격한 녀석들은 크라누스로 추정됩니다.”

“피해 상황은?”

“밖에 나가 있던 지부원 다빌렌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바렛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답이 됐다.

‘로게스트리까지?’

헥솔은 인상을 구겼다.

지부장 로게스트리는 1등급 마법사 중에서도 마법 실력으로 상위권에 위치한 존재였다.

그런 로게스트리가 연락도 하지 못하고 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마탑장님에게 연락 드려. 비상사태야.”

헥솔이 말했다.

갑자기 무슨 이유로 크라누스가 지부를 습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죽었다.

어서 수혁에게 이 상황을 전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헥솔의 말에 다바렛은 방에서 나갔다.

그러나 방에서 나가고 1분이 지나기 전 다바렛이 돌아왔다.

설마 그사이에 무슨 일이 또 일어난 것일까 싶어 헥솔은 굳은 표정으로 다바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바렛이 입을 열었다.

“마탑장님께서 오셨습니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반납했다.

그리고 다음 책을 가지러 책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메시지 때문이었다.

[일곱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혼란, 크라누스’의 두 번째 챕터 ‘공격받은 마탑’이 시작됩니다.]

수혁은 챕터 명을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공격받은 마탑?’

챕터 명이 불길했다.

거기다 크라누스는 흑월 휘하 조직이 아니던가?

‘확인해봐야겠어.’

책을 읽을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수혁은 바로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어디가 공격받은 걸까.’

어떤 곳이 공격을 받은 것인지 궁금했다.

‘전부 받았을 리는 없고.’

크라누스의 규모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모든 마탑을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크지는 않다.

많아야 몇 개 마탑일 것이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마탑으로 워프했고 빛의 마탑으로 향했다.

똑똑

“헥솔입니다.”

그리고 방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헥솔이 왔다.

“들어오세요.”

수혁의 말에 헥솔이 들어왔다.

헥솔의 손에는 서류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헥솔의 표정에는 심각함이 가득했다.

‘우리가 받았구나.’

서류와 심각함.

이 두 가지를 통해 수혁은 빛의 마탑이 공격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헥솔은 서류를 수혁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보고를 시작했다.

“크라누스에게 로그나 지부가 습격당했습니다.”

예상대로였다.

“지부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망…… 했으며 추적대를 편성할 계획입니다.”

헥솔의 보고가 끝났고 수혁은 서류를 확인했다.

서류에는 피해 현황이 쓰여 있었다.

보고대로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죽었다.

‘죽이기만 하고 간 건가?’

지부의 창고는 그대로였다.

미친 살인마들답게 살인만 하고 떠났다.

[퀘스트 ‘로그나 지부’가 생성되었습니다.]

서류를 다 읽은 순간 퀘스트가 생성됐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퀘스트를 확인했다.

퀘스트를 확인하자마자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접 확인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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