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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31화 (31/325)

< #6. 퍼펙트 플레이? >

푸른 바다를 담은 물빛 비늘.

몸짓을 따라 파도치듯 넘실대고.

숨결 타고 흩날리는 하늘빛 아우라.

대기에 녹아들어 창공을 흐트러트리며.

동공 가득 반짝이는 찬란한 별빛.

굽어보는 시선이 마치 유성과도 같더라.

“청룡...이겠지?”

마루는 지난 밤 꿈결을 타고 너울대던 몸짓을 떠올렸다.

연상되는 두 개의 단어.

“크고 아름다워!”

환상적이자 압도적이며 전율적이던 존재감!

그것은 잠에서 깬 지금도 몽롱함을 일으킬 만큼, 깊고도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을 더 잠결에 취해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마루는 지금 이 꿈을 이전에도 경험한 바 있다는 걸 깨달았다.

“300스탯 찍었을 때.”

엔트라넷이 C급으로 승급하던 날, 무언가 기이한 꿈을 꿨다고 여겼었는데 그게 바로 청룡의 꿈이었던 것이다.

좀 더 정확히는?

“여의주의 기억인가.”

그리고 메시지였다.

자신, 아니 여의주를 아련하니 바라보던 청룡이 입을 열었다.

[나 최후의 용(龍)이 고한다.]

천둥과도 같은 음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하늘의 문이 다시 열리는 날, 나의 의지가 다시 깨어나리.]

[그대 신화를 잇는 계승자여.]

[수호의 의지를 받들지니.]

[다가올 종말을 대비하라.]

그 전언을 끝으로 용은 하늘 저 너머로 떠나갔다.

승천(昇天)이리라.

이후, 이어진 꿈결에서 여의주의 여정을 보았다.

찬란한 광채를 발하던 보옥은 긴 세월 속에서 빛을 잃어갔고, 종래에는 돌멩이와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빛을 뿜기 시작했지.’

비록 찬란하진 않았으나 은은함은 머금고 있었고, 이는 주변 시선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 빛에 이끌려 찾아온 건?

몬스터였다.

“작은 놈들부터 시작해서 큰놈까지.”

고블린과 같은 소형 몬스터와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 그리고 던전 상위종이라 불리는 와이번까지.

놈들의 뱃속을 거치고 거쳐 종래에는 마루의 손에 들어왔다.

‘지금은...’

긴 여정의 끝자락이 기억났다.

“...내 뱃속인가.”

마수지대 검문소 앞 화장실에서 여의주를 삼키던 그의 모습이 펼쳐졌던 것이다.

갑자기 이런 꿈을 꾼 이유가 뭘까?

“전직 때문이겠지.”

PP의 전직계시가 떠올랐다.

[그대 ‘푸른 신수’의 의지를 잇는 자여.]

환청마냥 뒤따르는 용의 전언.

[수호의 의지를 받들지니.]

문득, 계시와 전언이 연결되는 걸 느꼈다.

확인을 위한 주문을 외웠다.

“엔트라넷.

떠오르는 상태창.

[정마루 - 수호자]

[각성 등급 : C]

[컨디션 : 7]

[스킬 : 오염된 여의주] [#] [*]

전날 밤 확인할 때만 해도 없던 문구.

수호자가 추가되어 있었다.

그 변화를 관찰하길 한참,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어 게임에 접속한 뒤 인벤토리를 열었다.

“초롱아!”

작은 기대감을 품고 외쳐 불러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즉각적인 반응이 따랐다.

-왜 불러?

언제 나온 걸까? 그의 어깨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돌아보는데, 뜻밖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라? 너...”

-헤헤! 날개 생겼다.

그 말처럼 초롱이의 어깨 위로, 작은 날개 한 쌍이 파닥이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저걸 자랑하고 싶어, 부르자마자 나온 듯싶었다.

-멋져! 훌륭해! 난 이제 비행기다.

저 작은 몸짓보다도 더 작아서, 그냥 장식처럼 보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것인지, 초롱이는 열심히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파닥파닥...

-건물주가 성장해서, 나도 자랐다.

마루의 전직이 어떤 영향을 미친 듯싶었다. 그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날 밤 꿈을 설명하는데, 뜻밖의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아빠다!

“...전에, 청룡 모른다며.”

-청룡이 뭐야?

“......”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앞전과 꼭 같았다.

‘정말 모르는 거야? 모른 척 하는 거야?’

상황의 변화만큼 의심도 뒤따랐다.

[그대 ‘푸른 신수’의 의지를 잇는 자.]

계시를 언급하고 꿈 속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등, 재차 청룡을 주장하는데, 초롱이는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아빠 청룡 아니야.

마루의 두 눈이 얇아졌다.

“그러면 뭔데?”

-몰라.

순간적으로 여동생의 미운 3살 무렵이 떠올랐다. 동문서답 그 자체였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어지는 초롱이의 대답이, 그의 정신줄을 잡아줬다.

-나 아직 어려. 모르는 거 많아. 더 커야 돼!

거기서 유추할 수 있는 건?

‘설마, 성장에 따른 정보개방?’

좀 더 자세히 물으려는 찰나, 초롱이가 훌쩍 인벤토리로 뛰어들었다.

-너 때문에 잠 와. 자꾸 피곤한 거 물어.

“잠깐만!”

급히 부르는데 이미 여의주로 사라져버린 뒤였다. 이후 열심히 목청을 높여봤지만, 더 이상의 반응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고롱...고롱...초롱...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번에는 코골이 소리 정도는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과한 정보를 요구했던 게, 아이의 피로감을 유발한 듯싶었다.

“오늘은 여기까진가.”

더 이상 기대하긴 어렵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껐다. 그리고 홀로 변화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는데, 앞서 내비쳤던 의혹이 다시 튀어나왔다.

“PP는 정말 게임일까?”

거기에는 결정적인 이유도 있었다.

‘잠에서 깨기 전에 들었던 음성.’

그건 마치 주파수가 어긋난 라디오 같았다.

[퍼펙...플레이...보이...]

짐작건대 PP와 관련된 어떤 메시지였으리라.

‘뭐라 한 건진 모르겠지만.’

의혹의 불씨가 의심의 불꽃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정말 뭐라고 한 거지?”

답은 뜬금없는 장소에서 들을 수 있었다.

**

[퍼펙트 플레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모험과 낭만이 넘치는 환상의 대륙으로 여러분을 초대...]

조금 뜬금없단 느낌이 들었다.

“What?”

동시에 너무 시기적절하단 생각도 이어졌다.

마루는 저 멀리 빌딩 전광판의 광고를 보며 앞전의 꿈을 떠올렸다.

“설마, 그때 그 메시지가 저건가?”

새로운 광고의 내용을 꿈속에서 스포일러 한다?

‘스포일러 치고는...’

“...너무 흔한 문구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한데.”

의심의 불꽃에 장작이 던져졌다.

“PP는 대체 뭘까?”

좀 더 자세히 조사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일단,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전광판을 바라본 이유를 상기했다.

“저 빌딩 밑에 ‘던전’이 있다니.”

찬찬히 주변을 돌아봤다.

[던전지대!]

오늘 찾은 장소였다.

“번화가 뺨치네.”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통제 불가의 마수지대와 달리, 던전 지대는 의외로 몬스터를 만날 일이 없었다. 그 때문인지 자연스레 사람이 몰려들며 북적대는 것이다.

[게이트가 없는 공간!]

기이하게도 던전 주변에는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던전지대는 땅값이 어마어마했다.

“여기가 금싸라기 땅이지.”

몬스터가 던전을 찢고 나오는 ‘웨이브’ 사태가 아니고서야, 따로 몬스터를 만날 일이 없는 것이다.

물론, 던전지대라 해서 무조건 번화가가 되는 건 아니었다.

[어중간한 던전!]

그게 핫플레이스의 조건이었다. 만에 하나의 사태인 웨이브가 발생하더라도, 쉬이 저지선을 펼칠 수 있는 수준이 포인트였다.

‘B급 던전이 마지노선.’

그리고 지금 그가 찾은 이곳은 C급 던전으로써, 안전지대 중에서는 특히 상급으로 꼽히는 장소였다.

갑자기 이곳을 찾은 이유가 무엇일까?

“하아...벌써 탄이 다 떨어질 줄이야.”

잦은 게이트 출동의 여파였다.

“이참에 장비도 좀 사야겠네.”

물품 구입을 위한 방문이었다.

던전을 끼고 있는 만큼, 관련물품 교류가 원활한 건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PP는 좀 쉬고 싶기도 하고.’

나들이를 통한 정신적 환기가 필요했다.

그는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단야(鍛冶)]

커다한 건물 한편, 구멍가게처럼 보이는 허름한 외형의 가게로 들어갔다.

따앙...땅...타아아앙...

그와 동시에 요란한 망치질 소리가 귓가를 두드렸다. 이곳은 바로 대장간이었다.

‘작업 중인가.’

일종의 결계가 펼쳐져 있어, 저 같은 소음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는 것인데, 잠시 이를 감상하듯 듣고 있으려니, 안쪽에서 자그마한 아이가 도도도 달려오는 게 보였다.

“누구세...욥!”

탄성으로 끝나는 건, 아이와 안면이 있기 때문이었다.

과연, 곧 반가운 얼굴이 된 아이가 팔짝 뛰며 안겨오는 게 보였다.

“삼촌!”

그 외침에 마루가 고개를 저었다.

“세나야. 오빠라니까.”

“히히!”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모습에 결국 실소가 나와 버렸다.

사실, 20살 넘게 차이가 나는데도 오빠라 부르라는 게 이상한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네 언니하고 친구니까. 나도 오빠지.”

강세나의 언니, 이곳 단야의 주인과 오랜 친구사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진정으로 대단한 건, 친우의 부모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집 막둥이도 늦둥이지만, 요 꼬맹이한테는 비할 수가 없지.’

아이에게 물었다.

“하나는 작업 중이야?”

“응. 곧 끝날 거야.”

그러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제 언니의 작업을 상상하는 듯싶었다. 아이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거 참, 아저씨도 황당하시겠네.’

마루는 아이의 부친을 떠올리며 쓰게 웃어버렸다.

딸 둘에 아들이 하나건만, 어떻게 딸내미들이 둘 다 망치에 빠져있단 말인가.

‘뭐...두리가 원체 약골이라 대장간 일을 하긴 무리지.’

어쩌다 보니 가업은 장녀에게 넘어가버렸다.

‘넘긴 건지, 뺏긴 건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아저씨는 은퇴 생각이 없어 뵀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왕위를 계승중입니다!]

그냥 뭐, 그랬다는 것이다.

잠시 이런저런 잡념 속에서 아이와 수다를 떨며 놀아주고 있노라니, 저 안쪽에서 망치질소리가 멈추고, 이내 여인 한 명이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딱 봐도 건강미가 넘치는 훤칠한 미인이었는데, 작업 때문에 땀과 얼룩으로 범벅이 된 와중에도, 그 미모가 빛을 잃지 않았다.

여인, 강하나는 마루를 발견하고는 와락 인상을 구겼다.

“세나야. 언니가 잡상인은 출입 금지라고 했잖아.”

이에 뚱한 표정으로 세나가 받아쳤다.

“삼촌은 황금마차야!”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들어서...응?”

문득, 무언가를 발견한 듯 하나의 눈매가 얇아졌다.

동생의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사탕을 발견한 것이다. 그녀는 간식을 준 적 없으니, 결국 범인은 마루뿐이었다.

번뜩!

강하나의 날카로운 눈매가 마루를 두드렸고, 마치 거북이마냥 움츠러든 마루가 그 큰 덩치로 아이 뒤에 몸을 숨겼다.

“삼촌 없다!”

“없다!”

조금은 우스꽝스런 그 모습 덕분에 기분이 풀린 듯, 어렵사리 대화가 진행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그 말에 마루가 되물었다.

“쪽지 안 봤냐? 탄 떨어졌다고 보냈잖아.”

“요 며칠 대량주문 들어와서 PP접속 안 하고 있었다. 넌 수신 확인도 안 했냐?”

“아...”

그렇다면 할 말이 없었다.

‘귓말로 직접 확인할 걸.’

물론, 연락 자체가 안 됐기에 쪽지를 보낸 것이기는 했다.

‘그래도 확실히 하고 올 걸.’

마루는 입맛을 다시며 재차 물었다.

“허파is토스는 일 없냐?”

“영업할 놈은 남겨놨어.”

그랬다. 여인의 정체는 바로 허파is토스라는 PP의 실력파 대장장이였다.

허파is토스는 덩치 큰 드워프를 생각나게 만드는, 우락부락한 상남자의 외형이지만, 사실 그건 여성형 캐릭터로써, 과도한 캐릭 변형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걸작’이었다.

‘음성 변조에 수염까지 붙여놨으니, 누가 여캐라고 생각하겠어.’

잡념이 이어지던 중, 문득 생각나는 바가 있어서 물었다.

“넌 굳이 PP에서도 대장간 일을 하는 이유가 뭐냐?”

“갑자기 뭔 개소리야?”

“아니.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 건데, 거기서도 넌 ‘일’만 하고 있잖아. 그게 좀 궁금하더라고.”

“이제 와서 뜬금없긴...”

하나는 한 소리 쏘아붙이려다, 쓸데없이 진지한 마루의 눈빛에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공부가 되니까.”

“뭐?”

“PP라는 게임의 완성도는 굳이 말할 필요 없지?”

“그렇지.”

“대장간 일도 그래. 퀄리티가 정말 어마어마해. 박수가 절로 나와. 손바닥이 닳도록 쳐 주고 싶을 정도야.”

세계 각국의 공부들이 그 안에 담겨있었다. 이를 부친의 가르침 위에 덧씌운 뒤, 새로이 재정립하며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평생토록 게임은 상종도 안 하던 아빠가 칼 접속 하는 거 보면 말 다했지.”

“허...”

문득, 마루의 머릿속으로 새로운 이미지가 스쳐갔다.

[왕위를 돌려받는 날이 머지않았다!]

잡념이 스쳐가는 와중에도 강하나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게다가 가끔씩은 상상도 못한 기술도 튀어나오니까.”

“기술?”

“어. 말만 그럴싸한 기술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몇몇은 현실에 성공적으로 적용시킨 것도 있어. 이러니 PP를 끊을 수가 없는 거지.”

퀘스트를 놓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완성도라...’

원하던 대답이었다.

PP를 향한 마루의 의심도 한층 높아졌다.

사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은 바가 있었고, 그 때문에 확인 차 질문을 던진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아이는,

“언니. 나도 PP하면 안 돼?”

두 눈을 반짝이며 신세계에 대한 동경을 드러냈다. 와락 인상을 구긴 강하나가 마루를 노려봤다.

‘너 때문에...’

PP는 15세 이용가 게임이었다.

세나는?

이제 겨우 8살의 갓 초등생이었다.

쭈구리가 된 마루는 얌전히 찌그러졌다.

< #6. 퍼펙트 플레이?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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