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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32화 (32/325)

< #7. 던전. >

건강미인!

그게 강하나의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대장간 일을 한다고 여길 정도는 아니었다. 구릿빛 피부와 강인한 눈매가 아니었더라면, 분명 다른 종류의 미인으로 통했으리라.

그 때문일까?

처음 단야를 찾는 이들은 그녀를 보며, 그 실력을 의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막상 맡겨보면 기대 이상의 결과로 부응하니, 자연스레 단골로 이어지고는 했다.

마루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각성!

그것도 무려 ‘화(火)’ 속성의 각성자로써, 대장간일에 유독 특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신체계가 아닌 자연계 각성자였지만, 그래도 능력자답게 기본적인 근력증가가 따랐고, 보이는 것 이상의 괴력을 발휘하며 힘찬 망치질이 가능했다.

그런 실력이 발휘된 특수탄!

마루가 이곳 단야 대장간을 애용하는 이유였다.

‘총기제작도 맡기고 싶지만.’

그건 그녀의 전공이 아니었다.

‘친구 특가를 총기 쪽에도 붙이면 딱인데. 췟!’

그래도 아주 관심이 없는 건 아닌 듯싶었는데, 그 증거물이 바로 특수탄이기도 했다.

헌데, 시기를 잘못 잡은 것일까?

“아...B형 탄환은 다 떨어졌는데.”

각성자처럼 총기도 A형과 B형으로 나뉘는데, A형은 각성자용 B형은 비각성자 전용 탄환을 의미했다.

이에 마루가 웃으며 말했다.

“A형도 상관없어.”

그 말에 강하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비각성자가 A형탄을 쓰는 경우는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전에도 이야기했는데, ‘뱀플’ 너무 남용하면 안 좋다.”

신체 능력을 급격히 상승시켜주는 약물로써, 비각성 헌터들의 필살기이자 생존기라 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잔소리 폭탄이 쏟아질 걸 감지한 마루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나 각성했다.”

순간, 강하나의 동공이 팽창됐다.

“맙소사!”

이어지는 탄성.

“그 개짓거리를 하더니, 기어이 각성했구나.”

“표현 참 아름답다.”

“당연하지. 똥오줌이나 할짝이는 스캇물 변태새끼한테, 무슨 좋은 소리가 나올 줄 알았냐?”

“끄응...”

화제 전환을 위해 마루는 최근 새롭게 구입한 무기를 꺼냈고, 이를 본 강하나가 눈을 반짝였다.

“오! 브레스-9이네.”

“이거하고 맞는 탄으로 좀 부탁할게.”

앞서 C급 게이트에서 사용한 특수탄의 경우, 총을 살 때 함께 딸려온 일종의 서비스 제품이었다.

‘사은품으로 나온 거라, 손맛이 엉망이었지.’

가격대가 워낙 비싼 총기다 보니, 특수탄 정도는 얹어주는 것이다.

“와...네가 천만원대 총을 사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조금은 다른 의미로 감탄한 강하나가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기. C급 특수탄.”

“기왕이면 B급도 좀 챙겨주라.”

그 말에 강하나가 의아한 듯 바라봤다.

“브레스-9이 네임드긴 해도 C급까지가 적정선이야. B급도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간 그 비싼 총이 금방 망가질 걸.”

마치, 네가 그걸 모르진 않을 거라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는데. 그래도 좀 챙겨줘. 네 말처럼 몇 발 정도는 쓸 수 있을 테니까.”

“값만 제대로 치른다면야. 못 줄 것도 없지.”

그러다가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B급 특수탄까지 쓴다는 건...너 C급이냐? 좀 전에 본 자격증은 D급이었잖아.”

“그냥. 그렇게 됐네.”

어깨를 으쓱이며 적당히 응수했다. 아직 세상에 밝힐 생각은 없지만, 그녀에게 그 정도 드러내는 건 문제없었다.

사실, C급 자격증이 아니면 B급 특수탄을 구할 수도 없었다. 몇 발 정도는 구입 가능하지만, 대량구입은 불가능한 것이다.

자격증보다 한 등급 위, 거기까지가 구입 한계선이었다.

“승급 심사는?”

“나중에 하려고. 그러니까 B급 탄은 따로 좀. 알지?”

구입 여부를 비밀로 해달라는 의미였다.

“쯧! 귀찮게시리.”

“땡큐. 아리가또. 당케, 쎼쎼...”

“1절만 해라.”

짧은 타박 이후 그녀가 재차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총기 쪽에 목매는 거 보니까. 그쪽 계열로 각성한 거냐?”

“뭐, 대충.”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믿을 수 있는 친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부적인 내용까지 밝힐 수는 없었다.

‘여의주는 숨겨야지.’

그건 가족에게도 밝힐 수 없고, 밝혀선 안 되는, 평생 혼자서 안고가야 할 비밀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문득 앞으로 내밀어지는 물건이 있었다.

“총기류 각성이라 별로 쓸 일은 없겠지만.”

그 말과 함께 강하나가 건넨 건, 자그마한 단검이었다.

“각성기념 선물이다. 탄창 떨어지면 써.”

언뜻 봐선 볼품없어 보이는 외형이지만, 그녀의 솜씨를 모르지 않기에 저 물건이 상당한 물건이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땡큐. 아리가...”

“자꾸 그렇게 2절, 3절 가다가 뇌절가기 싫으면, 조동아리 싸물어라.”

합죽이가 된 마루가 조용히 엄지를 내밀었다.

“징한 놈.”

기어이 2절까지 하는 모습에 헛웃음을 흘린 강하나가 몇 가지 장구류를 꺼내면서 말했다.

“기존 장비들도 새로 교체하는 게 나을 거야. 각성한 지금은 비각성 전용 장비로는 강도가 떨어질 테니까.”

“하긴...”

“일단 보호구를 중심으로 좀 봐 보자.”

그러면서 업무모드로 장비추천을 시작하는데, 하나같이 맞는 말밖에 없어, 결국 마루는 몇몇 장비를 새로 구입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무슨 탄을 그렇게 많이 사 가는 거야? 어디 던전이라도 하나 뚫었어?”

강하나의 물음에 마루가 고개를 저었다.

“관리부에 인연 좀 만들어 놔서, 게이트로 경험치 좀 쌓고 있어. 적정 게이트로 출동하려면 이 정도 탄은 있어야지. 게다가 마수지대도 한 번 알아보는 중이고, 던전은...”

문득, 마루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들이 있었다.

호로로 파티 3인방으로써, 클놈 장현성에게 꾸준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까닭이었다.

“...잘만 비비면 한 발 걸칠 수 있을 것도 같고.”

신기하단 얼굴로 강하나가 바라봤다.

“왜?”

“허구한 날 게임만 하는 줄 알았더니. 나름 알차게 살고 있었구나 싶어서.”

“끄응...”

앓는 소리를 내는 마루를 향해 강하나가 손을 저어보였다.

“살 거 샀으면 슬슬 가 봐.”

“바쁘냐?”

“말했잖아. 대량 주문 들어왔다고. 잠깐 쉬는 타이밍이었어. 주소는 그대로지? B급 특수탄만 챙겨가. 나머지는 따로 보내 줄 테니까.”

“그래. 고생해라. 나중에 시간 나면 D급 B형으로 특수탄도 좀 보내줘. 하급 게이트에 A형 특수탄 쓰긴 아까우니까. 세나한테도 오빠 갔다고 전해주고.”

“오냐. 아저씨는 이만 꺼지렴.”

마루는 짤막한 인사말을 끝으로 단야를 나섰다.

**

던전!

대격변의 초창기와 달리, 지금에 이르러선 오직 특권층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인고 하니, 일반 헌터들 중에서도 비각성 헌터들의 경우에는, 던전 주변의 구경마저도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각성 헌터는 돼야 구경이 가능했다.

그 같은 의미에서,

“나도 이제는 각성 헌터니까.”

마루는 자신의 D급 A형 자격증을 바라보며 히쭉 웃었다.

“이제부턴 D급 던전까지는 구경할 수 있단 말이지.”

상황에 따라서는 입장도 가능했다.

‘뭐, 이것도 조건부지만.’

[Money!]

즉, 돈을 내고 들어가는 것이다.

“길드 가입 전까지 사냥은 절대 불가지.”

일종의 관광 서비스 같은 거였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몇몇 절차만 걸친다면 한 등급 위의 던전도 입장 가능했다.

‘거기에 웃돈도 얹어야지.’

당연하게도 이런 경우에는 기존 입장료보다 비쌌다.

‘오늘 외출 목적은 단야 방문이지만.’

오랜만의 나들이였던 탓에 이대로 들어가자니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던전 방문을 추가했다.

“이 근방에 새로 생긴 D급 던전이 있었지.”

던전의 입장료는 등급별로 달라진다.

“D급이 50만원 정도였나?”

그냥 구경임에도 그 가격이었다. 어지간한 콘서트 입장료는 씹어 먹고도 남았다. 뼛속깊이 새겨진 자린고비 습성에 속이 아려왔다.

“참, 신기하단 말이지.”

던전 주변에는 결코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 던전은 생성된다니.”

그 때문에 던전지대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앞서 확인했던 전광판!

거기가 이곳의 최초 던전이었고, 이를 중심으로 이미 이 인근에만 3개의 던전이 생성된 상태였는데, 최근 새롭게 발생한 게 4번째 던전으로써, 총 5개의 던전이 이 주변에 생성되어 있는 것이다.

저토록 많은 던전이라면 웨이브가 발생할 경우,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여길지 모르나, 이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최초 던전보다 낮은 등급만 생기니까.”

동급의 던전도 발생하지만, 굳이 비교하면 미묘하게 급이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C급과 C-급의 차이였다.

어쨌든 그가 던전지대의 중심인 C급 던전이 아닌 D급 던전으로 들어가려는 건, 무작정 돈을 아끼기 위함은 아니었다.

“신규 던전이 딱이지!”

그 이유는?

[날 것 그대로의 던전을 보고 싶다면, 신규 던전으로!]

유명 헌터가 했던 이야기로써, 마루는 이번에 첫 경험이기에 ‘순수 던전’의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하고 싶었다.

담당 길드가 생기고, 그들에 의해 내부 정리가 이어지고 있을 테지만, 아직까진 어수선한 상태일 게 분명했다.

거기에 한 가지 추가하자면?

“입장료도 더 싸겠지.”

자린고비 습성은 그저 거들 뿐이었다.

**

던전의 담당길드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 근방은 혜성의 영역이었던가.”

그래서인지 신규 던전에 내걸린 깃발 역시도 혜성 길드의 것이었다.

단지, 그 옆으로 함께 붙어있는 깃발이 의외였다.

“블록?”

의문을 내비치는 찰나,

“마루 오빠?”

익숙한 목소리가 그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미애?”

호로로 파티의 패피 김미애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클놈 장현성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직은 소규모지만, 이번에 혜성 길드의 지원으로 던전 하나 뚫어서...]

‘그 던전이 이 던전이었어?’

이런 우연이 있나 싶으면서도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한 마디.

“입장료 할인점.”

양 손을 비비며 자세를 낮추는 것 역시 본능이었다.

“아항! 던전 구경하러 오신거구나. 이래봬도 제가 특수 1팀에 있다구요. 할인이 아니라 아예 공짜로 입장시켜 드릴게요.”

“오 나의 여신님!”

그렇게 입장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어라? 형?”

“오라버니.”

와중에 클놈 장현성과 루띠 진수미도 합류하며 함께 이동했다.

“드디어 우리 길드에 들어오기로 마음먹었구나.”

장현성은 그간 꾸준히 입단 제의를 해 왔는데, 한참 육성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탓에 매번 거절하고 있었다.

그 대답은 이번에도 다를 게 없었다.

“오버하지 마. 그냥 근처에 볼 일 있어 왔다가, 신규 던전 생겼다기에 구경 온 거니까.”

“아...아쉽다. 형만 한 저격수가 흔한 게 아닌데.”

“전에도 말했지만, 나 겨우 D급이다. 괜히 그렇게 겁 없이 띄워줬다간 낙하산도 없이 추락한다니까.”

“에~이. 나도 전에 말했잖아. 이래봬도 내가 보는 눈이 남다르다고. 형은 보통 D급이 아니야. 장비만 제대로 갖춰지면 C급은 충분히 비비고도 남을 걸. 그러니까 몸값 더 비싸지기 전에 미리 찜하는 거라고.”

마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목적지로 향했다.

그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문처럼 생겼다. 하지만 결코 평범하진 않았다.

‘이게 던전 입구.’

외형과 달리 안쪽으로는 한 치 앞도 확인할 수 없는 시꺼먼 어둠만이 가득했는데, 선뜻 발을 들이기가 두려워질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그리고 이게, 통로!’

분위기가 깜깜한 동굴 느낌이었다.

“먼저 들어간다. 형.”

“따라오세요.”

“오라버니. GOGO.”

장현성과 김미애가 앞서 문을 넘고, 뒤편에서 진수미가 등을 밀어댔다. 이에 한 차례 마른침을 삼킨 마루가 조심스레 문 너머로 발을 디뎠다.

그와 동시에 시야가 암전되듯 어둠이 들이치며 방향감각이 상실됐다. 뜻밖의 상황에 현기증이 밀려들려는 찰나, 저 멀리서 이곳이 목적지라는 듯 새하얀 불빛이 피어나며 길을 이끌었다.

그곳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마치 어떠한 통로를 건너는 듯한 감각 속에서, 빛은 커져갔고 이내 그것은 또 다른 입구가 되어 그를 새로운 장소로 안내했다.

“아...”

던전!

미지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오랜 세월, 끝없이 상상하며 그저 바라만 봐야 했던 세상이자, 어쩌면 꿈이기도 했던 공간.

“...PP?”

그 속에서 내뱉은 첫 단어였다.

< #7. 던전.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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