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나 불렀어? >
G-eye!
그건 실로 놀라운 ‘작품’이었다.
“계산대로 된다면 B급 특수탄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고, 제한적이지만 A급 특수탄도 장전 가능할 거야.”
강하나의 이야기에 강철이 물었다.
“고놈 C급인데, 등급 외 총기를 건넬 필요가 있겠냐? 괜히 오버클럭 시켰다가 나중에 피곤해져.”
“걱정할 거 없어. 특수 정련으로 사념 폐해는 C급으로 낮춰놨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핵심 작업은 마쳤다는 것인데, 그 말대로라면 활용 폭이 어마어마해 지는 만큼, 감탄이 연속될 수밖에 없었다.
“호오~! 어떻게?”
자연스레 나오는 의문이었다.
“비법을 알려고 드네.”
“모양 잡아달라며? 공짜로 부려먹으려고?”
“...큰 틀 정도야 상관없겠지.”
이어지는 설명이 놀라웠다.
“고스트롤의 원념이 담긴 삯탄의 불길에 아크해머로 쳐낸 정련, 그리고 데스멜링의 사체로 담금질하고, 거기다가...”
갖가지 비법들이 나열됐는데, 이마저도 핵심이 빠졌다는 게 놀라웠다.
“허...데스멜링이라니.”
죽음의 냄새로 유명한 액체괴수였다. 등급 장체는 C급 수준일 뿐이지만, 후각을 파괴시키는 냄새로 인해, 사냥 자체를 기피하게 만드는 몬스터였다.
한편에선 그 지독한 냄새로 인해, 등급 상승을 언급할 만큼 지독한 놈이었다.
“그거 때문에 죽는 줄 알았어.”
젤리처럼 굳어진 걸 녹이고 거기다 담금질하는 과정이란, 그야말로 지옥을 항해하는 기분이었다.
“삯탄이야 쓰던 게 있었고.”
품삯이라는 의미를 지닌 그건, 스쿠라치라는 특수 몬스터에게 돈을 먹인 뒤, 푸욱 묵혔다 사냥해서 만들어지는 특수 재료였다.
‘동전만 먹는단 말이지.’
그런 이유로 싸게 먹히긴 했다.
돈 안에 담긴 욕망을 현실화 시키는 것으로써, 그렇게 만들어진 삯탄은 시꺼먼 색으로 변질되어 떨어지고는 했다.
‘오래된 돈일수록 효과가 좋고.’
고급 삯탄에 특수 재료를 몇 버무리고, 고스트롤의 원념과 부딪칠 경우, 악몽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이다.
그런 강화철로 제작하는 총기였다.
“아빠는 이걸로 모양을 잡아주면 돼.”
“거 참, 들어간 재료는 전부 C급인데, 그런 걸 가지고 이런 강화철을 만들어 내다니.”
내심 그녀의 조합식이 궁금해졌지만, 이 부분은 부녀간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기에, 그 이상의 호기심은 내비치지 않았다.
“맘 같아선 전체 설계에 마무리까지, 전부 내가 하고 싶지만, 나도 첫 제작이니까. 욕심은 자제할 게.”
그러며 강철의 경력을 언급했다.
“명색이 브레스 네임드 넘버 설계자들 중 한명인데, 이 부분은 아빠 솜씨가 나보다 낫겠지. 오랜만에 한 수 가르쳐 줘.”
“설계자‘들’ 중 한명일 뿐이다.”
“그래도 경력은 경력이야.”
강철이 피식 웃었다.
“오냐! 한 수 가르쳐주마.”
그렇게 오랜만에 부녀가 손을 잡았고, 치밀한 설계 끝에 작품을 완성시켰을 때, 그들은 꼭 같은 생각을 해 버렸다.
“이걸, 그 똥쟁이한테 준다고?”
걸작이 나왔기 때문일까?
왠지 아까워졌다.
속이 쓰렸다.
“G-EYE! 어떠냐?”
“B-EYE-C! 어때요?”
“너무 노골적이잖아.”
“Cibal이 얼마나 좋은 뜻인데. 영양 섭취! 눈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차라리 넘버링으로 C-8이라 그러지? 양심 좀 있어라.”
“......”
그래서 살짝만 삐뚤어졌다.
**
마루는 자신의 새 파트너를 바라봤다.
권총!
G-eye의 기본 외형은 그러했다.
과거, 대단한 명성을 떨쳤던 D-Eagle보다 컸다.
‘그래도 무게는 디-글보다 더 가벼워.’
이게 바로 특수 강화철로 제작한 덕분이었다. 게다가 언뜻 단순해 보이는 외형이지만, 그 내용물은 그렇지가 않았다.
마루는 총기 세트를 꺼냈다.
“변신 로봇 뺨치지.”
맨 처음 꺼낸 건 조준경이었다.
권총에 저격용 조준경?
“이런 조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마루가 든 건 순수 저격용 조준경이었다.
“여길 잡고, 누르면.”
총구부분의 가늠쇠 양 부분을 손으로 누르자, 벌어졌던 게 접히더니, 딸깍 소리와 함께 위로 들렸다.
“그리고 이걸 뒤로 눕히고.”
스테이플러의 뚜껑이 열리듯, 권총 윗부분이 열리며 펼쳐지는데, 완전히 펼친 상태에서 한 번 더 당기는 순간, 거짓말처럼 길이가 쭉 늘어났고, 거기서 정체가 드러났다.
“개머리판 완성.”
유독 주둥이 부분이 넓었던 건, 뒤집었을 때를 위한 복선이었다.
이후, 뚜껑이 열린 부분을 살피는데, 굵직한 홈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 조준경을 끼우고 걸었다.
딸깍!
자그마한 소리와 함께 권총 위로 스코프가 달렸다.
“마지막으로.”
언뜻 소음기처럼 보이는 물건, 하지만 이건 G-eye의 핵심 부품 중 하나였다.
“이걸 앞에 끼우고, 밑을 당기면.”
소음기에 숨어있던 거치대가 딸려 나왔다.
“바닥에 놓고 쏴도 되고, 잡고 쏴도 되고.”
그리 중얼거리며 거치대를 땅에 세운 뒤 저격 자세를 잡았다.
저 멀리, 블록길드 특수 1팀의 뒤를 노리며, 살금살금 접근하는 오크 한 마리가 스코프에 잡혔다.
푸슉!
마치 공기총 같은 작은 소음이 발생하고, 거대한 폭발이 터졌다.
퍼억!
수박이 깨지듯 오크의 머리가 박살나는 게 보였다.
‘휘유...’
마루는 G-eye위력에 더해, 소음기의 능력에도 감탄했다.
‘이 정도로 깔끔히 사념폐해를 잡아주다니.’
소음기는 소리만 잡지 않았다.
‘강철 아저씨가 브레스 설계자였을 줄이야.’
뜻밖의 정보로써, 소음기는 강철의 공부가 모이고 모인 정수라는 소개가 있었다.
푸슉!
‘대단해! 소리를 이 정도까지 잡아내다니.’
사실, 성력을 부릴 수 있는 그의 입장에선, 사념폐해보다 소리를 잡아내는 부분이 더 감탄스러웠다. 시중에 나와 있는 소음기 중 이만한 성능을 보이는 게 몇이나 되던가.
제대로 된 소음기를 사용하려면, 같은 가격의 총기를 하나 더 사는 수준이라, 소음기를 쓰는 경우는 드물었다. 소음을 완전히 잡기 위해서, 사용되는 총기보다 높은 퀄리티를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그 값어치 때문인지, 소음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짝 풀려있었다.
‘멋져!’
감탄이 연달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방아쇠는 당겨졌고, 또 다른 오크 한 마리가 박살났다.
‘평소라면 성호로 폐해를 잡았을 텐데.’
그런 작업 없이도 사념반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푸슉! 퓩!
‘이걸로 A등급 특수탄도 사용할 수 있단 말이지.’
소음기 없이도 B급 특수탄까진 커버 가능했다.
퓩! 퓨퓩! 퓩!
현재 사용 중인 건 C급 특수탄으로써, 사념 반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누가 이걸 C등급 재료로만 만든 총화기라 생각하겠는가.
새 파트너의 실전 손맛으로 간 보기를 한참, 슬슬 본론으로 넘어갈 시기였다.
마루는 입술을 살짝 핥았다.
[스토킬]
순간, G-eye가 빛을 발했다.
마총사가 아니다 보니, 숙련도 작업이 쉽지 않았고, 그 때문에 여전히 숙련도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스킬이었다. 당연히 현실 ‘미구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된다!’
스킬이 발동됐다.
‘타깃 확인.’
조준경으로 목표물을 확인하며 포인트를 찍고, 다른 방향으로 총구를 돌린 채 방아쇠를 당겼다.
푸슉......퍼억!
총알이 크게 곡선을 그렸고, 목표물을 관통했다.
스킬 숙련도가 부족한 탓인지, 위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총상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숨통을 끊기에는 모자랐다.
숙련도 부족과 위력다운?
‘난 마총사가 아니야.’
한 발 한 발에 목을 멜 이유가 없는 것이다.
퓨퓨퓨퓨퓨퓩...
난사 수준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한 발로 안 되면?
‘수십 발 때려 박으면 되지.’
정말 매력적인 스킬이었다.
퍼퍼퍼퍼퍼퍽...
때린데 또 때리는 느낌으로, 집요하고 지독한 저격이 이어졌다.
**
장현성은 턱이 빠지는 줄 알았다.
‘와...미쳤네.’
말도 안 됐다.
‘이게 반년차 각성자의 실력이라고?’
조준 텀 자체가 없는 건지, 연사로 저격을 하는 것도 놀랍건만, 그 모든 명중률마저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 역시 저격수 포지션이다 보니, 놀라움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총기류 각성자라지만...하!’
당장 한 발 한 발의 위력만 놓고 본다면, 그는 더 파괴적인 화살을 쏠 수 있었다. 하지만 저토록 많은 저격을 집요하게 한 곳에만 퍼붓는 건?
고개가 저어졌다.
“가능성이 높을 줄은 알았지만.”
이건 상상 그 이상이었다.
‘삼촌, 속 깨나 쓰리겠네.’
그리고 이런 예상처럼, 장대수는 실제로 상당한 속앓이를 하는 중이었다.
저격계열이라 멀리서 보는 장현성과 달리, 장대수는 근접 딜러진의 일원이다 보니, 눈앞에서 직접 그 화려한 저격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아오! 박태수 이 새끼 진짜.’
속으로 길드장을 열심히 씹고 뜯으며, 마루라는 황금알을 놓친 걸 아쉬워했다. 아무래도 오랜 친우 사이다 보니, 복귀와 동시에 멱살잡이가 펼쳐질지도 몰랐다.
‘현성이 녀석 눈을 믿고, 어떻게든 밀어 붙여야 했는데.’
생각해봐야 배만 아플 뿐이었다.
크워어어...
“뒈졌어!”
그 분노를 달려드는 오크에게 풀었다.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 쌈씨새끼...”
크어?
패피 김미애와 루띠 진수미 역시 근접 팀의 일원으로써, 김미애는 딜러 진수미는 탱커였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마루를 감탄하게 만들었던 게임 속 진수미의 서포팅은, 순수 컨트롤이자 피지컬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현실에서도 이런 능력이 십분 발휘되며, 그녀를 블록 길드 특수 1팀의 탑 탱커로 활약하게 만들었다.
가장 최전선에서 활약하기 때문일까?
‘대단해!’
그녀는 마루가 보여주는 저격의 퀄리티를, 그 누구보다도 생생히 실감할 수 있었다.
퍼억! 퍽...
탱킹에 부담이 더해질 때면, 시기적절하게 날아든 저격이 어깨의 무게감을 덜어주곤 했다.
크워어억!
크웍!
그녀의 역할은 달려드는 놈들을 단순히 막는 게 아니었다. 이리저리 흘려보내며 놈들의 동선을 조작하고, 딜러진의 공격 포인트를 적절히 분배하는 등, 탑 탱커로써 그녀가 하는 일은 실로 다양했다.
하지만 이런 노고에도 불구하고, 딜러진이 사인을 놓치는 순간도 존재하는데, 그럴 때면 공격 포인트 하나가 의미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의 부담감이 되돌아오는 건 당연했다.
퍼억!
바로 그 순간 저격이 들어왔다.
아슬아슬하게 버려질 공격 포인트마저 수거하며, 그녀에게 가중될 무게감을 적절히 털어버린 것이다. 이는 전장의 흐름을 정확히 캐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저격, 지원, 호흡!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그야말로 퍼펙트한 저격수였다.
그런 상황이 수차례 꾸준히 반복되고, 점차적으로 어깨가 가벼워지며 부담감이 내려갔다.
뒤가 한층 든든해진 덕분일까?
이미 최전선을 감당하고 있건만, 거기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
멀리 조준경을 확인하던 마루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띠, 솜씨 좋네.”
그 스스로가 근접전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가기 때문일까? 진수미가 보여주는 탱킹 능력에 적잖은 감탄이 나왔다.
단순 방어만이 아닌, 설계까지 하는 모습이 특히 놀라웠는데, 이런 부분에서 그녀의 빛나는 센스를 느낄 수 있었다.
[사냥 끝!]
지원조의 무전이 들어오고 주변 정리에 들어갔다. 그러며 오늘 파악한 것들을 하나하나 되새겼다.
비구현 스킬의 발동!
앞서 확인한 부분으로써, 이번에는 좀 더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PP에서는 숙련 마스터가 아니면, 발동 감각이 재현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그 감각이 올라왔어.’
이는 실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던전을 잘만 활용하면, 비숙련 스킬도 현실로 당겨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기는 했다.
‘감각 선명도가 문제긴 하네.’
게임 속 숙련도와 관련이 있는 부분인지, 숙련도가 낮은 스킬일수록, 발동 감각을 제대로 캐치하기가 어려웠다.
이를 증명하듯, 스토킬을 이번 사냥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건만, 여전히 그 감각 흐름을 제대로 그려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숙련치가 제법 되는 스킬의 경우, 어느 정도 흐름을 인지할 수 있었다. 어설피 따라하는 것도 가능할 듯싶었다.
“일종의 가불 개념인가.”
차후 숙련 마스터를 하고, 온전히 현실구현을 할 경우, 좀 더 빠르게 현실 숙련치가 올라갈 것 같았다.
이 외에도 스킬들의 시전 시간과 현실 화기와의 조합 등, 다방면에 걸쳐서 오늘의 발견들을 체크하며, 지원조의 도착을 기다렸다.
“혼자 갈 수 있는데.”
저격수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자생형과 기생형 혹은 공생형!
홀로 자신이 안위를 지킬 수 있는 이들이 자생형이고, 타인의 호위가 필요한 이들이 기생형으로써, 이를 순화시켜서 공생형이라 부르고는 했다.
장현성은 자생형 저격수였다.
스킬의 도움으로 날랜 이동 및 도주가 가능하기에 자생형으로 분류됐다.
마루는?
“...기생형인가.”
이는 그뿐만이 아니라, 총기류 각성자 대부분이 포함되는 이야기로써, 하나같이 순수 육체능력은 그리 높지 않기에, 자연히 그리 분류되는 거였다.
보통은 호위가 붙지만, 블록 길드는 소수 정예로 맞춰져 있는 탓에, 그에게 따로 호위를 할당하기가 어려웠다.
그 대신 최대한 안전한 저격 포인트를 잡아주긴 했다.
‘에스코트 받으며 안전 귀가라니.’
그의 정체성이 탱커형 근접 딜러라는 걸 상기하니, 괜히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생각보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는데, 하릴없는 시간 때우기로 인해 자연스레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이럴 땐 루미가 딱인데.”
인벤토리와 마찬가지로 소환 불가였다.
“초롱이도 괜찮고.”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였다.
-나 불렀어?
환청마냥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다.
“...응?”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허억!”
그리고 기겁했다.
“너, 너, 너!”
-왜, 왜, 왜?
어깨 위, 작은 그림자 하나.
-왜 그래?
초롱이였다.
< #5. 나 불렀어? > 끝
ⓒ 주작(朱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