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8
제 538화
536.
“전해주실 거요?”
“예.”
코알은 수혁의 반문에 답했다.
“대대로 내려오던 책이 있습니다. 중앙 마탑장 혹은 라피드 님의 후예가 나타나면 꼭 전해야 하는…….”
“……!”
수혁은 코알의 말에 눈을 번뜩였다.
라피드의 후예라는 언급이 나온 것을 보면 코알이 말한 책은 라피드가 남긴 책이 분명했다.
거기다 중앙 마탑장이 되거나 후예만이 볼 수 있다면 흑월과 관련된 책이 분명했다.
물론 이미 장경우와의 약속으로 흑월에 대한 관심이 대폭 줄어든 상태였지만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기다리겠습니다.”
수혁이 답했다.
“그럼 잠시…….”
코알은 수혁의 답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
홀로 방에 남은 수혁은 방금 전 코알에게 받은 계승식 관련 책을 펼쳤다.
‘별거 없네.’
일반 마탑장도 아니고 모든 마탑을 관리하는 중앙 마탑장의 계승식이었다.
그래서 길고 귀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계승식은 짧고 간결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이내 수혁이 책을 덮었고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얼마나 올랐을까?’
최근 들어 캐릭터 창을 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었는데 지혜가 얼마나 올랐을지 궁금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
레벨 : 1000
경험치 : -
생명력 : 643800
마나 : 3769600
포만감 : 70%
힘 : 1530
민첩 : 1519
체력 : 4088 [2044]
지혜 : 188480 [94240 (+3500)]
맷집 : 10
모험 : 20
마기 : 10
보너스 스텟 : 2490
‘이야, 이제 곧 20만 찍겠는데?’
지혜를 확인한 수혁은 속으로 감탄했다.
황궁 도서관의 힘은 엄청났다.
‘차원 도서관에 가면…….’
수혁은 차원 도서관을 떠올렸다.
차원 도서관에는 판게아 내 모든 책이 있다.
아직 읽지 못해 반짝이는 책들이 즐비할 것이다.
‘20만이 아니라 30만도 가능하겠어.’
바로 그때.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고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역시나 문을 연 것은 코알이었다.
‘저게…….’
코알의 손에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책이 들려 있었다.
‘엄청 두껍네?’
책을 본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꺼웠다.
여태껏 수많은 책을 본 수혁이었지만 지금 코알이 들고 온 책만큼 두꺼운 책을 본 적은 없었다.
역대 최고의 두께를 자랑하고 있었다.
‘뭐가 쓰여 있기에…….’
호기심이 더욱더 커졌다.
라피드가 어떤 내용을 담아뒀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여기 있습니다.”
코알이 책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감사를 표하며 책을 받아 제목을 확인했다.
책의 제목은 ‘라피드의 서’였다.
“빛의 마탑으로 연락드리면 될까요?”
코알이 물었다.
“네, 빛의 마탑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수혁은 물음에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코알에게 인사를 한 뒤 중앙 마탑에서 나왔다.
중앙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곧장 빛의 마탑으로 향했다.
‘뭐가 쓰여 있을까.’
빛의 마탑으로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인벤토리에 자리를 잡은 『라피드의 서』를 보았다.
두께를 보면 흑월에 대한 이야기만 쓰여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마계나 천계에 대한 이야기도 쓰여 있으려나?’
라피드는 마계와 천계까지 갔었다.
그때 있었던 일들이 쓰여 있을 수 있다.
이내 빛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함과 동시에 수혁은 책상 앞에 앉아 『라피드의 서』를 꺼내 펼쳤다.
‘소설이네.’
책의 시작은 라피드의 이야기였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소설이었다.
“……?”
책을 읽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한데?’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가 이상했다.
-라르간 제국의 황제 파로디스가 황궁 마법단장 자리를 제의했다. 단장 자리에 공작의 작위까지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황제를 지키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리고 제국 따위에 내 재능을 가둘 수는 없다.
-그래서 거절했다. 파로디스는 거절에 격분했다. 하지만 그뿐, 나에게 해를 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잃을 게 많은 것은 파로디스 그 녀석이니까.
‘500년 전 아닌가?’
책에 나온 라르간 제국.
수혁은 라르간 제국, 그리고 파로디스 라르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 라르간 제국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르간 제국은 550년 전에 건국되어 450년 전에 멸망한 국가였다.
그리고 파로디스 라르간은 520년 전부터 490년 전까지 30년 동안 라르간 제국을 통치했던 황제였다.
근데 어떻게 라피드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으음…….’
수혁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채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에 수혁은 어째서 200년 전의 사람인 라피드가 500년 전에 활동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환생!’
바로 환생이었다.
라피드는 500년 전 마탑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그 당시 마법사들의 수준은 현저히 낮았다.
지금 기준으로 5서클만 되어도 대마도사라 불릴 정도였다.
수준도 낮은데 마법사의 수도 적었다.
자신들의 권력에 위협이 될까 봐 수많은 국가와 기사들이 견제를 했고 결국 라피드는 마탑 세우기에 실패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환생이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법사들의 수가 늘어난다면?
수월하게 마탑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환생을 시도했고 라피드의 시도는 성공했다.
500년 전 이야기에서 200년 전으로 시간대가 껑충 뛰었다.
그리고 수혁은 익히 알고 있는 라피드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이미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라피드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마법사가 되었다.
최고, 최강의 마법사가 된 후 라피드는 본격적으로 500년 전 이루지 못했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움직였다.
50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법사의 수가 늘어나 있었고 수준 역시 크게 오른 상황이었다.
많은 국가와 기사들의 견제가 있었지만 라피드는 쉽게 마탑을 세울 수 있었다.
한참 라피드의 이야기에 빠져 있던 수혁은 책장을 넘기다 잠시 멈칫했다.
‘드디어 나왔구나.’
토피앙 크라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더욱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책을 읽었다.
‘역시 봉인이었나.’
책을 통해 수혁은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며 얻은 ‘정’의 용도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배덕의 정, 파괴의 정 등은 크라스를 봉인할 때 쓰이는 아이템이었다.
‘그냥 잡아버리면 되는 거니까. 딱히 필요한 건 아닌 거네.’
어차피 수혁은 크라스를 봉인할 생각이 없었다.
마법 몇 번 시전하면 죽을 텐데 귀찮게 왜 봉인을 한단 말인가?
‘어디에 써야 하나? 장비 제작에 쓸 수 있나?’
수혁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정’과 추후 얻게 될 ‘정’들을 어찌 사용할까 고민하며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갔다.
* * *
쿵!
오우거가 쓰러졌다.
[레벨 업!]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후아…….”
해피는 메시지를 보며 짧게 숨을 돌렸다.
그리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아소멜의 부탁>
최근 들어 로비아 산맥에 오우거들이 대폭 늘어났다.
오우거들 때문에 몬스터 사체 수집에 문제가 생겼고 아소멜은 마침 수련을 하러 떠나는 당신에게 오우거 처리를 부탁했다.
로비아 산맥의 오우거들을 처치하라!
[블랙 오우거 : 100 / 100]
퀘스트 보상 : 암당 창고 열쇠
방금 전 잡은 오우거를 통해 해피는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다.
“드디어 전 부위 전설이구나.”
그동안 아소멜에게 계속해서 퀘스트를 받아 완료해 창고 열쇠를 받았고, 해피는 꾸준히 영웅 등급이었던 장비들을 전설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남은 것은 하의 하나뿐이었고 이번에 받게 될 창고 열쇠로 전설 등급 하의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모든 부위를 전설 등급으로 채운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해피는 스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검은 광기’와 ‘죽음의 무도’의 숙련도를 확인했다.
<검은 광기[패시브]>
숙련도 : 상급 2단계(24%)
특수 효과 : 공격 대상의 모든 방어력을 52% 무시한다.
<죽음의 무도>
숙련도 : 상급 3단계(35%)
특수 효과 : 1. 2분 동안 모든 공격력 230% 증가
2. 2분 동안 모든 속도 230% 증가
3. 적 처치 시 쿨타임 1초 감소
마나 : 1000
쿨타임 : 5분
해피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수혁을 꺾기 위해 결심을 했던 때를 기준으로 숙련도를 대폭 올렸고 효과 역시 무지막지하게 좋아져 있었다.
“이 정도면 녀석이라도…….”
해피는 수혁을 떠올렸다.
3일 전 모든 마탑의 길을 통과한 수혁.
그리고 2일 뒤 중앙 마탑장이 될 수혁.
해피는 지금의 자신이라면 충분히 수혁을 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모든 아이템을 전설 등급으로 맞췄으며 스킬이 일반 직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데, 지는 게 말이 안 된다.
거기다 전투 상성을 보면 마법사는 암살자에게 약하다.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방을 죽이고 있지만 광인이란 직업은 스킬 구성을 보면 암살자였다.
즉, 수혁과의 전투는 자신에게 너무나 유리하다고 해피는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함정은…….”
문득 든 생각에 해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소멜이 계획한 함정.
도대체 언제 함정이 시작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수련이 끝나긴 하는 건가?”
함정이 시작되는 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흑월대의 수장 에리멘의 수련이 끝날 때 시작이 된다.
그런데 그 시점을 물어봐도 ‘조만간’이라는 답만 할 뿐 제대로 된 날짜가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가 불안했다.
“뭐, 그 전에 내가 박살 내면 되는 거지만.”
이내 해피는 미간을 풀었다.
굳이 함정으로 수혁을 잡을 필요는 없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스텟을 올리고 숙련도를 올린 이유가 바로 수혁을 직접 잡기 위해서였다.
“이제 바지나 찾으러 가볼까!”
해피는 모든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워프 스크롤을 꺼내 암당 본부로 워프했다.
본부에 도착한 해피는 퀘스트 완료를 위해 아소멜의 방으로 향하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광인
레벨 : 700
경험치 : 0%
생명력 : 275320
마나 : 24840
포만감 : 82%
힘 : 7532 (+1500)
민첩 : 8724 (+2400)
체력 : 4000 (+1000)
지혜 : 1242 (+500)
살의 : 60
보너스 스텟 : 5
“흐.”
레벨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개방만 몇 개 더 하면 1만 찍겠는데?”
해피는 보너스 스텟을 전부 민첩에 투자한 뒤 캐릭터 창을 닫았다.
똑똑 끼이익
그리고 목적지 아소멜의 방에 도착한 해피는 노크 후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