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4
제 534화
532.
‘확인해 봐야겠어.’
원래 마을급 도서관에서 새 책이 나오면 로그아웃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새 책이 나오지 않았고 수혁은 생각을 바꿨다.
도시급 도서관에서 새 책이 나올 때 로그아웃을 하기로.
자정이 넘기는 했지만 이대로 불길함과 함께 잠들고 싶지 않았다.
수혁은 퀀텀 도서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를 통해 도시급 도서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인슈 도서관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아인슈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여든네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 83을 획득합니다.]
첫 번째 도시급 도서관 ‘아인슈’ 역시 입장 정복이었다.
[아더 도서관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아더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여든다섯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 84를 획득합니다.]
두 번째 도서관 ‘아더’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인슈와 아더.
연달아 두 개의 도시급 도서관이 입장 정복되자 수혁의 불길함은 더욱더 커졌다.
그렇게 수혁은 불길함을 한껏 안고 다음 도서관 ‘데파’로 향했다.
그리고 데파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안도할 수 있었다.
입장 정복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수혁은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수혁의 표정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입장 정복이 되지 않은 것을 보면 새 책이 있는 것은 분명했으나 일단 시야에 들어오는 책장에서는 빛이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걸음을 옮겨 입구에서 보이지 않았던 책장들을 확인했다.
책장들을 확인할수록 수혁의 아쉬움은 더욱더 커져갔다.
‘다섯 권…….’
새 책의 수는 고작 다섯 권이었다.
두께가 두꺼운 것도 아니었다.
빠르면 1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로그아웃을 했다.
* * *
“……흐음.”
아소멜은 침음을 내뱉었다.
“수혁보다 중요한 일이라니.”
침음을 내뱉던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신을 내려놓았다.
드래고니아의 수장 ‘폴리니아’에게서 온 서신이었다.
아소멜은 폴리니아에게 수혁을 잡을 함정에 도움을 달라 요청했었다.
그러나 폴리니아는 요청을 거절했다.
더욱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유를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흑월에서 정보를 담당하는 암당이었다.
외부 조직도 아니고 내부 조직인 드래고니아에서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이 아소멜은 너무나 불쾌했다.
‘수혁 때문이겠지…….’
암당의 위상은 현재 수혁에 의해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였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정보를 주지 않은 이유가 암당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이번 함정에서 기필코…….’
수혁에게 죽음을 안겨줄 함정은 계속해서 수정되며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소멜은 이번 함정을 통해 꼭 수혁을 죽이기로 다짐했다.
스윽
다짐을 한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쭉 걸음을 옮겼다.
얼마 뒤 아소멜은 복도 끝에 있는 창고에 도착하고 나서 걸음을 멈췄다.
아소멜은 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스아악
그러자 초록색 빛이 나타났고 이어 문이 열렸다.
아소멜은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안은 크기에 비해 텅텅 비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있는 품목이 적었다.
물론 품목이 적다고 가치까지 적은 것은 아니었다.
창고 안에 있는 것들은 하나 같이 돈으로 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는 것들이었다.
아소멜은 귀계의 입구와 정령계의 입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것들이면 충분히 넘어오겠지…….”
수혁을 끌어들이는 데 사용할 것들은 총 2개.
귀계의 입구와 정령계의 입구였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데파 도서관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데파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여든여섯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 85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정복을 마친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을 반납한 후 도서관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후…….’
워프 게이트로 향하며 수혁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 불의 마탑에 갈 차례였다.
불의 길 도전을 알리고 브리니스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어디로 가십니까?”
“마탑이요.”
“20골드입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지역 ‘마탑’으로 워프한 후 곧장 불의 마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불의 마탑에 도착한 순간.
“헛, 빛의 마탑장님!”
우연히 부마탑장 코델을 만났다.
코델의 외침에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수혁에게 향했다.
물론 불의 마탑이고 부마탑장인 코델이 있어 몰린다거나 하는 귀찮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녕하셨어요.”
수혁은 코델에게 인사했다.
“저야 항상 안녕했지요!”
코델은 인사에 답하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언제 오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시죠!”
그리고 코델은 수혁과 함께 마탑장 브리니스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혁 님.”
위층으로 올라가다 주변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자 코델이 수혁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네.”
수혁이 답했고 코델이 이어 말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
코델의 말에 수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목소리에서 진지함이 가득 느껴졌다.
무엇을 물으려 하는 것일까?
“말씀하세요.”
수혁이 말했다.
“혹시 브리니스 님과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
그리고 이어진 코델의 물음에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질문을 보아 클레인의 일, 브리니스와 흑월의 관계는 모르는 듯했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고민이 됐다.
“……일이 있었군요.”
수혁이 답이 없자 코델이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
이번에도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잘 해결하실 거라 믿습니다.”
“예, 그렇게 해야죠.”
일이 생겼음을 알게 된 코델은 조금 난감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고, 수혁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과 코델은 브리니스의 방에 도착했다.
똑똑
“마탑장님, 빛의 마탑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코델은 노크와 함께 외쳤다.
“들어와.”
“그럼 전 이만…….”
이어 브리니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코델은 수혁에게 인사를 한 뒤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수혁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브리니스와 눈이 마주쳤고 수혁은 순간 멈칫했다.
“앉아요.”
브리니스가 자신의 반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혁은 브리니스의 말에 반대편에 앉았다.
“…….”
“…….”
그리고 둘 사이에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브리니스는 수혁을 바라보고 있었고 수혁 역시 브리니스를 바라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침묵을 깬 것은 브리니스였다.
“미안해요.”
“……?!”
눈치를 살피던 수혁은 브리니스의 사과에 놀라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원망했어요.”
그리고 이어진 브리니스의 말에 수혁은 경청했다.
“하지만 당신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저 당신은…….”
말끝을 흐린 브리니스의 표정에 슬픔이 나타났다.
“당신을 죽이려 했던 이를 죽인 것뿐이니까요.”
애초에 수혁이 잘못한 게 아니다.
먼저 수혁을 죽이려 했던 것은 클레인, 흑월이었다.
죽은 것은 클레인이지만 수혁이 미안해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자신을 죽이려 한 이를 죽인 것뿐이다.
오히려 미안해야 하는 것은 클레인의 딸인 브리니스였다.
수혁은 브리니스의 말에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브리니스의 말대로 수혁이 미안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이었다.
“아니에요.”
브리니스는 수혁의 사과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흑월과 어떤 관계인지 알고 있나요?”
그리고 이어 물었다.
수혁은 브리니스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야기가 쉽겠네요.”
브리니스는 수혁의 끄덕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으로 다가가 서랍에서 상자를 하나 꺼내 돌아왔다.
“난 흑월을 무너트리고 싶어요.”
“……!”
수혁은 브리니스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이 안에 흑월에 관한 정보가 있어요.”
그리고 이어진 브리니스의 말에 수혁은 더더욱 놀라며 브리니스가 가져온 상자를 바라보았다.
‘저 안에…….’
브리니스는 흑월의 핵심인물이었다.
그런 브리니스의 정보라면 보통 정보가 아닐 것이다.
‘근데 왜?’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어째서 브리니스가 흑월을 무너트리려 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흑월을…….”
브리니스는 말끝을 흐렸다.
수혁은 브리니스를 보았고 수혁의 시선이 온 것을 확인한 브리니스가 이어 말했다.
“무너트려 줄 수 있어요?”
<브리니스의 복수>
흑월의 수장인 토피앙 크라스의 제자이자 불의 마탑장인 브리니스.
브리니스는 자신에게 불행을 준 흑월에 복수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흑월에 속해 있어 흑월의 힘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브리니스는 자신의 힘으로 무너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흑월의 계획을 수없이 망가트리고 피해를 입힌 당신.
당신이라면 흑월을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이라 브리니스는 확신하고 있다.
브리니스의 정보를 토대로 흑월을 무너트려라!
퀘스트 보상 : ???
브리니스의 말이 끝나고 퀘스트가 나타났다.
‘불행?’
그리고 수혁은 퀘스트를 통해 브리니스가 흑월을 무너트리려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론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불행이라는 단어로 충분히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브리니스는 클레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이가 그렇게 된 데에는 흑월이 큰 일조를 했을 것이다.
“물론이죠.”
[퀘스트 ‘브리니스의 복수’를 수락하셨습니다.]
수혁은 퀘스트를 수락했다.
“고마워요.”
그러자 브리니스가 감사를 표했다.
“불의 길은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드릴게요. 4일이면 될 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근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음, 일단 이것도 읽어봐야 하고…….”
브리니스의 물음에 수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상자를 보았다.
아직 상자 안에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지 확인을 하지 못했다.
“준비할 게 있어서요.”
거기다 수혁은 중앙 마탑장이 된 후 시작을 하고 싶었다.
‘퀘스트가 나올지도 몰라.’
이유는 간단했다.
중앙 마탑장이었던 라피드.
라피드와 흑월의 관계를 생각하면 중앙 마탑장이 된 순간 관련 퀘스트가 생성될 가능성이 있었다.
괜히 먼저 흑월을 박살 냈다가 퀘스트가 꼬여버릴 수 있다.
수혁은 만에 하나를 방지하고 싶었다.
“시작할 때 따로 연락드릴게요.”
“기다릴게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인벤토리에 상자를 넣고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브리니스와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왔다.
수혁은 인벤토리에 자리 잡은 브리니스의 상자를 보며 생각했다.
‘무슨 정보려나.’
어떤 정보가 있을지 궁금했다.
‘흑월의 위치라든가 암당의 본부 위치 같은 게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바로 그때였다.
메시지들이 나타났고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수혁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잠시만요!]
[잠시만!]
[대화! 대화 좀 하죠!]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