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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퀘스트? >

엔트라넷(Entranet)!

쉽게 설명하자면 일종의 각성자 네트워크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접속을 하는 순간?

[정마루]

[각성 등급 : D]

[컨디션 : 6]

[스킬 : 오염된 여의주] [?]

이처럼 게임의 시스템을 떠올리게 만드는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너무 간단하긴 하지만.’

오히려 이게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

물론, 지금은 근력이나 체력 등을 수치화 하는 게 가능해진 세상이긴 했다.

“그래도 한계는 있지.”

사람의 정신력이나 알 수 없는 변수에 의해, 얼마든지 수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 저처럼 간단한 상태창이 오히려 가장 적합하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뭐, 우리 의견이 상관있나.’

신의 뜻이겠거니 할 뿐이다.

‘수치 표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컨디션 : 6]

“심플하네.”

이는 게임의 체력이고 정신력이며, 기력이고 마력이며, HP이자 MP와 같은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같은 능력을 쓰더라도 더 큰 위력이 나온다!]

“반대로 컨디션이 저조할 땐, 전력을 쏟아 부어도 평소보다 낮은 능력치를 보인다고 했었지.”

일상의 평균치는 6~8까지였다.

[5점대로 내려가게 된다면?]

조금씩 능력 감소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여러 각성자들의 의견이었다.

뿐만 아니라 부상의 경중에 따라선 3점대까지 내려가기도 하는데, 그 밑의 2점대가 되면 생명이 경각에 달한 것이고, 1점대에 이르면 가망이 없다고 봐야 했다.

“2점만 되도 유언장 각이지.”

마루의 현재 컨디션은 6점대로써, 흔히 중하라고 부르는 수준이었다. 하루 전 겪었던 충격 때문이리라.

일단,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엔트라넷.”

말 그대로 감동이며 감격이었다.

“각성이라니!”

이미 스스로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는 걸 알았지만, 각성알람을 듣고 상태창을 띄우며, 이렇게 두 눈으로 확인까지 하는 건?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후웁...”

가슴이 뜨겁게 달궈지는 감각에 호흡을 고르는 것도 잠시, 널뛰는 심장을 달랜 그가 찬찬히 상태창을 살폈다.

“각성등급은 D인가.”

최하위 등급이지만 실망하진 않았다.

어떤 사냥을 하고 어떤 성장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등급 상승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C등급이면 좋을 텐데.”

그런 말이 있다.

[엔트라넷에서 D등급은 준회원이다.]

“C등급은 돼야 정회원인데.”

거기서부턴 개별적인 각성증명도 가능했다.

‘내 15만원.’

살짝 속이 쓰렸다.

‘그나저나...’

이 와중에 의문이라고 한다면?

“...갑자기 각성을 한 이유가 뭐지?”

그 이유가 뭘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전날의 특별한 일이라면 하나밖에 없던 까닭이었다.

[전 스탯 30!]

그로 인해 ‘벽’을 넘게 된 것이 아닐까?

갑작스런 정체기는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웅크림이 아니었을까?

‘분명, 그렇겠지? 그럴 거야!’

확인을 위해 PP로 들어갔다.

[퍼펙트 플레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리고는 긴장된 얼굴로 외쳤다.

“힘에 스탯 1추가.”

각성에 따라 스탯창 역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지 않았을까?

그런 기대감에 스탯을 올리는데,

[힘 : 30]

당혹스럽게도 변화는 없었다.

‘이게, 무슨?’

각성으로 인해 뜨겁게 달궈졌던 가슴이 차게 식는 게 느껴졌다.

“초롱...후......하!”

아기 도마뱀을 깨우려다가 참았다.

-고롱...초롱...고롱......

초롱이의 코골이가 들려왔다.

“그래. 아가는 자라.”

한숨을 푹 내쉬며 인벤을 닫았다.

“로그아웃.”

각성으로 인한 변화를 기대했건만, 엔트라넷 접속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 그를 실망하게 만들었다.

“멘탈 회복이 필요해.”

그 같은 이유로 엔트라넷을 연 뒤, 그윽한 시선으로 이를 눈에 담았다.

‘겨우, 이 정도가 내 한계일리 없어!’

절망 속 한 줄기 등불을 살피며, 정신을 다잡았다.

‘겨우, 이 정도가...’

그렇게 얼마나 보냈을까?

‘...응?’

문득,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스킬 : 오염된 여의주] [?]

이 모든 기적이 여의주로 의한 것이기에, 스킬 부분에 여의주가 있는 건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건, 뭐지?”

끝자락에 붙은 [?]는 무엇일까?

‘어째서 저기에만 물음표가 붙어있는 거지?’

왜 이걸 이제야 발견했나 싶어, 게슴츠레 이를 바라보던 것도 잠시,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부분에 손을 가져다댔다.

[스킬 : 오염된 여의주] [! 스킬을 익혀라]

그 순간, 놀랍게도 상태창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가 [!]로 바뀌더니 그 뒤로 새로운 글귀까지 새겨진 것이다.

“이건 또 뭐야?”

당혹감 속에서도 그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지능 : 30]의 영향일까?

골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뇌는 착실히 일을 했다.

“이거 꼭, 퀘스트 같네?”

마치, 여의주가 지시를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옛날 PC게임은 퀘스트를 줄 때, NPC들 머리위에 [?]나 [!] 창이 떠올랐었지.”

왠지, 여기에 스탯의 해법이 있을 듯했다.

1. 물음표는 퀘스트 알람?

2. 느낌표는 클리어 방법?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뒤, 문제를 살폈다.

“스킬을 익히라고? 어떻게?”

답안지는 나왔는데, 풀이 과정이 없었다.

“이건 뭐, 따로 게임처럼 인벤도 없고.”

“엔트라넷 접속 때 받는 게 전부 아닌가?”

“따로 스킬을 배우는 방법이 있는 걸까?

“지랄! 빌어먹을! 염병! 개 족 같은...!”

고민이 깊어지며 혼잣말이 늘어나더니, 결국 욕지거리마저 쏟아져 나올 무렵, 문득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FM-7.

접속기로 향하는 시선, 그리고 퍼펙트 플레이로 이어지는 생각.

혹시?

어쩌면?

로그아웃을 하고 30분이나 됐을까?

다시금 그의 머리로 접속기가 씌워졌다.

“로그인!”

[퍼펙트 플레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게임 시작과 동시에 루미를 소환했다.

‘초롱이는...부딪칠 수 있는 만큼 부딪쳐 본 뒤에.’

정말 답이 없을 때, 그때 깨울 생각이었다.

-주인님 오늘도 정의로운 도우미가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 루미팡! 루미피! 루미~얍!

급히 그 입을 막으며 물었다.

“혹시, 스킬북 없이 스킬 배울 수 있냐?”

루미가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손을 모았다.

-제가 불쌍한 초짜를 도울 수 있게 힘을 주세요!

“......”

없다는 뜻이리라.

‘젠장!’

루미가 물었다.

-초롱이는요?

“잔다.”

-치!

마루가 입술을 짓씹으며 스킬창을 열었다.

숙련도 맥스를 찍은 기초 스킬과 사냥을 통해 마스터까지 이른 스킬들까지, 다양한 스킬들이 시야 가득 줄을 세우고 있었다.

“스킬을 익혀라. 스킬을 익혀라. 스킬을...”

옆에서 루미가 의문을 표했다.

-스킬 더 배우시게요?

여의주가 준 퀘스트를 떠올리던 그가 스킬창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왜 그러세요?

루미의 물음을 무시한 채, 조용히 침잠해갔다. 그러나 답은 없었고, 결국 답답한 마음에 막무가내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에라, 강권!”

착각이었을까?

‘어라?’

기이한 감각이 전신을 두드리는 걸 느꼈다.

-왜요? 왜?

스킬에 따라 몸짓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전신 근육이 다양한 방법으로 수축 팽창하더니, 호흡이 멋대로 조절됐다.

꿈틀...

뒤이어 몸속에서 묘한 감각이 올라왔다.

조금 간지러웠다.

이전까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이거, 설마?”

-설마가 뭐요? 같이 좀 알죠. 여보세요? 나 누구랑 대화하니? 야! 마! 얌마!

“뭐, 임마?”

-엄마!

쿨타임을 기다렸다가 다시금 스킬을 발동시켰다.

“강권!”

아니나 다를까.

꿈틀...

몸속 깊은 곳에서 기묘한 감각이 올라왔다.

기초 스킬인 까닭일까?

쿨타임은 짧았고, 덕분에 연달아 스킬을 발동시키며 감각에 대한 확인을 거듭할 수 있었다.

“...맙소사!”

그리고 깨달았다.

[! 스킬을 익혀라]

퀘스트의 진실은 게임 속 스킬을 현실로 가져가는 방법이었다.

[몸의 움직임, 근육의 활용, 호흡의 조절!]

삼박자가 갖춰지면?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울림이 발생한다.

‘스킬의 발동 방식!’

마치, 이 스킬은 이렇게 하면 발현된다고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 같았다.

‘이 흐름을 제대로 따라할 수 있다면?’

현실에서도 [강권]을 발동시키는 게 가능하리라.

“유레카!”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같이 좀 알자고요. 에잇! 나도, 강권!

열 받은 루미가 조막만한 주먹으로 그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토닥토닥!

**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보였다.

“훅...훅...훅...훅...”

이게 얼마 만에 쬐는 바깥바람 일까?

‘하긴, 매번 헬스장만 뛰었지.’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았다. 스킬 때문에 요 근래에는 게임만 하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외출 자체가 간만이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어.’

“후욱...후...”

마루는 멀리 쉼터를 발견한 뒤, 호흡을 고르며 속도를 줄여나갔다. 그의 시선이 쉼터의 운동기구로 향했다.

예열된 몸에 적당한 자극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짧은 휴식 후에 근력운동이 이어졌다.

상승한 스탯 덕분일까?

‘고 중량을 들기 전까진 크게 힘들 건 없겠네.’

당장 여기서는 구할 수 없는 기구이기에, 집요한 반복운동으로 꾸준히 근육을 괴롭혀줬다.

“훅. 훅. 훅. 훅...”

파파파팍...

몸에 부하가 걸릴 즈음, 구경꾼들의 시선이 슬슬 늘어가는 걸 느꼈고, 그 시점에서 마루는 운동을 끝내야만 했다.

‘마무리는 집에 가서.’

아직 새 기구가 들어오진 않았지만, 기존의 도구들로도 충분한 운동량은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금 러닝을 시작하려던 찰나였다.

즈즉...즉...

어디선가 불쾌한 잡음이 들려왔다.

즉...즈즈즉...즈즉...

아주 미세한 소음이었지만, 스탯으로 상승한 감각은 이를 정확히 캐치해냈다.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게이트?’

그건 베테랑 헌터의 본능이었다.

소음을 쫓아 시선을 돌려 보니, 수풀 사이의 대기가 희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젠장!”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생성 전인가.”

작게나마 여유가 있었다.

‘경보박스는?’

주변을 살핀 그가, 쉼터 구석으로 달려갔다.

언뜻 공중전화 부스처럼 보이는 그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면 필수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써, 몬스터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장치였다.

급히, 지문 인식기에 손을 얹고 신분증을 올렸다.

[경보기를 작동하시겠습니까?]

“Yes!”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애애애애애앵...

주변으로 급속 경보가 전파됐다.

그 순간 여유롭던 쉼터에 긴장감이 흐르고, 운동을 하던 시민들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지난 세월 축적된 경험이 그들을 움직였다.

“뭐야? 설마, 던전인가?”

“게이트겠지!”

“이...일단, 도망쳐!”

“장난은 아니겠지?”

“저쪽이요! 저쪽에 대피소요.”

“뛰어!”

사람들의 이동을 확인한 마루는 경보박스에 새로운 정보를 입력했다.

경보기를 작동한 사람이 헌터라면?

[헌터 등록 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이번엔 자격증을 올렸다.

[D급 B형 헌터 정마루님의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경보박스의 하단이 오픈되는데, 거기에는 응급상황에 사용 가능한 각종 총화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분명, 배치되어 있어야 했다.

“젠장! 세금을 어따 써 먹는 거야?”

마루는 욕설을 쏟아내며 오픈 된 총화기의 목록을 확인했다.

“없는 게 왜 이리 많아?”

게다가 죄다 구형이었다.

“하! 탄도 일반탄이라고?”

몬스터용 특수탄은 한 발도 없었다.

“미치겠네! 이런 경보박스는 돌발 게이트 전용으로 설치하는 거잖아. 이게, 뭐야? 그냥 뒈지라는 거하고 뭐가 다른데?”

물론, 그에 따른 변명거리도 준비되어 있을 터였다.

‘빤하지!’

[공짜로 화기를 사용하려는 비등록 불량, 범법 헌터들 때문에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조치로써......]

“그러면서 기본 무구는 채워놨다는 개소리나 지껄여 대겠지.”

구형 화기도 통한다는 주장도 할 것이다.

‘씨발!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

하지만 맞는 말도 아니었다.

“빌어먹을!”

상황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하필, 이 타이밍이냐.”

그가 지닌 기본 무장이 있긴 하나,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나온 터라, 화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 좀 받으려고 헌터 등록까지 했건만, 경보박스의 수준이 너무 저질이었다.

“쓸 만한 것도 몇 개 없네.”

짜증이 샘솟았다.

“어떻게 뱀플(Vample) 하나가 없냐?”

신체 능력을 상승시켜주는 약물로써, 비각성 헌터들의 생존기 같은 물건이었다. 경보박스를 아무리 뒤져봐도 비슷한 약물 하나가 보이질 않았다.

“하...부작용이 심해도 없는 것보단 나은데. 젠장!”

쉼 없이 투덜대던 것도 잠시였다.

‘경보는 울렸고.’

헌터 증명도 마쳤다.

‘조금만 버티면 지원이 오겠지?’

몸을 빼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그의 자격증을 경보박스에 등록한 이상, 도주시엔 벌금과 벌점이 따라올 터였다.

“시간벌이 정도라면야.”

게이트가 생성되기 전에 발견을 한 덕분인지, 일말의 여유가 있었다. 결국 잠시만 버티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떠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도 있었다.

“나도 이제 각성자니까!”

몬스터 사냥으로 성장하는 것, 그게 바로 각성자가 아니던가. 이번 사냥을 통해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리고...”

한 차례 주먹을 쥐었다가 편 그가 지난 일주일간의 노가다를 떠올렸다.

“이참에 스킬을 확인하는 것도 괜찮겠네.”

꾸준한 노력으로 몇몇 스킬을 구현했다.

“스킬 실험도 끝냈고.”

작게나마 현실의 숙련도까지 올려놨다.

‘따로 게이지는 없기만.’

발현속도로 숙련도를 유추할 수 있었다.

“실전인가.”

물론, 상황이 따라줘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상황이 맞았으면 싶은데.”

긴장감과 기대감이 섞인, 묘한 감각이 그의 등허리를 스쳐갔다.

< #10. 퀘스트?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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