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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3화 (13/325)

< #12. 성장. >

상위 각성자의 재빠른 지원?

실상은 별 이유 없었다.

‘집 앞에 게이트라니.’

얼음여제 본인의 집이라기 보단, 그녀의 부모님이 사는 본가가 이 근방이었다.

‘안전지대로 이사 좀 가자니까.’

괜히 걱정만 늘었다.

수시로 시집가란 소리가 나오는 시점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자주 찾지 않는 본가였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얼굴을 비치고는 있었다.

오늘도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역시나라고 해야 할까?

“넌 시집 안 가니?”

어김없는 등쌀이 그녀를 밖으로 내몰았다.

“뭐야?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

“바람 쐬러!”

냉정, 침착, 도도의 결정체인 얼음여제라는 별명과 달리, 신경질적인 외침을 남겨준 뒤, 그대로 집을 나와 인근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들려온 게이트 경보.

마침 딱 적당한 시점이었다.

‘샌드백이 필요했는데.’

게이트 특성상 몬스터들의 등급이 낮을 건 알지만, 한 번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걸 생각해 봤을 때, 기분 전환으로는 딱 이었다.

목적지까진 금세 이르렀다.

‘그라놀. F등급인가.’

아무래도 최하위 몬스터다 보니, 제대로 힘을 쓰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속 풀이 정도는 할 수 있을 터였다.

‘헌터?’

홀로 그라놀의 시선을 잡은 채, 이리저리 시간을 끄는 사내가 한 명 보였다. 전투 스타일을 통해 비각성 헌터라는 느낌이 왔다.

‘제법이군. 몸놀림도 좋고.’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던 것도 잠시, 사내가 탄을 아끼는 모습에서 화력이 다했음을 알았고, 기다렸다는 듯이 힘을 개방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저 높은 창공 위, 거대한 얼음 결정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따악!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 순간, 잘게 쪼개진 결정들이 대기를 가르며 유성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원군의 등장이었다.

**

얼음여제의 등장 덕분일까?

마루는 편안하게 물러날 수 있었다.

언뜻 관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관전 중인 게 맞았다. 평소라면 시야 밖으로 향하는 놈들을 저격했겠지만, 이마저도 이소희의 통제권 안에 있다 보니, 정말로 구경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씹을 게 있으면 딱인데.’

게다가 경보박스를 사용한 만큼, 관리부의 등장 전까지는 현장을 크게 벗어나기도 어려웠다.

“괜히 발 뺏다가 벌금 물면 안 되지.”

추가적으로 당장 확인할 것도 있어서, 좀 더 이곳에 머물 필요가 있었다.

[각성자의 성장은 전투 후에 이뤄진다.]

일명 ‘경험치’라고 불리는 게 전투성과에 따라 정산되는데, 이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게이트에서 가까울수록 좋다.]

‘그러니 자리를 비울 수 있나.’

경보박스 이용자라 눈치 볼 이유도 없었고, 그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좋은 구경을 맘 편히 할 수 있었다.

‘꿀꺽...이게, A등급 헌터!’

게이트는 여전히 그라놀을 쏟아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규모도 늘어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소희의 손짓 한 번에 박살났다.

‘무시무시하네!’

표현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인데, 얼음여제의 명성 그대로 등장과 함께 그라놀을 얼려버린 뒤, 손짓으로 바스러트려 버리는 것이다.

그 잔재만이 먼지처럼 흩날릴 뿐이었다.

꿀꺽...

전율적인 광경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지?’

착각이라 여기며 고개를 휘휘 저어버렸다.

“마석도 같이 박살내는 거 아니야?”

잠시 그런 걱정도 들었다.

‘마석은 E등급부터니까. 걱정할 필욘 없나.’

아주 가끔 F등급의 몬스터에게서도 마석이 나오지만, 그건 정말로 특수한 경우였다.

E등급 역시 전부 나오는 게 아니라. 일정 확률로 떨어지는 것으로써, 당연히 F급 몬스터의 마석 획득 확률은 아예 희박한 수준이었다.

‘어차피 나와도 최하품일 테니.’

저 정도쯤 되는 각성자 입장에선 크게 아쉬울 이유도 없을 터였다.

“그래도 10~20만원은 할 텐데. 킁!”

마루쯤은 돼야 아쉬운 것이다.

조금 불편해진 마음으로 구경을 하던 중, 멀리서부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애애애애애앵...

“지원군인가?”

예상대로 다양한 차량과 함께 일단의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시점에서 깨달은 건 하나였다.

‘수가 많네?’

그의 시선이 이소희에게 향했다.

“개인적으로 움직였나보네.”

그녀의 개입을 몰랐기에 저만한 병력이 온 것이리라.

‘알았으면 관리부나 몇 왔겠지.’

잠시 그들을 관찰하는 사이, 지휘부 몇몇이 얼음여제의 모습을 발견한 듯, 적잖이 놀란 얼굴로 황급히 달려가는 게 보였다.

이후로는 거의 일사천리였다.

얼음여제에 의해 정리가 끝나가던 상황이라, 달려온 병력들은 기본 저지선 설치만 했다.

그 즈음, 이소희가 물러났다.

‘어라? 왜 나한테...’

헌데, 그 방향이 기이했다.

뚜벅...뚜벅...

바바리를 펄럭이며 걷는 게 정말 멋졌다.

‘어우! 실물깡패.’

마른침을 삼키며 명화 같은 워킹을 감상하는 사이, 성큼 다가온 그녀가 자그마한 뭔가를 건네 왔다.

“실력 좋더군요.”

갑작스런 존대에 살짝 놀랐지만, 전장과 일상의 태도변화가 흔한 동네이기에, 이 부분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쉬이 넘기기 어려웠다.

‘며...명함?’

그 의미가 무엇이던가.

‘스카웃!’

겨우 D급 B형인 그가 발탁됐단 의미였다.

꿀꺽...

목젖이 울렁거렸다.

[혜성길드 특수 1팀장 이소희]

이리보고 저리보고 몇 번을 다시 봐도, 틀림없는 얼음여제의 명함이었다.

‘나한테? 어째서?’

묻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떠나간 뒤였다.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정보가 하나 있었다.

[혜성에서 따로 처리 팀 만든다더라.]

건너건너 건널목 풍문이었다.

‘허...그냥 뜬소문인 줄 알았는데.’

갑작스런 특급 명함에 정신줄을 놓던 것도 잠시, 이소희가 사라진 방향을 돌아본 그가 짧은 의문을 내비쳤다.

“어? 그냥 가? 성장은? 경험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하긴, A등급 각성자니까. 이런 F급 경험치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겠지.”

때문에 끝나는 걸 기다리지 않은 채 떠난 듯싶었다. 전장에서 멀어져도 성장을 한다는 소리도 있긴 했다.

“그건 성장 폭이 확 줄어든댔나?”

경험치라고 하는 게 절반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각성자는 전투가 끝나도, 경험치 정산 전까지는 자리를 지켰다.

그런 이유로 마루 역시 떠날 수 없었다.

‘게이트 유지시간이 제법 기네.’

쏟아지는 몬스터의 규모로 봐서?

“몹만 F지 거의 E급 수준이네.”

그렇게 이런저런 잡념에 빠져들 즈음,

“D급 B형 정마루 헌터님 되십니까?”

한 사내가 다가왔다.

“돌발 게이트 관리부의 고경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기소개와 용건.

“헌터님께서 경보박스를 울리신 것으로 나와 있는데, 확인 절차를 위해서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하시죠.”

그들은 한편에 마련된 간이 막사로 향했다.

“발견 당시 상황을 말씀해 주십시오.”

“어떠한 조치를 취하셨는지...”

“경보박스의 이용에...”

이런저런 절차가 진행되며 시간이 흐르는 사이, 드디어 게이트가 닫혔다. 쏟아지던 그라놀들도 전부 처리됐고, 순차적으로 현장정리도 이뤄졌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한 신분에 경력까지, 문제될 건 없었다.

‘각성여부는...일단, 숨기자.’

잠시 갈등도 됐지만, 나날이 자신의 특수성을 깨닫고 있는 만큼, 현실에서의 활동도 한층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특히,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메인으로 할 것도 결정해야지.’

이 부분이 특히 민감한 부분이었다.

다양한 스킬이 엔트라넷에 구현될 터, 개중에서 그를 대표할만한 스킬이나 특성을 고르기 전까진, 일단 보류였다.

‘멀티 각성자라고 할 순 없으니.’

그 때는 정말 실험실 각이었다.

‘더블도 말이 많은데. 멀티는 좀...’

차후, 시간이 흐르면 상위 스킬들도 배울 것이기에, 실제로 필요한 건 ‘얼굴마담’ 역할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짧은 인사말과 번호교환 뒤, 가벼운 악수를 끝으로 둘 사이의 대화가 마무리됐다.

그렇게 막사를 나와 정리된 현장을 바라보고 있을 즈음, 말로만 듣던 경험치 정산이라는 게 시작됐다.

‘아...’

그건 실로 기이한 감각이었다.

‘...Ang!’

전장에 흩어져 있는 ‘무언가’가 호흡을 통해 그의 육신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아마도 이게 [포스]겠지?’

각성자들이 능력을 발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에너지, 그 특별한 기운이 경험치 정산이란 명목으로 그의 육신에 깃들고 있었다.

기, 오러, 마나 등등.

다양한 명칭 중, 유독 포스가 자주 쓰이는 건?

최초 개념을 정립한 이가 ‘우주전쟁’ 영화의 광팬이라, 자연히 이쪽으로 굳어진 거였다.

‘명작이지!’

이 와중에 뱃속의 꿈틀거림을 느꼈다.

[스킬을 익히는 감각!]

짧지 않은 경험을 통해, 그는 이 움직임의 정체를 유추해낸 상태였다.

‘오염된 여의주!’

기적의 근원이 움직이는 것이리라.

‘갑자기 왜?’

게임에서 스킬을 익히며, 그 흐름을 되새기던 경험 덕분일까? 어설프게나마 ‘관조’를 깨우쳤고, 그 덕분에 내면의 변화를 살필 수 있었다.

‘왜 이러는 거지?’

집요한 관찰의 결과가 놀라웠다.

‘어라?’

스며들던 경험치가 숨결을 타고 빠져나갔다.

‘으악! 아깝게 그걸 왜 뱉어내는데?’

오래지 않아 이유가 밝혀졌다.

푸스스스...

호흡을 통해 빠져나가는 어둔 무언가.

‘어우야!’

그 탁해 보이는 색감이란, 한 눈에 봐도 건강에 해로워 보였다.

‘불순물을 걸러내는 건가?’

경험치에는 오염물질이라 할 만한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는데, 여의주는 이를 걸러내서 깨끗한 기운만을 흡수하는 것 같았다.

혹시 시선을 끌까 싶어, 구석진 그늘로 갔다.

‘너무 까맣잖아.’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푸후우우...”

불순물 여과작업이 끝을 맺었다.

‘죄다 토해냈네.’

최종적으로 남은 건 극히 소량뿐이었다.

‘반의 반절이나 되려나?’

아쉬움에 입맛만 다셨다.

“슬슬 돌아갈까.”

병력들도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다.

**

게임에 접속하고 깜짝 놀라야만 했다.

“허...”

상태창의 변화 때문이었다.

[장관장]

[레벨 : 13]

[힘 : 31] [지능 : 31]

[체력 : 30+2] [정신력 : 30]

[민첩 : 30]

[스탯 : 4]

마의 구간인 30스탯 구간은 여의주 퀘스트를 해결했을 때 넘어섰다.

“첫 스킬 구현 때, 추가 스탯 전부 올렸는데.”

그런데 왜?

“스탯 4가 남아있지?”

그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흐흐...”

단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상황을 되새기고, 이 기쁨을 배가시키기 위함이었다.

현실의 경험치가 스탯이 된 것이다.

“푸하하핫!”

명대사가 떠올랐다.

“포스가 함께다!”

그 같은 기쁨에 취하던 것도 잠시였다. 오래지 않아 흥분을 가라앉힌 뒤, 차분히 오늘 전투를 복기했다.

‘동선 파악이 쉬운 그라놀이라 할 만 했던 거지. E급만 됐어도 어려웠을 거야.’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

“스킬 발동이 문제네.”

겨우 1초 남짓이지만, 앞뒤 없이 치열한 난전이라면? 치명적인 텀이 될 수도 있었다.

실전에서 사용해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현실 숙련도에 시간 좀 투자해야겠네.”

그나마도 투자한 덕분에 1초긴 했다.

“좀 더 부드럽게, 반 호흡, 아니. 반의반 호흡 안에 스무스하게 발동시킬 수 있을 정도는 돼야지!”

그게 아니더라도, 숙련도 작업은 중요했다.

‘또 스탯창이 멈추면 안 되니까.’

여의주 퀘스트를 깨면서 알게 됐다.

[스킬을 통한 현실의 육체개조!]

게임 속 성장만이 아니라 현실 속 성장도 함께 이뤄졌을 때, 여의주는 그에게 기적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의 변화는 어찌 된 걸까?

[신체변화와 각성!]

“대충, 베타 테스트나 되겠지.”

일종의 맛보기일 터였다.

‘아님 말고!’

그로써는 알 수 없는, 여의주만이 지닌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으리라.

이 부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이유?

“이해할 수 없는 걸, 굳이 이해하려 들지 말자.”

괜히 골만 아플 뿐이었다.

‘여의주 자체가 이미 불가해니까.’

한 차례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끝이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오늘 변화의 핵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현실 경험치=스탯]

그 말인 즉?

“밖에서도 사냥 좀 해야겠네.”

게다가 이런저런 실험도 필요했다.

“몬스터 등급에 따라서, 스탯이 달라질까?”

“내 성장에 따라서, 스탯량이 줄어들려나?”

“추가 스탯만 붙나?”

“경험치 획득량은?”

물론, 이를 위해선 선결돼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사냥터가 문제네.”

던전?

“불가능하지.”

마수지대?

“하...거기도 들어가기 까다롭고.”

결론은?

“게이트밖에 없네.”

그의 수준에 맞는 사냥터기도 했다.

‘관리부와 안면을 터 놔서 다행인가.’

[게이트 관리부 고경석]

그 이름을 되새기며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게임 빡세게 돌다, 게이트 뜨면 출동하면 되겠네. 번호는 넘겨 놨으니까. 일단 기다려 봐야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스킬 노가다!”

쉼 없이 필드로 향했다.

< #12. 성장.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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