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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상현상? >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등급 : 신화]

저 단어 자체도 그러했지만, 그 이상으로 말이 안 되는 건 따로 있었다.

‘분명...저건, 그건데?’

멋대로 그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버린 마석.

“저게 왜 여기서 나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이템 창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오염된 여의주]

[등급 : 신화]

[신수 청룡의 정기(精氣)가 담긴 보옥. 수많은 마물들의 핏물에 청정이 손상되었다.]

“여의주? 신수? 청룡?”

그나마도 아주 짧은 글귀만 적혀있어서, 길게 보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어려웠다.

‘이게 끝이라고?’

보통 힘 증가 혹은 공격력 증가 등등, 세부 옵션이 붙어있는 것과 달리, 그저 아이템에 대한 설명 몇 자 정도가 전부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막막함만 더해질 뿐이었다.

‘애초에 신화등급 템 옵션을 본 적이 있어야 알지.’

최상위 랭커들의 전유물이었다.

“도통 공개하는 놈이 없으니.”

그들은 자신의 패를 최대한 감추고자, 아이템의 옵션을 꽁꽁 싸매고 숨긴 채, 절대 외부로 발설하지 않았다.

‘그나마 아는 건, 전설 등급 정도인데.’

몇몇 BJ들의 홍보성 공개가 전부였는데, 그들도 전체오픈은 안 해서 정보가 부족했다. 옵션을 파헤치면 상성과 상극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마루의 시선이 오염된 여의주로 향했다.

저게 왜? 게임 속에 있는 걸까?

‘그것부터 확인을 해야지.’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후우...”

[계승 캐릭을 설정해 주십시오.]

[계승 캐릭을 설정해 주십시오.]

[계승 캐릭을 설정해 주십시오.]

그 와중에도 꾸준히 날아드는 독촉 메시지가 혼미한 정신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당장 선택할 필요는 없지만.’

[등급 : 신화]라는 창이 자꾸만 유혹을 했다.

“검색 좀 하고 싶은데.”

알 수 없는 오류로 발생한 상황이며 아이템인 까닭일까?

[재접속했다간 사라지는 게 아닐까?]

[보상 신청했다가 사라지면 어쩌지?]

[이러다 계정 정지 먹는 거 아니야?]

“아오~! 미치겠네.”

이런저런 불안감이 등을 떠밀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문득, 허파is토스에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화등급 아이템을 먹었으면, 템에 맞춰서 다시 키울 수밖에 없지.]

초점을 잃고 헤매던 동공이 자리를 찾아갔다.

“그래. 그랬었지.”

지금 그의 눈앞에 신화등급 아이템이 있었다.

‘신화등급 아이템을 먹었으면?’

오류인지 계승 절차도 멋대로 진행 중이었다.

“템에 맞춰서 다시 키워야지!”

선택지가 결정됐다.

‘못 먹어도 고!’

아이템의 진위여부도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접속부터.’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계승을 진행한다.”

이어지는 아이디 생성.

“장관장!”

관련 아이디가 여럿 검색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수십억 인구가 하는 게임이니 만큼, 일정 횟수까진 아이디 겹침 현상이 용납되는 것이다.

게다가 워낙 개성이 약한 아이디기도 했다.

‘이 아이디로 열둘이나 있네.’

그렇게 PP의 열세 번째 장관장을 만들어낸 뒤, 그는 신규 캐릭터의 세팅을 시작했다.

“종족은 인간, 외형은 [관장공장공장장] 계승. 스타트 지점은...토크 아일랜드.”

짧은 설정을 끝내고 시동어를 외쳤다.

“로그인!”

**

풍경이 바뀌고, 청명한 하늘과 맑은 대기가 오감을 두드리며 안겨들었다.

“스읍...하......”

한 차례 호흡을 골랐다.

조금 전까지 골머리를 싸매고 있던 까닭일까?

“으음~! 프레시 에어.”

폐부를 가득 채우는 신선함이 달가웠다.

‘QM모델에선 가짜였지만, 이건 진짜지.’

헤드셋 형태의 간이 접속기를 사용할 땐, 신경망의 접촉을 통해 감각오류를 발생시킨 뒤, 뇌리에 거짓된 청정감을 입력시키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구입한 접속기의 경우, 공기 청정기가 딸려있는 모델인 만큼, 이 맑은 공기가 거짓이 아니었다.

‘맘 같아선 캡슐형을 사고 싶었지만.’

가격대가 너무 뛰어서 거기까진 무리였다.

“FM-7이 가성비는 최고지.”

오랜 조사 끝에 구입한 물건이었다.

이 역시 간이 접속기였지만, 안면 전체를 덮는 헬멧 형태로 이뤄져있는 만큼, 이전의 헤드셋 형태보다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었다.

헬멧에 내장된 기능을 되새기는 것도 잠시, 고개를 돌려 토크 아일랜드의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이게 얼마만이야?”

초보자들의 시작마을 중 하나로써, 지난 캐릭터인 ‘관장공장공장장’을 스타트했던 마을이기도 했다.

주변을 돌아보며 머리를 환기시킨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오염된 여의주]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할까?

“사라지진 않았네.”

오류건 뭐건 그의 인벤에 신화 등급 아이템이 있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옵션이나 추가 설명은...역시, 없나?’

이 기현상을 설명할 만한 단서가 너무도 부족했다.

‘따로 검색을 해 봐?’

그러다 고개를 저어버렸다.

‘신화 등급 정보를 어떻게 구해.’

현실의 기현상과 맞물려 생각하니, 더더욱 막막하기만 했고, 그 때문인지 한숨만 쌓일 뿐이었다.

“미치겠네!”

거칠게 뒷머리만 긁을 때였다.

-왜 미쳐?

뜬금없는 음성 하나가 고막을 두드렸다.

“으헉!”

깜짝 놀라 돌아보니, 그의 어깨 위로 자그마한 녹색 도마뱀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뭐...뭐야?”

경악성을 질문으로 들은 걸까?

-나? 초롱이.

급히 이를 털어내려 했지만, 날렵하게 목 뒤로 돌아서 반대 어깨로 가고, 또 머리위로 올라가며 손길을 피하는 터라,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아직 소환수가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요건, 대체 어디서 온 거야?”

역시나 혼잣말이지만, 초롱이는 이마저도 질문으로 받아들이며 입을 열었다.

-나 저기서 왔어. 네가 깨웠잖아.

초롱이의 고갯짓이 인벤토리로 향했다.

[오염된 여의주]

마루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너, 이게 뭔지 알아?”

인벤토리 속 여의주를 가리키자, 초롱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집이야.

“아니. 그러니까. 이거 정체가 뭔지 아냐고.”

-내 집이라고.

“그런 걸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내 집!

자꾸 같은 소리 반복하게 하는 게 짜증난 것일까? 초롱이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래. 그래. 집인 건 알겠고, 네 집이 청룡의 정기가 담긴 보옥이라던데. 이거에 대해서 아는 것 좀 없어?”

-청룡이 뭐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답이 나왔다.

‘아...아는 게 없구나!’

-보옥? 뽀옹? 히히! 웃기다.

왠지 저 모습이 거짓 같지 않았다.

허탈하니 어깨를 늘어트리는 그의 모습에, 다다닥 머리 위로 올라탄 초롱이가, 대뜸 하품을 길게 늘어트렸다.

-하아아암! 피곤해. 나 잘래.

그러더니 훌쩍 뛰어서 인벤토리 너머, 여의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어? 그냥 그렇게 가냐? 갔냐?”

-애들은 잠꾸러기야.

여의주 속에서 날아든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더 이상 초롱이의 음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자냐?”

그새 꿈나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여의주에 웬 이상한 도마뱀까지.’

마루는 뒷목이 뻐근해지는 걸 느꼈다.

“후...생각해봤자 머리만 복잡하지.”

이미 뇌는 과부하 상태였다.

“GG! GG! 베이베 베이베...”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게임이나 좀 하자.”

결국, 단순한 결론으로 이어졌다.

[대가리가 빡빡할 땐?]

“단순 노동이 최고지.”

더 이상 오류 보상은 머릿속에 없었다. 여의주? 초롱이? 상황이야 어찌됐건 신화 템이 창고에 있었다. 신규 캐릭터를 키우는 건 확정이었다.

‘여기 퀘스트가 그러니까...’

과거의 기억을 쫓아 걸음을 옮기고, 지난 캐릭터가 걸었던 동선을 되새겼다. 그렇게 최상의 루트를 따라 퀘스트를 수집했다.

[라그룰의 풀을 채집하라.]

[야만타 열매를 따오시오.]

[경비대에 도시락 전달하기.]

[양로원 재롱잔치에 참가하자.]

단순 노동의 시작이었다.

“서른다섯에 재롱잔치라니.”

PP라는 게임의 특이한 부분이라 한다면, 사냥을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단 점이었다.

[노동, 스탯, 사냥.]

정해진 지점을 찾아다니면서 약초를 뜯고 장작을 팬다. 그렇게 체력과 힘을 쌓고 경험치를 축적한 뒤, 사냥을 하기 위한 최소 스탯과 레벨을 만드는 것이다.

‘거 참, 번거롭게 잘 만들었어.’

여느 게임들처럼 시작부터 칼 들고 활 쏘면서 피 튀기는 전투를 하는 게 아니었다.

‘1레벨은 1레벨답게.’

약해 빠졌다.

“쓸데없이 너무 잘 만들었어!”

나직이 투덜거리며 초보 지원 시스템을 켰다. 시야 한편에 화살표가 뜨고, 이를 쫓아 이동을 시작했다.

[전방 50미터 앞 좌회전입니다.]

[직진 하십시오.]

[잠시 후 검문소가 나옵니다.]

[새로운 목적지를 설정해 주십시오.]

초보존에만 있는 아주 특별한 안내 서비스였다. 이곳을 벗어나면 직접 지도를 살펴가며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채집 생활.

화살표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열심히 산을 탄 덕분일까?

[레벨 업!]

오래지 않아 반가운 알람이 떴다.

“오오...”

퀘스트 동선을 잘 잡은 덕분이었다.

‘벌써 렙업?’

스탯을 조정하려 상태창을 오픈했을 때였다.

“...이건, 또 뭐야?”

당혹스런 정보가 떠올랐다.

[장관장]

[레벨 : 2]

[힘 : 17] [지능 : 15]

[체력 : 19] [정신력 : 20]

[민첩 : 18]

[스탯 : 5]

“스탯이 왜 이리 높아?”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환각인가?’

열심히 비벼보지만, 창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야 한편의 [HP/MP] 게이지를 조작해서 수치화 한 뒤, 그 내용물을 확인했다.

[HP : 190] [MP : 200]

“허...”

아이디를 새로 만든 뒤, 인벤토리만 확인하고 굳이 상태창을 확인하진 않았다.

이유?

‘확인할 필요가 없으니까.’

모든 캐릭터의 시작점이 똑같기 때문이다.

[초보자]

[레벨 : 1]

[힘 : 10] [지능 : 10]

[체력 : 10] [정신력 : 10]

[민첩 : 10]

[스탯 : 0]

[HP : 100] [MP : 100]

딱 이게 기본이었다.

2레벨이 되더라도 변하는 건 [스탯 : 5]의 추가 스탯 뿐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지금 그의 창은 오버 스탯이 너무 많았다.

‘정상적인 건 하나 밖에 없네.’

레벨 상승에 따른 [스탯 : 5]정도였다. 이 상황을 설명할 만한 게 무엇인지 열심히 머리를 굴린 덕분일까?

떠오르는 게 있었다.

[오염된 여의주!]

의문이 들었다.

‘거긴 별 다른 스탯 표시가 없었는데.’

애초에 장착 레벨도 아니지 않던가. 10레벨 전까진 장비 사용 불가였다. 게임의 시스템이 그랬다.

‘지금 이 시점에서 장착 가능한 장비라면?’

퀘스트를 위해 NPC가 제공한 채집 도구 정도가 전부였다.

“아니. 애초에 장착한 것도 아니잖아! 여의주는 인벤토리 안에 있는데? 그런데 영향을 받는다고?”

답답함에 습관처럼 혼잣말이 이어졌다.

“아오, 썅! 골 때려.”

욕설까지 튀어나오고, 결국 인벤토리를 열어야만 했다.

“초롱아. 자니?”

-zzzz...

대답 대신 고롱대는 소리만 들려왔다.

“야~호~! 초롱아! 야! 자?”

열심히 소리쳐 불러봤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뿐이었다. 그의 노력은 뜻밖의 방향에서 역풍을 불러왔다.

“미친놈인가?”

“야, 눈 마주치지 마.”

“피해! 돌아서 가. 달라붙는다.”

“경비라도 부를까?”

“찍어! 이 구역의 미친놈이라고 올리게.”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 급히 자리를 피했다.

‘끄응...’

왠지 달달한 게 땡겼다.

“대가리를 너무 써서 그런가?”

휘휘 고개를 저은 뒤, 추가 스탯을 확인했다.

[+39]

의문이 들었다.

‘왜 딱 떨어지는 40이 아니라 애매하게 39지?’

이를 잠시 접어둔 채, 오버 스탯을 계산했다.

‘일단 렙업 스탯이 5니까.’

대략 8레벨에 달하는 스탯이 추가된 것이다.

‘그나저나 이게 높은 거야? 낮은 거야?’

앞서도 언급했듯, 신화 등급 아이템에 대한 정보는 꽁꽁 싸매져 있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이렇다 할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웠다.

“어우, 머리야!”

정보의 부재 앞에 골머리만 아팠다.

“이 스탯이면 당장 사냥도 뛰겠네.”

생각과는 달리 아직은 갈 수 없었다.

5레벨 달성!

사냥터의 최소 입장 조건에 걸렸다.

‘쓸데없이 걸리는 게 너무 많아.’

물론, 당장 갈 생각도 없었다.

[초보존 보너스!]

일명 ‘튜토리얼’이라고도 불리는 10레벨까지의 초보 퀘스트의 경우, 업적 및 공헌도의 보상이 제법 후한 편이었다.

물론, 이 정도 보상은 무시하며, 5레벨부터 사냥터로 향하는 이들이 더 많긴 했다. 대부분 레벨 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경우였다.

“그러다 피똥 싸지.”

앞서 언급했듯 장비 착용은 10레벨부터였다. 결국 맨 손 사냥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래서는 토끼 한 마리도 잡기 어려웠다.

그런 건 그의 방식도 아니었다.

‘취미로 하는 게임.’

[느긋하게 즐겜!]

그게 그의 방식이었다.

‘개꿀 보너스는 반드시 챙겨야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화등급 아이템? 그것 때문에 기존 플레이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상념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띠띠...띠띠띠띠...

갑작스런 알람이 고막을 두드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추가 스탯 5를 잠시 살피다, 그냥 상태창을 닫았다.

‘일단, 패스!’

알 수 없는 찝찝함에 선뜻 손이 안 갔다.

‘설마, 캐릭터가 사라지진 않겠지?’

일말의 불안감을 뒤로한 채, 밖으로 나왔다.

“그땐, 정말 신고다!”

**

“푸후우우...”

마루는 기기를 벗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했네.’

적당히 츄리닝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신화, 여의주, 마석, 크립토 라이트, 인피니티 수통...]

가는 길에 검색창을 뒤적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 어떻게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냐.”

신화 등급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찾는 건 역시 불가능했다. 여의주와 초롱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대하지도 않았다. 퉤잇!”

물론, 생각되는 바가 없진 않았다.

‘여의주와 도마뱀이라...설마?’

상념을 끝맺기도 전, 목적지에 다다랐다.

[더 클래식 헬스장]

밤바람을 맞으며 걸어간 곳은 헬스장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대에 오셨네요.”

다섯 살 어린 트레이너 김수길이 언제나처럼 인사말을 건네며 그를 반겨주었다.

“일일 퀘스트잖냐.”

농으로 답한 마루가 라커에서 트레이닝복을 챙겨 입은 뒤, 유산소 운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구를 들기 시작했다.

“후욱...후...후우...훅...”

김수길이 곁에서 이를 유심히 지켜보다, 짧은 휴식시간을 틈타 물었다.

“형님. 슬슬 무게 좀 늘릴까요?”

“벌써?”

“요 며칠 꾸준히 해서 그런지, 자세나 호흡이 많이 안정된 게 보이네요. 그동안 빠진 근육 보충하시려면 빡세게 해야죠.”

“날 얼마나 더 굴리려고 그러냐.”

“살려는 드리겠습니다.”

“살려만 놓는 게 아니라?”

“흐흐...”

짧은 휴식은 그렇게 끝났다. 마루는 김수길의 본격 관리를 받으며, 한층 강화된 기구를 들어야만 했다.

“그냥, 죽여!”

파견으로 빠진 근육들이 빠르게 복구되고 있었다.

**

김수길의 스파르타식 트레이닝 덕분일까?

“으어...죽겠다!”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피로감에 찌든 육체를 속이기 위한 조치로써, 그는 귀가와 동시에 PP로 들어갔다.

‘감각 조정으로 근육통을 숨길 수 있다니.’

“이거 하나는 정말 나이스다.”

그 길로 게임 내에 마련된 여관으로 향했다.

외부기기와의 연동을 통해, 이곳에서의 취침으로도 기기의 숙면기능이 작동됐다. 덕분에 자연스런 수면까지 유도할 수 있었다.

구역마다 여관의 가격도 다른데, 이곳은 초심자의 마을이라 가격이 저렴했다.

“수면은 역시, PP!”

왠지 PR 같은 중얼거림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일단, 재접속은 문제없이 됐네.’

취침에 들어가기 전, 오늘의 이변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자 인벤을 열었다.

“초롱아?”

답은 없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봤다.

-코오...코......

‘애들은 잠꾸러기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스탯도 확인해야지.’

다음으로 상태창을 열었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야만 했다.

“이건, 또 뭔데?”

골머리가 아파왔다.

[장관장]

[레벨 : 2]

[힘 : 18] [지능 : 15]

[체력 : 19] [정신력 : 20]

[민첩 : 18]

[스탯 : 5]

아주 미묘한 변화라 단번에 눈치 채진 못했지만, 결국 눈에 들어와 버린 변화가 하나 있었다.

[힘 : 18]

‘분명, 아까는 17이였던 것 같은데.’

혹시나 싶어서 각 스탯에서 10를 뺀 뒤, 남은 숫자들을 전부 합산해봤다.

[+40]

“허...”

앞서, 왜 애매하게 39냐면서 의문을 내비쳤던 만큼, 딱 떨어지는 40이란 숫자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스탯이 늘었어?”

기현상으로 인해, 잠이 확 달아났다.

< #4. 이상현상?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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