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548화 (548/553)

# 548

제 548화

546.

작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매직 미사일도 아니고 헬 파이어가 캐스팅 없이 시전되다니?

털썩!

이내 토에킨이 무릎을 꿇었다.

헬 파이어가 시전되고 토에킨이 무릎을 꿇기까지 걸린 시간은 3초도 되지 않았다.

해피는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보았다.

수혁의 입이 다시 열리고 있었다.

“플레임.”

이어 수혁이 시전한 마법이 무엇인지 깨달은 해피는 재빨리 몸을 날렸다.

곧 해피가 있던 자리에 불꽃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잠깐!”

해피는 다급히 수혁을 향해 외쳤다.

스윽

그러나 수혁은 해피의 외침에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을 하긴 했다.

“독의 사슬.”

마법으로.

스아악!

수혁의 머리 위에서 독으로 만들어진 사슬이 튀어나와 해피에게 향했다.

해피는 이를 악물며 수혁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했던 단검을 날렸다.

지부장급 마법사의 고위 마법도 파괴한 단검이었다.

수혁이 더 강하긴 하겠지만 하위 마법인 독의 사슬이니 충분히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계 파괴해요!”

해피는 흑월대에게 외쳤다.

마법을 막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 상황은 수혁이 죽어야 끝난다.

해피의 외침에 흑월대 둘이 결계를 향해 움직였고 셋은 해피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쩌저정!

수없이 두드렸음에도 파괴되지 않았던 결계는 흑월대 둘의 공격을 버티지 못했고 바로 파괴가 됐다.

결계가 사라졌으니 이제 수혁을 공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해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런 미친!’

단검을 던졌고 당연히 독의 사슬이 파괴될 것이라 생각했다.

독의 사슬은 하위 마법이니까.

그런데 상황은 해피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팅!

붉은빛이 서린 단검은 독의 사슬과 마주한 순간 튕겨서 바닥으로 빠르게 추락했다.

독의 사슬은 흔들림도 없었다.

우직하게 해피를 향해 날아왔다.

물론 해피가 독의 사슬에 맞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막아!”

해피의 앞을 막아선 음파의 카르가츄, 늪의 가르겐, 고통의 파르나도가 독의 사슬을 향해 전력을 다한 공격을 날렸다.

다행히도 방향이 틀어졌고 독의 사슬은 담장에 작렬했다.

해피는 수혁을 보았다.

결계를 파괴한 산의 카피드, 중력의 데리고드가 수혁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됐다. 이제 쉽게 공격 못 하겠지.’

아무리 캐스팅이 빠르다고 해도 흑월대가 둘이나 붙어 있는데 쉽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해피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건 또 누구야?’

수혁의 앞에 여인과 사내가 나타났다.

그리고 여인과 사내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카피드와 데리고드에게 달려들었다.

5초.

“……!”

카피드와 데리고드가 쓰러지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수혁, 여인, 사내를 바라보던 해피는 수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기 단검 들고 있는 사람 빼고 다 죽여.”

“……!”

수혁의 말에 정신을 차린 해피는 흑월대에게 외쳤다.

“막아요!”

그리고 재빨리 뒤로 돌아 담장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망할!’

잘못 생각했다.

당연히 수혁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수혁이 강했다.

‘무슨 캐스팅이!’

헬 파이어를 캐스팅 없이 즉시 시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러면 약점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마법사의 약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캐스팅.

두 번째 낮은 생명력.

물론 둘 중 더 중요한 약점은 캐스팅이었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고위 마법들은 대부분 기나긴 시전 시간이 필요했다.

즉, 갑작스러운 싸움에서 사용이 불가능했다.

마법사들이 암살자들에게 약한 이유가 바로 캐스팅할 시간이 없고 생명력이 낮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혁은 아이템 때문인지 스킬 때문인지 캐스팅에 제약을 받지 않았다.

즉, 직업 상성이 먹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고위 마법을 바로 쓸 수 있는 수혁에게는 높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전사나 기사 계열의 탱커들보다 암살자들이 상대하기 편한 것이다.

“……!”

담장 밖으로 달리던 해피는 화들짝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

‘어, 언제!’

입구에 여인이 서 있었다.

해피는 뒤를 힐끔 보았다.

“……!”

카르가츄, 가르겐, 파르나도가 전부 쓰러져 있었다.

‘흑월대가 몇 초도 못 버텼다고?’

해피는 침을 꼴깍 삼키며 다시 여인을 보았다.

‘뚫을 수 있을까?’

흑월대는 강하다.

해피 역시 흑월대를 이길 수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이길 수는 없다.

과연 여인을 뚫고 탈출할 수 있을까?

“매직 미사일.”

여인을 바라보고 있던 해피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수혁의 목소리에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매직 미사일을 볼 수 있었다.

평소였다면 피식 웃으며 그냥 맞아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수혁의 마법에 픽픽 쓰러진 흑월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해피는 재빨리 몸을 날렸다.

이내 해피가 있던 자리에 매직 미사일이 작렬했다.

쾅!

그리고 매직 미사일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폭음을 들을 수 있었다.

‘맞았으면…….’

해피는 부르르 떨고는 수혁을 보았다.

“……?”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 수혁 옆에 있던 사내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순간 불길함이 들었다.

해피의 불길함은 곧 현실이 되었다.

스아악

바닥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이어 어둠에서 어둠이 튀어나와 해피를 결박했다.

[어둠의 손에 붙잡히셨습니다.]

[이동속도가 90% 감소합니다.]

[공격속도가 80% 감소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해피는 끝장났음을 알 수 있었다.

해피는 수혁을 보았다.

“아이스 스피어.”

그리고 해피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얼음의 창을 볼 수 있었다.

“하아…….”

해피는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이게 아닌데…….’

상상했던 상황과 너무 달라 혼란스러웠다.

어차피 죽음은 확정.

나가서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해피는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결정했다.

[사망하셨습니다.]

이내 아이스 스피어가 도착했고 해피는 사망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캡슐에서 나온 해피는 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좋았는데…….”

고독 길드를 박살 내고 지부들을 괴멸시키는 것까지는 아주 좋았다.

거기다 목적이었던 수혁을 불러내는 것까지 끝내줬다.

그런데 수혁과 전투를 시작함으로써 모든 게 다 뒤틀렸다.

“죽일 수는 있는 건가?”

해피는 수혁과의 전투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전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일방적으로 학살당했다.

수혁을 죽일 수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수혁은 강했다.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래서 당연히 수혁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감도 넘쳤다.

그러나 수혁의 강함에 넘쳤던 자신감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끙…….”

문제는 한 가지 더 있었다.

“관계가 초기화됐으면 어떻게 하지.”

바로 NPC와의 관계 초기화였다.

다행히 같이 갔던 흑월대가 전부 죽었다.

즉, 해피의 죽음을 흑월이나 암당에 알릴 존재가 없어 관계 초기화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수혁이 퀘스트를 가지고 있다면?

혹은 암당의 뛰어난 정보력으로 해피의 죽음이 확정된다면?

흑월과의 관계가 초기화될 것이다.

즉, 직업 퀘스트 ‘검은 달의 지배자’가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해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히려 초기화되는 게 다행인가?”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 판게아 최고의 직업으로 추정되는 ‘검은 달의 지배자’.

그러나 수혁과의 전투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

수혁이 중앙 마탑장이 된 이상 싸울 수밖에 없다.

검은 달의 지배자가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난 스킬들이 있다고 해도 수혁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흑월의 가장 큰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흑월대가 맥없이 쓰러지지 않았던가?

물론 흑월대가 흑월의 모든 힘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혁 역시 모든 힘을 사용한 게 아니었다.

수혁에게는 마탑, 그리고 마탑과 협약을 맺은 국가들이 많이 있었다.

즉, 엄청난 험난함이 예상되었다.

아무리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직업이라 해도 험난한 플레이는 싫었다.

해피가 검은 달의 지배자를 원했던 이유는 강한 힘 때문이다.

강한 힘으로 쉽게 쉽게 플레이를 하며 PK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스킬도 어차피 2개 얻었고. 템도 다 맞췄고.”

죽음의 무도와 검은 광기를 습득한 해피였다.

거기다 전설 등급의 장비들을 풀세팅했다.

흑월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지금 힘으로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 초기화되면 마음 편히 PK나 하면서 지내야지.”

해피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오늘 수많은 일을 일으켰다.

고독 길드를 박살 냈고 마탑의 지부들도 여럿 박살 냈다.

공식 홈페이지는 지금 난리가 났을 것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올라왔을지 궁금했다.

이내 컴퓨터 부팅이 끝나고 해피는 바로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접속함과 동시에 인기글을 확인한 해피는 활짝 웃었다.

“미친, 대박!”

인기글 상위 10개 중 8개가 해피와 관련된 글이었다.

해피는 실실 웃으며 인기글들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 * *

“이게 무슨…….”

장경우는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당황, 난감, 황당 등 장경우의 얼굴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가득 섞여 있었다.

“이렇게 해피가 죽을 줄이야…….”

수혁이 차원 도서관에서 중앙 마탑에 온 순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하기는 했다.

그런데 막상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이러면 해피는 끝난 건데…….”

수혁이 퀘스트를 완료했다.

퀘스트를 완료함으로써 해피는 흑월과의 연결고리가 완벽하게 끊어졌다.

이제 검은 달의 지배자로 전직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완벽히 연결고리가 끊긴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2000명을 죽이면 암당에서 찾아올 것이다.

즉, 2000명만 죽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꼬리가 끊겼다.

해피가 당장 흑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제 그러면…….”

문제가 하나 남아 있기는 했다.

“다시 수정 한 번만 하면…….”

후계자가, 그것도 크라스와 만난 정식 후계자가 수혁에게 죽었다.

해피의 죽음으로 인해 흑월이 또 요동칠 것이다.

이번 요동만 막는다면?

해피처럼 변수를 줄 수 있는 이도 없고 수혁에게 약속받은 기간 동안 만큼은 아무런 일 없이 잠잠할 것이다.

“그래! 빠르게 끝내버리자!”

장경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 * *

<직업 퀘스트 - 크라스의 후계자>

현재 카탈룬에는 흑월의 주인 토피앙 크라스의 후계자가 와 있다.

토피앙 크라스의 후계자를 처치하라!

[유저 ‘해피’ : 1 / 1]

퀘스트 보상 : ???

해피를 처치한 후 퀘스트 ‘크라스의 후계자’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물음표였던 퀘스트 완료 조건이 드러났다.

‘근데 완료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수혁은 문득 든 생각에 완료 버튼으로 향하던 손가락을 멈췄다.

‘설마 후계자가 죽었다고 쳐들어오거나 난동 피우려나?’

후계자가 죽었는데 흑월에서 가만히 있을까?

‘가만히 있겠지, 뭐.’

그러나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거기다 장경우도 오랜 시간 메인 에피소드가 지속되는 것을 원했다.

잠시 고민하던 수혁은 완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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