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20화 (20/325)

< #19. 늦깎이. >

[레벨 : 21]

[힘 : 41(+10)] [지능 : 41(+10)]

[체력 : 40+2(+10)] [정신력 : 40+5(+10)]

[민첩 : 41(+10)]

[스탯 : 5]

힘과 지능 그리고 민첩에 각자 1의 스탯이 추가되었다. PP가 아닌 게이트에서 얻은 거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좋았어!”

딱 하나 아쉬운 거라면?

“저번처럼 추가 스탯이 아니네.”

이번엔 그냥 알아서 힘, 지능, 민첩이 올라간 것이다.

“뭐, 아무렴 어때.”

불가해의 영역에 있는 건, 천천히 시간을 들여 살펴보면 될 일이었다. 그보다 지금 그의 관심은 다른데 쏠려있었다.

“외부파일 접속.”

게임과 연동된 FM-7기기의 이미지 파일을 오픈한 뒤 사진 하나를 시야에 띄웠다.

[D급 A형 정마루]

그건 새로 갱신한 자격증이었다.

‘꺼억!’

괜히 배가 불렀다.

엔트라넷에 접속을 했기에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고, 그 때문에 당연하다는 듯, 태연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갱신된 자격증을 손에 쥔 순간,

“쪽팔리게 울긴 왜 울어?”

그만 민망한 몰골을 보이고야 말았다.

“킁!”

지난 15년 기억이 물밀 듯 밀려왔던 탓일까?

가슴 깊은 울림이 눈물 댐을 흔들었고, 한 방울 눈물을 밖으로 떨궈버린 것이다. 뒤늦게 깨닫고는 급히 소매로 훔쳐야만 했다.

“하필이면 남 보는데서. 킁!”

고경석이 함께하던 자리였다. 당시 생각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슨 게임이 현실도만 높아선. 크흥!”

길거리였다. 또 다시 민망해질까봐 띄워놨던 사진을 급히 거둔 뒤, 어느새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를 바라봤다.

그에게 찾아온 기적을 좀 더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장소였다.

신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였다.

**

[스킬을 조합하시겠습니까?]

“Yes!”

[속보와 경보가 합쳐집니다.]

[스킬 ‘가속’이 완성됩니다.]

작은 기적의 순간이 찾아왔다.

“드디어...”

마루는 작게 주먹을 쥐어보였다.

“신전에 기부를 하려고 합니다.”

“허허...감사합니다.”

소정의 금액을 넘긴 뒤, 재차 이어지는 작은 기적 속에서 또 다른 스킬이 만들어졌다.

공헌도는 사용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닌 만큼, 조합에 필요한 수치만 쌓아놓으면, 기부를 통해 스킬 조합의 기적을 받는 게 가능했다.

단, 1차 조합과 2차 조합은 요구하는 공헌도 수치가 달라서, 꾸준히 공헌도를 쌓을 필요가 있었다.

허면 공헌도가 사라지는 건 언제일까?

간단했다. 그만큼의 죄악을 지으면 된다.

[스킬 ‘경혈’이 완성됩니다.]

[스킬 ‘철골’이 완성됩니다.]

[스킬 ‘동력’이...]

[스킬......]

기부와 스킬 조합의 반복 작업이 끝난 건, 반나절 가량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더럽게 빡세네.”

그나마도 전부 끝마치진 못했다.

“게임 참, 더럽게 번거로워.”

이는 그가 익힌 스킬이 많은 탓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복잡한 PP의 기부 시스템이 문제였다.

나름의 개연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 신전에 연달아 기부하면 안 된다니. 이거 때문에 몇 군데를 돈 거야?”

그나마도 하루에 한 번이었다.

다행인 점은 PP에는 다양한 신들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서 크고 작은 신전들이 여럿 지어져 있단 점이었다.

이런 신전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기부와 조합을 반복한 것이다.

“오늘 돌 수 있는덴 다 돌았네.”

남은 스킬은 내일로 미뤘다.

“지금부턴 숙련도 작업이다!”

그러며 향한 장소는?

[훈련소에 등록합니다.]

단련의 시간이었다.

**

새로운 화젯거리 하나가 기자들의 타이핑을 자극했다.

[대한민국 고령 각성자의 기준이 깨졌다.]

[각성의 연령층을 새롭게 정립한다.]

[서른다섯에도 달린다. 늦깎이의 희망!]

인터넷상의 열기도 제법 뜨거웠다.

-어라? 서른다섯? 그러면 세계 기준 아니냐?

=우리나라는 만 나이를 계산해야지.

=결국, 서른넷!

=할 말 없게 만드네.

-그런데 누구냐?

-정보 보호 신청한 건가? 상세 프로필은 안 나와 있노?

=염병! 스타병이냐? 지랄병 났네.

늦깎이 각성자의 한계 때문일까? 아무래도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굳이 알 필요 있는 이야긴가?

-결국 D급 A형으로 끝.

=던전 엔딩!

-서른넷이나 다섯이나, 어차피 아재.

-늦깎이 노땅 각성자한테 뭘 바라누?

=아재 헌터들은 심각하다.

=영감들 희망 못 버리겠누.

=다시 현장 나가는 아재들 많을 듯.

=골골대다 정말 골로 가겠네.

-30대 중반이면 루키로 키울 수도 없고, 성장 한계도 바닥일 게 뻔함. 잠깐 이슈몰이 좀 하다 말 듯.

-사실 그 정도면 당사자한테는 희망고문 아닌가?

=계륵이네.

실제로 전문 집단의 관심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이라는 부분 때문일까?

작게나마 귀를 기울이는 이들도 있었다.

**

[D급 A형 정마루]

뜻밖의 정보였다.

“그 나이에 각성을 했다고?”

얼음여제 이소희가 믿기 어렵다는 듯 묻자, 소식을 가져온 스카우트 김연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다람쥐 같아서, 이소희의 시선이 잠시 그 고갯짓을 쫓았다.

“어. 고령 각성자 기록이 깨졌다기에 누군가 했더니, 언니가 명함 줬다던 그 사람이더라.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건넨 명함이라도 상관없었다.

무려 얼음여제의 관심이었다.

그 대상이 비록 D급 B형이라지만, 일단 귀를 기울이는 건 당연했다. 때문에 관련 정보 정도는 이미 수집이 끝난 상태였다.

정보 보호 신청?

그들 길드에는 의미 없는 수준이었다.

“해외 파견 끝내고 휴가 중이래서, 좀 더 기다리다 접촉할 생각이었는데. 어째, 상황이 요상하게 꼬여버렸네. 괜히 배려했어. 췌!”

김연희가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 모습에 이소희가 핸드폰에 담긴 보고서를 세세히 살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면이 있네.”

“그치? 다른 재능이면 모르겠는데, 하필 총기류 재능이라니. 데려오기가 애매해져 버렸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늦깎이 각성자들은 성장도가 낮았고, 그 때문에 오를 수 있는 도달점도 낮게 평가되고는 했다.

하지만 늦깎이의 재능이 총기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기 재능은 한 등급 위까지 넘보니까.”

이소희의 이야기에 김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상황이 따라줘야겠지만. 그래도 윗 등급에 발을 걸친다는 건 분명 메리트가 있지. 햐~! 말이 D급이지 13년 경력까지 더하면 당장 C급 대우도 받을 수 있겠네.”

그 대신 한계가 명확하단 단점도 있었는데, 이소희는 이 점을 콕 집었다.

“유난히 총기 의존도가 높아.”

“거야 그렇지. 재능 자체가 장비발을 많이 타니까.”

“한계가 너무 명확해.”

그 때문인지 상급 공략팀의 경우, 총기 관련 헌터는 몇 없었고, 그나마도 철저한 서포터 역할이 전부였다.

“그래도 아쉽다!”

김연희가 입맛을 다셨다.

“이번에 만드는 처리팀 팀장급으로 노렸는데, 이래서야 스카웃하기가 애매하잖아.”

“중소 길드에는 매력적인 재능이야.”

“그러니까.”

“용꼬리보단 뱀 머리를 택하겠지.”

그리 답한 이소희는 핸드폰을 껐다.

‘괜찮은 실력이었는데.’

즉흥적으로 건넨 명함이었다.

‘인연이 아닌 거지.’

그 때문에 정리도 쉬웠다.

“처리팀이 아닌 헌터팀으로 계약할까?”

김연희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됐어. 총기 관련이라도 D급 A형일 뿐이야. 우리 길드와는 안 어울려. 루키를 키운다고 하기에는 나이가 안 맞고.”

“그건, 그렇지.”

“내 명함은 그냥 버렸다고 생각하고, 스카웃 명단에서 제외시켜.”

“휴가고 뭐고, 그냥 몰아붙여서 계약서에 도장 찍어놓을 걸. 괜히 배려하다 대어를 놓쳐버렸네. 그런 재능으로 처리팀 팀장이면 완전 대박이었을 텐데. 췌!”

사실, 연락이 오길 기다린 점도 있었다.

‘당연히 먼저 연락할 줄 알았더니.’

무려 여제의 명함이고, 혜성 길드였다.

‘아오~! 아까워라.’

생각해봐야 속만 쓰리고, 떠들어 봐야 입만 아플 뿐이었다.

“그런데 총기 재능을 밝혔다는 건, 얻은 스킬이 그만큼 특별하다는 의미겠지? 뭘까? 혹시, 더블?”

“개별 특수일지도 모르지.”

“게이트를 혼자 씹어 먹은 거 보면, 뭔가 있어도 있을 거야. 그치?”

“글쎄, 재능보단 경험의 힘일지도 모르지. 총기류 재능이라면 베테랑 경력과는 상성이 좋으니까. 그보다는 이어질 사냥에서 어떤 기록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하겠지.”

“기왕이면 늦깎이의 반란을 보여주면 재밌겠다.”

명함과 스카웃에 대한 관심사는 접었지만, 간만에 제대로 된 화젯거리를 만났기 때문일까?

두 여인은 점차 수다 모드로 접어들고 있었다.

**

훈련소의 효과라고 봐야 할까?

“쥐꼬리만한 버프긴 해도, 어쨌든 기본 숙련도 작업은 빨리 끝냈네.”

마루는 만족스레 상태창을 닫았다.

초보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훈련소에도 자그마한 지원 버프가 달려있었고, 이를 통해서 숙련도를 쌓을 수 있었다.

단, 일정 숙련치가 쌓이면 버프가 사라지고, 관련 요금도 가볍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 초보 유저들은 쉬이 사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승자’가 아니던가.

“이 정도는 껌 값이지.”

태연하게 뱉어내는 말과 달리, 요금을 지불하던 무렵, 그의 손은 풍 맞은 듯 바르르 떨렸었다.

어쨌든 그렇게 훈련소 숙련도를 채웠으니, 지금부터는 사냥을 겸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의 눈앞에 광활한 필드가 보였다.

“지금부턴 빡성장이다!”

양 주먹을 강하게 마주치며 힘차게 외친 뒤, 성큼성큼 필드로 향했다.

섬칫!

갑작스레 그 힘찬 걸음에 제동이 걸렸다.

콧구멍이 벌렁거린 것이다.

탐지 스킬 [코치]가 보낸 경고였다.

‘누가?’

의문을 느낄 새도 없이, 신형이 바닥을 굴렀다.

파파파박!

그가 있던 자리로 떨어지는 화살 세례!

별다른 스킬 없이, 현실의 노련한 경험치가 뒤따르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정확히 포착했고, 거기에 더해 거리까지 계산해냈다.

저 멀리, 궁수 차림의 사내가 한 명 보였다.

[가속]

스킬을 발동시키며 그 방향으로 달렸다.

그 와중에 조준점을 흐리고자, 지그재그로 방향을 전환하며 거리를 좁혀 가는데, 문득 [코치]스킬이 그의 코끝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띄우는 순간이었다.

촤악!

땅거죽이 갈라지고, 그림자 하나가 솟구쳤다.

‘이게 진짜구나!’

화살은 그저 미끼였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덕분에 일차적인 위협은 피했지만, 상대는 이를 예상했다는 듯, 부드럽게 2연격을 뻗어오고 있었다.

대체 누가?

그 같은 의문을 해결하는 건 나중 일이었다.

[손풍기]

장풍계열 스킬이 손끝을 타고 뻗어 나왔다.

하급 스킬이라 작은 반동이 발생하는 정도였지만, 부유중인 그의 신형을 밀어내기에는 충분했다.

부족한 위력만큼 회피속도가 느렸고, 허리춤에 얕은 일격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정말 스치듯 지나간 수준이었다.

[추가 데미지가 발생합니다.]

[추가 데미지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뜻밖의 경고음이 길게 이어졌다.

‘독!’

모를 수 없었다.

‘경고음으로 봐선, 보통 독이 아닌데.’

시야를 조작해서 HP가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상세 확인을 하고 싶었지만, 당장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젠장! 쉴 틈이 없네.’

아직 바닥에 닿기 전이건만, 의문의 습격자가 자세를 가다듬으며, 세 번째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 보였다.

저 칼에 지독한 독이 발려있기 때문일까?

감각의 날이 바짝 섰다.

[선풍]

한 때는 팽이차기라고도 불렸던 기술로써, 발 하나를 뻗어 360도 어지럽게 휘돌리는 것인데, 그 모습이 고전 게임 ‘거리싸움꾼’의 대표기술과 똑 닮아있었다.

‘와따따뜨류~겐!’

그저 제 자리에서 빙빙 도는 정도였지만, 습격자의 접근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칫!”

혀를 차며 물러나는 습격자의 모습에, 내심 안도하며 바닥에 내려섰다.

혹시 있을지 모를 저격을 대비하며,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자세를 잡는데, 의외로 더 이상의 화살세례는 쏟아지지 않았다.

그 즈음, 습격자의 정체가 예상됐다.

‘익살자!’

사실, 그 외에 ‘장관장’과 엮을 악연이 없기도 했다.

< #19. 늦깎이.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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