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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71화 (71/325)

071 /  #21. 길동무.

마루는 자신이 쓴 공략본을 올리기 전, 최종 수정 및 확인을 위해 다시금 읽어 내려갔다.

전부 아는 내용인 탓인지, 단숨에 마지막장까지 이를 수 있었다.

[Ang-마가 낀 사원의 주인, Ang-마구니!]

그 부분에 이르러 한 차례 몸서리를 쳐야만 했다.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까닭인데, 놈과의 전투는 전율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촤악! 쫘악!

절묘한 각도로 휘어져 들어오는 채직찔은 매 순간 몸을 사리게 만들었고, 소름끼치는 포효는 수시로 정신을 갉아먹었다.

먕. 먕. 먕. 먕. 먕!

흉악한 외형과 너무도 안 어울리는 깜찍한 발성에 닭살이 올라오기 일쑤였다. 그냥 듣기만 괴로운 게 아니라, 실제로 특수한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디버프.’

남다른 항마력과 정신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방심하는 순간 신체가 둔화되는 것이다.

집사들의 버프를 갈취하지 않았더라면, 높은 확률로 디버프 중첩에 쌓인 채, 채찍의 굴레에 빠졌을 터였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며 전투를 이어가다 보면, 슬슬 짜증을 느낀 마구니가 새로운 패턴을 선보이게 되는데, 그게 바로 페이즈 2였다.

모든 공략본들은 공통되게 말한다.

[채찍 수가 늘어나는 걸 조심해라.]

사원의 심장부에서 마구니를 만나고 채찍의 정체를 알게 됐을 때, 마루는 그 부분에 대한 두려움을 깊이 자각했다.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페이즈였지.’

하지만 결국 패턴은 발생했고, 악몽은 현실이 됐다.

“으음...”

마치 요괴 고양이처럼 꼬리가 늘어났다.

“씨발!”

자신이 써 놓은 공략본을 읽어나가다, 그 부분에서 쌍욕을 박아버렸다. 기억이 리플레이 되며 너무도 치명적인 광경까지 되새겨버린 까닭이었다.

엿 같은 건, 이번 전투가 생각 이상으로 그를 단련시켜 줬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패턴만큼은 다양했지.’

여태까지 그 정도로 많은 회피기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치명적인 만큼 치열하게 피했고, 그만큼 경험치가 쌓여버린 것이다.

몸 쓰는 법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웃프네.’

그렇게 채찍이 늘어난 만큼, 공격 패턴도 다양해지는데, 중요한 건 채찍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씩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신체 컨트롤의 이해도가 올라가는 게 당연했다.

최대 다섯 개였는데, 버프의 숫자와 딱 맞았다.

‘우연이 아니지.’

그는 자신의 공략집을 봤다.

[흥미로운 건, 다섯 호위를 잡는 순서가 보스의 채찍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사냥의 역순으로 채찍에 부여되는 능력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 말처럼 회복, 속성, 항마, 공격, 방어의 순으로 꼬리에 능력이 깃들었다.

[채찍을 맞으면 관련된 디버프가 걸리니까 조심하셔야 합니다.]

조금씩 쌓이는 축적형 디버프다 보니, 맞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대개 파티로 올 경우, 누가누가 어떤 꼬리를 전담할지 결정한 뒤, 그것만 작정하고 막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마루는 홀로 이를 감당해야 했다.

그 때문에 단순히 5배가 아닌, 수십 배는 더 어려운 접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장기전을 선택했다.

꼬리가 닿지 않는 범위까지 수시로 물러나며 호흡을 고른 것이다.

버티기 끝에 마지막 3페이즈가 되면, 꼬리를 뭉쳐서 만든 우람, 아니 거대한 몽둥이를 직접 휘두르는, 아주 끔찍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아니. 그게 뽑히는 게 말이 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졌다. 오히려 채찍이 낫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힘겨운 격전 끝에 승리를 취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클리어 알람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그 부분에서 마루는 한 차례 의문을 느꼈다.

“그건 뭐였을까?”

마구니를 쓰러트린 직후였을 것이다.

‘묘한 시선이 느껴졌는데.’

등허리가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숨겨진 히든 보스라도 남아있나 싶었지만, 분명 클리어 알람은 귀를 울리고 있었고, 던전은 외부 포탈까지 열어주고 있었다.

던전 입구와 중앙 대륙으로 넘어갈 수 있는, 두 개의 포탈은 클리어의 증거이기도 했다.

“조사하고 나올 걸 그랬나?”

마루는 내심 후회가 밀려왔다.

‘씁...괜히 찝찝하네.’

당시, 그 의문의 시선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채 나왔기 때문이다. 포탈의 타이머가 돌아가는 걸 본 까닭이었다.

시간제한이 있는 만큼, 제 시간에 넘지 못하며 닫혀버리는 것이다.

‘입구까지 걸어갈 생각으로 조사를 할 걸.’

사실, 타이머보단 그 의문의 시선에 묘한 두려움을 느낀 탓이 더 크긴 했다.

정말로 숨겨진 히든 보스라면?

‘그 상태에선 감당할 수 없지.’

호기심에 데스를 올릴 순 없었다.

그렇게 입구 포탈을 탔다. 중앙 대륙 포탈은 루미를 통해 언제든 1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굳이 급하게 넘어갈 필요는 없었다.

그 묘한 시선을 떠올리던 것도 잠시, 고개를 휘휘 저어서 털어버리며, 다시금 공략본 정리에 들어갔다.

“OK!”

최종 점검을 마친 뒤, 공략사이트에 올렸다.

놀랍게도 그 이후 거짓말처럼 수마가 몰려왔고, 달달한 꿀잠을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혼신의 힘을 담은 공략본이 묘한 흐름을 끌어왔다.

**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다.

-이거 공략본이 좀 이상한데?

별 거 아닌 물음이지만, 내용을 살핀 이들마다 비슷한 반응을 내비쳤고, 자연스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어라? 정말 그러네.

-꼭, 혼자서 잡은 것처럼 써 놨네.

-언놈이 장난질을 친 겨?

-어그로는 아닌 것 같은데?

자그마한 불씨에 장작이 던져지고, 결국 던전의 경험자들까지 등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되새겨가며, 공략본의 가능성 여부를 판별했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어라? 될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까. 호위들 중 한 놈하고 엉겨 붙으면, 나머지 넷은 그쪽에서 등 돌렸던 것 같네.

-보스 채찍도 확실히 맨 후방에 있는 신관을 노린 적이 없었어. 가장 만만한 게 신관일 텐데.

-이거, 가능성 있다!

의문들이 꾸준히 쌓여가며 불씨를 키웠지만, 안타깝게도 [Ang-마가 낀 사원]의 공략 게시판은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그 때문에 화제성의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가운데 뜻밖의 인물이 이에 관해서 관심을 드러냈다.

“마구니 솔플이라고?”

PP의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진짜배기 랭커이자, 던전 탐험가로 유명한 유저였다.

인디안 존슨!

각종 공략본을 집필하며 남다른 명성도 떨치는 만큼, 새롭고 희귀한 공략본에 귀를 기울이는 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렇게 마루의 공략본이 탑 랭커의 눈에 들었다.

**

광호길드에 찾아온 세 번의 던전 승급, 그 중에서 두 번은 소속된 하위 길드에서 발생한 던전 승급이었다.

메인은 하위 길드의 역할이지만, 가이드라인은 상위 길드에서 정하는 게 맞았다.

구정국의 업무량이 늘어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이는 비단 그에게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광호 길드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공통되게 적용되는 부분이었다.

그 때문에 시야가 좁아졌고, 바로 이 부분을 정확히 찔려버렸다.

“환장하겠네.”

구정국은 두통에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막 올라온 뜨끈뜨끈한 보고서를 확인했다.

“혜성, 혜성, 혜성...”

광호의 라이벌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여유 좀 생겼다는 건가.”

세 번의 승급현상으로 인해, 수많은 헌터들이 광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 때문일까?

기존에 압박을 받던 혜성은 한숨 돌릴 수 있었는데, 혜성은 이를 통해 정비를 하기 보단, 반전을 꾀하는 발판으로 활용한 것이다.

“우리 측 하위그룹을 이런 식으로 빼가다니.”

거기에 사용된 방식이 또 뼈아팠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건가. 하...“

헛웃음이 절로 나왔는데, 그가 했던 방식 그대로 작업을 건 것이다.

‘하긴, 댓글부대만큼 가성비 좋은 게 없지.’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는데, 거기에 조미료까지 첨가할 수 있는 게 댓글부대의 효과였다.

-승급 현상들 전부 광호 소속이라며?

-혜성보다 많더라.

-최초 승급은 하위 그룹 던전이던데, 어째 거기는 대처가 미흡했나봐? 외국 헌터들이 점령했다며?

-와...실망인데. 혜성은 첫 승급 현상 때도, 하위그룹 우선으로 대처하면서 대우는 제대로 해 준 걸로 아는데.

-사실, 광호가 덩치는 커도 실속은 좀 그렇잖아.

너무도 노골적이라 몰라볼 수가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언급되지 않은 정보들도 슬쩍슬쩍 풀며, 작정하고 시비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에게 보란 듯이 대놓고 작업을 한 것이다. 확실히 효과가 없진 않은지, 욕지기가 올라오며 구역질이 나오려 했다.

안 그래도 위장 쪽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또 다시 말썽이 난 모양이었다. 언제나 스트레스가 문제였다.

‘검사 좀 받아야겠군.’

진료예약을 일정에 넣은 뒤, 빠져나간 하위 그룹들을 살폈다. 많은 숫자도 아니고, 그 규모도 대단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속이 있어서 제법 알짜배기로 분류되는 그룹이 제법 끼어있었다.

“후...”

무거운 한숨과 함께 목록을 정리하고 있노라니, 돌연 핸드폰이 몸서리를 치며 울어댔다.

우우우웅...

이를 확인하기 무섭게 속이 아려왔다.

[길드장]

강만기의 호출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터, 짐작건대 한 소리 하려고 부르는 듯싶었다.

‘혜성길드.’

새삼 그 이름을 뇌리에 때려 박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고대하고 고대하던 만남이었다.

“드디어!”

임지현은 널뛰는 심장을 달랠 길이 없었던지, 연신 어깨를 들썩거리며 발을 종종 굴러댔다.

바로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임수현은 뒤통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보는 시선이 많아서인지, 그저 주먹만 돌릴 뿐이었다.

[만나자!]

현재 그들은 마루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었다.

예정되었던 주말 약속을 물먹고 난 뒤, 임지현의 히스테리가 그를 괴롭게 했었던 걸 상기하면, 지금 저 모습에 주먹을 휘둘러도 이상할 게 없었다.

어쨌든 일정이 뒤집히고 얼마 뒤, 다시금 마루에게서 연락이 오더니, 이처럼 약속이 잡힌 것이다.

사실, 임지현 만큼은 아니지만 임수현도 제법 기대하고 있었다.

북한산 마수지대!

그곳에서 봤던 마루의 전투는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그에게 배울 기회가 생겼는데, 침착하기 어려운 게 당연했다.

만약, 옆에서 임지현이 질릴 정도로 설레발을 치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 어느 정도는 들뜬 모습을 내비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약속 시간이 다 되었을 즈음, 멀리 인파들 사이로 기다리던 얼굴이 보였다.

‘척길동!’

고전 만화, 아기공룡 도리의 캐릭터 가면을 쓴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소드 마스터로도 통하는 캐릭터였다.

강호의 도리를 아는 남자로도 통했다.

약속의 가면이었기에 남매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 수밖에 없었다. 그들 남매도 마찬가지로 도리의 캐릭터 가면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

과연, 찾던 이가 맞는지 척길동이 그들을 발견하더니, 일직선으로 남매를 향해 걸어왔다.

“맥스맨?”

그러더니 묻는다. 일종의 암구호로써, 임지현이 한껏 들뜬 음성으로 대답했다.

“아이언슈트!”

척길동이 가면을 벗고, 마루가 얼굴을 드러냈다.

“반갑다. 장관장이라고 한다.”

그가 손을 내밀었고, 남매가 이를 붙잡았다.

팀 ‘길동무’가 첫걸음을 떼는 순간이었다.

**

마루의 인도 아래 한 차례 장소가 옮겨졌다.

“내가 살 테니, 한 잔씩 들어.”

그 말에 임수현은 손에 든 걸 내려다봤다.

‘아니. 자판기 커피라고?’

제대로 된 카페도 아닌 길거리의 싸구려 커피였다. PP내에도 마법적인 자판기가 존재하기에, 현대적인 물품 상당수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그런 품목 중 하나였다.

짜게 식은 눈으로 마루를 바라보는 가운데, 임지현은 변함없는 콩깍지를 앞세우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저년 저거, 종이컵 인벤토리에 보관하는 건 아니겠지?’

쓸데없이 장비 칸을 허비할까 겁났다.

그렇게 자판기를 옆에 둔 채,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직업이 뭐야?”

첫 질문은 그들 남매의 직업군을 파악하는 거였다. 현실 속 헌터와 관련된 질문을 예상했던 터라, 잠시 당황할 뻔 봤지만, 어려운 건 아니라서 막힘없이 대답했다.

임지현과 임수현이 연달이 입을 열었다.

“저는 신관이에요!”

“전 마법사입니다.”

남매의 대답에 마루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거, 기본이 안 됐네.”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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