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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7화 (17/325)

< #16. 익살자. >

길드 ‘익살자’는 우스꽝스런 피에로 가면을 쓰고서 유저를 사냥하는 PP 이면의 암살자 집단이었다.

게임의 초창기부터 존재해 온 길드로써, PP의 이면 깊은 곳에서 활동하다 보니,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아는 이들만 아는 집단이었다.

대외적인 명성은 없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아는 이들 사이에선 높은 평가를 받고는 했다.

아이디 ‘칼잠장인’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드디어 PP에 입문할 수 있었는데, 시작부터 그 특별한 길드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이 테스트만 성공하면, 나도 익살자다!”

통과 조건은 이러했다.

[아귀검으로 PK를 해라.]

[고스트 필드에 대량의 피를 뿌려라.]

[필드에 진입한 파티들은 이벤트 중에 반드시 한 명은 로그아웃 돼야 한다.]

[피발아귀 칭호를 획득해라.]

마지막이 가장 중요했다.

‘칭호만 획득하면 끝이지.’

익살자 간부가 그의 삼촌이기에 이번 테스트를 받게 된 것이고, 덕분에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이게 입단 절차인 건, 피발아귀 칭호를 얻어야만 나중에 전직에서 특수직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야.]

삼촌에게 들었던 이야기로써, 익살자가 PP의 이면에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전원 특수직의 암살자 집단!]

정예화가 된 까닭에 인원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만큼은 여느 대형 길드 못지않았다.

이런 비밀을 알려줘도 되는 걸까?

그 같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나, 피발아귀 테스트는 특수 전직을 위한 일부분일 뿐, 전직 작업의 핵심이라 할 수는 없었다.

[이 뒤로도 여러 테스트를 완료하고, 몇몇 비밀 칭호까지 더 획득해야 특수직으로 전직이 가능하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 괜히 삼촌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

은연중에 익살자의 테스트 내용 일부가 알려져 있지만, 그들을 똑같이 따라할 수 없는 건, 결국 ‘전체’가 공개된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라쿠마도 깨어났고, 이제 남은 건 칭호 획득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만약을 대비해서 필드 진입로에서 대기를 타는 중이었다. 생존자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멀쩡하게 빠져나오는 놈들이 있으면, 한칼 먹여 줘야지.”

혼자였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이 장비로 실패하기가 더 어렵지.”

무려 희귀 등급 장비를 착용 중이었다.

20레벨 존에서 흔히 쓰이는 건, 최하등급인 수련 등급의 아이템이라는 걸 생각해 봤을 때, 두 단계나 윗줄의 무구였다.

PK당시에 분노하며 달려든 파티원을 압살한 것도 장비의 힘이 컸다.

‘이것만 있으면...흐흐!’

귀곡상잔 필드의 진입로는 총 다섯.

그 중 네 군데는 길드의 요원들이 맡아서 처리할 터, 남은 한 곳을 감당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어려울 거 없다. 너는 제일 좁은 길목을 맡을 테니까.]

길목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여러 함정과 장치들로 인해, 이 시기에는 건널 수 없는 불바다나 다름없었다.

‘고스트들이 잔뜩 깔려 있기도 하고.’

문득, 파티원 뒤통수를 치던 손맛이 떠올랐다.

“슬슬 한 팀 정도는 나와도 될 것 같은데.”

만약의 상황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이런 그의 바람이 닿은 것일까?

저 멀리 일단의 무리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왔다!’

복면을 뒤집어쓴 그가 이벤트를 발생시켰던 문제의 무구, 아귀검을 오른손에 쥐었다.

꽈아악...

희귀 등급 단검으로써, 차후 칭호를 얻어 암살계 특수직으로 전직을 성공할 경우, 등급이 상승하는 특별한 무구였다.

적어도 2차 전직까지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크흐! 드디어 흑염령을 풀어 줄 때가 됐군.”

소년의 사춘기가 폭발하고 있었다.

**

간이쉼터의 등급이 하급인 까닭일까?

라시아가 만든 쉼터의 이용시간은 10분이 한계였고, 그 때문에 짧은 휴식을 끝으로 이동을 시작해야만 했다.

안전지대는 같은 자리에 연달아 설치할 수 없는데다가, 파티 단위로 쿨타임이 정해져 있는 만큼, 다음 설치까지는 적어도 30분은 지나야 가능했다.

갑작스런 이벤트로 쉼터가 강제 해체되며 쿨타임 초기화가 되지 않았더라면, 설치 자체가 불가능했을 터였다.

파티원의 부상도가 제법 높았던 만큼, 10분만으로는 완전회복이 어려웠고, 그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얼추 반피는 회복했네.”

다행인 건, 아직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단 점이었다.

“라쿠마 덕분에, 고스트가 별로 없네.”

“그 대신 길목만 벗어나도 잔뜩이지.”

“죄다 숲속에 숨어있으니까.”

숨 죽여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선공 몬스터인 고스트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다면 하나였다.

‘어째 얼굴 가릴만한 게 하나도 없냐.’

마루는 익살자 길드의 특징을 떠올려봤다.

‘질척거리는 놈들은 아니라 상관은 없겠지만.’

단지, 만에 하나라는 게 있는 만큼, 따로 안면을 감춰두고 싶을 뿐이었다.

‘여차하면 돈 좀 쏟아서 캐릭 외형이라도 변경해야겠네. 싸게 성형도 괜찮고. 아니지. 좀 더 싸게...싸게...’

금액 문제도 있지만, 외형변경으로 넘어가면 이런저런 제약이 생기는 만큼,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슬슬 끝이 보이네요.”

저 멀리 필드 진입로가 보였다.

“휴우...”

그간 암살자 이야기에 잔뜩 긴장했던 것인지, 로렌이 낮은 한숨과 함께 옅은 미소를 띄웠다.

아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그들의 시야와 뇌리 가득 필드의 진입로가 채워지고, 암살자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사그라질 즈음이었다.

사악...

죽음의 그림자가 뒤를 덮쳤다.

‘잡았다!’

칼잠장인은 복면 너머로 하얀 미소를 그리며 아귀검을 휘둘렀다.

목표는 로렌으로써, 별 이유는 아니었다.

‘딜러 없는 파티는 앙꼬 없는 찐빵이지.’

전체적인 복장 및 포지션을 통해서 직업을 체크한 뒤, 수월한 학살을 위해 로렌을 첫 번째 목표물로 잡은 것이다.

가장 쉬운 상대는 버퍼로 보이는 라시아지만, 그녀는 일행의 가운데에 있어서 잡기가 까다로웠다.

‘20레벨대 버퍼는 잉여나 다름없지.’

애초에 이 시점의 버퍼는 큰 위협도 되지 않기에 천천히 처리해도 상관없었다.

한 명만 로그아웃 시키면 되는 만큼, 그녀만 잡고 빠지는 게 베스트긴 하지만, 손맛에 취해버린 까닭인지 일찌감치 제외해 버렸다. 눈에 보이는 모두가 사냥감인 것이다.

최전방의 탱커로 보이는 사내?

‘딜러 없으면 샌드백이지. 방패도 없어 보이는 게, 딱 고기방패네.’

활을 든 원거리 딜러?

‘접근하면 끝이고.’

그런 이유로 검을 찬 사내를 노렸고, 단숨에 덜미를 잡을 수 있었다.

[스킬 - 당랑검]

아귀검을 정수리에 꽂으면?

‘끝이다!’

확신하는 순간,

빠악!

아찔한 통증과 함께 시야 절반이 암전됐다.

푸욱!

그 와중에도 착실히 발동된 스킬이 목표물을 꿰뚫는 게 느껴졌다.

“크흐윽!”

신음성과 함께 바닥을 나뒹군 칼잠장인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살폈다.

‘들켰다고?’

한쪽 눈가에서 전해지는 지속적 통증이 이를 증명했다.

‘누구냐?’

이 역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탱커?’

최전방에 섰던 사내가 달려드는 게 보였다. 짐작건대 그에게 일격을 먹고 튕겨난 것이리라.

그 때문일까?

‘스킬이 엇나갔구나.’

분명 손맛은 있었건만 뜻밖의 방해로 2%가 부족했고, 덕분에 목표물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상태로 봐서는 HP가 간당간당해 보였으나, 어쨌든 숨을 쉬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젠장!’

버퍼가 달라붙어 포션을 들이붓는 걸로 봐선, 오래지 않아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 같았다.

‘귀찮게 구네.’

짜증 섞인 얼굴이 된 그가 달려드는 탱커를 바라봤다.

‘무기도 없는 게 무슨 깡으로.’

생각지도 못한 반격에 잠시잠깐 흔들렸지만, 손 안 가득 잡히는 아귀검의 묵직한 느낌에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

마루는 최전방에서 일행을 이끌던 중, 콧구멍이 멋대로 벌름거리는 걸 느꼈고 그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살기!’

상시발동의 감지형 패시브 스킬 ‘코치’가 발동된 것인데, 급히 탐색 계열의 스킬을 운용하며 주변을 살폈다.

[눈치!]

일명, [눈치, 코치] 조합으로 불리는 스킬로써, 차후 이 둘과 몇몇 스킬들을 더해 조합법을 완성하면, 탐색의 상위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시각이 예민해지고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민감히 체크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신호가 잡힌다면, 그 부분의 시야가 일그러져 보일 터였다.

빠르게 전후좌우를 살폈다.

‘어디?’

그 결과, 오래지 않아 정보가 날아들었다.

사선으로 후방.

‘위!’

얼핏 눈 위쪽의 일그러짐을 봤다.

생각할 것도 없이 몸을 뒤로 띄우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속보, 강권!’

그리고 이어지는 이단 옆차기.

파악!

갑작스런 그의 돌발행동에 로렌의 놀란 얼굴이 언뜻 스쳐지나가지만, 그보다는 섬광과 함께 떨어지는 복면인이 우선이었다.

마치 그 언젠가의 전설이 된 헥토파스칼 킥을 연상시키는 모션과 함께, 정확한 일격이 습격자의 안면을 짓이겼다.

빠악!

하지만 일부 늦은 감이 있었던지, 결국 로렌이 정수리에서 피를 뿜으며 쓰려지는 게 보였다. 다행히 깊진 않아 보였다.

‘쯧!’

짧게 혀를 차며 자세를 바로잡은 그가, 저 멀리 나뒹구는 복면인을 향해 달려갔다.

쉴 틈 없이, 초반에 몰아치는 게 중요했다.

‘정말로 익살자의 신입이라면, 장비빨이 장난 아닐 테니까.’

고로 기선제압이 관건이었다.

다행이라 한다면 그 역시 보통의 유저가 아니라는 점이랄까?

남다른 스탯과 일반등급 세트템의 조합!

‘나도 어디가선 꿀리지 않는다 이거야.’

복면 사이, 자시만만한 눈동자가 거슬렸다.

‘눈깔에 색소를 쪽 뽑아블라!’

때문에 비장의 무기를 끄집어냈다.

‘순살!’

무려 3가지 옵션이 달려있는 특수 스킬이 발동됐다.

[순살 - 지속, 발동, 성장]

[지속 : 치명타 확률 증가]

[발동 : 급소 검색]

[성장 : 성화]

개중에서 좀 전의 시전으로 발동된 건 급소 검색으로써, 찰나의 순간 복면인의 전신에 자그마한 반점들이 반짝이는 걸 느꼈다.

방어구의 취약점들이 표시된 것이다.

개중엔 급소도 포함되어 있어, 저 중에 가장 큰 반점을 두드릴 경우, 치명타 확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이 스킬과 상성이 잘 맞는 스킬도 발동시켰다.

‘타혈!’

시야에 수집된 정보를 따라 권격을 뻗어내는데, 복면인이 이를 무시하며 달려드는 게 보였다.

‘템빨로 밀어붙이는 건가.’

만약 상대가 익살자의 신입이 맞고, 저 무구가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라고 한다면, 저런 선택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마루는 이걸 기회로 여겼다.

‘그렇다면 치명타를 노린다!’

작은 급소를 치면서 간을 보려던 생각을 버린 뒤, 가장 큰 반점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꽈득!

그리고 귓가를 두드리는 알람.

[치명타가 터집니다.]

그 충격 때문인지 일순 복면인의 돌진이 멈췄다.

[경직상태에 빠집니다.]

이어지는 알람에 마루가 안광을 빛냈다.

‘잔타!’

데미지는 작지만 빠른 연격이 가능해지는 스킬을 발동한 뒤, 눈에 보이는 반점들을 전부 두드렸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치명타가...]

모든 공격에 알람이 뜬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셋 중에 하나는 알람을 띄우며 손맛을 무겁게 만들어줬다.

“나, 나 저거 알아. 중국 영화에서 봤어.”

뒤에서 라시아가 떠들었다.

“영춘권? 용춘권? 하여튼 그거 나오는 옛날 영화 있는데. 그 뭐더라...”

그 같은 후방의 소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루의 스킬 연격은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 영화처럼 현란한 액션이었다.

투두두두두두...

복면인은 그 섬뜩한 등장이 민망하게, 그야말로 마루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며 쳐 맞고만 있었다.

샌드백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젠장! 한 번만...한 번만 기회를...’

그 시점에서 복면인, 칼잠장인은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반전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치명타로 인해 축적된 데미지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대부분의 공격이 급소를 노리는 까닭인지, 잔 경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탓에, 당장은 수비에 집중하기도 바쁜 상황이었다.

‘한 번이면...딱 한 번이면...’

들어오는 데미지를 봤을 때 얼마든 역전이 가능할 거라 여겼지만, 그 생각은 오래지 않아 절망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두두두두두두...

‘맙소사!’

작지만 꾸준히 쌓인 데미지와 그 위에 감칠맛처럼 얹어진 자잘한 치명타까지, 결국 HP가 적신호를 띄운 것이다.

‘이대로라면 쳐 맞다 끝난다!’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반격을 해야겠단 생각으로 가드를 풀고 달려드는 순간.

[치명타가 터집니다.]

[경직상태에 빠집니다.]

앞서 첫 일격과 비슷한 수준이 데미지가 들어오며, 굵직한 규모의 상태이상이 발동되더니, 기어이 그의 무릎을 꺾어버렸다.

‘아...안 돼......’

그의 사고는 거기까지였다.

빠악!

마루의 뒤꿈치가 그의 정수리를 매섭게 내려찍으며 결국 로그아웃이 되어버린 것이다.

전투가 끝났다.

허나 마루는 자세를 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굳어버린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더니, 그대로 파티에 합류한 뒤 눈짓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그 조심스런 몸짓이 풀려가던 긴장감을 바짝 조였다.

그렇게 필드의 경계를 넘는 순간,

“푸후우우...”

끝을 알리듯 마루가 긴 숨을 내쉬며 자세를 풀었다.

“와...아저씨 정말...장난 아니신데요.”

라시아가 포션을 쏟아 부은 덕분일까?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난 로렌이 그처럼 말하며 다가오는 게 보였다. 마루가 그의 정수리를 보며 말했다.

“아직 피 난다.”

“독이라도 발랐는지, 데미지가 계속 들어오네요.”

때문에 지금도 입에 포션을 물고 있는 중이었다.

“겨우 입문 퀘스트인데 유달리 난이도가 하드하네요.”

그러면서 새삼스런 얼굴로 마루를 바라보는데, 이는 좀 전의 전투를 되새긴 까닭이었다.

너무 일방적으로 끝나버렸지만, 상대의 수준을 파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가 단 한 방에 빨피가 됐을 정도니.’

여동생을 위해서 임시로 키우는 부캐라고는 하나, 나름대로 장비와 스킬 그리고 칭호까지 세팅을 마친 상태였다.

헌데, 겨우 정수리 한 방에 사경을 헤맸다?

‘게다가 빗맞은 거였지.’

빠져나간 HP량을 계산하는 것만으로도 습격자의 수준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 놈을 압도하다니.’

보통은 아니라고 여겼건만, 완전히 상상 초월이었다.

‘거 참, 부담스럽네.’

마루는 파티원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쓰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퀘스트 보상 받으러 움직여야지.”

슬슬 헤어지자는 이야기였다.

아쉬움이 물씬 묻어나는 일행들의 표정에, 결국 친구 목록을 추가하는 것으로써 달랬고, 그렇게 갈라질 수 있었다.

“아저씨 귓말 무시하면 안 돼요!”

“또 만나는 겁니다.”

“그래. 그래. 잘 가라. 바이. 짜이찌엔. 사요나라. 아디오스!”

조금은 질척한 엔딩이었다.

**

접속기를 벗은 마루는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냉수를 꿀떡꿀떡 넘겼다.

“푸하~!”

그리고 한 숨 돌리고 있노라니, 좀 전 PP에서 치른 복면인과의 전투가 떠올랐다.

‘보통 놈이 아니었어.’

언뜻 일방적으로 보였을지 모르나, 보기와 달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순살 스킬의 급소 검색과 치명타 그리고 뜻밖의 경직 발동이 없었더라면?

“피똥 좀 쌌겠네.”

그만큼 상대의 장비가 좋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바짝 긴장하며 스킬을 연계해야만 했다.

“희귀 등급이려나? 내 스탯하고 장비에 치명타까지 그만큼 터졌는데도, 꾸역꾸역 버틴 걸 보면...확실히 일반 등급 장비로는 부족하지.”

초반에 상대가 방심하지 않거나, 공격 중 재수 없게 반격이라도 받았더라면?

크게 손해를 봐야 했을지도 몰랐다.

“입문퀘 한 번 빡세게도 돌았네.”

헛웃음을 터트린 그가 차후 일정을 짚어나갔다.

“신전에 들려서 보상 받으면, 바로 스킬 조합으로 넘어가면 되겠네.”

새로 배울 스킬을 떠올리니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우우우웅...

그렇게 기분 좋은 미소 속에서 상상에 빠져있을 즈음, 핸드폰 울며 그의 상념을 방해했다.

“이 시간에 누구지?”

슬슬 잠자리를 봐야 할 시간대였다. 이런 늦은 시간에 전화라는 점에 의문을 내비치며 폰을 드는데, 뜻밖의 이름이 화면에 떠 있었다.

[돌발 게이트 관리부 - 고경석]

직감적으로 느낌이 왔다.

‘게이트!’

급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 #16. 익살자.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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