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3
제 553화
551.
장경우는 바로 양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승님! 잘 도착하셨습니까?
이내 양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그래, 잘 도착했다. 어떻게 된 거야? 크라스가 마탑으로 간다니?”
장경우는 바로 질문을 쏟아냈다.
문자로 이미 상황을 대충 파악했지만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듣고 싶었다.
-그게…….
장경우의 물음에 양주혁의 목소리가 급격히 작아졌다.
-예상보다 일찍 2마계 봉인 마법진이 깨졌습니다.
-절반의 힘을 되찾은 게 변수가 되었습니다.
양주혁의 기나긴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게 된 겁니다.
이내 양주혁의 설명이 끝났고 장경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확실하게 해두고 왔어야 했는데.’
수혁과 이야기도 됐고 해피도 없어졌다.
그래서 변수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안일했던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양주혁이 물었다.
“……음.”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큰일이야…….’
지금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야 한다.
‘등록해주고 올 걸 그랬나…….’
슈퍼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증이 필요한데 양주혁은 인증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인증을 해줄 수 있는 것은 장경우뿐.
즉,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상황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가 다시 연락하마. 그때까지는 그냥 주시만 하면서 상황 보고만 해줘.”
-예, 알겠습니다.
양주혁의 답을 끝으로 장경우는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바로 돌아가면…….’
양주혁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아직 크라스가 마탑에 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당장 귀국을 한다면 시간 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스윽
장경우는 고개를 들어 채린을 보았다.
채린은 활짝 미소를 지은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끙…….’
그간 수없이 약속을 했지만 지키지 못했던 장경우였다.
만약 귀국을 한다고 하면 채린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메인 에피소드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과 채린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충돌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아빠! 스마일!”
채린이 외쳤다.
장경우는 채린의 외침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브이 표시를 했다.
이내 찰칵 소리가 들렸고 장경우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 차라리 잘된 거잖아. 셋뿐이니.’
크라스는 마탑을 공격하는 데 흑월의 모든 힘을 동원한 게 아니다.
에리멘과 코단 둘만 데리고 향했다.
즉, 죽는 것은 셋뿐이다.
애초에 장경우가 걱정했던 것은 수혁이 흑월, 암당 본부에 가 추후 이어질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을 전부 죽여 메인 에피소드가 크게 단축되는 것이었다.
물론 크라스, 에리멘, 코단 이 셋이 아주 중요한 NPC들이긴 했지만 셋만 죽는다면?
지금 상황에서 아주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크라스, 에리멘, 코단이 죽는다면 임시로 흑월을 이끌게 될 아소멜이 수혁의 힘에 겁을 먹을 것이다.
즉, 모든 계획이 더뎌질 것이고 메인 에피소드가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장경우는 양주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냥 내버려 둬.
* * *
중앙 마탑 수혁의 방.
수혁은 현재 브리니스와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브리니스가 말하고 수혁은 들었다.
이내 브리니스의 말이 끝났고 듣기만 하던 수혁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지금 크라스가 이곳에 오고 있다는 거군요.”
수혁의 말에 브리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니스와의 대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지부나 공격할 줄 알았더니…….’
공격받는 것은 에피소드 명을 통해 알고 있었다.
당연히 수많은 지부 중 어딘가가 공격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크라스가 방문하려는 곳은 지부가 아니었다.
바로 중앙 마탑이었다.
방문 목적 또한 어이가 없었다.
크라스가 중앙 마탑을 공격하는 이유는 수혁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이상해.’
장경우와의 대화를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크라스를 지키려 했던 장경우가 아니던가?
무언가 꼬인 것이 분명했다.
“언제쯤 도착하는지 아시나요?”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브리니스에게 물었다.
“그건…….”
브리니스는 말끝을 흐렸다.
온다는 연락만 받았을 뿐 정확한 시간을 전해 받지는 못했다.
수혁은 브리니스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당분간 중앙 마탑에 있어야겠네.’
크라스가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른다.
그리고 크라스는 1마계의 마왕.
보통 강한 게 아니다.
수혁이라면 쉽게 잡아낼 수 있지만 수혁이 아니라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브리니스의 물음에 수혁은 생각을 끝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물음에 답했다.
“기다릴 생각입니다.”
* * *
“광선입니다! 다들 준비해주세요!”
연중이 외쳤다.
그리고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시간의 석상의 입에서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연중은 방패를 들어 광선을 막았다.
스아아아아아!
광선이 방패에 작렬했고 연중은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뒤로 밀려나며 연중은 생명력을 확인했다.
방패로 막아 데미지를 감소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다.
길드원들의 힐이 연중에게 집중됐고 쭉쭉 떨어지던 생명력이 다시 쭉쭉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석상의 광선 공격은 연중에게 집중된 상황.
즉, 다른 이들은 마음 편히 공격을 할 수 있었다.
“다들 날리세요!”
사냥왕이 석상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스킬이 석상을 향해 날아갔다.
쾅! 쾅! 쾅!
석상에 스킬이 작렬하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상 앞에 도착한 사냥왕이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르자 검에 서려 있던 푸른빛이 반월이 되어 석상을 향해 날아갔다.
푸른 반월은 그대로 석상을 관통했다.
그와 동시에 석상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던 광선이 사라졌다.
쿵!
그리고 이어 석상이 반으로 분리되며 땅으로 떨어졌다.
[시간의 석상을 파괴하셨습니다.]
[석상에 담겨있던 시간의 힘이 다른 시간의 석상들에게 전해집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잠시 휴식한 후 이동하겠습니다!”
메시지를 본 연중이 방패를 내리며 외쳤다.
연중의 외침에 길드원들이 자리에 앉아 정비를 시작했다.
“다음 석상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 그다음부터가 문제네요.”
석상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냥왕이 연중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번에 잡은 석상은 여섯 번째 석상이었다.
아직 네 개가 남아 있었다.
문제는 석상의 수가 줄어들수록 남은 석상들의 힘이 강해진다는 것.
이번 석상은 무난하게 잡았다.
다음 석상도 무난히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그다음부터는?
“그러게 말입니다. 마지막은 딜이 거의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석상들이 강해지는 속도를 보면 여덟 번째 석상부터는 잡는 데 상당히 고전을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 석상은 잡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 정도로 석상들이 강해지는 속도는 엄청났다.
“수혁 님은 어떻게 하고 계신데요?”
사냥왕이 물었다.
잡지 못하는 것은 연중과 사냥왕, 길드원들이다.
수혁이라면 열 번째라고 해도, 아니 그보다 배 이상 강하다고 해도 쉽게 잡아낼 것이다.
문제는 지금 수혁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중앙 마탑에서 대기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현재 수혁은 어제 시작된 아홉 번째 메인 에피소드 때문에 중앙 마탑에 있었다.
“그렇군요.”
사냥왕은 연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뒤 이어 말했다.
“크라스, 일찍 죽는 거 보면 최종 보스가 아닌 걸까요?”
토피앙 크라스, 1마계 마왕이자 흑월의 주인.
사냥왕은 토피앙 크라스가 판게아의 최종 보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크라스는 수혁과 전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크라스는 필히 수혁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최종 보스가 벌써 죽을 리는 없으니 크라스보다 더한 녀석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1천계에 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토피앙 크라스가 다스리던 1마계.
1천계에 가기 위해서는 1마계를 지나야 했다.
즉, 1천계에 도착하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였다.
[아홉 번째 메인 에피소드 ‘토피앙 크라스, 공격받는 마탑’의 두 번째 챕터 ‘중앙 마탑’이 시작됩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연중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연중은 사냥왕을 보았다.
사냥왕 역시 메시지를 보았는지 놀란 표정으로 연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크라스는 기운을 방출했다.
어둠이 넘실넘실 주변에 퍼져나갔다.
“준비들 해.”
크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에리멘과 코단에게 말했다.
“예, 마스터.”
“드디어 복수를 할 시간이군요.”
에리멘과 코단은 크라스의 말에 답하며 자신들의 무기 검과 지팡이를 꺼냈다.
지팡이를 쥔 코단은 전방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 자신이 이끌던 빛의 마탑이 시야에 들어왔다.
‘망할 새끼, 드디어 복수의 때가 왔구나.’
코단은 수혁을 생각하며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수혁만 아니었으면 여전히 코단은 빛의 마탑을 이끌고 있었을 것이다.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게 다 수혁 때문인 것이다.
드디어 복수의 때가 됐다.
수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코단 뿐만이 아니었다.
에리멘 역시 마탑을 바라보며 수혁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벽을 넘어섰다.
지금이라면 그때처럼 무참히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받은 패배의 수모를 갚아줄 때였다.
바로 그때 크라스가 입을 열었다.
“온다.”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인간의 기운이 아닌 드래곤.
아니, 웬만한 드래곤보다 더욱 강대한 기운이었다.
마탑에 이런 기운을 가지고 있는 이는 수혁밖에 없다.
‘혼자 올 줄이야.’
크라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느껴지는 기운은 단 하나뿐이었다.
다른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즉, 이곳에 오고 있는 것은 수혁뿐이었다.
‘겁이 없구나.’
크라스는 미소를 지었다.
미소에는 분노가 살짝 담겨 있었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방에서 책을 읽던 수혁은 메시지 창을 확인했다.
“후…….”
그리고 답답한 표정으로 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언제 오냐…….’
크라스의 공격 때문에 현재 수혁은 중앙 마탑에서 대기 중이었다.
‘빨리 가고 싶은데…….’
중앙 마탑에도 책이 많기는 했다.
그러나 차원 도서관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거기다 책으로 가득 찬 차원 도서관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이 그리웠다.
한시라도 빨리 크라스를 해결하고 차원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아홉 번째 메인 에피소드 ‘토피앙 크라스, 공격받는 마탑’의 두 번째 챕터 ‘중앙 마탑’이 시작됩니다.]
[직업 퀘스트 ‘숙적 크라스’가 생성되었습니다.]
다음 책을 향해 손을 뻗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멈칫했다.
그리고 바로 퀘스트 창을 열어 직업 퀘스트 ‘숙적 크라스’를 확인했다.
<직업 퀘스트 - 숙적 크라스>
대마도사 라피드가 봉인했던 1마계의 마왕 토피앙 크라스.
크라스가 마탑을 파괴하기 위해 나타났다.
숙적 크라스를 처치해 마탑을 지켜내라!
[토피앙 크라스 : 0 / 1]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본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왔구나.’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테라스로 나왔다.
“플라이.”
그리고 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높디높은 곳에서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다!’
이내 수혁의 시야에 어둠이 들어왔다.
점차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는 짙은 어둠.
어둠이 있는 곳에 크라스가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바로 어둠을 향해 날아갔다.
[경고!]
[어둠과 빛의 마법사 코단이 나타났습니다.]
[경고!]
[흑월대의 수장 에리멘이 나타났습니다.]
[경고!]
[흑월의 수장, 대마왕 크라스가 나타났습니다.]
마탑을 벗어나 어둠에 가까워지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역시 혼자 온 건 아니었네.’
브리니스에게 들은 것은 크라스뿐이었다.
그러나 크라스가 혼자 올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수가 적기는 했지만 에리멘과 코단이라면 수가 적다고 해도 이해가 됐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아악!
어둠과 빛이 날아왔다.
엄청난 속도였다.
“성스러운 보호막.”
수혁은 반사적으로 보호막을 시전했다.
보호막이 나타남과 동시에 빛과 어둠이 보호막에 작렬했다.
지지지지직!
스파크 튀는 소리에 수혁은 계속해서 전진하며 보호막의 상태를 확인했다.
‘버틸만하네.’
작은 실금들이 나타날 뿐 바로 깨질 것 같진 않았다.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수혁은 어둠 안으로 들어갔다.
[흑월에 들어오셨습니다.]
[어둠이 당신의 육체를 잠식하려 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
[이동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둠에 들어오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영역이었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어둠은 크라스의 영역이었다.
‘조금 다르네.’
악몽의 동상을 통해 겪었던 ‘흑월’과는 상당히 달랐다.
“네 녀석이 라피드의 후예냐?”
메시지를 보고 있던 수혁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에리멘과 코단 그리고 처음 보는 사내, 크라스가 서 있었다.
물론 직접 처음 보는 것이지 악몽의 동상을 통해 크라스를 본 적 있던 수혁은 사내가 크라스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동상이랑 똑같이 생겼네.’
뿔이나 날개가 보이지 않을 뿐 동상과 생김새가 똑같았다.
“라피드보다 확실히 강하구나!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강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네 녀석은 오늘 죽…….”
“파멸의 빛.”
[파멸의 빛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은 크라스의 말을 자르며 파멸의 빛을 시전했다.
크라스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온 게 아니었다.
스아악!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코단!”
크라스는 구체를 본 순간 외쳤다.
코단은 재빨리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코단이 디스펠을 시전했습니다.]
[파멸의 빛이 디스펠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빛의 구체가 스르륵 사라졌다.
‘디스펠을?’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디스펠은 대상이 된 마법의 수준에 따라 소모되는 마나의 양이 달라진다.
아무리 능력치가 10% 감소했다고 해도 파멸의 빛은 엄청난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즉, 엄청난 마나가 필요한 것이다.
디스펠을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한 수혁은 코단을 보았다.
“크억!”
코단은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되는!”
그리고 입가의 피를 닦아낸 코단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외쳤다.
수혁은 당황해하는 코단을 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파멸의 빛.”
[파멸의 빛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어차피 쿨타임이 초기화되어 바로 사용이 가능했다.
거기다 코단의 상태를 보니 디스펠을 또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만약 디스펠을 한다?
이번에도 쿨타임이 초기화됐다.
또 시전하면 그만이다.
디스펠을 하지 못할 때까지.
수혁의 예상대로 코단은 부들부들 다리를 떨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 나선 것은 에리멘이었다.
스악!
에리멘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서 청룡, 백호, 주작 등 다양한 신수와 흉수들이 튀어나와 수혁에게 날아갔다.
물론 신수와 흉수들이 수혁에게 도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아악!
빛이 뿜어져 나왔고 신수와 흉수들은 그대로 빛에 소멸당해 사라졌다.
“……!”
에리멘 역시 코단과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혁은 에리멘에게서 시선을 돌려 크라스를 보았다.
스윽
크라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주변에 퍼져 있던 어둠이 뭉치며 거대한 벽으로 변했다.
크라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어둠의 벽이었다.
이내 어둠의 벽에 빛이 작렬했다.
‘호오, 역시 최종 보스라 이건가?’
수혁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파멸의 빛이었다.
근데 크라스가 만든 어둠의 벽은 10초가 지났음에도 굳건히 파멸의 빛을 막고 있었다.
금이 나타나도 금방 복구가 됐다.
수혁은 손을 들었다.
시간이 흘러 크라스의 힘이 빠지면 어둠의 벽을 뚫을 수 있겠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섬광.”
[섬광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스아악!
수혁의 손에서 광선이 쏘아져 날아갔다.
목적지는 어둠의 벽이었다.
쩌적!
이내 광선이 어둠의 벽에 작렬했고 그와 동시에 어둠의 벽에 금이 나타났다.
파멸의 빛과 섬광의 파괴력을 따라갈 수 없던 것일까?
어둠의 벽에 점점 균열이 나타났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구멍이 나 안쪽으로 빛이 파고 들어갔다.
“크아악!”
[어둠과 빛의 마법사 코단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비명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틈을 비집고 들어간 빛에 당한 것 같았다.
“크윽!”
[흑월대의 수장 에리멘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멍은 커져 갔고 이내 에리멘도 죽음을 맞이했다.
남은 것은 크라스 뿐이었다.
‘이거 지혜 안 올렸으면 꽤 고전했겠어.’
생각보다 크라스는 오랜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만약 지혜를 지금처럼 올리지 않았다면?
꽤나 오랜 시간 전투가 이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쩌저적!
이내 어둠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크라스를 볼 수 있었다.
크라스의 표정은 크게 일그러져 있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크라스가 절규했다.
지금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절규하는 크라스를 향해 파멸의 빛과 섬광이 작렬했다.
[흑월의 수장, 대마왕 크라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아홉 번째 메인 에피소드 ‘토피앙 크라스, 공격받는 마탑’의 세 번째 챕터 ‘마왕의 죽음’이 시작됩니다.]
* * *
띠띠띠띠띠띠띠띠!!!!
띠띠띠띠띠띠띠띠!!!!
쉴 새 없이 알림이 울렸다.
“…….”
그러나 양주혁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진짜 죽었구나.”
확인하지 않아도 알림이 울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크라스가 죽음으로써 수많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양주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장경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크라스의 죽음을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여보세요?
“지금 막 크라스가 죽었습니다.”
이내 장경우가 전화를 받았고 양주혁은 장경우에게 크라스의 죽음을 전했다.
-…….
잠시 침묵이 나타났다.
-수혁은?
이내 침묵을 깨고 장경우가 물었다.
-설마 흑월이나 암당 쪽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니지?
불안했다.
크라스의 공격에 화가 나 약속을 깨고 흑월 본부나 암당 본부로 쳐들어갈까 봐.
“수혁이요? 잠시만요.”
양주혁은 장경우의 물음에 키보드를 두들겼다.
이내 모니터에 수혁의 위치가 나타났다.
“아…….”
양주혁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장경우는 양주혁이 탄성 이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설마 가고 있는 거야?
“그게…….”
양주혁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어 말했다.
“도서관인데요?”
-도서관?
“네, 책 읽으려는 것 같아요. 아니, 책 읽고 있네요.”
-…….
<완결>
작가 후기
기나긴 여정이 끝났습니다.
후기에 쓸 게 많았는데 전작 힘마스터와 마찬가지로 막상 후기를 쓰려니 멍~ 하네요.
일단 독자분들의 몇몇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려 합니다!
첫 번째 리더 웹툰!
작년 12월에 연재 예정이었지만 미루어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안에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리더 외전!
외전은 매일 연재가 아니라 에피소드 단위로 업데이트를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마 기억에서 희미해질 때 알림이 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차기작!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차기작은 불사단입니다!
불사단 - 힘마스터(2부) - 러너 : 뛰는 자 순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리더를 봐주신 모든 독자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리더 외전과 불사단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동시에 연재할지 아니면 외전 연재 후 연재를 할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리더(Reader)-읽는 자
제작일 : 2018.01.17
ISBN :979-11-87210-07-8(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