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518화 (518/553)

# 518

제 518화

516.

“어? 뭐야?”

“파이어 스피어 한 방에 죽어?”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유저들은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암당 당원을 보고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하기야 방금 전까지 암당 당원이 보여준 학살을 생각하면 당황해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여태까지 데미지가 누적된 건가?”

“그런 것 같은데?”

“그럼 우리 공격에도 죽을 수 있는 거 아니야?”

“가자!”

유저들이 자신감을 얻고 다시 암당 당원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암당 당원들은 자신들을 피해 다니던 이들이 달려들자 살짝 당황했다.

그러나 당황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덤비는 이들에게 죽음을 선사하며 냉정함을 되찾은 당원들은 더욱더 빠르게 학살을 벌이기 시작했다.

유저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럴 때는 마법사란 게 참 불편하네.’

암당 당원들을 쭉쭉 잡아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대로 행할 수가 없었다.

자신감이 가득 차오른 유저들이 암당 당원들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마법을 날리면 근처에 있는 유저들까지 휘말릴 것이다.

‘그냥 날릴 수도 없고…….’

어차피 암당 당원에게 죽을 운명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수혁이 죽일 수는 없는 노릇.

다른 마법사 유저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소환해야 하나.’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혁에게는 암운과 암화가 있었다.

그 둘이라면 암당 당원들만 골라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아니야.’

그러나 잠시 생각을 한 수혁은 소환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암화와 암운의 존재를 아는 이는 극히 적었다.

암당 당원들을 잡자고 유저들에게 암화와 암운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기다리면 잡을 기회가 올텐데.’

그리고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암당 당원 주변은 텅 빌 것이다.

“야야, 뭐야! 안 뒤지잖아!”

“공격 넣어!”

“아니, 안 맞는데 어쩌라는 거야!”

“맞아도 안 뒤져!”

“야야, 밀지 마!”

슬금슬금 물러나는 유저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다녀오겠습니다.”

바로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날씨가 말했다.

“아, 네! 성스러운 보호막, 슬로우 힐.”

수혁은 날씨의 말에 생각을 끝내고 각종 버프를 걸어주었다.

버프를 다 받은 날씨는 은신을 시전했고 반투명하게 변했다.

그리고 유저들을 지나쳐 암당 당원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내 암당 당원 뒤에 도착한 날씨는 그대로 암당 당원의 등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푹!

암당 당원은 반응하지 못했고 단검은 그대로 등을 슥 지나쳤다.

“크윽!”

미친 듯이 유저들을 학살하던 암당 당원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뒤로 돌며 날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날씨는 뒤로 빠진 상태였다.

암당 당원의 검은 허공을 갈랐고 날씨는 다시 앞으로 들어가 단검을 재차 휘둘렀다.

‘죽으실 일은 없겠네.’

수혁은 날씨에게서 관심을 끄고 상황을 확인했다.

주변에는 날씨가 상대하는 암당 당원 말고도 많은 당원들이 있었다.

이내 수혁의 시야에 홀로 있는 당원 하나가 나타났다.

“플레임.”

수혁은 플레임을 시전했다.

시전함과 동시에 대상이 된 암당 당원의 몸에서는 불꽃이 나타났고.

“크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뭐, 뭐야? 또 죽었어!”

“누가 죽인 거지?”

“마법으로 죽은 것 같은데?”

“마법에 약한 건가?”

“그런 것 같은데? 마법사들 마법 갈겨! 다들 오지 못하게 원거리 공격하고!”

두 번째 당원의 죽음에 유저들은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물론 자신이 생겼다고 전처럼 막 달려들지는 않았다.

거리를 유지하며 원거리 공격을 시작했다.

‘됐다.’

수혁은 유저들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라면 마음 편히 마법을 날릴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관심받을 일도 없겠어.’

유저들이 피해를 입을까 마법을 날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던 마법사 유저들이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마법이 암당 당원들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고위 마법이 아닌 파이어 스피어 같은 기본 마법들을 날릴 수혁에게 관심을 갖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스피어.”

“다크 스피어.”

수혁은 암당 당원들을 찾아다니며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암당 당원을 처치하셨습니다.]

[퀘스트 ‘암당의 습격!’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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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당 당원을 처치하셨습니다.]

[퀘스트 ‘암당의 습격!’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마법을 시전할 때마다 암당 당원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뭐지?’

당원들을 죽여나가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따로 드랍되는 아이템이 없는 건가?’

벌써 일곱을 죽였다.

전에 잡았던 암당 당원들에게서는 드랍률이 100%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계속 나왔던 증표들이 이번에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드랍 창 자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먼저 공격한 유저들이 있기 때문일까?

“아이스 스피어.”

[암당 당원을 처치하셨습니다.]

[퀘스트 ‘암당의 습격!’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

수혁은 증표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암당 당원의 증표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증표에 대한 생각을 접은 수혁은 당원들을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워프 게이트에 나타났던 모든 당원이 죽음을 맞이했다.

“대박! 우리가 해냈다고!”

“마법! 답은 마법이었어!”

“영자 새끼들은 근접 직업은 어쩌라고 이딴 식으로 만들어놨을까?”

“그게 중요하냐? 녀석들의 약점을 알아낸 게 중요하지! 퀘스트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유저들은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것에 환호를 내뱉기 시작했다.

수혁은 유저들의 반응에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날씨가 다가와 물었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암당 당원이 나타난 곳은 워프 게이트뿐만이 아니었다.

중앙 지하 수로, 북쪽 지하 수로, 동문 등 다양한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었다.

“중앙 지하 수로에 갈 생각이에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중앙 지하 수로였다.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정리를 할 생각이었다.

“바로 출발하죠.”

수혁은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스걱!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퀘스트 ‘카탈룬’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해피는 미소를 지었다.

‘초보들이 엄청 많네.’

인원이 많아 험난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해피의 앞을 막아서는 이들은 전부 초보자들이었다.

검 몇 번 휘두르면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약한’.

‘하긴 초보들이니까 불나방처럼 달려들겠지.’

해피는 고개를 들어 성벽 위를 바라보았다.

성벽 위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유저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같은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유저들.

멋모르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초보’가 아닌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물론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초보자들에 비해 강하다는 것이지 암당 당원, 그리고 흑월대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암당과 흑월대의 무력을 유저들 중에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해피였다.

랭커들이 아닌 이상 암당 당원들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흑월대는 랭커들 수십 명이 모여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아무리 길드가 모인다고 해도 랭커들의 길드인 제왕 길드나 리더 길드가 아닌 이상 상대가 되지 않는다.

스윽

해피는 고개를 돌려 한 여인을 바라보았다.

학살이 시작되자 나타난 여인의 정체는 해피의 호위이자 흑월대 서열 11위 어둠의 카리느였다.

카리느의 강함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어떤 이들도 카리느의 손짓 한 번이면 죽음을 맞이했다.

혼자서 암당 당원을 몰아붙이던 이도 카리느의 손짓 한 번에 죽었다.

‘호위가 아니었다면…….’

카리느는 홀로 카탈룬의 모든 이들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호위가 아니었다면 진즉 카탈룬은 끝장났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카리느가 미간을 찌푸렸다.

해피는 고개를 돌려 카리느가 보고 있는 방향을 보았다.

카리느는 성벽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벽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진짜’들이 움직인 것일까?

“……?”

그러나 성벽 위를 확인한 해피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사내가 시야에 들어왔다.

매우 짙은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내였다.

사내가 허공에 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스아악!

사내의 발을 따라 불길이 나타났다.

불길은 그대로 성벽 위 유저들을 덮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길이 사라졌다.

그리고 불길과 함께 성벽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유저들 역시 사라졌다.

“……!”

해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내의 정체가 궁금했다.

“해피 님의 수련을 방해할 생각이야?”

해피의 궁금증은 카리느에 의해 해결됐다.

“우리가 맡은 진짜 임무가 무엇인지 잊지 마.”

적발 사내 역시 흑월대였다.

“알았다고, 이제부터는 조용히 돌아다닐게. 킥킥”

카리느의 말에 적발 사내는 실실 웃으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죄송해요. 워낙 성격이 이상한 녀석이라서…….”

적발 사내가 사라지고 카리느가 해피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해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다시 살아 있는 유저, NPC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매직 미사일.”

쾅!

[암당 당원을 처치하셨습니다.]

[퀘스트 ‘암당의 습격!’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매직 미사일을 통해 암당 당원을 처치한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 이상 암당 당원이 보이지 않았다.

환호하고 있는 유저들만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여기도 다 끝난 것 같네요.”

날씨가 다가와 말했다.

“바로 넘어가죠!”

“이번에는 어디로 가실 생각이세요?”

“동문 쪽으로 가볼까 해요.”

수혁은 날씨와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던 중.

[경고!]

[불꽃의 테르바노사가 나타났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주 익숙한 형식의 메시지였다.

‘흑월대!’

흑월대가 분명했다.

하기야 암당은 흑월의 하부 조직이고 흑월대 역시 하부 조직이었다.

두 조직이 함께 움직이는 게 이상 한 건 아니었다.

“성스러운 보호막.”

수혁은 날씨에게 보호막을 건 뒤 말했다.

“조심하세요. 보통 녀석 아닙니다. 엄청 쎄…….”

“수혁 님! 앞!”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 날씨가 다급히 외쳤고 수혁은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서 불길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피할까 순간 고민했지만 수혁은 피하지 않았다.

데미지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이내 불길이 도착했고 수혁은 생명력을 확인했다.

‘약하네.’

역시나 생명력은 많이 닳지 않았다.

깎이는 것보다 회복되는 생명력이 더 많았다.

이내 불길이 사라졌다.

수혁은 날씨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보호막에 실금이 여럿 나타나 있었다.

“괜찮으세요?”

“예, 보호막 아니었으면 골로 갈 뻔했네요.”

날씨는 수혁의 물음에 답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길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유저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전부 불길에 죽은 것이다.

수혁은 불길이 시작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발의 사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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