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1
제 541화
539.
말없이 문밖에서 차원 도서관을 바라보던 수혁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미쳤다 미쳤어.’
차원 도서관은 엄청났다.
문밖에서 보이는 것은 정말 작은 부분일 것인데 그 작은 부분만으로도 수혁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책장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책장들에는 책들이 빽빽이 진열되어 있었다.
빛이 나지 않는 책들도 있었지만 빛이 나는 책들이 더 많았다.
이내 차원 도서관 안으로 들어온 수혁은 다시 걸음을 멈췄다.
“와…….”
걸음을 멈춘 수혁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감탄이 튀어나왔다.
차원 도서관은 넓었다.
아주 넓었다.
어딜 봐도 책장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빛났다.
반짝반짝 빛났다.
책장에 진열된 책들 대부분이 빛났다.
‘끝이 안 보여? 얼마나 많은 거지?’
가장 놀라운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수혁은 끝을 확인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
그러나 걸음을 옮기자마자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웬 컴퓨터가…….’
차원 도서관에는 책장과 책, 책상과 의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울리지 않게 컴퓨터가 있었다.
‘검색용 컴퓨터인가?’
차원 도서관에는 수많은 책이 존재했다.
컴퓨터는 책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용도로 설치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수혁은 조금 이따 확인을 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진짜 끝이 안 보이네.’
끝을 확인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 수혁은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책장들, 그리고 책장 속 빛나는 책들뿐이었다.
결국 확인을 포기한 수혁은 입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의 용도를 확인했다.
“……!”
수혁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뭐야, 단순 검색용이 아니잖아?’
예상과 달리 컴퓨터의 용도는 책 검색만 있는 게 아니었다.
‘구조 변경이 가능할 줄이야…….’
차원 도서관 내부 구조 변경이 가능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장들을 옮길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책들만 바꿀 수도 있다니 편의성 완전 끝내주네.’
현실에서 물리적인 이유로 불가능한 것들이 가상현실에서는 가능했다.
읽지 않은 책들만 모을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반대로 읽은 책들만 모을 수 있는 기능도 있었고 판타지 소설, 로맨스 소설, 역사 소설 등 장르별로 모을 수도 있었다.
‘당연한 건가?’
생각해 보니 모든 책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일일이 찾아다니기에는 너무나 넓었다.
후에는 새 책을 찾기 위해 안으로 이동하다가 시간을 다 보낼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 변경이 있는 듯했다.
컴퓨터의 용도 확인을 마친 수혁은 한번 책장을 이동시켜보았다.
스르륵 스르륵
그리고 수혁이 지정한 책장들이 차례대로 사라지고는 다시 나타났다.
‘이런 식이구나.’
어떻게 책장이 바뀌는지 확인한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분간 컴퓨터를 쓸 일은 없다.
입구와 가까운 책장들에는 빛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책장으로 다가갔다.
‘퀘스트가 무진장 쌓이겠네.’
책장에는 하얀빛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붉은빛, 초록빛, 노란빛 등 무지개가 펼쳐져 있었다.
책장 하나를 정복할 때마다 특수 퀘스트가 적게는 4개, 많게는 6개 정도 생성될 것 같았다.
이내 책장 앞에 도착한 수혁은 책의 제목들을 확인했다.
‘역시 중복도 없구나.’
모든 책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확인한 2개 책장에서는 중복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그 이유를 차원 도서관이 위치한 곳이 대마도사의 아공간이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은 수혁만의 공간.
즉,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이기에 여러 권을 진열할 필요가 없다.
중복 확인을 마친 수혁은 책장에서 책을 꺼내 책상으로 향했다.
‘드디어…….’
그리고 책상에 책을 내려놓은 수혁은 다시 한번 차원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책장과 책장 안의 빛을 바라보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처음 오렌 도서관을 갔을 때의 설렘.
그리고 마탑 도서관에 갔을 때의 흥분이 동시에 느껴졌다.
설렘과 흥분을 가라앉힌 수혁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가지고 온 책을 펼쳤다.
첫 장을 읽으며 수혁은 피식 웃었다.
수혁이 웃은 이유는 단순했다.
‘이게 여기에 있을 줄은.’
새 책이지만 새 책이 아니었다.
이미 현실에서 읽어 본 책이었다.
책의 제목은 ‘불사단’.
판게아는 계약을 통해 현실에 있는 책들을 꾸준히 입고 중이었다.
그러나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불사단』이 벌써 차원 도서관에 입고되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신간들도 계속해서 들어오겠지.’
『불사단』이 들어왔다는 것은 다른 신간들 역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모든 신간이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수혁은 쭉쭉 늘어날 차원 도서관의 책 수를 떠올리며 흐뭇한 표정으로 『불사단』에 집중했다.
“이제 모션도 없는데 그 새끼는 무슨 깡으로 넘어온 건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 안 그래 형?”
“…….”
김병삼의 말에 황균현은 침묵했다.
그저 난감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션이 중요한 게 아니야…….’
김병삼이 격분하는 ‘그 새끼’.
그 새끼는 정말 강했다.
스킬을 모션만 보고 피해 회피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PK계의 괴물이었다.
문제는 김병삼의 생각이 틀렸다는 점이었다.
그 새끼는 회피가 문제가 아니었다.
.
.
* * *
“마무리하겠습니다!”
연중이 외쳤다.
그리고 사냥왕, 리더 길드원, 제왕 길드원들은 파멸의 야수 카르페딘에게 궁극기라 할 수 있는 스킬들을 퍼부었다.
-크허허허허헝!
카르페딘은 포효를 내뱉었다.
포효에는 고통이 가득 담겨 있었다.
초보자가 아닌 랭커 중의 랭커, 거기다 한둘도 아니고 수십의 공격이었다.
이내 포효를 내뱉던 카르페딘이 쓰러졌다.
[파멸의 야수 카르페딘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연중은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타락한 영물들>
고귀했던 영물들이 타락했다.
타락한 영물들은 현재 천계의 기운을 흐리고 있다.
영물들을 타락에서 구원하라!
[폭풍의 유니콘 도르보니가 : 1 / 1]
[천둥의 페가수스 반루니엘 : 1 / 1]
[파멸의 야수 카르페딘 : 1 / 1]
.
.
퀘스트 보상 : ???
카르페딘을 끝으로 모든 영물을 처치했다.
이제 완료만 하면 5마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아져서 애먹었네요.”
바로 그때 사냥왕이 다가와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6마계와 마찬가지로 6천계 역시 앞서 지나온 9천계, 8천계, 7천계와 달랐다.
영물들의 수준이 확 올랐다.
앞서 처치했던 영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혁 님한테 바로 연락하실 건가요?”
사냥왕이 물었다.
이제 남은 것은 퀘스트 완료뿐이었다.
퀘스트만 완료하면 5마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예, 지금 바로 하려구요.”
연중은 물음에 답한 뒤 바로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수혁아.
그리고 답이 오길 기다렸다.
‘책 읽고 있나…….’
하지만 5분이 지나도 답은 오지 않았다.
연중은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했다.
‘더 심해졌네.’
원래 수혁은 책을 읽고 있으면 귓속말을 보지 못해 바로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원 도서관에 들어간 뒤 그것이 더욱 심해졌다.
하기야 그토록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 그것도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귓속말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게 당연했다.
“아직 책을 읽고 계신가 보네요.”
연중이 아무런 말도 없자 사냥왕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 아무래도 그런…….”
바로 그때였다.
-수혁 : 응.
수혁에게서 답이 도착했다.
“잠시만요.”
연중은 수혁이 다시 책에 빠져들까 봐 사냥왕에게 말한 뒤 재빨리 답을 보냈다.
-연중 : 천계 끝났어.
-수혁 : 아, 그래? 그럼 바로 갈게. 위치는?
* * *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환상 결계를 통과합니다.]
[라피드의 은신처에 입장하셨습니다.]
5마계 라피드의 은신처로 들어온 수혁은 바로 책 『게로비느』를 읽기 시작했다.
‘섬광보다는 파멸의 빛이 좋겠네.’
책에는 게로비느의 비밀이 쓰여 있었다.
게로비느는 수많은 곤충으로 육체를 이룬 마왕이었다.
중심이 되는 곤충들을 전부 죽이지 않으면 영영 죽지 않는 녀석이 바로 ‘게로비느’였다.
수혁은 섬광으로 이곳저곳 중심 곤충을 찾는 것보다 파멸의 빛으로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퀘스트 ‘라피드의 다섯 번째 은신처’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라피드의 여섯 번째 은신처’가 생성되었습니다.]
이내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어차피 퀘스트 ‘라피드의 여섯 번째 은신처’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알고 있는 수혁은 굳이 퀘스트를 확인하지 않았다.
수혁은 바로 은신처에서 나와 풍을 소환했다.
그리고 은신처에서 조금만 더 가면 있는 마왕성으로 향했다.
은신처에서 가깝기도 했고 풍의 속도도 빨라 10분도 지나지 않아 수혁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고!]
[역병의 마왕 게로비느가 나타났습니다.]
수혁의 기운을 느낀 것일까?
마왕성에서 곤충 떼가 나오더니 이내 합체해 거대한 형체를 이뤘다.
‘게로비느…….’
수혁은 게로비느를 보며 풍을 역소환시켰다.
“파멸의 빛.”
[파멸의 빛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파멸의 빛을 시전했다.
스아악!
빛의 구체가 떠올랐고 사방으로 빛을 뿜어냈다.
“이 무슨!”
게로비느는 당황이 듬뿍 담긴 목소리를 내뱉으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게로비느의 손을 통해 수많은 곤충 떼가 흘러나와 빛을 가로막아 섰다.
물론 곤충 떼가 빛을 막아 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지혜가 차원 도서관을 통해 더욱더 올라간 상태였다.
곤충들은 빛과 닿는 즉시 그대로 소멸당했고 이어 게로비느에게 작렬했다.
“크아아아…….”
[역병의 마왕 게로비느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게로비느의 비명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수많은 아이템이 드랍되어 있었다.
수혁은 바로 아이템을 습득한 후 로그아웃을 했다.
연중에게 게로비느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바로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을 들어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수혁아.
이내 연중이 전화를 받았고 수혁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잡았어.”
-오, 고생했어!
“아니야, 고생은 뭘. 그럼 나중에 문제 생기면 또 연락해!”
-응, 고맙다!
수혁은 빠르게 연중과의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다시 캡슐로 들어갔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접속함과 동시에 수혁은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빠르게 걸음을 옮겨 차원 도서관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