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58화 (58/325)

< #8. 그림자. >

생각보다 골치 아픈 조건 때문일까?

‘2차 전직은 일단 보류.’

눈앞에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감시자!’

마루는 안광을 번뜩이며 주변을 훑었다.

[PRI 효과에 의해 스킬 위력이 상승합니다.]

[Holy-Sip 효과에 의해 스킬 위력이 상승합니다.]

물론, 현실이니 만큼 별도의 알람은 없었다. 그저 환청처럼 스쳐가는 반응일 뿐이었다.

칭호버프까진 필요치 않았다.

눈치코치 스킬의 오감개방이 끝났기에, 그 시너지 효과에 두 가지 버프가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그의 감각은 전에 없이 날카롭게 벼려질 수 있었다.

그 위로 100레벨 스탯까지 얹어졌다.

엔트라넷 등급?

훌쩍 넘어섰다 자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어디 갔어?’

감시자가 감지되지 않았다.

“설마, 방 뺐나?”

표현이 좀 요상했지만, 감시자가 사라진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간 들인 노력이 헛수고가 된 것 같아, 괜히 식은땀이 흘렀다.

칭호 버프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한층 예리해진 감각이었다. 걸리는 게 없다면 감시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도 충분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왠지, 느낌이...’

찝찝했다.

“후...”

한숨을 푹 내쉬며 추가 버프를 준비했다.

[아공간]

무게 게이지를 억지로 높이며 10까지 맞췄다. 그와 동시에 압박감이 밀려들며 호흡이 가빠졌다. 그 상태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후웁!”

컨디션이 내려가고 변화가 찾아왔다.

[칭호 ‘도전자’가 발동합니다.]

[모든 스탯이 5% 증가합니다.]

몸의 외침을 알람처럼 들으며 재차 오감을 개방했다.

화아아악...

**

레베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멀리 건물을 바라봤다.

“맙소사!”

은신 중에는 말을 아끼건만, 저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더는 방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그게 발각됐다고?’

물론, 한 줌 여력을 남겨놓았지만, 장기전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전력이라 할 것이다. 상대가 랭커라면 이마저도 염두에 두지 않겠지만, 목표물은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분명 아니어야 했다.

‘이 정도로도 차고 넘칠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이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게, 목표물이 정확히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라도 전력으로 몸을 숨겨야 할까?

짧은 갈등!

그 끝에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

**

동네 마실 나가듯, 그렇게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 착용 장비도 딱 거기에 어울리는 수준이었다.

‘지아이가 권총형이라 다행이네.’

크기는 좀 컸지만, 일단 G-eye의 외형은 권총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누가 봐도 가벼운 기본 무장으로 보였다.

몰래 은신으로 감시자를 찾아가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저 정도 수준의 은신 고수를 속일만한 자신이 없었다. 그 때문에 산책하는 느낌으로 스치듯 확인만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슬금슬금 목표지점에 다다랐고,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

“성녀...님?”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 하나가 그곳에 서 있던 것이다. 그늘을 등진 채, 햇빛을 절묘하게 받아들이며, 그녀가 웃고 있었다.

**

처음에는 거짓이라 여겼다.

하지만 진실을 확인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녀 방한!]

인천공항을 배경으로 한 레아의 사진 수십장이 올라온 까닭이었다. 그간 온다만다 말이 많았던 만큼, 찌라시라 할 만한 기사들도 많았다.

당연히 이 반전에 환호성도 클 수밖에 없었다.

-만세!

-드디어 오셨다.

-공주님의 존안을 뵈러 가자.

-흐흐...난 이미 봤지.

-나도.

-아직까지 공항에 죽친 우리가 위너다.

-치얼스!

-부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휴지 챙겨가길 잘 했네.

-엠보싱?

-쉿!

물론, 마냥 환영하며 떠들썩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성녀까지 왔다는 건, 이번 사건은 정말 위험하다는 건 아닌가?

-그러게. 어째, 느낌이 싸 하다.

-장난 아니라. 이번에는 정말 해외로 떠야겠는데.

-늦었어. 표가 없다.

-일찌감치 이민 갔어야 함.

-살기 좋은 나라 코리아도 옛말인가.

-살기(殺氣) 존 나라!

정말 대격변의 전조일지도 모른다며, 대한민국 전체적인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변국 역시도 경계등급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프렌차이즈 스타? 얼굴마담?

각 단체의 고위인사들은 성녀가 거짓임을 알고 있지만, 그녀의 등 뒤에 있는 교황청의 무게감은 인정하는 바였다.

그녀의 방한은 개인적인 목적만이 아닌, 교황청의 뜻도 담겨있음을 의미하기에, 자연스레 주목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그들의 착각이었다.

교황청의 뜻?

[두 번째 사태입니다. 이번마저 무시할 수는 없어요. 제가 성녀라고 불리는 만큼, 얼굴 한 번쯤은 비춰야죠. 방관하며 사건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녀가 억지를 써 가며 잡은 일정이었다.

당연히 반대의견도 많았다.

[이미 요원을 파견했고, 저들도 알고 있습니다.]

[굳이 성녀님께서 찾아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험한 장소에 어찌 발을 담그려 하십니까.]

[성국의 평안을 지켜주시면 충분하십니다.]

레아는 회상 끝부분을 떠올리며 실소했다.

‘성국이라...’

우습게도 어느 순간부터 저들은 교황청이란 표현이 아닌, 국가나 왕국으로써 표현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끼리만 사용하는 언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저들의 욕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어쨌든 그런 반대의견을 꿋꿋이 돌파하며 담판을 지었다.

‘내가 온 걸 알았으니까.’

곧 그림자가 돌아올 거라 여겼다.

‘뭘 하고 있으려나?’

레베카를 떠올리며 준비된 차량에 올랐다.

**

카페 베레모!

그곳의 사장 장만석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구석 자리를 바라봤다.

‘거 참, 은근히 능력자라니까.’

단골이라 할 수 있는 마루가 웬 미모의 여성과 들어오더니, 저 안쪽에서 분위기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금발 미녀!’

마루를 바라보는 눈빛이 전에 없이 반짝거렸다.

이런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마루는 성녀를 닮은 여인을 향해 물었다.

“성녀님과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감시자, 레베카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성녀가 아닌 것 같나요?”

“예.”

너무도 단호한 그 대답에 살짝 놀란 듯, 레베카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대단하시네요. 성녀님과 저를 정확히 구분하시다니.”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니까요.”

레베카는 새삼 놀랍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라...’

바로 그 보이는 부분마저 정확히 파악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성녀 레아와 똑 닮아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카페 사장 장만석을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는 그녀가 스킬로 명암을 조절하며, 보이는 부분에 변화를 준 까닭이었는데, 마루는 이를 정확히 꿰뚫어보며 그녀의 본모습을 파악했다.

거기에 더해 시야 그 너머까지 분석해버렸다.

‘대단하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성녀 레아님의 호위를 맡고 있는 레베카 아레나라고 합니다.”

이에 마루가 물었다.

“성녀님과 관계를 알 수 있을까요?”

“자매랍니다.”

이미 첫 대면에 충분히 놀랐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답인지, 마루는 크게 놀라는 기색은 아니었다.

레베카는 성녀 레아의 동생이었다. 언뜻 쌍둥이냐고 착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2살의 나이 차이를 둔 동생이었다.

“너무 똑 닮아서 놀랐죠?”

그 부분에서는 마루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레베카는 미소 지었다. 이는 성녀 레아의 축복 때문인데, 강제적으로 얼굴 일부분을 ‘고정’시켜, 그녀와 똑 닮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일종의 단기 성형이었다.

“제 머리색은 사실 은발이랍니다.”

앞서, 교황청에서 성녀 연기를 하던 무렵, 축복을 강하게 받은 여파가 아직 남아있었다. 자매라서 가능한 퀄리티였다.

“그런데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닌가요?”

레베카의 물음에 마루가 미소 지었다.

“보이는 건 일부일 뿐이죠.”

앞서와 같은 대답이었다. 그 말처럼 마루는 눈앞의 여인에게서 성녀 레아의 향기를 진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여전히 오감을 개방 중이기에 더욱 선명한 것 같았다.

이는 레베카에게 깔린 축복의 영향이었다.

‘킁카킁카!’

물론, 대놓고 맡은 건 아니기에, 눈초리를 받을 이유는 없었다. 내면의 감각이 알아서 파악하고 분석 중이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성녀가 남긴 축복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그 향기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친숙한 면이 있었다.

“성녀님의 동생분께서 저를 찾아오신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짐작하실 것 같은데요.”

“그래도 직접 듣고 싶습니다.”

“...마루님의 호위를 부탁하더군요.”

그 말에 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베카의 말처럼 대충 그럴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활짝 개방된 오감 덕분일까?

눈앞의 여인이 얼마나 대단한 실력자인지 느껴졌다.

‘부 팀장급.’

김연희와 비슷할 거라 여겼다. A급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있는 실력자인 것이다.

이런 강자를 붙여준 이유가 뭘까?

‘오염된 여의주 때문이겠지.’

부담스러운 호의여지만, 그는 굳이 이를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성녀의 목적이 뭐가 됐건, 그에게 호의가 넘치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런 그녀가 보내는 선물이었다.

최상위급의 경호원이 생기는 것이니 만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차후 기지개를 펼 때를 생각한다면, 이 같은 안전장치가 늘어나는 건 환영하는 바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너무도 흔쾌히 받아주는 모습에, 잠시 놀라는 것 같던 레베카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공짜 보디가드가 생겼다.

**

두 번째 던전 승급!

이번에도 세계 각국의 수많은 헌터들이 한국을 찾았다.

그와 동시에 꾸준한 조사가 이어졌지만, 앞전과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수확이 없었다.

적잖은 시간이 소비됐다.

보통 이쯤하면 자국으로 돌아갈 만도 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귀국을 서두르지 않았다.

[한국에서만 벌써 2번째 던전 승급이다.]

[3번째가 발생한다면, 이번에도 한국일 확률이 높다.]

[다음 승급은 바로 확인할 것이다.]

웨이브와 승급현상으로 인한 ‘긴급소집’의 경우, 헌터 자격증만 있다면 누구나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처럼 타국 헌터라는 이유만으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활용할 생각으로 남은 이들이 상당했다. 물론, 기존의 승급 던전을 살피기 위한 움직임도 여전했다.

어쨌든 그 때문인지, 본의 아니게 한국 헌터업계는 뜻밖의 포화상태를 맞고 있었다.

그로 인한 여파라고 해야 할까?

“하...사냥터가 없다.”

헌터들의 앓는 소리가 늘어갔다.

승급 때문에 찾아온 헌터들은 던전 주변만 맴돌지 않았다. 한국 곳곳을 관광하는데, 거기에는 이곳의 마수지대를 비롯하여 여러 사냥터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오!”

눈 먼 봉사의 심정이 이러할까?

“아니, 게이트까지 끼어드는 건 뭔데.”

“무서워서 따지지도 못하겠다.”

“젠장! 더럽고 서러워서. 퉷!”

“남의 나라에서 왜 지랄이냐고.”

하급 헌터들의 불만은 자연히 KHA로 향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 역시도 쉬이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게이트까지 건드는 놈들은 죄다 이면에서 온 놈들이야.”

“괜히 들쑤셨다가 역풍 맞을라. 무시해.”

“냄새나도 참아야지. 젠장!”

“이 또한 다 지나가리.”

섣불리 건들기 어려운 이들이기에, 모른 척 혹은 못 본 척 그렇게 외면하며 넘어가려 들었다.

“아니.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잖아. 오히려 몬스터들을 정리해주는 건데, 굳이 들쑤실 필요가 있나?”

이처럼 합당한 주장도 함께 곁들이니, KHA에 항의하던 이들도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일까?

“어우! 분위기 살벌하네.”

마루는 격변 수준으로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정리했다. 게이트 주변을 둘러싼 면면들이 너무 험악하고, 그 분위기도 제법 심각해, 자칫 쓸데없는 시비가 붙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한동안 조심해야겠네.’

그러며 차후 일정을 조정할 때였다.

“이게 권총이야? 저격총이야?”

“커스텀 모델인가?”

“신기하네.”

그를 찾는 불청객들이 있었다.

‘타이밍 참...하!’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라? 갑자기 웃네?”

“우리가 웃긴가?”

“넌 좀 우습게 생겼지.”

“이게, 뒤질라고!”

똥간의 저주인 걸까?

‘염병! 똥파리 한번 찰지게도 붙네.’

< #8. 그림자.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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