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67화 (67/325)

067 / #17. 오픈.

그야말로 ‘대’사건이 터져버렸다.

[일주일 사이 3개의 던전 승급?]

[대한민국에 찾아온 이변!]

[종말의 징조인가?]

[대격변의 신호?]

특히, 새로운 승급현상은 전부 광호 길드의 던전지대에서 발생한 탓에, 더더욱 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혜성 다음은 광호냐?

-천상계 소환!

-자존심 강한 두 천계의 대전.

-노놉! 외국 용병들 잔뜩 들어와서, 지금 인간계로 떨어졌음.

-외부 헌터들 죄다 광호 주변에 자리 잡았다더라.

-용병들 중에 위험한 애들 많다는 소문이 있어.

-덕분에 혜성만 노났네.

-한동안 그 근방은 가면 안 되겠다.

아무래도 사건이 사건인 만큼, 사이트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무섭다. 정말 뭔 일 날까봐 쫄린다.

-결계석이라도 사야 되나.

-비싸도 하나쯤 있으면 좋지.

-이번 사태로 헌터들 더 들어왔대.

-랭커가 늘었는데도 불안하다.

-졸라 웃긴 게, 지금 북한이 더 안전하다더라.

-코미디가 너무 다크한데.

-월북 각인가.

-린민의 총알받이 각.

아무래도 분위기가 한층 무거워진 만큼, 사이트 반응도 한층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었다.

기존 2개에 새로운 3개까지, 던전 지대가 무려 5개나 변화한 것이다.

각 지대마다 4~6개까지 던전이 형성된 걸 생각해 봤을 때, 외국의 헌터들이 유입되지 않았더라면, 사단이 났어도 충분히 이상하지 않을 그런 페이스였다.

이래저래 소란을 낳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었다.

“왜 한국일까?”

“어째서 저기서만 저런 일이 발생하지?”

“기존 현상과 달라.”

“저 나라에 뭔가가 있다!”

여러 단체에서 공통되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더니, 좀 더 많은 인원을 한국으로 파견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개중에는 좋지 못한 의도로 움직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만약 특수한 아이템으로 인한 현상이라면?”

“저 승급 현상을 통제할 수 있다면?”

“고위 던전을 날로 먹는 거지.”

“반드시 찾아야 한다.”

“한국으로 가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

무려 다섯 번이었다.

‘빼박인가.’

마루는 헛웃음과 함께 오랜만에 담배를 쥐었다. 포장도 뜯고 불도 붙였지만, 입에 물지는 않았다.

금연하고 난 뒤 생겨난 습관으로, 정말 답답한 상황과 맞닥뜨리면 일단 한 개비에 불을 지른 뒤, 피어나는 연기를 보며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다.

그저 불만 붙여놓는 탓에, 불꽃이 타들어가는 시간은 더 길었고, 그만큼 호흡을 늘어트리며 생각을 풀어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불똥이 떨어지고 나면, 어느새 가슴이 달래지고는 했다.

이번에도 통했던지, 한 개비의 담배가 잿더미가 되었을 즈음, 상당부분 가슴이 진정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후우...”

한 개비 더 불을 붙일까도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남은 건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여기서 더 나아갔다간 정말 피우고 싶어짐을 알기 때문이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정말 나 때문이었단 말이지.”

실험은 겨우 2번으로 끝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겪은 건 5번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엔 충분했다.

‘하...그래. 달라지는 건 없어!’

어차피 뒤숭숭한 분위기에 몸을 사려야 하는 시국이었다.

‘좀 더 조심하면 되는 거지.’

게다가 기억을 되짚으며 알게 된 것들도 있었다.

‘승급 끝난 던전은 다시 들어가도 문제가 없었어.’

블록 길드의 던전을 재차 방문했을 때,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걸 떠올린 것이다. 물론, 겨우 한 번의 정보로 답을 내리긴 어려웠지만, 염두에 두기에는 충분했다.

“후...이용권이 아깝지만.”

던전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당장 들어가기엔 마음이 편치 않았고, 이래저래 걸리는 것도 많았다.

‘결국, 마수지대인가.’

손에 든 이용권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구정국에게 미안해졌다.

‘어쩌다 보니, 죄다 광호 길드 던전이었네.’

던전 선택 기준은 간단했다.

1. 지대 경비는 훌륭할 것.

2. 던전 경비는 미흡할 것.

3. 집에서 가까울 것.

하필이면 그 조건에 가장 합당한 게 죄다 광호와 관계있는 던전이었다.

‘등급도 낮은 게 딱이었지.’

사실, 이는 광호에서 공격적으로 하위그룹을 늘려가면서 발생한 부작용이지만, 거기까진 마루가 알 필요 없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그로 인해 발생한 여파는 인터넷만 접속해도 알 수 있었다. 메인을 도배하고 있는 승급 관련 정보들을 보라, 대다수의 포털 사이트가 이런 식이었다.

한 차례 구정국에게 미안함을 표한 뒤, 그가 준 이용권을 구겼다.

꾸직...

**

레베카는 당혹스런 마음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또 감이 좋아졌어!’

미묘한 차이긴 하나, 조금씩 호위 대상의 경계범위가 넓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러다간 전력으로 숨어도 발각되는 거 아니야?’

당장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혼자서 움직여도 될까요?]

문득, 마루가 홀로 행동하던 게 떠올랐다.

‘특별한 수행이라도 하는 건가?’

그게 뭔지 내심 궁금해졌다. 호기심이 일던 찰나, 또 다시 그의 요청이 이어졌다.

“잠깐 멀리 좀 다녀와야 합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게, 좀 오래 걸리는데다가, 개인적인 일이라서. 이번에도 혼자서 움직였으면 하는데...괜찮겠죠?”

앞서의 호기심에 더해, 호위로써의 자존심도 함께 올라왔다.

“장기일정을 홀로 움직이시는 건 위험합니다.”

그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마루가 슬쩍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제가 레베카씨를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요?”

그러며 물었다.

“성녀님께 비밀을 가질 수 있습니까?”

이에 레베카가 고민하는 듯싶더니, 짧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솔직해서 고맙네요.”

오히려 그 때문에 신뢰도가 올라갔다.

“저는 마수지대로 갈 생각입니다.”

그 때문에 차후 일정을 알려줬다.

“만약, 정말로 저를 따라오고 싶으시다면, 호위가 아닌 팀원으로 함께 하셔야 할 겁니다.”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지리산이요.”

레베카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곳 실정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위험지역 중 하나가 바로 지리산이었다.

한국의 Top3에 드는 마수지대였다.

“좀 위험한 장소죠. 이렇게 말씀드리는 건, 어차피 쫓아오실 것 같아서 알려드는 겁니다.”

애초에 떼어놓기 어려우면 데려갈 생각이었다.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리산이니까.’

여러모로 부담스런 동네였다.

“위험합니다. 좀 더 안전한 장소를 찾으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그러니 함께 해 주시죠.”

“혼자서라도 가실 생각이시군요.”

“원래 혼자 가려 했습니다.”

그 말이 맞기에 레베카는 짧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호위의 난이도가 올라감에 따라, 레베카의 얼굴에도 무거운 그늘이 내려앉았다.

이를 본 마루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추가적으로 요청했다.

“지리산에서 본 건, 비밀로 해 주셔야 합니다.”

“성녀님껜...”

“아! 성녀님만 빼고요.”

그렇게 찾은 지리산 마수지대에서, 레베카는 전율해야만 했다.

‘총기류 각성자?’

아니다. 그는 사나운 맹수였다.

Berserker!

그야말로 광전사 그 자체였다.

**

[태세전환 - 울프]

붉은 기운을 휘감은 채, 덮쳐드는 몬스터를 마주 들이받았다.

콰아아앙!

강렬한 차징과 함께 3미터 남짓한 거구의 바위 괴물, 킹바우가 오히려 밀려나는 게 보였다. 마루도 펌핑 스킬의 영향으로 한껏 부푼 덩치였지만, 이렇게 바싹 붙어놓고 보니, 어른과 아이마냥 아담하기만 했다.

하지만 무서운 10대 마냥 거침없이 밀고 들어갔다. 킹바우가 강하게 반항하며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이를 정면으로 받아내며 더욱 거칠게 들이받았다.

결국, 킹바우는 술 취한 아재마냥 휘청거리다 무너져버렸다.

상위종의 자존심이 있다는 듯, 바닥을 뒹굴면서도 반항을 멈추지 않지만, 마루는 이를 전부 받아주며 몸을 비볐다. 쉬이 놓아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비부비를 거듭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나타난 레베카의 비수가 킹바우에게 떨어져 내렸다.

우어어어어어...

킹바우의 고통스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정확히 급소를 파고든 까닭이었다.

언뜻 바위처럼 보이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걸 증명하듯, 핏물이 솟구치는 게 보였다.

이에 마루는 기다렸다는 듯, 그 부위를 두드리며 헤집어 놨다. 그로 인해 피와 살점이 쏟아지며 땅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우어어어...

쉼 없이 쑤시고 헤집는 걸 반복하니, 상위종이라 불리는 킹바우도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지, 결국 혀를 빼문 채 마지막 숨결을 토해내야만 했다.

“후우우우...”

마루는 한껏 지친 몰골로 킹바우 옆에 드러누웠다. 레베카 역시 지친 듯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나마 마루 덕분에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어, 좀 더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 진이 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킹바우!

일반적인 상위종이 아닌, 무려 레이드 클래스에 올라있는 상위종이었다.

‘저걸 단 둘이서 잡게 되다니.’

유난히 방어력이 높아서 그녀와는 상성이 안 좋은 몬스터건만, 마루가 약점을 찍기 좋게 각을 만들어주니, 편안하게 급소에 딜을 넣을 수 있었다.

레베카는 새삼 놀랍다는 얼굴로 마루를 바라봤다.

‘대체, 정체가 뭘까?’

총기류 각성자인 줄 알았건만, 대뜸 신체 각성자로써의 면모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더욱 놀라운 건, 탱커인지 딜러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탱커보다 단단하고, 딜러보다 날카로워.’

지켜본 결과, 그냥 전투를 잘 했다.

황당하게도 그게 결론이었다.

문득, 성녀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의 사자!]

뒤이어 오늘 지켜본 전투를 되새겼다.

붉은 아우라를 휘감은 채, 피 튀기는 전투를 거듭하던 그의 모습은 하나의 단어를 연상시켰다.

‘버서커...’

저 앞으로 뻘건 핏물을 뒤집어 쓴 채, 히죽거리며 웃는 마루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마음속으로 물었다.

‘혹시, 사신의 사자인가요?’

갑자기 궁금해졌다.

**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덕분일까?

‘이 정도면 믿어도 되겠네.’

마루는 그리 생각하며 레베카와 함께 팀을 짰다. 거기에는 성녀 레아에 대한 신뢰도 역시 영향을 미쳤다.

최근, 아티팩트를 통해 도움을 받았던 게 전체적인 신뢰도를 한 단계 상향시킨 것이다.

그런 이유로 슬슬 본연의 능력을 드러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기고만 있는 것도 손해니까.’

레베카처럼 뛰어난 호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차라리 어느 정도는 오픈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었다.

사실, 이런 결심에는 ‘던전 승급’ 사태로 인한 마음변화도 크게 작용했다. 몸 사리는 것 이상으로 든든한 방벽으로 주변을 채울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 첫걸음이 레베카였다.

‘확실히 좋네.’

앞서 북한산에서 혼자 돌던 것과는 달랐다.

등 뒤를 받쳐줄 팀원이 있다는 건,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안정감을 실어줬다.

사냥 속도가 상승하는 건 당연했고, 컨디션 조절도 한결 수월했으며, 일정 조절에도 여유가 생겼다.

‘제대로 쉴 수 있어서 좋아!’

솔로 사냥은 쉬는 시간마저 전투의 일환이지만, 파티 사냥은 경계를 나눠서 설 수 있기에, 좀 더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레베카와의 호흡이나 상성이 나쁘지 않아서, 매 사냥을 거듭할 때마다 퀄리티가 올라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 속도면 생각보다 빨리 목표 스탯을 찍겠는데.’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흐흐...’

그렇게 핏물 속에서 활짝 웃었다.

**

보름 넘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속은 거야.”

임수현이 짜증 섞인 음성과 함께 누이를 노려봤다.

“괜히 민증만 털렸잖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분명히 일이 있는 걸 거야.”

콩깍지가 제대로 씌인 임지현은 열심히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그래. 요즘 승급이다 뭐다 해서 난리잖아. 아트님도 거기 신경 쓰느라 바쁘신 모양이네. 맞아. 그런 거야.”

아트는 아이언슈트의 줄임말로써, 앞과 끝의 글자만 따서 붙인 거였다.

“하...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자꾸 누나한테 그따위로 말 할래?”

“왜? 어쩔 건데? 치게? 함 뜨까?”

동생의 까불거림에 누이가 필살기를 시전 했다.

“아빠!”

“어...그건, 아니지.”

“언놈이 우리 공주님을 괴롭혀!”

임수현은 금세 쭈구리가 됐다. 혹시나 싶어 그도 필살키를 입력해 봤다.

“엄마?”

“시꾸랏!”

“......”

쭈구리는 그렇게 찌그러졌다.

그렇게 울적한 어느 날, ‘그’가 연락했다.

[살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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