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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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던전의 이해. >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기에 난리가 났다.

[갑작스런 던전 등급 상승.]

[웨이브는 어디로?]

[새로운 이상현상의 등장!]

[또 다른 대격변의 전조인가?]

이번 사태는 한국이란 땅덩어리 안에서만 끝날 이야기가 아니었다.

중급(C)던전이 중상급(B)으로 승급!

결국 중급 수준의 사건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초!

지금껏 없던 현상이기 때문이다.

[던전 등급 상승 = 웨이브의 전조]

이 개념이 무너진 것이니, 각국의 길드를 비롯하여 여러 학자 및 관찰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게다가 ‘유일’한 현상이었다.

이후 다른 나라들도 자국의 던전들에 대한 경계를 높였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평소와 같은 일상만 지나갈 뿐이었다.

결국, 한국에서만 발생한 사건이란 결론이 내려지며, 더더욱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주목받은 게 얼마만이냐.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

-무섭네!

-한동안은 밖에 안 나가야겠다.

-이불 밖은 위험해.

-오히려 멀리 나가야 되는 거 아니냐?

-어. 그래서 해외여행 티켓 끊었다.

-부럽...어디로 가누?

-멀리. 저 멀리. 아르헨티나로.

-가다가다 지구 반대편까지 가네,

-크크크크크크!

-것보다. 랭커들 소식 들었냐?

헌터 업계에서 랭커라고 불리는 이들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S등급 헌터들도 온다고 하데.

-최초+유일=랭커소환!

-그래서 요즘 공항에서 산다.

-정말로 오면 눈 호강 오지고 지리겠네.

-저렇게까지 했는데 안 오면?

-악! 재수없는 소리 마라.

-듣기로는 성녀도 온다고 하던데.

-나도 오늘부터 공항 숙식이다.

-텐트 필요하냐?

-박스나 챙겨와.

-신문지면 충분.

-화장지로 충분.

-엠보싱?

-ㅇㅇ

-미친놈들!

당연하게도 관련한 화젯거리로 연일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랭커에다 성녀라니.”

마루는 잠시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다 지난 던전 사태를 떠올렸다.

‘정말...’

던전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비상이 걸렸다. 급히 소집되어 긴급배치까지, 그야말로 신속히 모든 준비가 이뤄졌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아무 일도 없었지.”

세계적인 이슈가 된 사건이니 만큼, 그 역시 적잖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아주 약간, 남들과는 다른 관점을 품었다는 점이 차이가 있었다.

이유인 즉,

[스킬 : 오염된 여의주] [?] [#] [*]

퀘스트 알람인, [?] 때문이었다.

그가 던전 첫 경험을 하던 날 발생했는데,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변화로써 그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진 게임에서 일정치 성장을 해야지 퀘스트가 떴었는데.”

현실의 사건을 통해 퀘스트가 뜬 것이다.

[던전 첫 경험과 던전의 이상현상!]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퀘스트와 연관이 있을 거란 생각에, 이번 이슈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가 좀 뜬금없긴 하지만.”

내용이 황당했다.

[! 던전을 이해하라]

‘던전 다녀와서 던전 퀘인가?’

그가 이슈와 퀘스트를 연관 짓는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이전 퀘스트의 연계라는 생각도 놓치진 않았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이번에도 게임 속에서 그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달려보자.”

접속기를 머리에 쓴 그가 힘찬 음성으로 외쳤다.

“로그인!”

**

전직 후, 첫 사냥이었다.

[! 던전을 이해하라]

이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던전으로 가야겠지?”

마루는 그리 중얼거리며 사냥터를 정했고, 무작정 몬스터를 잡아대며 던전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아무 성과도 없이 경험치만 올렸네.”

물론, 레벨을 제법 올렸기에 나름의 의미는 있었지만, 던전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변함없는 상태였다.

이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라 한다면?

직업전용 스킬이자 연공법의 가능성이었다.

“PRI...이거, 완전 사기잖아.”

보통 연공법은 자동 발동으로써, 전투 중 휴식시간을 통해 HP와 MP를 채우고, 이를 통해서 숙련도를 높이는 게 기본 공식이었다.

순서를 보자면 이러했다.

[휴식 - 연공법 발동 - 회복 및 버프]

그렇게 틈틈이 짬을 내 가며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다. PRI역시 이와 같을 거라고 여겼다. 헌데, PRI는 기존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휴식이 아닌 전투가 한참인 와중에 울린 알람.

[PRI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깜짝 놀라야만 했다.

“휴식모드도 아닌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PRI 효과에 의해 스킬 위력이 상승합니다.]

버프가 부여된 것이다.

“휴식모드도 아닌데?”

당연한 반응이었다.

“맙소사!”

어이지는 탄성.

“대박!”

자신의 직업이 특수직 그 이상의 특별함을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품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투 중 자동 버프라니. 꿀꺽!’

이어지는 사냥 속에서 확인한 바,

“어째, 뚜들겨 맞을수록 숙련도 상승이 빠르네.”

특이점이 발견되었다는 게 약간의 흠이었다.

“M...yo하네. 묘해...”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PRI가 생각 이상으로 꿀 스킬 이라는 걸 확인했다는 점이리라.

“숙련도는 금방 채우겠네.”

덕분에 한동안은 즐겁게 던전 탐험을 할 수 있었다.

허나, 그 시간이 하루, 이틀, 사흘...일주일을 넘어간 시점부턴 이야기가 달라졌다.

“으아아아! 미치겠네.”

도통 던전 퀘스트에 대한 출구가 보이질 않았다.

“힌트라도 좀 다오! 제발! 플리즈! 헬프 미!”

하늘을 향해 절규해 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젠장! 이 던전이 아니면, 저 던전이다.”

이런 답답함이 그를 더더욱 던전으로 몰아넣었고, 인근 던전 대부분을 돌게 하며, 말 그대로 폭렙의 나날을 보내게 만들었다.

와중에 커뮤니티에 올라온 그의 사진 몇 장, 그게 또 뜻밖의 반응을 불러오기도 했다.

[신규 직업. 광전사?]

[생태 파괴종!]

[불꽃 남자 호로로!]

[펭귄은 굴에서 산다?]

-와...미쳐 날뛰면서 던전을 헤집는데, 무서워서 말도 못 걸겠더라.

-무셔라!

-인정. 피에 물든 호로로 가면이 꼭 제이슨 같대.

-포스가 오지더라.

-레알 황제 펭귄이자너.

-요즘은 혼자 다니던데.

-친구가 없어서 미쳐버린 건가?

-누가 같이 좀 놀아줘라.

-아니, 무섭다니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광란의 질주를 하다 보니, 퀘스트 클리어 여부와는 무관하게, 경험치 하나만큼은 쑥쑥 잘 들어왔다.

“이거, 완전히 레벨하고 숙련도 작업이 돼버렸네.”

하지만 그리 기쁘진 않았다.

“퀘스트에 대한 성과는 여전히 똥이니. 후...”

슬슬 생각을 달리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던전 말고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건가?”

그 힌트는 뜻밖의 방향에서 얻을 수 있었다.

-도서관으로 가 봐요.

“...음?”

-갑자기 던전에 대해 궁금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도서관에 가 보세요.

답답함에 필드를 벗어난 뒤, 오랜만에 루미를 소환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튀어나온 것이다.

-상급 정보 열람은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얼마든 열람 가능할 걸요.

그 순간, 루미의 정체성을 상기했다.

[길잡이!]

그건 일종의 나침반과 같았다.

이 뜻밖의 제안 덕분에 관점의 변화를 얻었고, 마루는 그 길로 술집을 나와 도서관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유레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아바타 사주세요.

이 기회를 틈타 루미도 딜을 했고, 이번만큼은 마루도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헤헷! 요술봉이다.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았다.

**

허파is토스, 강하나는 이야기했다.

[퀄리티가 정말 어마어마해. 박수가 절로 나와.]

그 말 그대로라고 해야 할까?

“도서관의 완성도 역시 엄청났지.”

마루는 새삼 루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좀 더 좋은 아바타를 사줄 걸 그랬나?’

요술봉의 종류는 실로 다양했는데, 눈 돌아가게 기쁜 와중에도 가격표를 보며 고른 것이다.

-루미팡! 루미피! 루미~얍!

연신 포즈를 취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가슴이 뜨끔해졌다.

‘에이, 나중에 하나 더 사주지 뭐.’

그렇게 결론을 내린 채, 도서관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갔다. 그곳에 스킬 북이나 칭호 그리고 아이템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지식’은 있었다.

‘루미 말처럼 죄다 기본적인 것들뿐이긴 하지만.’

게임의 옵션 창에 입력된 내용들도 상당했다.

예를 들자면?

몬스터 정보나 스킬의 역사 등을 들 수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요약본과 상세본의 차이인가.”

옵션 창이 요약본이고 도서관이 상세본인 것이다.

그만큼 읽기 어렵고 눈이 피곤하긴 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그런 요소에서 보면 골 때리는 장소지만, 마루에게는 너무도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찾아와야지!”

PP가 보통 게임이 아니라는 의심을 하고 있기에, 그는 도서관을 다른 관점에서 살피는 게 가능했다.

“죄다 게임의 역사 같은 것들만 늘어져 있긴 한데.”

‘그래도 잘 찾아보면 보물들이 있을 거야.’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짧은 도서관 여정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예감을 받았다. 그로 인해 이어지는 호기심도 있었다.

[왕실이나 마탑의 상급 도서관은 어떨까?]

기회만 된다면 반드시 열람해보고 싶었다.

“일단, 지금 중요한 건 던전의 이해지.”

도서관에서 대여한 서적들을 하나씩 읽어나갔다.

[던전의 생성]

“자연 발생과 인위 발생, 둘이 기본형이다.”

첫째로 자연발생의 경우.

“마나 밀집이 일정치를 넘어가면, 공간에 뒤틀림이 발생하고, 번외 영역이 되어 그곳에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된다.”

루미가 슬쩍 끼어들었다.

-몬스터의 본능이 마나의 향기를 쫓아 움직이고, 곧 새로운 생태계 속으로 뛰어들게 만든다. 그렇게 새 터전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모여든 몬스터들의 생명력과 각종 사념들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면서, 던전의 규모를 확장시키거나 변이시키기도 한다.”

대형 던전이나 특수 던전 그리고 기형 던전 등등, 여러 종류의 다양한 던전들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둘째로 인위발생의 경우.

“초월적인 존재가 만들어내는 던전.”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드래곤 레어! 거기에 보물 많다던데.

“지방 방송은 자제하자.”

-췌!

“드래곤이 자신의 거처와 보물을 지키기 위해, 골렘을 비롯하여 각종 마법적인 조치를 취해놓은 공간.”

대귀족이나 왕이 자신의 성과 집을 지키기 위해 기사단을 만들고 경비를 세우는 등, 이런저런 안전장치를 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었다.

“사후, 남겨진 레어는 자연스레 던전이 된다.”

-보상은 던전들 중에서는 최고. 헤에...하나만 잘 털어도 인생역전인데.

이 외에도 인위발생의 던전이라 하면, 고위 마법사의 실험실을 비롯하여 흑마법사들의 비밀 거처 등을 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아주 특수한 경우의 던전이 하나 더 있었다.

-시련의 던전!

혹은 기적의 사원으로 불리기도 하는 장소.

“마나의 결집이나 별다른 특이현상 없이, 갑작스럽게 생성되는 특수 던전으로써, 신성한 개입으로 만들어지는 기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역대로 이런 장소들은 하나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신이 시련을 내리고자 만들어 낸 던전으로, 세상에 위기가 찾아올 때, 용사의 탄생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네요.

앞서 두 던전과는 성향이 달랐다.

“용사 육성을 위해 마련된 무대로써, 시험의 성향이 강해, 성장과 도약의 발판이 되는 장소다.”

거기까지 읽던 중,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러고 보면...’

현실의 던전들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났다는 걸 떠올린 것이다.

‘설마, 그것도 시련의 던전인가?’

그렇다고 치기에는 너무 많은 목숨들이 갈려나갔다.

게다가 수시로 오픈되며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기에, 아무래도 시험이나 시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버텨낼 수도 이겨낼 수도 없는 시련이라...”

왠지 아귀가 맞지 않다며 고개를 저어버렸다.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다. 집중. 집중!”

잠시 옆길로 샜던 상념은 거기까지였다.

다시금 서적에 집중하며 던전의 이해도를 높여나갔고, 그 결과는 현실에 즉시 적응되었다.

[특수 보상이 지급됩니다]

지금까지 없던 알람.

그리고,

현실에 ‘아이템’이 등장했다.

< #9. 던전의 이해.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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