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52화 (52/325)

< #2. 센터! >

말도 안 된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결국 그 외에는 답이 없다 여겼다.

“A급이야.”

김연희가 입을 열었다.

“혼자서 오우거를 잡았어. 성체가 아니었다고 해도, 일반적인 B급 헌터들에겐 무리야.”

그러며 추가 설명을 더했다.

“오우거가 레이드 클래스 중에서는 하급으로 분류되지만, 그래도 분명히 해야 할 건, 상위종이라는 점이야.”

기본 클래스가 있는 것이다.

“특수 스킬에 상성이 맞았다고 가정한다면, B급.”

오우거를 홀로 잡았으니, B+로 분류해야 할 터였다. 거기까지 듣던 이소희가 물었다.

“적어도 A급에 한 발은 걸치고 있다는 거네?”

“만약, 신입 말처럼 부상이 심각했다 치더라도, 일단 B급은 기본으로 봐야 돼.”

“미치겠네.”

그 한 마디로 모든 심경이 표현됐다.

각성 반년차에 A급이다? 그것도 늦깎이 각성자가? 충분히 거물들의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요소였다.

그렇잖아도 독특한 아우라로 인해, 그녀들이 집중 관리하고 있는 각성자가 아니던가. 쓸데없는 시선은 불필요한 관심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다.

현장과 떨어트려 놓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이래저래 골치 아픈 상황 속에서, 새삼 신입을 향한 의문이 샘솟았다.

‘대체, 정체가 뭐야?’

**

“쳇!”

아쉬움에 혀를 찼다.

“급이 부족해서 안 된다니.”

마루는 혜성에서 날아온 문자를 확인하며 불만스레 입술을 내밀었다.

[던전 등급 상승효과가 지대 전체에 영향을 미쳐, 현재 특수 1팀의 활동 구역은 A등급으로 한정된 바, 정마루 헌터님께선 일단 대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혜성 지정 병원에서 부상 치유 및, 전투 후 후유증의 관리도 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좀 더 정중한 내용이었지만,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C급은 빠지라니. 아아...서럽다!”

이를 풀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로그인!”

그리고는 나바 가면을 뒤집어썼다.

“으아아악! 독벌레다.”

“나바가 돌았다!”

“튀어!”

“미친, 검귀다!”

“정말로 귀신들린 거 아니야?”

필드에서 뻑치기들만 골라가며 사냥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썰고 다녔을까?

“후아~!”

시뻘건 핏물로 전신 샤워를 마쳤을 즈음, 한결 상쾌해진 얼굴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붉은빛 사이로 유독 새하얀 이빨이 도드라졌다.

그 때문일까?

“검귀가 아니라 검마(劍魔)네.”

“어우, 소름!”

“미쳤나봐!”

“그...그래도 우릴 구해줬잖아.”

“정말, 구해준 건가?”

구원을 받았음에도 감사인사를 하기 어려운, 그런 기이한 풍경이 자꾸 연출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당할 수많은 없지.”

“뭉쳐!”

“모여. 모여.”

“빌어먹을 벌레새끼. 이참에 꼬치를 해버린다!”

미쳐 날뛰는 나바에 대항하고자, 범법 유저들이 하나 둘 손을 잡고 무리를 이루면서, 일종의 몰이사냥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타이밍에 맞춰, 마루도 가면을 벗었다.

“이번에는 너로 정했다!”

뒤이어 신상을 꺼내드는데, 이 역시 제법 유명한 만화 캐릭터였다.

[쿠크몽]

냉장고 왕국에서 펼쳐지는 모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써, 이번에도 21세기 초반에 제작된 만화였다.

장비도 교체했다.

“칭호도 하나 얻었고.”

{칭호 : 날래날래}

{등급 : 일반-상시}

{날렵한 몸놀림으로 적진을 누벼라!}

{민첩 +5}

추가 스탯 5짜리 칭호로써, 일반 중에서도 제법 급이 높은 녀석이었다.

현실에서 몬스터를 잡으며 스탯 작업을 하다 보니, PP의 칭호 작업을 등한시하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뜻밖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검술 스킬은 뽕을 뽑았으니까.’

슬슬 검을 놓을 때였다.

‘새 스킬 준비도 해야지.’

그렇게 선택한 건, 왠지 가면과 묘하게 어울리는 창이었다.

‘창날 빼고 커뮤니티 증표를 끼면...’

긴고아를 연상시키는 커뮤 출입증도 떠올렸다.

“...빼박이네.”

창술을 택한 이유?

‘봉술 겸용도 되니까.’

거기에다 한 가지 더,

‘슬슬, 몽크 2차 전직도 대비해야지.’

1차 전직에선 맨손 박투에 집중한다면, 2차 전직 이후에는 무기술을 택해서 배울 수 있는데, 그 기준은 아주 간단했다.

[날붙이가 없을 것!]

그 기본 규칙만 지키면 얼마든지 무기술 등록이 가능했고, 관련한 전용스킬도 전수받을 수 있었다.

이전 캐릭터 관장공장공장장 루트 그대로, 이번에도 역시 봉술을 택한 것이다.

창술과 봉술의 연계!

기본적인 기초 스킬까지만 통용되는 부분이지만, 지금 당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일단, 창술로 사냥하면서 기본기를 잡고, 숙련도가 쌓이면 봉으로 갈아탄 뒤에, 2차 전직을 대비하면 되겠네.”

봉 들고 다니자니, 대놓고 몽크라고 선전하는 느낌이라, 일단 창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육성 루트를 정리하며 새로운 필드로 향했다.

‘이 동네는 슬슬 위험하니까.’

뻑치기들이 눈에 불을 켠 채 그를 찾고 있었다.

‘가면 바꿔 쓴 걸로는 안심이 안 돼.’

마침, 레벨도 올랐겠다. 터를 옮기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

뜻밖의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어? 아저씨!”

무직자이던 시절에 전직 입문 퀘스트를 함께했던 초보 신관, 라시아가 손을 흔들려 달려오는 게 보였다.

쿠크몽, 마루는 적잖은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잘 못 봤겠지.’

착각이리라. 자신을 부른 게 아닐 것이다.

‘가면도 썼잖아?’

그리 생각하며 애써 무시하며 모른 척 그늘에 몸을 기댔다.

하지만 이게 웬일?

“왜 무시해요?”

정확히 그를 보고 찾아온 라시아가 소매까지 붙잡으며 그리 말문을 건네 오는 것이 아닌가.

“누구...신지?”

음성까지 변조하며 연기를 펼쳐 보는데,

“아저씨. 맞잖아요! 장광...읍!”

확신어린 라시아의 음성에 더는 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버려 뒀다가는 자신의 아이디까지 불게 생겼기에, 급히 입을 막으며 목소리를 되돌려야 했다.

“그래. 그래. 오랜만이네.”

“읍! 읍! 퉤...왜 입을 막고 그래요. 갑자기 모른 척 하는 건 뭐고.”

“하핫! 너무 오랜만이라 다른 사람인 줄 알았잖아. 어휴~! 하루가 다르게 예뻐지네.”

“아직 캐릭터 갱신 안 해서, 하나두 안 변했는데요.”

캐릭 변형과 별개로, 일정 주기마다 갱신을 통해서 캐릭 자체의 캐릭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이었다.

기본 외형을 기준으로 캐릭터의 변형 값을 따로 계산하는 등, 상당히 복잡한 시스템이 가미되었는데, 어쨌든 그 덕분에 자연스런 성장을 유도할 수 있었다.

“...크흠!”

민망함에 뒷머리만 긁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아본 거냐?”

“헤헷! 제가 눈썰미 하나는 기가 막히죠.”

탈곡기나 다른 범법유저들도 여전히 몰라보는 변장이건만, 한 눈에 알아본다?

‘거의 초능력 수준인데?’

말도 안 된다 여기는 와중에도, 비슷한 사람이 한 명 떠올라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루띠 진수미!

호로로 파티의 일원이자 블록 길드의 헌터로써, 과거 그녀의 눈썰미에 붙잡혀 파티를 이뤘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또 있다니. 설마...가족이나 뭐 그런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오빠들은 어디가고? 아니. 그보다 학생이 이 시간에 접속해도 되나?”

“방학이에요. 오빠들은 고3이라.”

“수능은 지난달에 끝났잖아?”

“헌터 아카데미 준비하느라 바빠요.”

“로렌하고 아크가 각성자였어?”

그 물음에 라시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사실, 아크 오빠는 각성자가 맞는데, 로렌 오빠는...”

그녀의 친오빠는 아무래도 비각성자인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를 준비한다?

이는 하나밖에 없었다.

비각성 헌터!

왠지 모르게 입안이 꺼끌거렸다.

“올 초까지만 해도 그런 소리 없더니, 갑자기 아카데미를 간다고 해서, 엄마 아빠 모두 난리에요.”

노발대발하며 말려봤지만, 결국 로렌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그렇게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비각성자라서 합격률도 낮다니까. 엄빠도 그냥 내버려두다가, 아카데미 떨어지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한대요. 오빠는 떨어지면 그냥 군대나 들어간다는데. 일단, 결과를 기다려 봐야죠.”

그 말에 마루는 쓰게 웃었다.

‘아아...그 루트!’

왠지, 그의 20대 시절이 떠올랐다.

비각성자의 낮은 합격률?

결국, 떨어지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

[군 입대!]

몬스터부대로 들어가고,

‘뺑이 치는 거지.’

전역 후에는?

‘결국, 뺑이!’

기나긴 고통의 시작이었다.

‘여의주가 아니었으면, 나도 피똥만 싸다 끝났겠지.’

변함없이 똥물만 휘적대고 있었으리라.

“이게 다, 그 아저씨 때문이야.”

잠시 회상에 빠졌던 마루는 자신에게 한 소리라 여겨, 깜짝 놀라며 상념을 거뒀다.

“그 이상한 아저씨 때문에 오빠한테 헛바람이 든 거예요.”

뒤늦게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누구?”

“있어요. 올해 각성했다는 늦깎이 각성자.”

‘아...나?’

아니다. 자신이 맞았다.

“정보 보호 신청을 해 놔서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번에 늦깎이 기록 갱신한 아저씨가 있는데. 오빠가 그 소식 듣고는 이상한 헛바람이 든 모양이더라구요.”

“어, 그래?”

“분명히 정보 보호 신청도, 엄청 못난이라서 걸어놨을 걸요. 흥흥!”

“어...그래?”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모양이었다.

“오빠가 엄빠 설득할 때 들은 건데. 그 아저씨는 15년이나 비각성 헌터로 뛰었대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았다냐.’

나름의 루트로 정보를 수집한 듯싶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결국 꿈을 이룬 거라고 감동했다며, 더는 자신을 속이지 않겠다나 뭐라나.”

“원래 지망은 뭐였는데.”

“체대입시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헌터 쪽에 미련이 있어서 체대로 지망했던 것 같아요.”

그 방면에서 유입되는 비각성 헌터가 제법 많긴 했다.

“하여튼 그거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아주...이상한 아저씨 때문에...못생기고 못난......”

자신과 연관된 이야기인 까닭일까?

“혼자 왔니?”

마루는 재차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아뇨. 친척 언니하고 같이 도는 중인데, 택배 왔다고 잠깐 나갔어요.”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차 물었다.

“곧 오겠네?”

“예. 언니 오면 아저씨도 같이 도실래요?”

“지금, 몇 렙인데?”

“88이요.”

“오!”

마루는 잘 됐다 싶었다. 현재 그의 레벨은 85레벨로써, 파티 맺기에 딱 적당했다.

스탯 차이야 상당하지만, 일단 파티는 레벨이었다.

로렌 때문에 살짝 불편하긴 했지만, 현실 문제를 게임에 끌고 올 필요는 없었다.

“OK!”

“야호~!”

마루의 허락이 떨어지자 라시아가 환호했다. 그 모습이 의아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몽크하고 파티하는데 뭘 그렇게 좋아해.”

“아저씨는 보통 몽크가 아니잖아요.”

“크흠! 뭐, 그 정도까지야.”

“그리고 사실, 친척 언니 때문에 파티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신관을 끼고도 어렵다고?’

이 시점에서 마루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언니분 직업이 뭔데?”

“마법사요.”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설마...’

불안감이 커졌다.

“헤헷! 마총사에요.”

“아...”

몽크와 함께 비주류 3대장을 담당하는 직업이었다.

‘사실, 걔네가 센터지.’

인구수로 비교한다면, 3대장의 메인이었다.

그 시점에서 불안감이 폭발하는 한편, 다른 의미로써 연달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야~! 집 좀 사는구나?”

“저희는 그냥 평범해요. 언니가 잘 사는 거지.”

마총사의 별명이 떠올랐다.

[돈 먹는 화마!]

하마 수준을 넘어, 아예 돈을 불쏘시개로 쓴다면서, 화마라고 칭해지는 것이다.

‘몽크하고 정반대지.’

마루는 꿈도 꿀 수 없는 직업이었다.

원래 마법사란 캐릭터가 돈깨나 들어가는 계열이건만, 그 속에서도 특히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게 마총사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지.’

추가적으로 ‘노동력’ 역시 필요로 하는 탓에, 돈 쓰고 고생까지 한다며 부잣집 자제들도 일찌감치 학을 뗀 직업군이었다.

“원래 궁수를 했었는데, 저 시작한다는 이야기 듣고 같이하자며 새로 키운 거예요.”

‘궁수에서 마총사로?’

마루는 그 즈음에서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사거리 때문인가.’

마총사의 최대 장점이었다.

“피 보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멀리서 활만 쏘려고 궁수를 한 건데, 그것도 싫다면서 이번에 마총사로 갈아탄대요.”

‘역시!’

현실 속 총화기를 마법적으로 재해석 한 뒤, 이를 사용해 저격을 하는 게 바로 마총사란 직업군의 특징이었다.

이 부분에서 ‘노동력’이 필요했다.

‘직접 제작을 해야 하니까.’

망치를 들고 무구를 만드는 것인데, 그 때문에 따로 제작계열에 투자하는 시간이 상당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아예 제작계열을 하는 게 낫지 않나?”

“피 보는 건 싫은데, 피 내는 건 좋대요.”

“......”

‘그게 말이야 방구야?’

정말로 헷갈렸다.

“헤헤! 좀 특이한 언니에요.”

마총사와의 파티는 분명 골 때리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를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그 보기 힘들다는 마총사란 말이지.’

희귀하기로는 손에 꼽히는 직업군이다 보니, 평소 마주치기가 어려운 게 바로 마총사였다. 그 때문에 한편에서는 전설의 동물 기린 취급을 받을 정도가 아니던가.

‘이참에 한 번 엮여봐?’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만약, [스킬 전수]가 된다면?’

타 직업의 전용스킬을 배우는 시스템이었다.

‘현실에서 써먹기 딱인데.’

그렇잖아도 ‘총기류 각성자’라는 타이틀이 슬슬 부담스럽던 타이밍에, 제대로 된 총기 스킬을 들고 나간다면?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대박이네!’

불안에 떨던 눈가에 기대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즈음이었다.

“저기 오네요.”

비주류의 센터가 도착했다.

“언니~!”

라시아가 손을 흔들고, 저 멀리 한 눈에 봐도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가 반응하는 게 보였다.

분명, 처음 보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낯이 익은데?’

마루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 #2. 센터!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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