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28화 (28/325)

< #3. 호로... >

최근 하위 필드들 중 하나인 고스트 필드에는 한 가지 특이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던전을 도는 무직자?]

[막무가내 쪼렙.]

[와~호로로다!]

괴상한 가면을 쓴 채, 던전으로 뛰어드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황당한 건 놈들이 내어놓는 결과물이었다.

[던전 클리어를 밥 먹듯 한다더라.]

무직자가 던전에 들어간다는 것까지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리어를 한다?

-말도 안 돼!

-누구냐? 어떤 관심병자가 만든 어그로냐?

-이런 거에 일일이 반응하지 마.

-제발 구라 좀 치지 마라.

-손모가지 날아간다!

-무시가 답이다.

지어낸 거짓이라 여겼다. 그도 아니면 전직 유저의 유희이거나. 분명히 그런 것이라 여겼다.

헌데, 이게 웬일?

-던전 앞에서 지켜봤는데, 정말로 클리어 알람 뜨더라.

-전직자들 클리어하고 헷갈린 거 아니야?

-놉! 거기 들어간 거 호로로 파티밖에 없음.

-가르마 별장. 은근히 보상 짜잖아.

-전직자는 잘 안 가지.

-호로로들 그거 그냥 전직자 아니냐?

-그건 아닌 듯. 고스트 필드도 뛰더라. 전직자는 고스트 ‘필드 사냥’은 안 되잖아.

전직자들은 고스트 필드의 ‘던전’만 돌 수 있었다.

보스인 라쿠마의 거처도 던전이었다.

이 같은 요소들이 모이고 모여, 소문에 대한 확신을 더해주기 시작했고, 조금씩 상황을 받아들이는 걸로 흐름이 넘어갔다.

-40렙 후반 일 듯. 49레벨?

-맞네. 그거네. 딱 답 나왔네.

-야. 그래도 황당하긴 하다. 무직자가 던전 클리어라니.

-대체 정체가 뭐야?

-이 호로...세이들. 부럽다.

이렇게 화제가 좀 잠잠해지려는 찰나, 또 다른 화젯거리가 터져 나왔다.

[호로로의 정체!]

[변태 호로로!]

-장관장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몽크 2회차?

-그 변태?

-가면 쓴 거 보면 확실히 정상은 아닌 듯.

-필드 사냥하는 거 봤는데, 작정하고 몽크더만.

-정말 장관장이면 이거 골 때리는 거 아니냐?

-미쳤네.

그도 그럴게 장관장의 레벨은 30레벨대로써, 기존 가설인 40레벨 후반 썰을 단번에 씹어버릴 수 있었다.

-레벨링 빡시게 했어도, 아직 30대 후반 아니겠냐?

-잘 쳐줘도 40레벨 초반일 듯.

-그걸로 던전 클리어는 무리지.

-이건, 진짜 어그로네.

-당한 듯.

다른 세 명이 40레벨 후반대여도 말이 안 된다며, 호로로의 정체가 장관장이 맞다 아니다로 재차 떠들썩해졌다.

-아니다에 한 표.

-나도 아니다.

-나는 반반.

-아니다.

-맞다 한표?

그 때문일까?

“아...젠장! 또 레이버에 떴네.”

마루는 자신의 캐릭명이 포털 사이트에 떠 있는 걸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9. 장관장

앞서 베스트와 똑같은 순위였다. 하지만 이를 대신하는 게 존재했다.

5. 생태 교란종 호로로

7. 호로화

골치가 아팠다. 탑 10도 아니라, 탑 5였다.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만.”

새로운 화젯거리를 통해서 다시 떠버린 것이다. 어느 눈썰미 좋은 유저에 의해 정체가 발각되어 버렸다.

가면으로 얼굴을 숨기고, 장비의 색상 변경 및 어깨뽕 등으로 체형까지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봤다.

‘하...그걸 알아보다니.’

루띠에게 당한 게 있어서, 부정하기도 어려웠다.

“뭔 능력자들이 이리 많아.”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일단은 ‘아니다’로 표가 몰려서 다행이네.”

8대 2정도로 결판이 났다.

“새 가면 구해야겠네.”

그렇게 정리하려는 찰나,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야~호로로다.”

“안녕 친구들. 안녕 친구들!”

“모두 함께 놀자.”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도 그럴게,

“뭔 호로로들이 이렇게 많아?”

필드 가득 날뛰는 호로로들을 보라.

‘이런, 호로가 하나, 둘, 셋...’

한 구역에서 못 해도 10명은 넘게 본 것 같았다.

“상점에서도 안 파는 거 아니었어?”

PP를 모르는 이가 본다면, 그냥 호로로 게임으로 오해할지도 모를 풍경이었다.

“와...퀄리티 지렸다!”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가면 바꿀 필요는 없겠네.”

어디서 구한 것인지, 아예 인형탈과 복장까지 갖춘 채, 뒤뚱뒤뚱 펭귄걸음으로 필드를 누비는 이도 보였다. 게다가 그의 외형을 따라한 이들도 상당했다.

자연히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개판!

레이버 순위권의 힘인 듯싶었다.

“몽크는 왜 안 키우는데?”

그러다가 고개를 저어버렸다.

“하긴,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건 아니지.”

둘 다 먹어본 ‘전문가’로써 하는 말이었다.

‘순위권으로도 안 되는 건 있구나.’

장시간 축적된 망캐의 데이터였다.

“하...”

씁쓸하니 한숨을 늘어트리며 던전으로 향했다.

[별장지기 가르마의 던전 입장.]

[경험치 50%가 증가합니다.]

업적 보상 알람이 떴다.

‘기간 제한도 없는 보상이라니. 흐흐!’

전직 전까지는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터였다. 아쉽게도 클놈을 비롯한 고인물 3인방이 없어, 클리어가 아닌 일반 사냥으로 만족해야 할 듯싶었다.

[우리는 일 때문에. 한동안은 접속 못 하게 됐다.]

3인방은 놀랍게도 같은 직장의 동료였다.

축적된 시간에서 인연을 느낀 것인지, 3인방은 각자의 아이디를 밝히면서, 별도로 친구 추가까지 했다.

[멀가중, 칼발암, 엇깨빵]

각기 클놈, 패피, 루띠의 아이디였는데, 기존에 부르던 게 입에 붙어버린 탓인지, 아이디를 알고 난 뒤로도 그냥 호로로식 명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오늘은 혼자라서 다행인가?’

던전 주변의 많은 호로로 파티들과 달리, 그를 향한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았었다. 혼자서 다니기 때문이리라.

“그나저나 곧 50레벨인가.”

[레벨 : 47]

‘원래라면 40레벨 초반대일 텐데.’

중반을 넘어 후반대로 달려가고 있었다. 추가 경험치 50%의 효과였다.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사냥터에 빨대 꽂는 것도 곧 끝이구나.”

추가 경험치에 기간 제한이 없다지만, 결국 하위 던전이다 보니 전직 이후로는 찾을 이유가 없었다.

상념은 거기까지였다.

크아아악...

크아악...

사냥 시간이었다.

**

어느새 계절은 한 여름으로 접어들며, 지글거리는 폭염이 거리를 불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하아...이불 밖은 위험해.”

마루는 그리 중얼거리며 에어컨의 온도를 한껏 낮췄다.

“몬스터가 맘에 안 들긴 하지만, 덕분에 전기세는 아낄 수 있어서 좋네.”

던전 물품들 중에서도 특히 현실에 많이 반영된 건, 마석을 이용한 각종 가전제품들로써, 마루가 사용하는 에어컨 역시 그런 제품들 중 하나였다.

일정량의 전력이 필요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전기세는 부담해야 했고, 주기적인 마석의 교체가격 등을 생각한다면, 이 역시 만만찮은 요금이 나오기는 했다.

“그래도 더 싸지. 게다가 이건 누진세도 없으니까.”

과거 에어컨과 비교해 봤을 때, 그 반절 가량의 요금으로 편안한 여름을 날 수 있을 정도였다.

학생시절 누진세 때문에 찔끔찔끔 에어컨을 틀던 기억이 남아있어서인지, 특히 더 달갑고 반가운 부분이었다.

“약간 쌀쌀한 정도가 베스트지. 흐흐...”

새 침대에 누워 뒹굴 거리기에 딱 좋은 온도였다.

“오늘은 PP도 점검이니.”

여느 게임처럼 매주 혹은 격주 점검이 아닌, 달에 한 번 있는 점검이었지만, 그 때문인지 PP는 무려 하루를 통째로 이용하며 점검이 이뤄졌다.

“좀만 더 하면 50 찍을 것 같았는데.”

딱 49레벨에서 멈춰버렸다.

“고것들은 바쁜가? 어째 한동안 접속이 없냐.”

클놈을 비롯한 3인방이 없어, 더더욱 레벨 작업이 늦춰졌던 것이기도 했다.

‘역시, 던전 사냥하고 클리어는 차이가 크다니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것도 거기까지였다.

“할 것도 없고, 밀린 영화나 볼까.”

오늘은 작정하고 늘어져 버릴 생각이었는데,

우웅...

갑작스런 핸드폰 진동소리가 그를 일으켰다.

[고경석]

돌발 게이트 관리부에서 날아든 문자였다.

PP의 정기점검 날은 관리부의 호출도 무시하고 넘어가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C급 게이트 발생]

그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있던 것이다.

“바깥은 위험한데.”

창밖으로 매섭게 작열하는 태양빛이 비쳤다.

“으으...”

꾸역꾸역 장비를 챙기고 집 앞 바이크점으로 향했다.

“출동이냐?”

사장 김근석이 그리 말하며 키를 던졌고, 마루는 인상을 구기며 받아들었다.

“요즘 따라 유독 CT-Back이 많은 거 아닙니까?”

투덜거림을 받는 사장의 일갈.

“싸니까.”

한숨 속에서 바이크에 오른 마루가 시동을 걸었다.

푸할할할...

언제나 변함없이 일관된 엔진소리가 인상을 구겨놓았다.

“힘내라. CT 헌터!”

등 뒤로 김근석의 응원이 들려왔다.

**

첫 경험이라고 해야 할까?

‘D급은 몇 번 출동해 봤지만, C급은 처음이네.’

마루는 묘한 두근거림 속에서 바이크의 시동을 껐다.

푸흘...

관리부의 호출은 게이트 주변 헌터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기에, 도착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꿀꺽! 어떤 놈들이냐?’

승급 이후로는 D급 게이트도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C급 게이트였다. 오랜만에 긴장감이 올라왔다.

게이트 등급 때문일까?

발생 지점에서 상당한 거리에서 내렸건만, 사람들의 숨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매의 눈]

스킬로 멀리 게이트 주변을 살폈다.

‘오크!’

조금 놀랐다. 한국 ‘게이트’에선 첫 등장이기 때문이다. 다른 루트로 접해 본 만큼, 당황하지는 않았다.

빠르게 놈들의 정보를 되새겼다.

“대가리가 돌아가는 놈들이었지.”

아마도 게이트 주변으로 진지구축을 하고 있을 터였다. 도로 곳곳에 세워진 조형물들은 이를 위한 자재로 쓰이리라.

왠지 관리부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보상금으로 피똥 좀 싸겠네.’

거기까진 알 바 아니었다.

‘화력이 좀 부족하려나.’

차원 방벽이 아니더라도 오크 특유의 두툼한 거죽을 생각해 봤을 때, 브레스의 양산형 넘버로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때문에 그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브레스-9]

비싼 돈을 들여서 구입한, 그의 첫 네임드 총기였다.

“한 자릿수에서도 끝자리 넘버긴 하지만.”

그래도 네임드는 네임드였다.

각종 장비를 점검하는 한편, 네비를 키고 게이트 주변 지도를 머릿속에 암기했다. 사는 곳 주변이라 외우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후 돌입 준비를 할 때였다.

‘응?’

후방에서 접근하는 이가 탐지됐다.

오래지 않아 자그마한 경차 하나가 도착하는데, 영국의 유명 경차인 밀리(mm)의 클래식 모델이라 일단 시선이 갔다.

헌데, 그 안에서 등장하는 이가 또 의외였다.

‘덩치가...’

언뜻 2미터쯤 되 보이는 거구, 차량과의 언밸런스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좁은 곳에 있다가 나온 탓일까?

“으드드드드드...”

거구의 사내는 길게 기지개를 쭈욱 피는데, 그 모습을 보던 마루의 눈에 뭔가가 걸렸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한마디.

“클놈?”

그제야 숨어있던 마루를 발견한 듯, 거구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더니, 뜻밖의 단어를 끄집어냈다.

“호로......로?”

싸한 침묵이 그들 사이를 휘감았다.

< #3. 호로...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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