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516화 (516/553)

# 516

제 516화

514.

“퀘스트 떴어.”

도라가 말했다.

“나도.”

테르킬은 도라의 말에 답하며 재빨리 퀘스트 창을 열었다.

<학살에서 벗어나라!>

당신의 앞에 나타난 수상한 자들.

수상한 자들의 정체는 바로 암당의 당원들!

암당에서는 게림 공국의 소도시 ‘베릭’에서 대학살을 벌일 예정이다.

그들의 계획을 알렌 베릭 남작에게 알려라!

퀘스트 보상 : ???

사망 시 퀘스트 실패

‘암당!’

퀘스트를 확인한 테르킬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미 퀘스트 명을 통해 학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근데 학살을 벌이는 이들이 암당이라니?

암당이 어떤 곳인지 아주 잘 알고 있는 테르킬이었다.

아니, 유저들 중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 바로 암당이었다.

“내가 막을 테니까 워프 스크롤 써. 그리고 바로 퀘스트 완료해.”

테르킬은 퀘스트 창을 닫고 도라에게 말했다.

굳이 둘이 가서 완료를 할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 남작을 만나기 위해서는 보증된 신분이 있어야 했다.

준남작의 작위를 갖고 있는 도라라면 알렌 베릭 남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같이 가자! 아직 녀석들 공격도 안 하고 있는데.”

도라가 말했다.

암당의 당원들 역시 만남에 당황한 것인지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지금이라면 둘이서도 충분히 도망을 칠 수 있다.

“워프하는 데 걸리는 시간 생각하면 늦어.”

그러나 테르킬의 생각은 달랐다.

사용함과 동시에 워프가 되는 것이 아니다.

워프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둘이 동시에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둘이 동시에 도망치려다가 둘 다 죽을 수 있다.

“……알겠어.”

“지금! 동료 보호!”

테르킬은 도라의 답을 듣고 바로 신호를 줬다.

그리고 도라가 워프 스크롤을 사용했고 테르킬은 스킬 ‘동료 보호’를 시전했다.

도라의 발밑에 워프 마법진이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투명한 보호막이 나타났다.

테르킬은 도라가 안전하게 워프할 수 있도록 암당의 당원들에게 달려들었다.

도라가 도망치려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테르킬이 달려들었기 때문일까?

가만히 있던 암당의 당원들 중 다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테르킬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슨!’

그도 그럴 것이 속도가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테르킬은 반사적으로 방패를 들었고, 방패 위로 암당 당원의 단검이 작렬했다.

쾅!

단검이 아니라 망치란 생각이 들 정도의 소리가 났고 테르킬은 주르륵 밀려났다.

‘말도 안 돼!’

생명력을 확인한 테르킬의 표정에 경악이 깃들었다.

방패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15%나 사라졌다.

문제는 단검이 연달아 날아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도라에게 달려간 당원이 둘이나 된다는 점이었다.

‘제발 버텨줘라!’

테르킬은 방패로 단검을 막아내며 도라를 힐끔 보았다.

도라에게 걸어준 보호막에 금이 쩍쩍 가 있었다.

그리고 암당 당원의 공격에 보호막이 박살 나는 순간 도라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됐다.’

도라의 워프 성공에 테르킬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테르킬은 볼 수 있었다.

[사망하셨습니다.]

[퀘스트 ‘학살에서 벗어나라!’가 삭제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어둠이 찾아왔다.

그리고 곧 로그아웃이 됐다.

캡슐에서 나온 김동찬은 핸드폰을 챙겨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김동찬은 도라에게 연락이 오길 기다리며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방금 전 상황에 대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글 작성을 마친 김동찬은 글을 올렸고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암당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 것일까?

다른 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댓글이 쭉쭉 늘어났다.

-어둠의다크 : 헐, 그럼 이제 곧 베릭 침공당하는 거 아님? 방어 퀘스트 주려나?

-코어 : 뻥 치고 있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ㅋㅋ

-젬스톤 : 어차피 퀘스트 때문에 가야 했는데 네 말이 진짜길 빈다.

믿는 유저도 있고 믿지 않는 유저들도 있었다.

김동찬은 유저들의 댓글에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을 하던 중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동찬은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했다.

도라에게서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어떻게 됐어? 퀘스트 완료했어?”

전화를 받자마자 김동찬은 질문을 쏟아냈다.

-어, 완료했어.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 받았구. 도시 방어 퀘스트야. 너는?

“죽었어.”

-미안…….

“아니야, 너라도 살았으니 다행이다. 애들 진짜 세니까. 조심해야 해!”

방패로 막았음에도 생명력이 15%가 날아갈 정도였다.

도라의 방어력을 생각하면 한 번에 죽을 수도 있다.

-응! 퀘스트 끝나면 다시 연락할게!

“화이팅!”

김동찬의 응원을 끝으로 통화는 끝이 났다.

그리고 김동찬은 다시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글에 달린 댓글들에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김동찬은 미소를 지었다.

-제목 : 암당 나타남! 난 이만 들어가서 기여도 올리러~! 뿅!

‘시작됐다!’

피의 초원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암당 녀석들이 드디어 베릭에 나타났다.

드디어 퀘스트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얼마 뒤.

“……?”

올라오는 글들에 김동찬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 : 단검 한 방에 죽었다. 실화냐?

-제목 : 뭐야? 왜 이렇게 쎔?

-제목 : 내 앞에 50명 정도 있었는데 1분도 안 돼서 다 죽었다. 이거 실화?

-제목 : 와, 옆에 준랭커 파티 있어서 죽을 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다섯 명한테 다굴 맞더니 3분 만에 사망 ㅋㅋㅋ 당원 하나 죽이긴 했는데 난이도 보소~

예상과는 다른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피해가 생긴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피해가 너무나 컸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불길했다.

그리고 김동찬의 느낌은 얼마 뒤 현실로 나타났다.

-제목 : 퀘스트 실패! 미친~!

-제목 : 남작 도망감, 베릭 끝남 수고링

-제목 : 난이도 왜 이따구로 만들었냐? 랭커들을 위한 퀘스트냐?

“……베릭이 당했다고? 그 인원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베릭이 소도시라고는 하지만 도시는 도시였다.

거기다 암당의 공격을 모른 것도 아니고 이미 도라를 통해 공격해 올 것을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동찬의 글로 인해 수많은 유저가 베릭으로 향했다.

일반 유저들뿐만 아니라 준랭커들도 있었다.

그런데 암당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수혁 님은 어떻게 이런 녀석들을…….”

문득 수혁이 떠올랐다.

홀로 암당을 박살 내고 다니던 수혁.

전에는 수혁이 강하다기보다 암당이 약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암당의 강함을 알게 된 지금 수혁이 새롭게 느껴졌다.

* * *

[라피드의 분신[물]이 소멸되었습니다.]

[물의 길 - 여섯 번째 관문을 통과하셨습니다.]

[물의 길 - 보상의 방으로 워프합니다.]

[물의 증표를 획득합니다.]

프로즌 게이트를 통해 물의 분신을 소멸시킨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보상 상자를 선택해주십시오.]

[획득 가능한 상자 : 1]

이내 보상의 방에 도착한 수혁은 상자를 확인했다.

이번 상자는 공격, 방어, 범위 세 가지였다.

잠시 걸음을 멈췄던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범위 상자를 획득하시겠습니까?]

수혁이 선택한 상자는 범위였다.

공격과 방어는 스텟이나 아이템으로 쉽게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범위는 아니었다.

스텟으로는 올릴 수 없고 아이템으로도 올리기 힘든 게 범위 증가였다.

[물의 수정 - 범위를 획득합니다.]

[물의 수정 - 범위를 사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물 속성 스킬 범위가 5% 증가합니다.]

획득함과 동시에 사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향했다.

‘이제 두 개 남았다.’

아직 환상의 길과 바람의 길이 남아 있었다.

워프를 통해 물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물의 마탑장 아이안의 방으로 향했다.

물의 길 통과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빠르게 끊어야지.’

과묵하다고 소문난 아이안은 소문과 달리 수다쟁이였다.

물의 길을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 보다 아이안과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이 들었을 정도로 아이안은 말이 많았다.

이번에는 수다를 받아주지 않고 빠르게 끝내기로 결정을 내린 수혁은 곧 아이안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헛!”

때마침 아이안의 방에서 부마탑장 카토리앙이 나오고 있었다.

카토리앙은 수혁을 보고 흠칫했다.

“안녕하세요.”

수혁은 카토리앙을 보고 미소를 지은 채 인사했다.

“설마 벌써…….”

“예, 맞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카토리앙이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 닫았던 문을 열고 안에 있는 아이안에게 말했다.

“끝나셨답니다.”

“뭐? 벌써 말인가?”

그러자 아이안의 목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열린 문을 통해 아이안이 나타났다.

“진짜였군! 자네 벌써 끝내고 온 건가? 아니면…….”

아이안이 말끝을 흐렸다.

수혁은 말로 답을 하는 대신 인벤토리에서 물의 증표를 꺼내 보여주었다.

“호오, 맞군! 맞아! 허허허! 자네 정말 대단하군!”

“아닙니다.”

“바로 환상의 길에 도전할 생각인가?”

“예, 지금 급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화를 빨리 끝내기로 결심을 한 수혁은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것을 느꼈다.

“기대하고 있겠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수혁은 아이안에게 인사를 한 뒤 재빨리 물의 마탑에서 나왔다.

그리고 환상의 마탑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오래 안 걸리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렉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수혁은 알고 있었다.

키룬에서의 일, 빛의 대회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확실했다.

아마 아이안과 달리 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고 바로 환상의 길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날씨 : 수혁 님!

날씨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네, 날씨 님!

-날씨 : 암당 이야기 들으셨나요?

-수혁 : 암당이요?

수혁은 날씨의 말에 반문했다.

-날씨 : 못 들으셨군요!

-날씨 : 암당에서 게림 공국의 소도시 베릭을 습격했다고 합니다!

날씨의 말에 수혁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날씨의 귓속말에 집중했다.

-날씨 : 수많은 유저들이 방어에 참여했는데 결국 실패했고 암당은 도시에 남아 있던 NPC, 유저들을 전부 죽이고 소도시 카탈룬으로 이동 중이라네요.

-날씨 : 카탈룬에 도착하면 국적 상관없이 방어 퀘스트가 생성된대요.

-날씨 : 혹시나 필요하신 정보가 아닐까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날씨 : 가실 생각 있으신가요?

수혁은 날씨의 질문에 고민했다.

‘갔다 올까?’

환상의 길과 바람의 길은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암당은 아니었다.

녀석들이 언제 꼬리를 드러낼지 알 수 없다.

이번에 꼬리를 잡지 못하면 며칠, 몇 주, 몇 달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

고민을 끝낸 수혁은 날씨에게 답을 보냈다.

-수혁 : 예, 지금 출발하려구요.

답을 보낸 수혁은 방향을 틀어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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