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5 / #20. 스타 탄생!
해외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하나 있다.
#하급헌터#건가드#장인#여포
등등의 해시태그가 줄줄이 이어지는 영상이기도 했는데, 그건 바로 마루의 건가드 영상이었다.
여러 실력자들이 인정할 만큼, 그 퀄리티가 높은 영상이다 보니, 교본으로 사용하는 시설도 있을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아는 이들 사이에선 충분한 화젯거리가 되는 영상이었는데, 바로 그 때문에 여러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 사람을 조지는 거라니.”
“정당방위고, 오히려 저게 당연한 거지만...한국에선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시대가 변했는데도 여전히 사람한테 총질하는 건, 좀 꺼리는 나라가 한국이니까.”
“저걸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지.”
그 같은 이유로 김연희가 제안했다.
“건가드 영상, 제대로 작업해서 올려보죠.”
마루 입장에서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유명세를...더 띄운다고?’
그렇잖아도 유명세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불길을 더 키운다는 소리였으니,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김연희의 대응은 간단했다.
“어차피 타오를 불길이에요.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겨야죠.”
그러면서 그의 영상에 어떤 작업이 펼쳐졌는지도 설명해줬다. 거기서 광호와 구정국의 이름이 나왔을 땐, 적잖은 배신감을 느껴야만 했다.
‘하...이딴 식으로 뒤통수를 쳐?’
김연희가 강조한 건 하나였다.
“영상이 문제가 되는 건, 몬스터가 없어서죠.”
그렇기에 다시 촬영해서 새 바람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불길은 이미 타올랐지만, 그 방향만큼은 그들이 컨트롤하자는 의미였다.
“마루씨가 몬스터를 상대로 압도적인 건가드를 펼칠 수 있다면, 분위기는 단번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넘어갈 거예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영상으로 인해 부정적 의견은 뒤따르겠지만, 한 번 기울기 시작한 균형의 추는 쉬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호에서 다시 컨트롤하기 전에, 확실히 불길을 잡아야죠.”
그렇게 김연희의 설득에 넘어갔고, 요 근래 피해왔던 중급 게이트 현장까지 찾아왔다.
마침, 무대도 나쁘지 않았다.
‘C급 불락!’
스스로를 불태우는 놈들이라 보는 재미도 제법 될 터였다. 사방으로 불꽃이 튀는 와중에 건가드 액션이 펼쳐진다?
폭죽이 기본 옵션이었다.
“크워어어어어!”
“크아아아!”
성난 불락들이 하나 둘 불꽃을 피워내는 게 보였다. 그 열기가 접근을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이 정도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칙...칙...
걸어오며 몸에 뿌린 방열 스프레이가 열기를 일부 씻어줄 터였다. 마침 동선 중에 경보박스가 있어서, 거기서 꺼낸 물건이었다.
공짜인 만큼 잔뜩 뿌렸다.
자체 스탯이 워낙 높다보니 문제될 건 없지만, 그는 현재 하급 헌터라는 포지션을 지켜야 했다.
맨몸을 비비고 들어가는 건 설정 파괴였다.
“크워어어...”
놈들이 날카로운 손톱을 휘저으며 공격을 해 들어왔다. 이리저리 몸을 빼내며 피하는데, 지나간 자리에 불똥이 남아 반격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게 놈들의 무서운 점이었다.
포위망이 구축되고 저 불똥이 사방에 벚꽃처럼 만개할 때면, 옴짝달싹도 못한 채 서서히 화마 속을 헤매다가 죽어나가는 것이다.
과연, 그의 주변으로 하나 둘 포위망이 구축되는 게 보였다.
‘이렇게 잡는 놈들이 아닌데.’
현재 그는 놈들 품속으로 뛰어든 채 스타트를 끊었지만, 원래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마치 피를 말리듯 꾸준한 사격으로 타격하는 게 베스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접근을 한 건, 김연희의 제안으로 무쌍을 한 번 찍어보기 위함이었다.
‘영상 제대로 나오면, 어지간한 하급 헌터는 까불 생각을 못한댔지.’
제대로 촬영해 줄 생각이었다.
타탕...타타타탕...
평소와 달리 소음기는 뗐다. 이 화려한 총성이 놈들을 더욱 자극하며, 그에게로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크아악!”
“크워어어!”
포위망이 한층 견고해지는 게 보였다. 그만큼 열기가 중첩되며 숨통이 턱턱 막혀왔다.
그 속에서도 꾸역꾸역 버텨내며 몸을 움직였다.
잠시라도 멈춰선 안 된다.
포위됐다고 할지라도 동선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활로를 여는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피하고, 피하고...빵!’
타앙!
놈들의 발톱을 요리조리 피하다가 각이 보이는 순간 방아쇠를 당겼다. 불똥 때문에 접근할 수 없지만, 굳이 다가갈 필요도 없었다.
그의 양 손에는 거리 조절이 필요 없는 권총이 들려있지 않던가. 영상을 위해 강하나가 만들어 준 G-eye를 들진 않았다.
‘템빨소리 들을 순 없지.’
기왕 하는 촬영, 실력으로 압도할 생각이었다.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의 총화기로 액션을 찍어야, 그만큼의 공감대를 끌어올 수 있고, 화제성 역시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폰-77!
김연희가 지원해 준 총기로써, 딱 지금 그의 수준에 어울리는 무기였다.
G-eye에 비해서 화력이 부족한 만큼, 한 방에 놈들을 박살내긴 어려웠다.
분명, 그래야 했다.
하지만 마루는 이 와중에도 교본 같은 움직임으로 상황을 풀어나갔다.
‘피하고, 피하고...그렇지, 열 받는구나.’
불락은 워낙 화가 많은 놈들이다 보니, 제 놈들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화를 폭발시킨 뒤 불길을 키워 상황을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는 했다.
과연, 이번에도 그의 미꾸라지 같은 몸놀림에 열이 오른 듯, 일순간 숨을 고르며 화염 폭발의 자세를 잡는 게 보였다.
‘지금!’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 놈들의 방어력이 약화되는 타이밍이었다.
불락은 헌터들로 치면, 강화계와 이능계의 특성을 전부 지녔지만, 저 폭발의 순간만큼은 이능계열의 발화능력이 더 우선시되는 탓에, 강화계의 강건함이 약화되는 것이다.
기껏해야 한 호흡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지만, 이를 정확히 노려서 타격할 수 있다면?
타앙!
푸쉬시식...
화마는 불똥이 되어 날아가 버릴 뿐이었다.
타앙...탕...타아아앙...
푸식...픽...푸시식...
그렇게 놈들의 포위망을 끌고 움직이며, 꾸준히 화를 돋운 뒤 침착하게 타격 타이밍을 노려 방아쇠를 당겼다.
불락 놈들이 제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놈들이라지만, 마냥 짐승 같은 놈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생각이라는 걸 하는 탓에, 오래지 않아 화를 조절하며 최후의 폭발을 자제하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나야 더 좋지!’
이 역시 마루가 원하는 바였다.
본능을 따라가는 놈들이 이성을 우선하기 시작한다?
손발 꼬이기 딱 좋은 구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놈들 동작이 일부분 뻣뻣해지는 게 보였다. 감정과 이성 사이의 격돌이 놈들의 몸놀림에 미묘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쇼 타임!’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그의 설계대로였다.
**
전문가들이 붙어서 작업을 했다.
이미 한 차례 화제가 됐던 영상이 있기 때문에, 그와 연동시키는 것만으로도 기본 조회수가 나왔고, 빠른 속도로 화제몰이를 할 수 있었다.
#하급헌터#건가드#장인#2탄#불놀이
각종 해시태그가 뒤따르며 여러 매체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왓 더! 이게 건가드라고?
-맙소사, 총기류 각성자라며?
-저 몸놀림은...정말 미쳤다.
-동선 자체가 아예 환상이야. 딱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면서 빠져나가고 있잖아.
-불락이 지켜주는 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보이냐?
-저게 포위망이야 호위망이야?
-지려버렸다!
-오오...이런 기적이!
-아아...나는 기저귀!
-드립 거지같네.
한 차례 화제가 됐던 영상으로, 여러 실력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바 있기 때문인지, 연달아 장인들의 분석도 뒤따랐다.
-저기서 저 움직임, 시작할 때를 잘 보세요. 게이트로 일직선으로 가는 게, 아니라 슬쩍 돌아가잖아요? 저기 소매 흔들 때마다 살짝 살짝 떨어지는 거, 저게 포인트입니다.
=저거 탄창 아닌가? 그러고 보니 중간에 저 지점에서 교체했던 것 같은데.
=오오...그러고 보니, 나중에 빠져 나가는 동선하고 겹치잖아?
=저기까지 본 건가? 설마?
-전부 계획하고 움직이는 겁니다. 이미 시작할 때, 퇴로까지 계산하고 들어간 거죠. 게다가 놈들의 약점을 정확하게 노리는 저 사격 솜씨를 보십쇼.
폭발의 순간, 약화되는 불락을 노리되, 그 와중에도 가장 취약한 부분만 노리고 쏘는 것이다.
-여기, 여기, 여기, 이 부분을 자세히 보세요. 급소라고 할 만한 부분만 정확히 노리고 있죠? 타격점 3개를 빙빙 도는데, 1~3순위까지 가장 약한 부분만 노린 겁니다. 자세에 따라 이 셋만 돌려가며 노리는 겁니다.
=와...각도 안 나오면 억지로 열어서 쏘는 거 보임?
=에임 지림!
-이 헌터가 정말로 한국인이라고?
=해외에선 이미 한참 전에 화제가 됐다던데. 여기 관련 사이트 주소 띄운다.
-우린 왜 이제사 알았누?
-주모~!
-샷다 내려!
전문가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그렇죠. 저게 바로 건가드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한 계산으로 판을 짜는 거죠. 총기류 각성자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만큼, 몸보다는 머리를 잘 써야 합니다.
이런 반응은 한둘이 아니었다.
-여기 이 영상 보면 알겠지만, 의도적으로 순수 건가드만 보여준 거야. 함정이라거나 여러 장치들을 활용했다면, 더 쉽게 사냥할 수 있었을 텐데, 일부러 더 어렵게 판을 짠 거지. 어째서? 이유가 뭘까? 그래, 그거야! 보여준 거야. 이게 진짜 건가드라는 걸. 우리에게 알려준 거지.
-비각성 헌터라 할지라도, 이 만큼의 뇌지컬을 지녔다면 충분히 윗줄을 노려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정도 수준의 건가드라면, 총기류 헌터의 한계점을 돌파했다고 봐도 충분하겠네. 자격증 등급보다 1단계 올려줘도 문제없을 걸. 적어도 나는 납득할 듯.
김연희가 준비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몬스터 특수부대 건가드 훈련 영상!]
영상 끝자락에 이를 포함시킨 뒤, 마루가 그곳 출신이라는 것을 슬쩍 언급시킨 것인데, 거기에는 여러 의도가 숨어있었다.
마루의 지난 과거를 일부분 조명해서, 고단한 역사로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게 첫째요, 관련 출신들의 서포터를 기대하는 게 둘째며, 마지막으로는 현역들에게 어필하는 거였다.
현 군부대의 관계자들이 이를 본다면, 홍보 효과를 언급하며 화력지원을 할 확률이 높았다.
“국방부 힘까지 끌어오면, 영감들도 헛소리는 못 하겠지.”
물론, 그 때문에 몬스터 특수부대의 지원자가 늘어날지 모른다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애초에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부대도 아니었다.
어쨌든 광호의 구정국이 깔아놨던 여러 수작들 중, 그들이 커트하지 못한 것들은 국방부의 힘을 빌려서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이후 마지막으로 한 방을 더 준비시켰다.
[혜성 길드 특수 1팀, C급 A형 정마루!]
과감히 그 정체를 오픈한 것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나 아리송한 이름이지, 여러 헌터나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충분한 유명세를 타고 있지 않던가.
‘더 이상 숨기는 것도 불가능하니.’
존슨과 그레이 셰이드 그리고 키홀과 제퍼드까지, 이래저래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적당히 오픈해서 관심도의 임계점을 만들 생각이었다.
내버려둬도 구정국이 깔아놓은 레일 때문에, 결국 올라올 화젯거리며 유명세였다. 이를 직접 나서서 컨트롤하기로 한 것이다.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 그 방향을 손에 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 길드인 혜성의 특수 1팀에 하급 헌터가 있다?
말 나오기 좋은 떡밥을 던졌다.
-레알? C급이?
-달인의 클라스!
-15년간 건가드만 익히면 되냐?
아니나 다를까. 무수히 많은 물고기들이 떡밥을 물고 펄떡이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낳기 시작했다.
-겨우 C급으로 혜성 들어간 것도 신기한데, 특수 1팀은 어떻게 들어간 겨?
-A급 헌터 레더가 말한 것처럼, 정말로 한 등급 이상은 씹어 먹는 건가?
-레더라면 믿을만 하지.
-그런데 굳이 C급 헌터를 데려다가 사용할 필요가 있나?
-말했잖아. 등급 따윈 의미가 없다니까.
-업계 관계자한터 듣기론, 건가드 보다 저격 솜씨가 일품이라더라.
-그러고보니 총기류 각성자였지.
-오버클럭으로 한 등급 위까지 씹어 먹는다더라.
-아...오버는 단명인데.
-늦깎이 각성자란 소문이 있어. 작년에 잠깐 기사로 나왔던 거 있잖아. 그게 사실이면 오버클럭으로 단명해도 50대는 찍을 것 같던데.
-와...반전이 너무 드라마틱한 거 아니냐?
다양한 반응들을 보며, 김연희가 한 마디로 정의했다.
“스타 탄생!”
혜성은 이제 정마루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